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엔 비가 올까요. 그래도 괜찮아요.”
가수 이적은 비가 와도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우천 시 빨래는 안 괜찮다. 특히 장마철과 환기가 용이하지 않은 자취방 컬래버는 빨래 건조에 최악의 환경이 조성된다. 실내 건조용 섬유 유연제를 사용해도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옷은 점점 꿉꿉해진다.
건조기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기숙사에 살던 시절. 지하 세탁실 건조기에 젖은 빨래를 넣고 기다리면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변신했다. 신세계를 경험한 이후 자취방에도 건조기를 들여놓고 싶지 않은 건 절대 아니었지만, 10㎏ 기준 70만~8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과 세탁기와 맞먹는 크기가 부담스러웠다.
최근 1인 가구가 늘며 모든 가전은 소형화되는 추세다. 10병이 채 안 들어가는 와인 냉장고, 1인용 식기세척기, 소형 식물 재배기(7월호 참고) 등. 핵심은 최신 가전이 주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 자리는 덜 차지하는 것. 혼수 필수템이 된 건조기도 ‘미니’ 버전이 나오고 있다.
건조기가 더욱 간절해지는 장마철, 위니아가 2월 출시한 ‘위니아 뉴 미니 건조기’(미니 건조기)를 사용해봤다. ‘뉴’가 붙은 모델답게 기존 제품에서 업그레이드됐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건조통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부직포 필터는 물 세척이 가능한 마이크로메쉬 필터로 바뀌었다. ‘미니’지만 일반 건조기가 갖고 있는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
퇴근 후 집에 도착하니 대문 앞에 건조기가 도착해 있었다. 미니 건조기 특징은 기사님의 별도 설치가 필요 없다는 것. 박스 포장을 뜯고 원하는 위치에 놓은 뒤 건조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이 빠져나갈 배기구만 꽂아주면 된다. 더운 바람과 습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벽에서 10㎝ 이상의 거리만 유지하자.
기기 자체 무게가 20㎏이라 솜털 같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동에 크게 무리가 없는 정도. 건조기 양옆에 파인 홈에 손을 넣고 건조기 위치를 혼자서도 쉽게 조정할 수 있다. 기자는 빨래 건조대를 얼른 치우고 그 자리에 미니 건조기를 뒀다. 양팔을 활짝 벌린 빨래 건조대 대신 미니 건조기가 차지하는 부피는 3분의 1 수준. 23㎡(7평) 남짓 방이 조금 넓어 보였다.
건조기의 특장은 세탁에서 가장 귀찮은 단계인 ‘널기’를 생략한다는 데 있다. 세탁을 마친 축축한 빨래를 그대로 건조기에 넣으면 끝. 이 건조기의 용량은 최대 3㎏다. 용량이 감이 잡히지 않아,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는 건조된 의류의 기준 무게를 참고해 건조기에 탈수가 끝난 옷들을 넣었다. 면 티셔츠 2장, 속옷 2장, 양말 3켤레, 타월 2장. 여름철 2~3일에 한 번씩 나오는 빨래의 양이다. 테스트 차원에서 비교적 건조가 어려운 청바지도 추가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표준 건조’ 코스로 맞춘 뒤, 건조를 시작했다. 면 의류에 적합한 표준 건조 외에도 울 등 옷감이 상하기 쉬운 소재를 위한 ‘섬세’ 코스나 냄새 제거 등 스타일러 기능을 해주는 ‘리프레쉬’ 코스도 있다.
박자에 맞춰 건조통이 ‘윙윙’ 돌아갔다. 베란다나 다용도실 같은 별도 공간이 없는 1인 가구는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터. 건조기와 1m 내 거리에서 스마트워치로 측정한 소음은 약 55dB(데시벨). 드럼세탁기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소음과 유사한 수준이다. 문을 하나 두고 건조기를 설치한다면 소음은 30데시벨 수준으로 줄어드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바지 단추 등 옷 부착물이 건조통에 부딪혀 나는 소리를 줄이려면 옷을 뒤집어 넣는 방법이 있으니 참고하자.
1시간 30분여가 지나 건조가 완료됐다는 알림음이 들렸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코인 세탁소에서 대용량 건조기에 의류를 넣고 돌린 것과 건조 상태에 큰 차이가 없었다. 면으로 된 의류는 따끈하고 뽀송하게 말랐다. 가장 좋았던 건 수건. 자연 건조된 수건은 보통 마른오징어처럼 빳빳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건조기를 통과한 수건은 미세한 결이 살아 있고 푹신푹신하다. 다만 청바지의 경우, 약간 덜 건조된 부분이 발견됐다. 청바지만 건조기에 다시 넣고 10분 정도 작동시키니 이는 해결됐다.
적은 양의 옷가지를 건조했을 뿐인데 필터에 먼지가 꽤 많이 차 있었다. 이게 다 옷에 붙어 있었던 먼지라고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상쾌해진다.
“건조기를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써본 사람은 없다.”
#미니건조기 #위니아 #문테크 #여성동아
문(文)영훈. 3년 차 잡지 기자. 기사를 쓰면서 이야깃거리를 얻고 일상 속에서 기삿거리를 찾는다. 요즘 꽂힌 건 테크.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가” 싶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기술에 매료된다.
사진 문영훈 기자
사진제공 위니아
가수 이적은 비가 와도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우천 시 빨래는 안 괜찮다. 특히 장마철과 환기가 용이하지 않은 자취방 컬래버는 빨래 건조에 최악의 환경이 조성된다. 실내 건조용 섬유 유연제를 사용해도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옷은 점점 꿉꿉해진다.
건조기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기숙사에 살던 시절. 지하 세탁실 건조기에 젖은 빨래를 넣고 기다리면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변신했다. 신세계를 경험한 이후 자취방에도 건조기를 들여놓고 싶지 않은 건 절대 아니었지만, 10㎏ 기준 70만~8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과 세탁기와 맞먹는 크기가 부담스러웠다.
최근 1인 가구가 늘며 모든 가전은 소형화되는 추세다. 10병이 채 안 들어가는 와인 냉장고, 1인용 식기세척기, 소형 식물 재배기(7월호 참고) 등. 핵심은 최신 가전이 주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 자리는 덜 차지하는 것. 혼수 필수템이 된 건조기도 ‘미니’ 버전이 나오고 있다.
건조기가 더욱 간절해지는 장마철, 위니아가 2월 출시한 ‘위니아 뉴 미니 건조기’(미니 건조기)를 사용해봤다. ‘뉴’가 붙은 모델답게 기존 제품에서 업그레이드됐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건조통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부직포 필터는 물 세척이 가능한 마이크로메쉬 필터로 바뀌었다. ‘미니’지만 일반 건조기가 갖고 있는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
빨래 널지 않을 자유
건조기가 돌아갈 때 1m내에서 측정한 소음(왼쪽)과 방문을 닫고 측정한 소음(오른쪽).
기기 자체 무게가 20㎏이라 솜털 같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동에 크게 무리가 없는 정도. 건조기 양옆에 파인 홈에 손을 넣고 건조기 위치를 혼자서도 쉽게 조정할 수 있다. 기자는 빨래 건조대를 얼른 치우고 그 자리에 미니 건조기를 뒀다. 양팔을 활짝 벌린 빨래 건조대 대신 미니 건조기가 차지하는 부피는 3분의 1 수준. 23㎡(7평) 남짓 방이 조금 넓어 보였다.
건조기의 특장은 세탁에서 가장 귀찮은 단계인 ‘널기’를 생략한다는 데 있다. 세탁을 마친 축축한 빨래를 그대로 건조기에 넣으면 끝. 이 건조기의 용량은 최대 3㎏다. 용량이 감이 잡히지 않아,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는 건조된 의류의 기준 무게를 참고해 건조기에 탈수가 끝난 옷들을 넣었다. 면 티셔츠 2장, 속옷 2장, 양말 3켤레, 타월 2장. 여름철 2~3일에 한 번씩 나오는 빨래의 양이다. 테스트 차원에서 비교적 건조가 어려운 청바지도 추가했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표준 건조’ 코스로 맞춘 뒤, 건조를 시작했다. 면 의류에 적합한 표준 건조 외에도 울 등 옷감이 상하기 쉬운 소재를 위한 ‘섬세’ 코스나 냄새 제거 등 스타일러 기능을 해주는 ‘리프레쉬’ 코스도 있다.
새 삶을 되찾은 수건
거추장스러운 빨래 건조대 대신 미니 건조기를 이용하니 집 환경이 한결 쾌적해졌다.
1시간 30분여가 지나 건조가 완료됐다는 알림음이 들렸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코인 세탁소에서 대용량 건조기에 의류를 넣고 돌린 것과 건조 상태에 큰 차이가 없었다. 면으로 된 의류는 따끈하고 뽀송하게 말랐다. 가장 좋았던 건 수건. 자연 건조된 수건은 보통 마른오징어처럼 빳빳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건조기를 통과한 수건은 미세한 결이 살아 있고 푹신푹신하다. 다만 청바지의 경우, 약간 덜 건조된 부분이 발견됐다. 청바지만 건조기에 다시 넣고 10분 정도 작동시키니 이는 해결됐다.
적은 양의 옷가지를 건조했을 뿐인데 필터에 먼지가 꽤 많이 차 있었다. 이게 다 옷에 붙어 있었던 먼지라고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래서 사, 말아?
위니아 뉴 미니 건조기는 온라인에서 약 32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싼 가격이다. ‘미니’ 건조기가 제구실을 할까 우려돼 망설이는 이들에게는 구입을 권한다. 용량은 적지만 실력은 대형 건조기 못지않다. 물론 젖은 빨래를 건조대에 직접 너는 수고가 이 정도의 값어치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건조기에 관한 격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건조기를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써본 사람은 없다.”
#미니건조기 #위니아 #문테크 #여성동아
문(文)영훈. 3년 차 잡지 기자. 기사를 쓰면서 이야깃거리를 얻고 일상 속에서 기삿거리를 찾는다. 요즘 꽂힌 건 테크.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가” 싶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기술에 매료된다.
사진 문영훈 기자
사진제공 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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