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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날

방은희, 다시 찾은 행복

글 김유림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 ■ 한복협찬 박술녀한복(02-511-0617)

2010. 09. 15

방은희에게 지난 7년의 시간은 참으로 길고 힘겨웠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세상의 편견에 맞서야 했고, 혼자 먹는 밥은 모래알처럼 까끌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웃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감싸주는 한 남자와 새 가정을 꾸렸으니 말이다.

방은희, 다시 찾은 행복


역시 새신부에게는 색 고운 한복이 어울린다. 행복에 겨워 발그랗게 상기된 얼굴은 색동저고리에 반사돼 더욱 화사하게 빛난다. 결혼식을 20여 일 앞두고 만난 방은희(43)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한복을 입은 자태 또한 고왔다. 이날 촬영은 방은희와 인연이 깊은 한복연구가 박술녀씨의 협조로 진행됐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선 방은희는 촬영 중간 휴대전화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 예비 남편 김남희씨(46)에게 전송했다. 예쁜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건 당연지사. 이내 도착한 답장에는 ‘예쁘네 내 사랑’이라고 쓰여 있었다. 짧지만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오는 9월9일 결혼하는 방은희는 “아직도 부끄러워서 청첩장을 못 돌리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주위 어른들이나 선배님들께 알려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부담스러워요.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니까…. 하지만 안 알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차라리 제가 부담을 느끼더라도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드리기로 했어요. 벌써 아시는 분들은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는 결혼을 앞둔 여느 신부와 마찬가지로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는 모든 걸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한다. 혼자 밥 먹는 게 싫어 끼니를 건너뛴 적이 많았다는 그는 “음식의 맛을 요즘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촬영전에 점심식사를 하는데 박술녀 선생님이 ‘나는 쌀밥이 너무 좋아’ 하시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저는 한동안 밥이 어떤 맛인지를 모르고 먹었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즘 다시 밥이 맛있어졌어요. 덕분에 건강도 많이 좋아졌고요. 누군가와 얼굴 맞대고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비로소 알 것 같아요.”

예비 신랑은 연예제작자, 연인 행세 하다 결혼에 골인

방은희, 다시 찾은 행복

한복연구가 박술녀씨와 방은희는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방은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그를 찾아가 속내를 털어놓는다고 한다.



김남희씨는 아이돌그룹 ‘유키스’ 소속사인 NH미디어 대표로 가수 임창정, UN, 파란 등을 발굴한 실력 있는 제작자. 방은희와 김 대표는 지난해 가을 연기자와 드라마 제작자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드라마 대본을 보고 배역을 놓치기 싫었던 방은희가 제작사 사장을 직접 만나기로 하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 하지만 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0분도 채 안 돼 끝나버렸다.
“김 대표가(방은희는 예비 남편을 이렇게 불렀다) ‘유키스’ 활동 때문에 일본에서 오는 길이었는데,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약속시간에 1시간 정도 늦었어요. 다른 때 같았으면 가버렸을 수도 있지만 제가 꼭 하고 싶었던 배역이라 꾹 참고 기다렸어요. 그런데 김 대표는 인사만 하고는 오자마자 다른 스케줄이 있다면서 자리를 뜨는 거예요. 황당했죠. 나중에 들은 얘기로 그날 김 대표는 제 첫인상을 보고 ‘이 여자가 내 여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저도 ‘이 남자 뭐야?’ 싶으면서도 뭔가 모를 묘한 기분이 들긴 했어요(웃음).”
당시 드라마 ‘공부의 신’ ‘천만번 사랑해’ 등에 출연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방은희는 주로 매니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김 대표를 만났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 대표가 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면서 둘 사이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방은희, 다시 찾은 행복


“그날도 여러 사람과 만나는 자리였는데, 갑자기 김 대표가 ‘팔순이신 어머니께 여자친구인 척 해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죠. ‘드라마 배역을 따려면 부탁을 들어줘야 하나?’ ‘저 남자 진짜 나한테 딴맘이 있나?’ 하고요. 저 역시 김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약속 장소에는 50% 여자친구 자격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어머님과 큰시누이 내외를 보는 순간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죠.”
전남 신안이 고향인 김 대표의 어머니는 소박한 시골할머니의 모습이었고, 시누이 내외 역시 사람 좋은 얼굴로 푸근하게 그를 맞았다고 한다. 장난칠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방은희는 김 대표가 자신을 가족들에게 소개한 이유가 따로 있음을 감지했다. 다음 날 그는 다짜고짜 김 대표에게 “나 좋아하죠?” 하고 쏘아붙이듯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김 대표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은희씨는 나 안 좋아해요?” 하고 되물었다고. 순간 말문이 막힌 방은희는 “뭐… 나도 좋긴 하지만, 제작사 사장님이 배우한테 이러면 안 되죠” 하고 큰 소리를 쳤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시작했다.
이들의 결혼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양가 가족. 늘 막내아들 걱정이 컸던 예비 시어머니는 그가 아들을 책임져줄(?) 며느릿감이라는 사실에 마냥 그를 예뻐한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TV도 기독교방송만 보세요. 제가 연예인이라는 사실도 당연히 모르시고요.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지으면서 순박하게 사신 분이세요. 그래도 제가 어떤 여자인지는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직접 제 소개를 했어요. ‘어머니 저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에요. 연기자인데 야한 역도 하고, 푼수 역도 많이 했어요’ 하고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나는 텔레비전 안 보는디’ 하시더라고요(웃음). 또 제가 ‘밥도 못하고 살림도 하나도 못해요’ 했더니 ‘괜찮여. 남희가 잘한디 뭔 걱정이여’ 하면서 웃으셨어요. 그러면서 아무것도 필요 없고 저희 둘이 잘 살기만 하면 그걸로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딸처럼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어머니 저 막내예요’ 하고 자주 전화드려요.”

방은희, 다시 찾은 행복


친정어머니의 사위에 대한 고마움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얼마 전에는 친정어머니, 두 남동생 내외와 함께 떠난 가족여행에서 “김서방이 복덩이”라며 매우흡족해 했다고 한다. 동생들도 벌써부터 ‘매형’이라고 부르며 김 대표를 잘 따른다고.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올케한테는 미안한데, 가끔 동생네 집에서 놀다가 자고 오는 날도 있어요. 김 대표도 저와 관련해 상의할 일이 있으면 동생들을 불러내더라고요. 나중에 동생한테 얘기를 들어보면 주로 ‘누나 성격이 좀 무서워. 누나는 어떤 걸 좋아하나’ 등 저한테는 직접 물어보기 힘든 문제들이에요(웃음).”
방은희는 최근 “나이 들어서 운대가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인생에는 초년운, 중년운, 말년운이 있다고 하는데, 이제부터 말년운에 기대를 좀 걸어봐야겠다”며 웃었다.
“새달이 시작될 때마다 다이어리에 ‘이달의 다짐’을 적는 습관이 있어요. 우울하고 괴로운 일이 있으면 ‘웃자! 웃으려고 노력해보자’라고 쓰는 식인데 이달에는 뭘 쓸까 한참 고민하다가 ‘인생 뭐 있어. 신나게 즐기자!’라고 적었어요.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은 다 잊고 기쁘고 즐거운 일만 생각하려고 해요. 새롭게 꾸린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큰 욕심 안 부리고 서로 위하고 감싸주며 살고 싶어요.”

막연히 아빠의 존재 그리워하던 아들 무척 들떠 있어

방은희, 다시 찾은 행복


지난 2003년 첫 결혼에 실패한 후 싱글맘으로 살아온 방은희는 지난 7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홀로 아이를 키워야 했고, 허리디스크·화상·부상 등 잇단 악재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를 지탱해준 사람은 아들 두민(9)이었다. 그가 재혼을 결심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도 두민이다. 아이는 처음 김씨를 소개받는 자리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멋있다”며 뛸 듯이 좋아했다고 한다.
“그동안 두민이는 아빠란 존재에 대해 막연한 그리움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 같은 곳에 가면 항상 아빠와 함께 온 아이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라고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 마음도 찢어졌죠. 요즘은 아빠가 생겼다는 사실에 무척 들떠 있어요. ‘이제 나도 아빠가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 것 같고요. 예전에는 아이와 외출하면 항상 제 옆에 붙어 있으려 하고, 작은 일에도 ‘엄마 엄마’ 하고 찾았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잘 놀아요. 자기 뒤에 엄마와 아빠가 든든하게 서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말이죠.”
김 대표 역시 아이에게 진심으로 대하는게 느껴진다고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게 뭔지, 어떻게 해주는 게 잘해주는 것인지 등 아빠로서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고. 자신이 직접 나서 아이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레 혼인신고를 마쳤다. 방은희는 “아이한테 잘하는 모습을 보면 더 이상 뭘 바랄까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요즘 두민이는 친구들한테 아빠가 ‘유키스’ 대장이라고 자랑하고 다녀요(웃음).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기 말을 믿지 않는다면서 아빠한테 사인을 받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어느 날은 ‘유키스’ 공연을 보고 와서 ‘엄마 나 유키스 형들처럼 가수가 될 생각이 3% 정도 생겼어’ 하고 자신 있게 말하더라고요. ‘그럼 아빠 앞에서 춤추고 노래 불러야 해’ 했더니 쑥스러운지 ‘그럼 다시 생각해볼래’ 하고는 한발 빼데요(웃음). 사고뭉치 엄마 밑에서 밝고 착하게 자라준 아들이 고마워요.”
방은희·김남희 커플은 각자 이혼의 아픔이 있기에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특히 김 대표는 “남자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던 그에게 다시 한 번 믿음을 심어준 사람이다. 한번 시작한 사랑은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이 얼음장 같던 그의 마음을 녹였다. 언젠가 한번은 작은 소리로 읊조리듯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 대표에게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방은희는 “나보다 먼저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행복했다”며 “예전에는 주는 사랑도 거부했다면 이제는 마음껏 사랑을 주고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김 대표에 대해 “언젠가는 만날 사람을 만난 느낌”이라고 했다.
“솔직히 저는 결혼에 자신이 없었어요. 처음 김 대표가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때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죠. 그러자 김 대표가 ‘우리는 나이도 있고 서로 재다 보면 못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지 말고 나를 믿고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 말도 못했어요. 남자의 진심이 느껴졌고, 이 사람은 왠지 믿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결혼 전 예비 신랑에게 프러포즈할까 고민 중

방은희, 다시 찾은 행복


또한 두 사람은 같은 연예계에 종사하면서 서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준다. 더욱이 연기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방의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방은희는 “어떤 날엔 마음에 햇볕이 쨍쨍하다가 또 어떤 날엔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스스로 밝혔다.
“제가 생각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김 대표한테 짜증을 부릴 때가 있어요. 철이 없고 열여덟 소녀 같은 면이 있어서 어쩔 수 없죠. 이런 제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얘기를 해뒀어요. 내가 힘들어할 때는 당신이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내 마음과 싸우느라 그러는 거라고요. 다행히 김 대표는 저보다 제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사람이에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방은희는 요즘 들어 연기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생계형 연기자였다면 이제부터는 연기를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의 안정이 가져다준 큰 변화다. 결혼을 기점으로 연기자로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그는 “섹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예전에는 제 안에 있는 ‘끼’가 부끄러운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역시 능력이고, 저만의 색깔이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저 자신을 ‘빨간색’으로만 표현하고 싶진 않아요. 오랜 세월 연기를 해오면서 조금씩 저 자신을 알게 됐는데, 제 안에는 흰색·노란색·파란색이 모두 있고 이제는 그걸 하나씩 따로 꺼내서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도 있어요.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서 연기 인생도 좀 더 나은 길로 들어서면 좋겠어요.”
더불어 그는 남편을 위한 내조법도 구상 중이다. 벌써부터 ‘유키스’ 멤버들에게 ‘사모님’으로 불린다는 그는 최근 멤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결혼식 준비는 순조롭게 마쳤다고 한다. 보통은 결혼 준비과정에서 다투기도 하는데, 두 사람은 신기하리만큼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서울 동빙고동에 마련한 신혼집은 새 살림을 들여놓는 대신 각자 사용하던 물건들을 그대로 가져와 꾸몄다. 앞으로 하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프러포즈. 아직까지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받지 못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남자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냐”며 “어딘가에서 예비 신랑에게 꼭 해주고 싶은 글귀를 봤는데, 그 문구를 인용해 프러포즈를 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이랬다.
“내가 보고 싶을 때 서슴없이 찾아갈 수 있는 사람. 그리울 때 주저 없이 불러낼 수 있는 사람. 속상할 때 함부로 행동해도 괜찮은 사람. 답답할 때 속 깊은 이야기도 말할 수 있는 사람. 당신이 나에게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어렵게 마음의 빗장을 풀고 새롭게 가정을 꾸린 방은희. 그의 마음에 드리워졌던 먹구름은 다 사라지고 햇살이 가득하길 바란다.

▶ 도·움·주·신·곳

방은희, 다시 찾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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