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의 시드니 방문 당시 사진. 나비 문양 귀걸이는 시어머니인 다이애나빈의 유품이다.
2022년 12월 8일 넷플릭스는 영국 해리(39) 왕자와 메건 마클(42) 왕자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6부작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건’을 공개했다. 해리 왕자와 드라마 ‘슈츠’를 통해 얼굴을 알린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은 사교 클럽에서 만나 2년간 교제하다 2018년 5월 결혼했다. 미국인, 연상, 이혼녀, 흑인 혼혈이라는 메건 마클의 조건은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며 신데렐라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영국 왕실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고, 결국 이는 불화의 원인이 됐다. 이들은 장남 아치 왕자를 낳은 직후인 2020년 왕실과 결별을 선언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영국 왕실과 갈라선 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인종 차별을 포함한 로열패밀리의 민낯을 폭로하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메건 마클은 패션 스타일링에서도 철저하게 계산된 모습을 보인다. 옷차림을 통해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중저가 브랜드와 친환경 패션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패션을 매개로 동시대 여성들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녀가 착용한 패션 브랜드와 메이크업 노하우를 알려주고, 똑같은 아이템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다.
넷플릭스 ‘해리와 메건’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은 그녀의 영민한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해당 사진은 2018년 10월 두 사람이 호주를 방문했을 당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계단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날 메건 마클은 호주의 로컬 디자이너 카렌 지의 화이트 드레스와 마틴 그랜트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스튜어트와이츠먼의 구두를 신었다. 여기에 생전 다이애나빈이 즐겨 착용했던 골드와 다이아몬드 장식 나비 문양 귀걸이 그리고 브레이슬릿을 매치했다. 이날 영국 왕실은 메건 마클의 임신 사실을 공식 발표했고, 마클의 모습에선 자연스럽게 다이애나빈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희망의 물결상’ 시상식에 참석한 메건 마클. 마클은 이날도 다이애나빈이 즐겨 끼던 에메랄드 반지를 착용했다.
메건 마클은 2022년 12월 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희망의 물결상’ 시상식에도 시어머니의 유품인 아쿠아블루 반지를 착용하고 참석했다. 13캐럿짜리 에메랄드로 만든 이 반지는 다이애나빈이 즐겨 착용했던 것으로, 2018년 결혼식 때 해리 왕자가 마클에게 선물했다. 희망의 물결상은 로버트 F. 케네디 재단이 재계, 연예계, 공공부문, 활동가 부문 등에서 사회 변화에 헌신한 지도자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수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마클은 해리 왕자와 함께 설립한 아치웰 자선재단을 통해 인종 불평등 문제 해결 등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됐다.
여성 인권과 자립 돕는 브랜드의 옷 즐겨 입어
베로니카비어드의 블루 셔츠 드레스를 입은 메건 마클
다이애나빈과 메건 마클은 영국 왕실과의 관계가 순탄하지 않았으며,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색언론과 파파라치의 공격을 받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때문에 대중은 마클의 행보에서 자연스럽게 다이애나빈을 떠올리게 되고, 그녀가 공식 석상에서 착용하는 시어머니의 유품은 다이애나빈에 대한 향수를 더욱 강화하는 요소가 된다.
마클이 착용한 숄더백은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미국 에버레인의 제품이다.
몇 번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폐해가 확산하면서 패션계에서도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가 등장했다. 친환경 소재와 윤리적 공정을 거친 브랜드가 각광받는 것이다. 메건 마클은 이런 브랜드를 적극 착용해, 지속가능 패션이 트렌드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나 래버리, 미국의 젊은 디자이너 브랜드 베로니카비어드, 친환경 브랜드 리포메이션, 소비자들에게 원가 및 제조 과정을 공개하는 투명 경영으로 유명한 미국의 에버레인 등이 대표적이다. 폐페트병과 해양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해 제작하는 미국 브랜드 로티스의 플랫 슈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프랑스 브랜드 베자의 스니커즈는 메건 마클이 착용한 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베자 스니커즈는 메건 마클이 신은 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메건 마클의 스타일에는 페미니즘이라는 요소도 들어가 있다. 그녀는 11세 때 “미국의 모든 여성은 매일 기름진 냄비나 프라이팬과 씨름하고 있다”는 주방 세제 광고 문구를 보고 설거지를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 당시 미국 영부인이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편지를 썼다. 이 덕분에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람’이라는 단어로 바꾸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배우로 활동하던 2015년 유엔 총회에서는 여성 인권 관련 연설을 하며 “나는 여성을 위해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어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는 말라위의 마야미코, 아시아 여성들을 지원하는 호주의 아웃랜드데님 등 여성 인권을 증진하는 브랜드의 옷도 즐겨 입는다.
2019년 한 행사에 다이애나빈의 유품인 테니스 팔찌를 착용하고 참석한 메건 마클.
한편 메건 마클은 2022년 11월 말 고급 가죽 브랜드 쿠야나, 영국에 본사를 둔 자선단체 스마트웍스와 함께 여성의 취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메건 마클과 스마트웍스는 2019년부터 취업 준비 여성의 드레싱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쿠야나가 여기에 숄더백 500개를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메건 마클은 “스마트웍스와의 협업을 통해 여성이 자신감을 갖고 자기의 삶을 변화시키는 걸 목격하는 것은 큰 특권”이라고 말했다.
#메건마클 #셀럽스타일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