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라베리 ‘빈사의 백조’ 안나 파블로바(1911), 테이트브리튼갤러리.
‘퀴베 드 트루아(Cuvee de Trois)’ 진판델 2017은 러시안 리버 밸리산 레드와인이다. 1972년 미국은 진판델이 이탈리아 폴리아 지역 품종인 프리미티보와 동일한 포도라고 발표했고, 유럽연합은 1999년에 두 품종이 동일하다고 인정했다. 조셉 스완 빈야드 와이너리의 창시자 조셉 스완은 캘리포니아에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마지막 빈티지는 1987년이었고 뒤를 이어 롭과 린 버글런드가 그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퀴베 드 트루아 진판델 2017은 포도의 풍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데, 금주법 시대에 심은 이 지역의 오래된 포도나무 진판델 포도원에서 생산된다.
우아한 백조 한 마리를 품고 있는 퀴베 드 트루아 진판델 2017의 라벨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조셉 스완이라는 이름과 함께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1881~1931)가 떠오른다. 안나 파블로바는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세기 초 러시아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미하일 포킨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새로운 리사이틀 형식의 발레를 만들어 냈다. 물가에서 죽어가는 백조를 표현한 ‘빈사의 백조(The Dying Swan)’(1905)다.
포킨은 안나 파블로바를 바라보며 “당신은 한 마리의 아름다운 새 같구려. 깃털이 흰 새. 그것은 사랑의 상징일 수도 있지. 슬프고 달콤한 고통과 죽음의 상징…”이라고 독백했다. 이 작품은 전설로 남은 안나 파블로바의 대표작이 됐다. 2분 남짓한 독무는 화려한 장치도, 의상도, 다른 무용수도 없이 오로지 발레리나 한 명의 몸짓만으로 채워간다. 죽음에 직면한 백조가 삶에 대한 강렬한 갈망으로 몸부림치다 결국은 죽음에 다다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블로바는 길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에 그녀만의 감성을 실어 한 편의 시로 승화시켰다.
‘빈사의 백조’는 많은 관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1925년 남미 순회공연 당시 반주를 맡았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1876~1973)가 파블로바의 춤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눈을 감고 연주했다는 회고담이 전해진다. 20세기 첼로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도 아름다운 백조의 몸짓에 매료됐던 것이다.

조셉 스완 빈야드의 퀴베 드 트루아 진판델 2017(왼쪽). ‘백조의 호수’ 안나 파블로바(1920). ⓒCordon Press.
안나 파블로바는 50세 생일을 앞두고 급성 폐렴에 걸려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호텔에서 백조 의상을 가슴에 품고 한 마리 백조처럼 죽음을 맞이했다. 순회공연 중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런던에서의 마지막 무대는 무용수가 없는 공연이 진행됐다. 생상스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그녀를 따라 비추던 조명만이 무대를 채웠다. 음악이 끝난 뒤 모든 관객이 기립하여 안나 파블로바에게 경의를 표했다.
퀴베 드 트루아 진판델 2017의 라벨은 안나 파블로바와 조셉 스완을 닮았다. 인생이라는 여정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에게 한 마리 백조처럼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쉬지 않고 발을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백조 같은 삶을 산 그들을 떠올리며, 다시 보고 싶고 다시 마시고 싶은 그리운 백조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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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찬주 사진출처 유니버셜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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