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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올봄 나들이 힙당동, 여기 어때?

전혜빈 기자

2025. 03. 11

무당, 쌀, 떡볶이 그리고 쇼핑까지. 사람들이 늘 모여드는 신당동의 끝없는 매력. 

문구류 디자이너로 트렌드에 민감한 민지오(25) 씨는 요즘 부쩍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친구를 만난다. 그는 “신당역은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모두 지나서 다무당골이 쇼룸 성지로 거듭나기까지양한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만나기 편한 곳”이라며 “오래된 건물 사이 신선하고 독특한 매장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볼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무당골이 쇼룸 성지로 거듭나기까지

2월 7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싸전 거리. 오래된 건물 사이로 힙한 매장들이 자리 잡았다.

2월 7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싸전 거리. 오래된 건물 사이로 힙한 매장들이 자리 잡았다.

조선시대에 신당동은 무당들이 굿을 하던 곳이었다. 신당동은 조선의 사소문인 광희문 근처로, 전쟁이 나면 시체들이 많이 나가는 문이라고 해서 ‘시구문’이라고 불렸다. 근처에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무당집이 들어서면서 무당골, 신당골이라고 불리던 것이 신당동 이름의 기원이다. 해방 이후에는 서울중앙시장을 중심으로 쌀가게가 번창했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故 정주영 회장의 첫 사업 역시 신당동에 오픈한 쌀가게였다.

근래까지 신당동에는 대대적인 재개발이 없었다. 신당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 김 모 씨는 “신당동에는 30~40년 된 가게가 태반”이라며 “젊은 사장들이 가게를 내려고 해도 그 양반들(오래된 가게 주인들)이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지역이 개발되면서 고급 주택과 대형 상업 시설이 들어서는 현상)이 진행된 여느 동네와 달리 오래된 풍광을 간직할 수 있었다.

2022년 무렵부터 신당동에 젊은 사업가들이 속속 찾아들어 가게를 오픈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핫플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22년을 전후로 무당촌 콘셉트의 칵테일 바 ‘주신당’, 양곡 창고를 개조한 베이커리 ‘아포테케리’와 ‘심세정’이 문을 열었고 신당동 대신 ‘힙당동’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오래된 건물과 독특한 콘셉트의 새로운 가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올드 & 뉴’ 분위기가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매력적인 풍경과 MZ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의 교차점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이 힙스터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2023년부터는 독특한 분위기의 요식업체에 이어 패션 쇼룸과 소품 숍 등이 들어서며 힙스터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3월에는 트렌드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무신사가 ‘무신사 스튜디오’를 신당동에 오픈했다. 이곳은 무신사 제품의 제작부터 판매까지 진행하는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다. 프랑스 콘셉트의 소품 숍 ‘세실앤세드릭’과 ‘르시르주’ ‘닐바이피’ 등 다양한 의류 브랜드 쇼룸도 연이어 문을 열며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이을 패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신당동에서 쇼룸을 운영 중인 의류업계 관계자는 “의류 브랜드 사무실이 주로 신당동이나 약수역 부근에 있는데, 재고 이동이 용이한 곳을 찾다 보니 신당동에 쇼룸이 생기는 추세”라며 “낡은 골목에 리모델링한 개성 넘치는 새 건물들이 들어서며 생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신당동은 오랜 변화를 거쳐 다양한 매력을 갖춘 핫플로 거듭나고 있다. 따스한 바람이 나들잇길을 재촉하는 봄을 맞아 레트로 무드의 다양한 볼거리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의류 브랜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힙당동을 가보는 건 어떨까.

올봄 나들이 ‘힙당동’ 여기 어때?

1. 쌀 창고 개조한 베이커리 _ 심세정

예전 양곡 창고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베이커리. 해방 이후 지어진 건물들 사이, 서울중앙시장 앞에 자리하고 있다. 신당동의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과거 주식이었던 쌀 창고와 현재 즐겨 먹는 베이커리, 커피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유명한 빵 맛집으로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심세정은 ‘마음을 씻는 정자’라는 뜻으로, 이름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넉넉한 마음은 운영 방침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동석 대표는 매일 베이커리를 만들어서 팔고 남은 빵을 인근 중구 사회복지관에 기증한다.

ADD 서울시 중구 퇴계로 409-11 
‌OPEN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30분,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30분 
‌MENU 아메리카노 4500원, 크루아상 3000원, 바게트 3800원

2. 우체국 콘셉트의 힙플 카페 _ 메일룸

건물 외관에 가득한 편지지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내부에는 검은색 편지함이 곳곳에 놓여 있어 유럽의 우체국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층마다 공간의 쓰임이 다르다. 1층은 메뉴 주문과 픽업 공간, 2층은 카페 홀, 3층은 원 테이블 카페 홀, 4층은 메일룸 스튜디오, 5층은 루프톱으로 이루어졌다. 1층 주문 공간에 비치된 주문지에 펜으로 메뉴를 적어 직원에게 건네면 직원이 메일룸 열쇠와 픽업 벨을 건네준다. 벨이 울리면 우편함에서 메뉴를 찾아가면 된다. 5층에서는 서울의 정겨운 풍경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다. 오후에는 펍으로도 운영된다.

ADD 서울시 중구 퇴계로83길 10-7 1층~루프톱 
‌OPEN 월~금요일 낮 12시~밤 12시, 토~일요일 오전 11시~밤 12시 
‌MENU 소금 에그타르트 6000원, 아메리카노 5500원



3. 특별한 날을 위한 공간 _ 루시르주 쇼룸

우아한 레이디라이크 룩을 전개하는 루시르주답게 쇼룸도 1960년대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킨다. 공장 밀집 지역에 있던 오래된 식당 자리에 ‘특별한 날을 위해’라는 루시르주의 슬로건을 접목해 작은 부티크 느낌으로 쇼룸을 완성했다. 빈티지한 크림색에 미드센추리 감성을 가미한 미니멀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야외 테라스에는 식물, 벤치 등을 둬 싱그러운 감성의 포토 존으로도 제격이다. 이브닝 셔츠 롱 원피스, 투웨이 케이프 울 코트, 오프숄더 형태의 타이업 원피스 등이 인기 아이템이다.

ADD 서울시 중구 청구로 93-3 시아빌딩 1층
OPEN 수~금요일 오후 1~8시, 토~일요일 오후 12시 30분~7시 30분(월~화요일 휴무)

4. 노포 감성 칼국수 맛집 _ 하니칼국수

노포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하니칼국수’를 찾아가자. ‘금돼지식당’ ‘몽탄’으로 유명한 요식업체 ‘코리아미트클럽’이 문을 연 곳으로 노포 감성의 외관에 힙한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곤이가 듬뿍 들어간 칼국수가 시그니처 메뉴. 전과 수육 등 술안주로도, 식사로도 제격인 메뉴들이 많다. 점심, 저녁 시간대에 가면 웨이팅이 필수다.

ADD 서울시 중구 퇴계로 411-15 
‌OPEN 매일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MENU 알곤이 칼국수 1만2000원, 새우 칼국수 1만 원, 하니 보쌈 2만4000원

5. 프랑스 감성의 소품 숍 _ 세실앤세드릭

세실앤세드릭은 ‘아트를 전공한 빈티지 소품 컬렉터 세실과 철학을 전공한 가드너 세드릭 커플의 취향을 담은 공간’이라는 가상의 스토리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아트와 철학이 어우러진 독특한 미학이 담긴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든다. 1층은 약국 콘셉트로 향과 소품류가 진열돼 있다. 2층은 프랑스 가정집 느낌의 컬러풀한 주방과 빈티지한 인테리어 소품, 식기류 등이 전시돼 있다. 유럽의 소품 숍 같은 외관이 오래된 쌀 창고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ADD 서울시 중구 퇴계로81길 8
OPEN 매일 낮 12시~오후 7시

#신당동 #봄나들이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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