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흐 ‘아를의 붉은 포도밭’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2003년, 2005년, 2009년 ‘라-라-라 시리즈’에 100점을 주기도 했다. 그는 “벨벳 같은 질감의 끝나지 않는 마무리에 걸쳐 점차 변하는 다크 프루트 풍미의 만화경을 제공한다”(2017)며 세 와인에 대해 멋진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이 중에서 라 랑돈은 100% 시라즈(암적갈색과 짙은 보라색 포도 품종)로만 만들어 타닌이 강하며 강렬한 풍미와 묵직한 구조감이 특징이다. 코트 로티 라 랑돈의 라벨에는 웃통을 벗은 3명의 남성이 사각형 통 안에서 포도를 밟는 모습이 갈로로망 모자이크 방식으로 담겨 있다. 이 라벨을 보자 리옹의 갈로로망박물관과 세비야고고학박물관에서 본 모자이크화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갈로로망(Gallo-Romaine)은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은 갈리아 지방의 로마화된 갈리아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기갈의 ‘라-라-라 시리즈’, 라 랑돈(왼쪽). 라 랑돈 라벨 그림과 유사한 포도 밟기 모자이크화. 스페인 세비야고고학박물관 소장.
포도주 양조는 포도를 수확하여 밟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포도 밟기는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맨발로 포도를 밟아 으깰 때는 힘듦을 잊기 위해 노동요처럼 음악을 곁들이기도 한다. 그래서 고될 법한 노동은 그들에게 때때로 즐거운 유희가 되기도 한다. 라 랑돈의 라벨에 담긴 세 남성의 역동적인 포도 밟기는 라 랑돈의 맛이 얼마나 다채로우면서 즐거울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이기갈코트로티라랑돈 #와인과춤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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