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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trails #uljin

원시 계곡과 바다, 그 길의 감동이 교차하는 땅 울진

효재

2017. 07. 25





두 발이 닿는 거리는 마음의 거리를 이기지 못한다. 마음 내키지 않는 곳은 아무리 지척에 있어도 한 걸음 다가가기 쉽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울진은 각별한 곳이다. 굽이굽이 계곡길 진땀 흘리며 넘거나 시리게 푸른 바다를 한참 끼고 달려야 닿는 그 엄청난 수고를 언제 그랬냐며 새까맣게 잊고는 또 그리워하며 찾아오게 한다. 가까이에 두고 바라봐서 알게 된 울진의 진심 덕분이다. 반가운 건 오늘 함께 울진을 만날 젊은 여행작가 태원준의 마음도 다르지 않단다. 보고 싶은 모든 것이 있는 곳이 울진이라고까지 말하는 그이니, 울진의 이야기 짚어갈 여행에 마음 맞는 길동무 하나 생겨 고마울 따름이다. 마음은 벌써 불영사계곡을 넘어 울진의 바다로 향하고 있다.




명품 소나무로 낸 귀하디귀한 길,금강소나무숲길

산 허리춤에 바짝 붙여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험준한 산과 계곡, 그리고 눈앞이 어찔할 만치 세찬 초록의 기운이 펼쳐지며 울진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온통 소나무다. 왕의 궁궐을 짓거나 왕족의 관을 짤 때만 겨우 베는 게 허락되었다는 명품 중의 명품, 울진 금강송이다. 울진 금강송은 소광리 일대 16.3㎢에 걸친 군락지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평균 수령 1백50년에, 수백 년 된 대왕송까지 초록의 침봉을 빼곡히 세운 금강소나무숲길로 걸어 들어간다. 그나마 있던 새소리, 낮은 발소리마저 진한 솔향과 초록의 장막에 흡수된 듯 적요한 길. 몸에 묻혀 갈 수 있다면 도시의 그들에게 이 코끝 매운 감동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엄마와 함께 세계를 보기 위해 떠났던 여행이 이제 업(業)이 된 태원준 작가에게도 이 길은 각별했다.



“쉼이 필요하면 이 길을 찾았어요.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위로를 받는 듯했거든요.”




사람의 생기로 남은 여운, 죽변항


먼 바다로 나간 고깃배들이 사철 부지런히 드나들며 순서를 바꿔 깊은 바다의 산물을 가득 부려놓아 넉넉함으로 기억에 남은 항구, 죽변항. 바람 서늘할 즈음이면 울진을 몸살 나게 하고 사람들을 애태우는 비릿하고 달큼한 울진대게의 으뜸가는 집산항인 죽변항에서 이른 아침을 맞았다.

죽변 일대를 품어보려면 1910년에 세워져 곧 1백10살을 눈앞에 둔 죽변등대 전망대에 오르는 게 좋겠다. 그리고 저 아래 항구로 찬찬히 돋보기를 들이대면 바다보다 더한 생기를 뿜어내는 죽변항 수산물공판장의 아침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아침, 부지런 떨며 죽변항을 찾아와야 했던 꽤나 설득력 있는 이유. 아침잠이 많다는 젊은 여행작가 태원준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풍경, 가슴 뜨끈한 삶의 하루를 부려놓는 어부들의 아침 경매 현장이 여기에 있다.

“죽변항의 수산물 경매는 다른 항구와 달라요. 혹시 알아챘나요?”

“아, 다들 손에 작은 나무 조각을 하나씩 들고 펼쳤다 닫았다 하는데요? 손가락으로 값을 매기지 않아요!”

“잠깐 눈 좀 감아봐요. 지금 긴장감 철철 넘치는 경매장에 있는데도 딱! 딱! 하는 나무 조각 부딪치는 소리만 들려요. 이 기막힌 에너지가, 소리가 울진을 떠나서도 가끔 생각날 때가 있어요.”



소나무길의 끝, 바닷길의 시작 망양정

내륙으로 접어 들어온 길이 가쁘게 숨 몰아쉬며 스러지듯 닿은 자리에 흰 포말을 띠처럼 두르며 파도를 밀어내는 바다가 반가이 끌어안아 주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던 초록의 길이 그만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그 길과 바다가 교차하듯 접점을 이룬 자리에 망양정이 있다. 너른 바다를 바라보는 곳까지 오르려면 약간의 수고가 뒤따르지만, 망양정 아래 남북으로 드리운 유려한 해안과 그 해안까지 진군청 빛깔 풀어낸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태원준 작가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퍼뜩 생각난 듯 돌아본다.

“숙종이 관동팔경 중에 으뜸이라며 손수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글귀를 써 현판을 하사했다는 곳이 여기예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주는 감동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나 봐요. 임금까지 반한 풍경을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언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경북 동해안은 석회암 지대가 많아 거칠게 산자락을 뻗어가다 뚝 하고 기운이 꺾여 가파르게 바다로 들어간다던…. 울진은 유난하다. 성류굴 같은 석회 동굴도 모자라 바다가 시작되는 자리마다 해안 절경을 냈다.



삶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공간, 울진 5일장


2일이나 7일로 끝나는 날이 울진 여행의 길일이다.

뭐가 그리 길하냐고 물으면, 저 앞바다에서 건진 갖은 제철 생물이며 저마다의 밭에서 애써 기른 작물이 다닥다닥 어깨 이어간 좌판, 길모퉁이에 잔뜩 부려지는 울진 장날을 보여주며 답을 대신할 참이다. 그리고 조선시대부터 열렸다는 이 울진 최대의 장터에서 대대로 이어지며 본능적으로 다듬어졌을, 장꾼 아낙들의 저 기막힌 ‘진열’의 미학을 보여주고 싶다.



기억을 들춰 유쾌한 웃음을 건진 후포 벽화마을

대게며 제철 해산물 풍성하기로 죽변 못지 않았던 후포리가 요즘 젊은 여행자들을 맞느라 분주하단다. 후포등대 아래로 접어들어 이른 벽화마을이 그 이유를 알려준다. 정작 ‘젊은’ 여행자들을 사로잡는 그림과 골목에는 그들이 기억도 못 할 옛 시간이 남아 있어 묘한 기분이다. 골목의 옛집이며 잔뜩 녹이 슨 철제 간판에서 옛 바닷가 마을의 하루를 떠올려보았다.



숲과 계곡의 영험함을 따라, 불영사계곡과 불영사

36번 국도를 타고 울진으로 가는 길은 시간이 꽤 걸린다. 길이 멀어서가 아니라 그 길 나란한 불영사계곡의 장관에 어지간히 독하게 마음먹지 않고선 지나치기 쉽지 않아서다. 기세등등하게 솟아오른 계곡 사이로 금강송 진한 초록 빛깔을 받아 흐르는 물줄기를 만나는 길이다. 그 계곡을 가로질러 산이 더 깊어진 곳에 서쪽 능선 바위가 연못에 비치면 부처가 보인다는 사찰 불영사도 발길을 붙든다. 651년(진덕여왕 재위 5년째)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뒤 법과 불을 이어온 비구승들의 정진이 장엄하지만, 언제 들러도 친정에 온 듯해 저 산 너머 세상의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머물고 싶다며 스님들을 조르는 곳이다.



울진의 기억이 더 깊어질 숱한 체험들

태원준 작가는 울진을 둘러보며 “하고 싶은 것, 여기에 다 있다”고 말한다. 제대로 잘 봤다며 백 번이고 끄덕여주고 싶다. 아~ 하는 탄성 말고는 덧붙일 말 한마디 없는 계곡이며 바다의 풍경이 있고, 가까운 사이끼리 무슨 돈이냐며 받은 지폐 바닥에 휙 던져버리는 날것의 인심을 간직한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라 사람들도 즐겼다는 온정리 백암온천과 덕구리 덕구온천은 울진의 자연을 가장 개운하게 누리는 방법을 일러주고, 백암온천 정보화마을은 수고로우나 정직한 삶을 체험하게 한다.

깊은 산속이 주는 아찔한 맑음을 경험하고 싶다면 구산오토캠핑장에서 즐기는 캠핑이나 글램핑이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울진의 바다도 챙길 것 많다며 더 욕심부려보라 부추긴다. 유난히 물이 맑은 울진의 바다는 낚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도 인기 만점이란다. 바다가 맑고 그 속이 풍성하지 않으면 가능할 리 없다. 그 맑은 바다를 항해하는 멋스러운 낭만에 빠져들 요트는 후포항에서 오를 수 있다.



울진의 맛

맑고 깊은 바다와 산을 함께 거느리고 있으니, 울진에서 먹을 것 마땅치 않다는 말은 아예 일이 없다. 철마다 다르게 올라오는 바다의 산물은 계절의 변화를 대신 알리고, 좋은 물과 땅은 믿음직한 맛을 완성한다. 여기에 울진 사람들의 소박하나 깊은 솜씨가 더해진다. 시간이 일러준 비결과 정성이 더해져 단출하면서도 입안에 오래 감도는 맛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울진 해안에서든, 작은 읍내 거리에서든, 혹은 산이 저만치 가까운 곳에서든 그 친숙함은 울진의 기억을 새롭게 덧칠해주었다.
 

울진 술도가

1920년부터 지금껏 3대가 술을 빚고 있다 해서 상상했던 그 양조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붉은 벽돌로 고풍스러우면서 세련되게 지어 갤러리라 해도 믿을 그곳에서 술이 익고 있다. 현대적인 설비를 갖추되 더 깊은 맛과 향으로 빚어지는 술이 홍순영 옹으로부터 그의 아들 홍시표 대표에게 이어져 울진 사람들을 기분 좋게 취하게 한다.


금강송으로 빚은 술


울진을 상징하는 금강송으로 울진 사람들은 좋은 술 빚을 생각을 해냈다. 울진군산림조합이 주축이 되어 ‘금강송 健勝酒(건승주)’ ‘금강송 힘찬술’ ‘금강송 18.8’ ‘금강송 내가 먹는 술’ 등을 선보인 것이다. 전통 가양주 제조법을 바탕으로 금강송 솔잎을 띄워 발효하고 가을 울진 송이에서 추출한 향을 더했으니
한잔 술에 울진이 가득 담겼다.

냉면_명성식당


울진에서 냉면을 챙겨 먹는다고 하면 반응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울진 여행에서 냉면 빠뜨리면 서운한 마음 절로 들게 하는 곳이 있으니 명성식당이다. 포구의 여느 횟집을 떠올리게 하는 식당 분위기라서 낯설다 싶지만 냉면 한 젓가락 들이켜는 순간 의심했던 마음이 절로 미안해지는 맛이다. 어떻게, 무엇으로 맛을 냈는지 아직까지 궁금한 육수도 명성식당의 냉면을 살리는 주인공이다.


물회_왕돌회수산 


동해안의 여름 맛은 물회에서 시작된다. 바다 맑은 울진도 이에 질 리가 없다. 한 그릇 받아 든 물회에는 전복, 멍게, 해삼, 참가자미가 넘치도록 담겨 있다. 저마다 식감이 개성 있어 입안에 넣고 한참 즐기다 보면 달큰하고 시원한 육수에 또 한 숟가락 들게 된다. 신선하고 푸짐한 해산물보다 더 강한 물회 맛의 비결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은어_호남식당


울진을 비롯해 경북과 강원의 물 맑은 계곡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5월부터 8월까지가 아니고서는 제맛을 보지 못하는, 청정 계곡에서만 잡힌다는 은어를 맛보려는 것이다. 산과 물 깨끗하기로 물러남이 없는 울진도 여름 은어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수박 향이 난다고 알려져 더 궁금했던 은어를 호남식당에 들러 회와 튀김으로 즐겼다.


곰치_우성식당 


동해안 여행에서 이만한 아침 해장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부드러운 살에 개운한 국물, 적당히 썰어 넣은 묵은지가 속풀이 한 그릇을 완성한 곰치국을 울진에서도 만났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곰치국 전문 식당이 많은 것도 이 국 한 그릇이 주는 심리적 효능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숲과 온천 그리고 바다가 있는 힐링 여행지, 울진


1박 2일 코스
금강소나무숲길 → 불영사 → 불영사계곡 → 덕구온천(숙박) → 죽변항 → 성류굴 → 망양정 → 엑스포공원

2박 3일 코스  
금강소나무숲길 → 불영사 → 불영사계곡 → 덕구온천(숙박) → 죽변항 → 엑스포공원 → 성류굴 → 망양정 →촛대바위 → 백암온천(숙박) → 후포항 → 월송정 → 대풍헌

울진에 대한 추가 정보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국내 여행 정보 포털 사이트. 추천 테마 여행, 관광 명소, 교통, 숙박, 맛집 등 지역 관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korean.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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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8월호 ‘원시 계곡과 바다, 그 길의 감동이 교차하는 땅 울진’ 기사에 실린 도보여행길을 걷고 ‘두루누비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durunubi.kr)’에 후기와 인증샷을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5분께 프로스펙스 워킹화를 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두루누비 페이스북을 참고하세요.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진행 최은초롱 기자 남기환 사진 홍태식 이상윤 디자인 김영화 취재협조 울진군청 지도 비틀맵 스타일리스트 류시혁 어시스트 이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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