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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WHY

#벤처 재벌 #네이버 이해진 #유전앞줄 무전뒷줄

editor 정희순

2017. 12. 21

이해진(50)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고개를 숙였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였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창업주이자 총수이기도 한 그는 1999년 네이버 창업 이후 거의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로 불려왔다. 

자본금 4억 원으로 시작한 네이버는 창립 18년 만에 코스피 기준 시가 총액 7위(26조5천억 원)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코리안클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터넷 검색 결과의 74.3%는 네이버를 통한 것이었다. 

덩치가 커지자 그동안 가려졌던 음습한 그늘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뉴스 배치 조작과 광고 시장 독과점이다. 지난 10월 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특정 단체에 불리한 기사를 독자가 볼 수 없도록 편집한 사실이 밝혀졌고, 전직 네이버 직원과 네이버 콘텐츠 생산자들에 의해 ‘폭로’성 증언이 이어지면서 혁신적 벤처기업이란 네이버의 이미지는 손상을 입었다. 결국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초 “포털 사이트의 불공정 행위와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질의하겠다”는 국회의 부름에 불출석 의사를 밝혔던 이해진 GIO가 출석을 결정하게 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해진 GIO는 10월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1일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뉴스 배치 조작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유전(有錢) 앞줄, 무전(無錢) 뒷줄”이라며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의 독과점적 지위도 지적했다. 하지만 이 GIO는 “검색 광고방식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구글 등 전 세계 검색 엔진이 다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러 차례 구글을 언급하며 서운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계 시장을 보지 않고 국내 시장만 따져 네이버만 문제처럼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국감 질의 후엔 마지막 발언을 신청해 “페이스북과 구글은 다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데 (국내에서)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안 된다”며 자국 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후 구글은 반박 자료를 내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이어 네이버가 재반박문을 내면서 양측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자국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발목을 잡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 “구글은 더하다”는 이해진 GIO의 답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모든 과학기술의 관건은 결국 인간이다. 인간 없는 기술은 인류에게 흉기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암울한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경고했다. 네이버의 연관 검색어에 ‘휴머니즘’이라는 단어가 함께 뜨길 기대해본다.

designer 김영화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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