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배울 요리는 동그랑땡이랍니다. 동그랑땡의 정식 명칭이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백과사전에도 동그랑땡이라고 나와 있네요. ‘돈저냐’를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씌어 있는데, 돈저냐란 쇠고기나 생선, 조개류의 살에 야채를 넣고 주물러 엽전 크기로 만들고 여기에 달걀을 씌워 기름을 두른 팬에 지져 만든 저냐(전)를 말한대요. 그 모양이 돈(엽전) 같다고 해 돈저냐라고 불려졌다니 동그랑땡도 아마 엽전 모양을 비유해 붙여진 이름인 듯합니다. 이름이 참 재미있지요?
오늘은 동그랑땡에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 다진 버섯과 양파를 넣어 만들었어요. 야채는 입맛에 따라 부추, 피망, 신김치 등 어떤 재료를 넣어도 좋아요. 매운 것을 좋아하는 저는 ‘청양 고추를 넣어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가 잘 먹지 않은 야채를 잘게 다져 넣는 것도 방법이겠죠?
요리는 고기의 잡냄새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요. 청주를 넣고 주물러 냄새를 없애고 다진 버섯와 양파, 녹말가루, 설탕, 다진 마늘, 생강즙,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치대어 반죽한답니다. 이때 반죽은 수제비반죽 하듯 오래 주물러야 동그랑땡이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반죽을 지름 4cm, 두께 1cm 정도의 원형 모양으로 만드는데 조금 도톰하게 빚어야 음식이 맛있어 보인답니다. 선생님께서는 반죽을 익히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셨어요. 고기반죽을 팬에 익힌 후 달걀 푼 물을 묻혀 다시 익히는 것과, 고기반죽에 달걀 푼 물을 묻혀 바로 팬에 익히는 것. 두 번 손이 가는 전자가 음식이 깔끔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귀차니스트’인 우리 부부는 역시나(?) 간편한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답니다. 이때는 고기가 속까지 익으면서 달걀옷이 타지 않도록 약한 불에서 천천히 익히는 것이 중요해요. 팬의 뚜껑을 덮었다 열었다 하며 온도를 조절해주는 것이 노하우랍니다.
동그랑땡은 만들어 냉동실에 넣었다가 달걀 푼 물을 발라 익히면 되니 밑반찬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 같아요. 토마토소스나 고추장에 조려 먹으면 달콤매콤한 맛도 낼 수 있고요.
미우나 고우나 올 한해 열심히 일해준 남편에게는 술안주로, 큰 말썽없이 튼튼하게 자라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동그랑땡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요? 손이 많이 가지 않지만 가족들의 건강을 확실히 챙겨줄 영양식이랍니다.
남편의 요리노트를 공개합니다
“이 달에는 무슨 요리 배우고 싶어?” 믿기 힘든 아내의 말이 들렸다. 독자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메뉴 선정에 있어 거의 권한이 없는 나에게 아내가 이런 제안을 해오다니 흔치 않은 기회다. 갑자기 찾아온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그동안 배워보고 싶었던 (사실은 먹고 싶었던) 요리를 생각해보있지만 이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갑자기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니 바로 동그랑땡이다. 요즘은 마트에 가면 냉동 동그랑땡을 쉽게 살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 가면서 부쩍 먹을거리에 의심이 많아져서인지 집에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홈메이드 음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재료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다진 버섯, 다진 양파 그리고 양념이다. 동그랑땡은 돼지고기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함께 준비돼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쇠고기만 넣으면 맛이 퍽퍽하고 돼지고기로만 만들면 부드럽지만 깊은 맛이 나지 않으니 섞어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강조한 쇠고기와 돼기고기의 비율은 2대 1. 이렇게 섞어 만들면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다진 야채와 양념을 섞어 반죽하는데 국수반죽 하듯 힘있게 치대야 반죽이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아내에게 수제비를 자주 끓여 주는 나에게 이건 익숙한 일. 도마에 쳐가며 반죽을 하니 밀가루처럼 반죽이 매끄러워졌다. 반죽을 동그란 모양으로 빚은 후 녹말가루를 바르고 달걀 푼 물을 묻혀 지져내니 동그랑땡이 금세 완성! 녹말가루는 맛을 내기보다는 모양을 잡아주기 위해 바르는 것이므로 많이 묻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완성된 동그랑땡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소스에 조리는 것도 별미. 고추장과 생강즙, 올리고당을 팬에 넣어 끓이다가 동그랑땡을 넣고 조리면 맛이 일품이다. 이것을 꼬치에 꿰어 버섯볶음밥과 내는 요리도 만들었는데 접시에 담아 내니 보기에도 멋스럽다.
드디어 시식시간! 한입 베어 무니 부드러운 고기맛이 일품이다. 고기를 반죽할 때 들였던 나의 노력이 맛에 배어나온 것 같아 뿌듯했다. 비교하는 자체가 우습지만, 인스턴트와는 품격이 다른, 깊은 맛이 난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니 이번 주말, 남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아이와 아내를 위해 홈메이드 동그랑땡을 준비해보는 건 보는 건 어떨까?
동그랑땡
■ 준·비·재·료
다진 쇠고기 400g, 다진 돼지고기 200g, 청주 2큰술, 달걀 2개, 소금·녹말가루·포도씨오일 적당량씩
고기양념 다진 버섯 5큰술, 다진 양파·녹말가루 3큰술씩, 설탕 2큰술, 다진 마늘·생강즙 1큰술씩, 참기름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 만·들·기
1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섞어 핏물을 없앤 후 청주를 넣어 잡냄새를 없앤다.
2 고기에 고기 양념을 넣고 잘 치댄다.
3 고기반죽은 동글납작한 모양으로 빚어 녹말가루를 무친다.
4 달걀은 소금을 넣고 잘 풀어 체에 내린다.
5 고기반죽에 달걀 푼 물을 입힌 후 포도씨오일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지진다.
▼ 한가지 더!
동그랑땡꼬치와 버섯볶음밥
■ 준·비·재·료
동그랑땡 6개, 밥 2공기, 새송이버섯·풋고추 2개씩, 빨강·노랑 파프리카 ½개씩, 참기름 2큰술, 포도씨오일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소스(고추장 1큰술, 생강즙 1작은술, 올리고당 3큰술)
■ 만·들·기
1 새송이버섯은 잘게 썬다.
2 풋고추와 파프리카는 씨를 제거하고 잘게 썬다.
3 밥에 참기름과 포도씨오일,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팬에 볶는다.
4 밥에 새송이버섯을 넣고 어느 정도 익으면 풋고추와 파프리카를 넣어 가볍게 섞듯 볶는다.
5 다른 팬에 소스 재료를 넣어 끓이다가 동그랑땡을 넣고 조린 후 꼬치에 끼워 볶음밥과 함께 낸다.
함께 배워보세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섞고 청주를 넣어 잡냄새를 제거하세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2:1 비율로 섞어 만들면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난답니다. |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다진 버섯과 다진 양파를 넣고 설탕, 마늘, 생강즙, 참기름, 녹말가루를 넣어 반죽하세요. 집에 남아 있는 자투리 야채를 이용하거나 익은 김치를 다져 넣어도 맛이 좋답니다. |
반죽은 수제비반죽 하듯 여러번 치대는 것이 요령이에요. 손목의 힘을 이용해 꾹꾹 주물러 주세요. 그래야 맛이 부드러워진답니다. |
고기반죽을 동글넙작한 모양으로 빚어주세요. 이때 도톰하게 빚는 것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요. |
고기반죽에 녹말가루를 발라 모양을 잡아 주세요. 녹말가루를 묻힌 후 한 번 털어주세요. |
달걀은 풀어 체에 한번 걸러주면 알끈이 제거돼 달걀옷이 매끈하게 입혀진답니다. 반죽에 달걀 푼 물을 고루 입히세요. |
팬에 포도씨오일을 두른 후 약한 불에서 뚜껑을 여닫으며 온도를 조절해 가면서 속까지 익혀주면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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