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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닮고 싶은 부부

최수종 하희라 드라마 동반 출연기

집에서도 밖에서도 부부 인연~

글·김유림 기자 사진·장승윤 기자

2011. 01. 18

부부가 같은 일을 한다는 건 절반의 장점과 절반의 단점을 지닌다. 그럼에도 지금껏 “같은 연기자라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입을 모은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한 드라마에 동반 출연하며 드디어 배우 대 배우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상황, 부부가 함께 연기하는 소감이 궁금하다.

최수종 하희라 드라마 동반 출연기


부부 연기자가 작품 속에서도 부부로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두 사람이 동시에 배역이 마음에 들어야 하고, 설령 배역이 마음에 든다 하더라도 부부끼리 얼굴 마주보며 연기하기까지 결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12월 중순 첫 방영된 KBS 드라마 ‘프레지던트’에서 열연 중인 최수종(48)·하희라(41) 부부는 이러한 걱정거리를 뒤로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부 동반 출연을 결심했다. 이번 결정에 있어 칼자루를 쥔 사람은 전적으로 하희라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출연이 확정돼 있던 최수종은 이후 하희라에게 섭외 제안이 들어오자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아내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렸다고 한다.
“전혀 예상 못했던 일이에요. 최수종씨가 훨씬 먼저 캐스팅 돼 있었고, 저는 남편의 대본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다고 말해 주는 정도였죠. 얼마 후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깜짝 놀랐고, 처음에는 거절을 했어요. 부부가 함께 출연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단점들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후에 또 출연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제작진의 의견도 무시할 수만은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서재에 있는 최수종씨한테 ‘아내 하희라가 아니라 상대 연기자로 하희라를 어떻게 생각합니까’하고 문자를 보냈어요. 그러자 남편이 ‘배우 하희라와 함께 연기할 수 있다면 큰 영광입니다’하고 답장을 보냈고 그 대답을 듣고 출연을 결심했어요.”

당위성 지닌 악역 꼭 한번 해보고 싶어 부부 출연 결심
그가 이번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악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다.
“물론 조소희는 무 자르듯 딱 잘라서 악역이라 할 순 없어요. 아주 날카로운 칼로 종이를 베듯 선과 악을 왔다갔다 하는 인물이라 생각해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악역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저 역시 어린 시절 이미숙 선배님이 연기한 ‘장희빈’을 보면서 장희빈이 죽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제 생각에는 장희빈이 결코 악역이 아니었던 거죠. 지금껏 착한 역,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하게 일어서는 강한 여자 역을 주로 맡았는데, 언젠가 한번 독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악역이어도 당위성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는 거였는데, 이번 조소희 캐릭터가 그런 인물인 것 같아요.”
‘프레지던트’는 정치인 장일준(최수종)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과 그 이면에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인간적 고뇌, 가족 이야기를 그리는 정치드라마다. 극중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는 재벌집 외동딸에 지적인 외모와 뛰어난 정치 감각을 지닌 대학 교수로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 탄탄한 배경과 커리어를 지닌 만큼 외모도 화려한데, 하희라는 이번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의상도 주로 강렬한 레드, 차가운 블루 등 원색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연기 외에 외적인 걸 연구해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져서도 안 되기 때문에 언제나 꼿꼿한 자세로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사실 추위를 많이 타 예전 같으면 벌써 내의를 서너 개씩 껴입고 촬영했을 텐데, 요즘은 라인 망가질 거 생각하면 절대로 못 입어요. 역시 멋쟁이는 추위와 더위에 강해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어요(웃음).”
전작 ‘전우’를 촬영하면서 체중이 많이 줄어든 최수종은 이번 드라마를 위해 몸무게를 4kg 찌웠다고 한다. 평소 소식이 몸에 배어 있어 몸을 불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실제로 그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연기자로 유명한데, 밀가루 음식, 튀긴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촬영 중에는 술도 마시지 않는다. 덕분에 밤을 새며 촬영을 해도 크게 피곤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하희라씨는 몸이 약한 것 같아 걱정”이라며 아내를 안쓰러운 듯 바라봤다.
지금껏 번갈아가며 연기활동을 해온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으로 동시에 집을 비우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그러자 아이들의 반응은 모두 ‘오케이’였다고.
“이번 드라마에 엄마도 나올 거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TV 나오는 걸 좋아해서 오히려 신나하는 눈치였어요. 한 가지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게 이번 겨울방학에 아이들과 미국에 있는 언니네로 놀러가기로 했었는데,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된 거였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메일로 편지를 보냈는데 두 아이 모두 어른스럽게 답장을 보냈더라고요. 큰 아이는 그동안 자신들을 배려해준 엄마한테 고맙고, 엄마가 집에 없어도 괜찮다면서 감동적인 글을 보냈고, 둘째는 아주 현실적으로 방학 때마다 외국 나가려면 돈도 많이 드는데 이번에는 할머니댁에 놀러 가고, 오락기도 가지고 놀면 되니까 자기들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게 일하라고 하더군요(웃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 한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장에서는 철저히 배우 대 배우로 대해

최수종 하희라 드라마 동반 출연기




아침마다 아이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으며 촬영장으로 나서는 최수종 하희라 부부. 현장에서 더 이상 부부가 아닌 연기자로서 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서로 핏발을 세우고 언성을 높이는 장면도 있는데, 부부라서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은 기우일 뿐, 두 사람은 단 한번의 NG도 없이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한다.
“하희라씨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제가 ‘이러다가 한 대 치시겠습니다’라고 말했을 정도예요(웃음). 또 촬영장에서는 철저히 배우 대 배우로 만나는 거라 아내라고 해서 더 잘 챙겨주는 건 없어요. 지난번 전라도에서 새벽 2시에 촬영이 끝났는데 30분만 있으면 촬영이 끝나는 하희라씨를 두고 저 먼저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어요. 제가 먼저 가겠다며 하희라씨한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오자 옆에 있던 스태프가 금방 끝나는데 같이 가지 왜 그러냐고 하기에 ‘하희라씨가 아닌 다른 배우라면 제가 굳이 30분을 기다렸다가 같이 갈 이유가 없지 않냐’고 했죠. 그랬더니 저보고 독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남편의 냉정한 모습에 다소 서운한 마음이 들 법도 하지만 하희라는 역시나 남편 편을 들었다. 각자 매니저를 포함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스태프가 많기 때문에 촬영이 일찍 끝난 사람이 먼저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는 것. 두 사람은 집에서도 대사 한번 맞춰보는 적이 없다고 한다.
“하희라씨나 저나 각자 방에서 대본을 외우고 혼자 연습해요. 지금까지 그랬듯이 자기 것을 알아서 준비한 뒤에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감독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죠. 하희라씨를 이기려면 잠을 줄여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1991년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남편과 같은 촬영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하희라는 오랜만에 보는 일하는 남편의 모습에 감동을 받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촬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배려하는 모습이 같은 연기자로서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밤새 고생하는 스태프에게 웃음을 주려고 항상 애쓰더라고요. 어떨 때는 제가 그만 좀 하라고 말릴 정도예요(웃음). 극중 아들로 나오는 슈퍼주니어 성민군과 ‘쏘리쏘리’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하고, 후배 연기자들에게 장난도 심하게 쳐요. 하지만 연기 면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아요. 결혼 후 많은 사극과 정극을 하면서 깊이가 깊어졌고, 배울 점이 많은 연기자와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대물’ 역시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최수종은 고현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는 “같은 정치드라마이지만 분명 두 작품이 지닌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현정씨 연기를 보면 멋지고 카리스마가 느껴져요. 얼마 전에는 한 건물에서 ‘대물’과 ‘프레지던트’ 촬영이 겹쳐 우연히 고현정씨와 권상우씨, 저 이렇게 세 명이 딱 마주쳤어요. 인사를 해야 하는데, 서로 깜짝 놀라서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 명 모두 서로 멍하니 얼굴을 보기만 했죠(웃음). 후에 반갑게 안부를 묻고 인사했지만 서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최수종 하희라 드라마 동반 출연기


정치드라마의 백미는 경선과정일 터. 최수종은 대통령을 향해 달려가는 장일준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정치드라마이지만 대통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겪는 한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가 이번 드라마에서 보여줄 대통령의 모습은 권위적이고 상하 수직적인 면모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성을 전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간적인 대통령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감독님과 의견이 일치했던 점이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통령이 조만간 나오지 않겠냐는 거였어요. 그리고 대통령이라고 해서 ‘슈퍼맨’이 아니라, 똑같은 인간으로서 국민들에게 이해받고 국민을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이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죠. 처음 머릿속에 그린 이상적인 대통령상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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