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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식후 졸림, 혈당 스파이크 증상 아닙니다”

조영민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정세영 기자

2025. 10. 06

혈당 스파이크, 혈당 다이어트 등 혈당 관련 수많은 정의와 질문이 넘쳐나는 요즘, 내과 명의이자 당뇨병 분야 최고 전문가 조영민 교수를 만나 혈당의 기본 원리와 증상 및 구체적인 처방법을 들었다.

혈당 스파이크는 음식 섭취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 이를 막기 위해 떡볶이에 떡 대신 곤약을 넣거나, 기상 후 물에 레몬즙을 타 마시는 등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식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혈당 관리는 많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혈당이 오르면 심혈관계에 큰 부담을 주고 나아가 당뇨병, 비만, 고혈압 등의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종 콘텐츠에서는 “혈당을 낮추려면 탄수화물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애사비를 먹으면 혈당도 낮아지고 살도 빠진다” “혈당 다이어트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다양한 주장이 난무한다. 이와 같은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가장 고통받고 있는 건 당뇨병이나 혈당 관련 질환 등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다. 이들에게 혈당 스파이크는 그저 건강관리가 아닌 생사가 달린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정확한 데이터와 연구를 바탕으로 혈당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줄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조영민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현재 당뇨병 외에도 비만,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2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탁월한 의과학자로서 국내 의료계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EBS ‘명의’ ‘귀하신 몸’,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출연해 건강과 의과학 지식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시간제한 다이어트’ ‘혈당 스파이크 제로’ 등이 있다. 

조영민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의 기준부터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식후 혈당이 식전에 비해 30mg/dL(밀리그램 퍼 데시리터·혈액 100mL당 특정물질 농도) 올라가면 혈당 스파이크로 간주한다. 이에 조영민 교수는 “당뇨병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적어도 식전, 식후의 혈당 차이가 50mg/dL 정도는 돼야 혈당 스파이크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혈당 스파이크의 기준을 50mg/dL로 잡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정상 혈당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적 검사를 한 결과 공복 혈당은 90mg/dL 정도고, 식후에는 140mg/ dL를 기록했어요. 따라서 두 수치의 차이인 50mg/dL를 넘는 경우를 혈당 스파이크의 최소 기준으로 잡은 거죠. 식후 혈당을 140mg/ dL로 잡은 이유는, 스페인의 한 연구에서 혈당이 140mg/dL 이상의 구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았어요. 또 연구 당시부터 5년 후까지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의 혈당이 70~140mg/dL 범위를 거의 벗어나지 않았고요. 결론적으로 건강한 성인의 경우 식후 혈당이 140mg/dL를 거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왜 생기나요.

크게 3가지 요인이 있어요. 단순당과 정제 곡물의 과잉 섭취, 위 배출 속도의 변화, 인슐린 분비 및 이상 작용이요. 이 중 혈당 스파이크의 주원인은 단순당의 과잉 섭취예요. 단순당은 단순한 구조로 이뤄진 탄수화물로 포도당, 과당 등이 있습니다. 빵, 음료, 과자를 비롯해 백미, 밀가루 등 정제 곡물을 활용해 만든 음식들이 여기 해당하죠. 이는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킵니다. 또 음식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는 속도를 뜻하는 위 배출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해요. 식이섬유 함량이 적고, 단순당이 많이 포함된 음식은 위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짧습니다. 따라서 위 배출 속도가 빨라지죠.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위 배출 속도가 빠른 음식 위주의 식사는 혈당 조절에 악영향을 줘요. 마지막으로 혈당이 올라가면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을 분비해요.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이 근육과 지방 세포로 들어가는 열쇠 역할을 하죠. 만약 인슐린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포도당이 해당 세포로 들어갈 수 없게 돼요.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인슐린 분비 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혈당 조절도 어려워집니다. 결국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하는 거죠.

혈당 스파이크의 주요인으로 탄수화물을 지목하셨어요. 탄수화물은 무조건 줄여야 하나요. 

극단적으로 먹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주요한 에너지원이에요. 무조건 줄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죠. 핵심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거예요. 현미, 호밀, 보리, 통밀빵 등처럼 도정을 덜 해 거의 통째로인 곡물, 즉 통곡물이 이에 해당하고요. 통곡물은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돼 탄수화물이 천천히 흡수될 수 있게 도와줘요. 이에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며 혈당이 천천히 오르죠. 간혹 통곡물을 먹고 소화 불량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는 차라리 흰쌀밥을 조금 섭취하는 편이 낫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를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혈당을 체크해주는 기계로, 몸에 부착해놓으면 24시간 연속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해주죠.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을 그래프로 보여줘요.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요즘은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파악할 수 있게 데이터를 스마트폰이나 전용 모니터로 전송해주기도 합니다.

식후 졸림, 피로감, 무기력 등의 원인으로 혈당 스파이크가 지목돼요.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현상인가요. 

자신 있게 “아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만약 이 같은 증상이 혈당 스파이크 때문이라면 당뇨병 환자들은 하루 종일 졸리고 피곤해야 하거든요. 식후에 졸리고 에너지가 떨어지는 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거나, 피곤하거나 하는 상황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이 같은 현상을 혈당 스파이크와 연관 지을 필요는 없어요. 산책 등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어요. 

“먹는 순서만 바꿔도 혈당, 몸무게 쑥 내려가요”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하루 섭취량을 정해놓고 조금씩, 천천히 먹는 게 중요해요. 같은 음식이라도 여러 번 쪼개서 섭취하면 소장으로 들어가는 탄수화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혈당 스파이크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천천히 먹으면 위에서 십이지장, 소장으로 내려가는 음식과 탄수화물의 양이 적어져 혈당 관리에 큰 도움이 돼요. 천천히 먹는 방법은 간단해요. 음식 씹는 횟수를 늘리고, 음식이 입안에 있을 때는 수저와 젓가락을 내려놓는 거죠. 이 정도로도 충분히 식사 속도를 늦출 수 있어요. 또 식후에는 15분 정도의 산책이나 계단 오르기 같은 신체 활동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혈당 조절과 체중 관리를 동시에 하고 싶다면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먹는 순서를 바꾸는 거예요. 일본 교토대학의 다이스케 교수가 밥→생선, 생선→밥, 육류→밥 순서로 식사하는 그룹을 만들어 식후 혈당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어요. 그 결과 밥을 먼저 먹은 그룹에 비해 생선이나 육류를 먼저 먹은 그룹의 식후 혈당 수치가 낮았습니다. 이는 곧 체중 감소로 이어졌고요. 저희 역시 비슷한 실험으로 유사한 결과를 도출해냈습니다. 단백질이나 식이섬유를 먼저 섭취한 뒤 탄수화물을 먹으면 식후 혈당 수치가 덜 오른다는 것을 확인한 거죠. 혈당 및 체중 감소를 원한다면 한정식을 먹을 때는 반찬→밥의 순서로, 떡볶이와 같은 고탄수화물 음식은 샐러드 혹은 삶은 달걀을 먹은 뒤 본 요리를 섭취하는 식으로 식사 순서를 조절해보세요.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먹을 때는 무엇을 먼저 섭취해도 큰 차이가 없어요. 탄수화물만 가장 마지막에 먹으면 됩니다.

음식마다 소화할 시간도 따로 정해두어야 효과가 커지나요.    

식이섬유나 어류, 육류를 먼저 먹고 15~30분 후에 다음 음식을 먹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불가능하죠. 사실 음식마다 텀을 둬서 먹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천천히 먹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요리의 맛을 오랫동안 음미하면서 먹고, 배가 70~80% 정도 차면 숟가락을 내려놓는 거죠. 식사 순서와 속도를 모두 지켜야 효과가 극대화돼요.

조영민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방법으로 탄수화물을 나중에 섭취하는 ‘거꾸로 식사법’을 제안했다.

조영민 교수는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방법으로 탄수화물을 나중에 섭취하는 ‘거꾸로 식사법’을 제안했다.

아이들도 식사 순서를 바꿔서 먹는 게 도움이 될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밥이 식탁의 주인공이었어요. 반찬은 심지어 부식으로 불렸죠. 밥을 먹기 위해 반찬을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메인 요리를 다 먹은 뒤 후식으로 밥을 먹거나, 요리를 먹다 배가 부르면 밥을 건너뛰는 경우도 많아요. 탄수화물을 제일 마지막에 먹는 게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닌 거죠.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탄수화물을 아예 먹이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아이는 빵, 과자 등을 통해 탄수화물을 수시로 접하고 있어요. 식사 시간에도 밥을 많이 먹게 되면 탄수화물 과부하 현상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단백질이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먼저 배를 채우게 한 뒤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제공해 그 양을 줄이는 거죠. 

애사비(애플·사이다·비니거)가 혈당 및 체중 조절에 효과가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를 입증하는 임상 결과도 있거든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하루에 30mL의 애사비를 섭취하게 했더니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저밀도 지단백(지질과 단백질의 복합체)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했어요. 2025년 발표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애사비가 공복 혈당을 평균 21.9mg/dL, 당화혈색소를 153% 감소시켰어요. 체중 역시 연구 시작 대비 5~7kg 정도 줄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애사비는 사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음료예요. 주요 성분인 아세트산이 소화 효소인 아밀레이스의 활동을 억제하죠. 이로 인해 전분의 분해와 포도당으로의 전환 속도를 지연시켜 식후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합니다. 하지만 애사비는 강한 산성을 지니고 있어요. 때문에 섭취 횟수와 양을 조절하고, 희석해서 먹을 것을 추천해요. 이를 지키지 않으면 치아가 부식되거나 손상될 가능성이 크죠. 또 빨대를 사용하거나 먹은 뒤 입안을 물로 가볍게 헹구는 것이 좋습니다.

혈당을 낮춰준다는 식품과 영양제를 챙겨 먹는 이들이 많아요. 실제 도움이 될까요.

굳이 따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누에가루, 꾸지뽕, 여주, 돼지감자 등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식품은 예전부터 유행이었어요. 하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예요. 가장 많이 알려진 돼지감자의 경우 이눌린이라는 식이섬유가 포함돼 있어요. 이눌린이라는 명칭이 인슐린과 비슷해서인지 ‘먹는 인슐린’이라고 불리기도 했죠. 하지만 이 둘은 완전 다릅니다. 돼지감자에 식이섬유가 함유돼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순 있지만 100g 기준으로 일반 감자와 돼지감자 각각 식이섬유가 1g, 3g 정도 들어 있어요. 탄수화물 함량 역시 비슷한 수준이고요. 요즘 각종 자극적인 멘트를 더한 혈당 스파이크 관련 영양제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요. 실제 이 영양제들은 혈당 조절에 큰 도움을 주진 않습니다. 너무 맹신하진 않았으면 해요.

혈당 및 건강관리를 위한 조언 부탁드려요.

제가 혈당 관련 수많은 연구를 하고 나서 깨달은 건, 결국 건강한 생활 습관이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에요. 어떤 음식을 언제 어떻게 먹는지 등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말씀을 드렸지만, 이는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등 기본적인 습관을 준수한다는 가정하에 이뤄져야 하거든요. 하루 7~8시간 수면을 취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식단 관리를 한다면 누구나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어요. 기본을 지켜야 혈당은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혈당스파이크 #혈당 #당뇨병 #조영민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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