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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더로우’ 대신 ‘코스’? 가심비 브랜드의 역습

오한별 객원기자

2026. 04. 15

럭셔리 하우스의 감도를 합리적인 가격대로 끌어내린 패션 브랜드가 인기다. 가격표의 0 몇 개를 덜어내고도 퀄리티와 우아함을 잃지 않는
가심비 브랜드의 힘.

코스 · 아르켓 · 소시오츠키 X 자라

코스 · 아르켓 · 소시오츠키 X 자라

하이엔드 하우스의 미학을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온 브랜드들이 패션 신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패션 플랫폼 리스트(Lyst)의 ‘2025년 4분기 리스트 인덱스’에 따르면 상위 20개 브랜드 중 명품 브랜드의 비중은 2022년 초 18개에서 최근 13개까지 줄어들었다. 그 틈을 메운 것은 영리한 ‘서브 럭셔리’ 브랜드들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로에베의 패딩 재킷이 독점하던 자리를 이제는 마시모두띠의 패딩이 대신했고, 코스는 전 분기 대비 수요가 60% 급증하며 미우미우, 생로랑과 함께 공동 3위라는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이는 명품 브랜드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 지친 소비자들이 이제는 다른 선택지를 찾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감도 높은 실루엣과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접근 가능한 가격을 제안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로고의 권위에만 기대지 않는다.

‘하이엔드 맛’ 브랜드의 약진

요즘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더로우’가 전파한 미니멀리즘 미학에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가방 하나에 7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이르는 가격표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럽게 마련. 그래서 소비자들은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그런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는 서브 럭셔리 브랜드로 ‘코스’를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두 브랜드는 자주 비교된다. 지난해 겨울 틱톡에서는 코스의 네이비 울 니트와 더로우의 ‘오필리아’ 니트를 비교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오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스는 건축적인 실루엣과 세련된 컬러 팔레트로 SPA 브랜드 이상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심플하게 걸쳐도 의도적으로 스타일링한 듯 보이는 균형감 덕분에, 로고보다 미학적 완성도를 중시하는 패션 피플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는다. 더로우가 가진 절제된 모던 럭셔리를 구현하는 데 코스가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을 가진 ‘마시모두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울과 실크, 가죽 등 고급 소재를 꾸준히 사용하면서도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디자인은 실제 가격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를 만든다. 조화로운 색조와 안정적인 테일러링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실패 없는 우아함을 제공한다는 평이 많다.



스웨덴 브랜드 ‘아르켓’은 과시적인 디자인 대신 니트웨어와 테일러링 같은 기본 요소에 집중한다. 천연 섬유와 클래식 핏에 대한 꾸준한 투자는 이 브랜드를 ‘오래 입을수록 가치 있는 옷’으로 만든다. 

거장의 터치를 소유하는 ‘디자이너 컬래버’

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둔화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은 구찌와 보테가베네타 등을 거느린 명품 그룹 케링(Kering)의 매출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패스트 리테일링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3조4005억 엔(약 32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디자이너 협업을 통해 이뤄진 일명 ‘패션의 민주화’가 있다. 크리스토프 르메르의 미학을 반영한 ‘유니클로 U’와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과의 협업 라인은 로고 없이도 충분히 세련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여기에 지방시와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낸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이끄는 ‘유니클로 : C’ 라인까지 더해지며, 럭셔리 하우스의 재단과 고급스러움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현했다.

유니클로 JW앤더슨

유니클로 JW앤더슨

유니클로 U

유니클로 U

스페인 스파 브랜드 ‘자라’ 역시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스테파노 필라티, 수잔 팡 그리고 최근에는 2025 LVMH 프라이즈에 선정된 소시오츠키 등 여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자라를 트렌드 추종자들만 찾는 패스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넘어 스타일의 발신지로 끌어올린 셈이다.

이처럼 명품의 미학을 영리하게 흡수한 브랜드들의 활약은 이번 시즌 실제 판매에서도 증명되는 중이다. 자라의 올봄 신상인 페이크 레더 재킷은 ‘생로랑 맛 재킷’이라는 별명으로 SNS에서 화제가 됐고, 마시모두띠의 슬림 스니커즈는 빈티지한 색감으로 이번 시즌 미우미우 운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코스의 테일러드 재킷과 가방 역시 더로우를 연상시키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배기 진의 인기가 올해까지 지속되고 있다. 샤넬 2026 S/S 런웨이 이후 키 아이템으로 부상한 집업 스웨트 셔츠 역시 놓쳐선 안 될 포인트. 

각자의 전략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이 브랜드들 덕분에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표의 무게에서 벗어나 취향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비싼 이름값 대신 실루엣과 소재의 본질을 선택하는 안목. 그 영리한 탐미주의가 옷장에 로고보다 은은한 품격을 더해줄 것이다.

#패스트패션 #가심비 #코스 #여성동아

사진제공 마시모두띠 아르켓 유니클로 자라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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