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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황주리의 그림 에세이

봄날은 온다

2004. 04. 02

봄날은 온다

두사람, 2000, 캔버스에 아크릴, 46×60cm


4월이 오면 나는 늘 가슴 한 구석이 저린다.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이 화려한 대낮, 문득 이렇게 사라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 봄이면 더 짠하게 발목을 붙잡는 까닭은 무엇일까? 몇 년 전 봄날에 하나 밖에 없는 동생이 갑자기 쓰러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적이 있다. 그 뒤로 웬만해선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는 그 녀석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죽는다 생각하니 너무 외로운 기분이 드는 거야. 생각해보니 저 세상으로 간 가까운 사람이 아버지 하나 밖에 안계시잖아. 초등학교 때 죽은 친구 하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생각했지. 외롭지 않게 죽는 적당한 시점은 친한 사람들 여럿이 저 세상에 가서 자리잡고 날 기다리고 있고, 이승의 사람들은 이제 내 존재를 슬슬 부담스러워 할 때쯤이 아닐까 하고 말이지.”
하긴 동생보다 여섯 살 위인 나만해도 세상을 떠나는 지인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생각해보면 삶의 기쁨은 돈과 명예와 좋은 집과 풍광 좋은 곳으로의 여행과 맛있는 음식들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정겨움과 편안함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이었는지를 우리는 잊고 산다.
가끔은 미운 마음이 들더라도 그의 존재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면 참으로 아쉬울 소중한 사람들, 그들에게 조금 더 잘해주자. 노래방에 가서 ‘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4월의 봄 밤, 그 노래처럼 슬픈 노래를 나는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아직은 창창히 남아있는 봄날의 희망을 통장에 든 돈에 비하랴. 갈 때 가더라도 아! 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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