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지난 2022년 BTS가 쏘아 올린 사운드체크 포함 입장권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도 도입됐다. 사운드체크를 구매하면 본공연 전 입장해 리허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간 에이티즈는 전석 동일 가격이고, 사운드체크는 본공연 예매자에 한해 별도로 구매하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기획사가 앞 열 좌석에 사운드체크를 묶어 일반석보다 약 20~30% 비싼 VIP석으로 판매해왔다. 대세를 따라 언제 바뀌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번 3월 KSPO돔(옛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앙코르 콘서트는 팬클럽 선예매 날짜와 해외여행 일정이 겹쳐 사촌을 ‘용병(티케팅을 도와줄 지인 등을 뜻하는 말)’으로 구해놨었다. BTS와 스트레이 키즈 콘서트로 숙련된 사촌은 무대 앞에 바로 설치돼 있는 1층 자리, 플로어석을 잡아주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런데 사운드체크 별도 구매에서 사운드체크가 포함된 차등 좌석제로 바뀐 것이다. 그렇게 앞자리에 대한 꿈은 시도도 하지 못하고 날아가버렸다. 사운드체크 포함석 19만8000원, 나머지는 15만4000원으로 비단 4만4000원의 가격차가 문제가 아니었다. 3월 22일과 23일 모두 관람할 계획이라 체력이 따라줄지 몰라서였다.
3~4곡 20분 리허설 보려면 대기 3시간

한국과 달리 현재 ‘티켓마스터’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으로 판매 중인 제이홉의 미국 공연들.
대부분의 아이돌 공연은 사운드체크를 다음과 같이 운영한다. 일단 사운드체크를 보려면 본공연 시작을 기준으로 거의 4~5시간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 공연 3~4시간 전 입장한다. 20분 남짓 3곡 정도 부르고 사운드체크가 끝나면 아티스트는 일단 무대에서 퇴장하지만, 팬은 공연장 안을 떠날 수 없다. 간혹 퇴장 후 재입장을 허락하거나, 고척돔처럼 공연장 안에 편의시설이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사운드체크 포함석에 도전해볼 만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음식물 반입이 안 되는 공연장 안에서 쫄쫄 굶으며 본공연을 기다려야 한다. 이때 더 최악의 케이스는 본공연을 스탠딩으로 봐야 할 때다. 콘서트에 따라 무대 앞자리를 스탠딩 구역으로 운영하기도 해서다.
물론 꼭 사운드체크 때 입장하지 않아도 된다. 본공연만 봐도 상관없다. 부분 환불이 되지 않아 그저 앞자리를 더 비싸게 산 사람이 될 뿐이다. 또 막상 사운드체크에 들어가면 20분 남짓한 그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이돌과 서로 눈 맞춤이 가능한 거리다 보니 팬 서비스의 축복이 쏟아지고, 각 잡힌 무대복이 아닌 사복 입고 공연하는 색다른 모습을 보는 맛도 있다. 결국 사운드체크 포함석은 힘들고 배고픈 3시간의 대기 시간과 행복한 20분을 맞바꾸는 애증의 자리다. 어떻게 보면 전석 동일 가격인 공연보다는 앞자리 경쟁률이 좀 더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본격적인 사운드체크 포함석의 역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값은 2019년 12만 원대에서 공연이 재개된 2021년부터 조금씩 올라 현재는 일반석 15만 원대, VIP석 19만 원대로 상향 평준화됐다. 그 과정에서 전석 동일 가격 제도가 일반화되고, 차등 가격제더라도 일종의 번들 판매인 사운드체크 포함석이 생겼다. 팬들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가격은 은근슬쩍 올라간 셈이다.
전석 동일 가격 제도는 뮤지컬, 클래식, 무용 등 여러 공연 장르 중에서도 유독 아이돌 콘서트에서 많이 보인다. 가격이나 자리가 어떻든 팬들이 공연을 보러 오리란 확신이 없다면 잠실주경기장 3층과 고척돔 4층을 1층 자리와 같은 값을 받는 모험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고척돔 4층은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 폭이 좁아 고소공포증이라도 있다면 이동은 물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기도 쉽지 않다. 오죽하면 팬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인 임영웅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총 6일 동안 고척돔에서 연 ‘임영웅 리사이틀’에서 안전을 위해 4층을 가족석(2매)으로만 판매했을까. 잠실주경기장 3층도 콘서트 현장에 내가 아이돌 및 여러 팬들과 함께 있다는 데 더 의의를 두는 자리다. 무대 위 아티스트는 ‘면봉’처럼 보이지만, 원격 제어되는 응원봉이 펼치는 장관을 내려다보며 노래 부르러 가기엔 좋다.
20만 원 넘긴 콘서트들의 등장, 그래도 행복하다면

비슷한 시기 콘서트를 여는 지드래곤과 제니는 좌석을 4종류로 늘리긴 했으나 사운드체크 포함석을 22만 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요즘 여기에 더해 콘서트 티켓값이 또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다. 지난 1월 25일과 26일 KSPO돔에서 첫 월드 투어 서울 공연을 개최한 베이비몬스터 공연의 티켓값은 전석 동일 16만5000원이었다. 대신 수능응시자, 가족 단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9만9000원 이벤트를 마련했다. 역시 같은 KSPO돔에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3일간 진행하는 BTS 멤버 제이홉 콘서트는 차등 가격제이긴 하지만 VIP석이 20만 원을 넘겼다. VIP석(스탠딩) 22만 원, 밋&그릿석(스탠딩) 22만 원, 일반석(스탠딩·좌석) 16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BTS 멤버의 솔로 콘서트 VIP석이 20만 원을 넘긴 건 벌써 두 번째다. 3월 29일과 3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여는 지드래곤 콘서트의 경우 좌석은 4종류이며, 가격은 일반 예매 기준 15만4000~22만 원이다. 3월 15일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개최하는 블랙핑크 제니의 솔로 콘서트 또한 좌석이 4종류로, 가격은 14만3000~22만 원이다.
눈에 보이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숨은 비용이 더 있다. 팬들은 팬클럽에 가입한 후 선예매 날짜에 티케팅하는 경우가 많다. 1만~4만 원가량의 연간 팬클럽 가입 비용과 예매처 수수료, 티켓 배송료까지 더하면 15만 원대 일반석의 실질적인 티켓값은 20만 원에 가까워진다. 공연 전까지 ‘취케팅(취소표 티케팅)’에 도전한다면 예매처에 내야 하는 취소 수수료도 있다. 여기에 콘서트 기념 MD는 선택이다.

팬들에 대한 진심을 담아 호평이 쏟아진 NCT 태용의 콘서트. 와이어 퍼포먼스는 특히 압권이었다.
치솟는 물가를 생각하면 공연 티켓값만 엄청 오른 것 같지는 않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역동적인 아이돌 콘서트에서는 특수효과를 많이 사용한다. 곳곳에 설치하는 중계 스크린만 해도 정말 비싸다”며 “그나마 국내 공연은 가격이 변동적인 미국이나 추첨제인 일본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확대 중인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은 수요에 따라 시가로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하이브, JYP 등은 북미 공연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했다. 국내에도 곧 도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국내 정서상 아직까진 무리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K-팝 팬덤은 주로 10대에서 30대까지로 이루어져 있다. 30대를 제외한다면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편이다. 문화산업 관련 한 교수는 “콘서트는 주체가 다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가격을 통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름값을 보는 게 맞는 방식”이라면서도 “다만 장르적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K-팝과 뮤지컬은 주요 관람객이 다르고, 각각이 적절하다고 받아들이는 수준 또한 다르다. 그런 점에서 관람석 등급을 1~2개로 묶는 건 지적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가격을 낮출 수 없다면 더 다양한 선택권을 주거나, 그만큼 값어치를 하면 된다. 지난해 2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NCT 태용의 첫 단독 콘서트에서 태용은 스토리의 유기적인 진행을 위해 9곡을 내리 부른 후에야 첫 멘트를 했다. 나가는 팬들에게는 장미꽃 한 송이씩을 선물했다. 아이유의 경우 놀이공원 페스티벌 같은 공연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2010년부터 공연 때마다 팬들에게 방석을 선물해오고 있다. 콘서트는 그런 자리다. 매출의 수단이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행복을 주고 행복을 채워가는 시간이다.
#콘서트 #아이돌 #여성동아
사진출처 BTS 태용 SNS 티켓마스터 및 각 예매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