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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히트 제조기

자매 작가 홍정은·홍미란

데뷔작 ‘쾌걸 춘향’부터 ‘환상의 커플’까지 연달아 히트시킨 ~

글·송화선 기자 / 사진·장승훈‘프리랜서’

입력 2007.01.24 14:56:00

지난 연말 종영된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은 탄탄한 스토리와 코믹한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쾌걸 춘향’ ‘마이 걸’에 이어 ‘환상의 커플’까지 히트시키며 드라마계의 신예 ‘미다스 손’으로 떠오른 홍정은·홍미란 작가 자매를 만났다.
자매 작가 홍정은·홍미란

‘싸가지’는 없지만 사랑스러운 나상실(한예슬)과 잔머리를 굴리는데도 미워할 수 없는 빌리조(김성민), 뻔뻔하고 돈을 좋아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시골총각 장철수(오지호)를 앞세워 큰 인기를 모은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 지난 연말 인기 돌풍을 일으킨 이 드라마 뒤에는 진짜 ‘환상의 커플’이 있다. 드라마 대본을 함께 쓴 홍정은(32)·홍미란(29) 자매 작가다. 지난 2005년 KBS 드라마 ‘쾌걸 춘향’으로 데뷔한 뒤 ‘마이 걸’ ‘환상의 커플’을 연달아 히트시킨 이들은 요즘 드라마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다.
“정말요?(웃음) 저희는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 쓸 때마다 늘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이 되거든요. 이번 작품 할 때도 그랬어요. ‘환상의 커플’ 시간대에 KBS에서는 ‘대조영’, SBS에서는 ‘사랑과 야망’이 방송됐는데, 다 각 방송사가 전력을 기울여 제작한 ‘특별기획 드라마’였으니까요. 첫 회 방송이 나간 뒤 참혹한 시청률을 받아들고 망연자실해 하염없이 남해 바다만 바라봤어요(웃음).”
사실 ‘환상의 커플’은 방송 전 연기자들의 지명도가 낮고, 편성 시간대가 나빠 ‘버려진 드라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한예슬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나상실’ 역은 원래 배우 엄정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그런데 엄정화가 이를 고사하면서 캐스팅이 연달아 ‘꼬이는’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엔 진짜 막막했어요.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하면 그게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코미디 드라마의 성패는 연기자들이 얼마나 잘 망가지느냐에 달려 있는데, 우리 연기자들은 모두 정말 성실하게 망가져줬거든요(웃음). 또 한예슬씨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요. 대본을 쓴 저희도 넋을 잃고 쳐다볼 정도였어요. 그 덕분에 트렌디 드라마를 보는 데 인색한 남자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죠.”
‘환상의 커플’은 3~4회 방송이 나가면서부터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마지막 회 때는 전국 시청률 20%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모두 다 안될 것이라고 내다본 싸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는 이들 자매에게, 드라마는 늘 ‘이기지 못하면 죽는’ 전쟁터라고 한다.
“저희는 둘 다 예능작가로 출발했거든요. 각자 다른 프로그램을 맡아 일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드라마를 써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기회가 온 거예요.”
2005년 KBS에서 한창 준비 중이던 드라마가 마지막 단계에서 취소된 것. 황금시간대가 비어버린 방송사 측에선 드라마 스태프들에게 ‘어떻게든 대타를 구해오라’고 지시했고, 백방으로 수소문에 들어갔다고 한다.

자매 작가 홍정은·홍미란

서로의 생각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덕분에 따로 이야기를 맞추지 않아도 같은 내용을 쓸 수 있는 게 ‘자매’의 장점이라고. 왼쪽이 언니 홍정은 작가, 오른쪽이 동생 홍미란 작가다.


“그 얘기를 듣고 3일 만에 시놉시스를 써 들고 갔죠. 그게 ‘쾌걸 춘향’이었어요. 평소 둘이 주고받던 이야기를 구체화시킨 거였는데, 마침 대안이 없었는지 저희에게 드라마를 맡기더라고요(웃음). 그때 방송국 분위기는 ‘이걸로 어떻게든 시간 때우고 빨리 다음 작품 준비하자’였죠. 오죽하면 제작발표회도 안 열어줬다니까요.”
그러니 이들이 절박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를 쓰겠다며 불쑥 예능 프로그램을 떠났으니, 드라마가 망한다 해도 다시 원래 분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터였다. ‘굶지 않으려면 성공해야 한다’는 자세로 배수의 진을 치고 작품을 썼다.
“드라마 쓰는 동안 아무도 안 만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오직 대본만 썼어요. 그런데 ‘쾌걸 춘향’이 예상외로 인기를 모으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주연배우 한채영씨와 재희씨까지 뜨면서 다음 작품을 할 기회가 생겼죠.”

“대타 드라마 작가로 데뷔, 작품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일해”
이때 밴 습관 때문인지 그들은 지금도 작품에 들어가면 ‘목숨을 건다’고 한다. 언니 정은씨는 지난 2001년 결혼한 6년 차 주부인데, 그가 드라마 작업을 시작한다며 배낭을 싸면 남편은 그저 한숨만 쉰다고. ‘앞으로 또 6개월은 마누라 얼굴도 못 보겠군’ 하는 체념의 표시라고 한다.
“이번에도 드라마 구상하느라 강원도 홍천에서 석 달 보내고, 그 다음엔 경남 남해에 틀어박혀 두 달 반 동안 대본을 썼어요. 가끔 처리할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올 때를 제외하곤 남편을 보지 못했죠. 드라마가 계속 성공해줘서 다행이지, 그렇게 하고 잘 안됐으면 벌써 쫓겨났을 거예요(웃음).”
작품을 쓸 때면 이처럼 철저하게 세상과 자신들을 단절시키는 이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절대적이라고 한다. 두 자매는 5남매 가운데 첫째와 셋째. 세 살 터울이지만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자랐다. 특히 만화책을 보는 취향,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몇 시간씩 보낼 수 있는 능력, 글쓰기를 좋아하는 취미 등이 비슷해 늘 함께 수다를 떨었다고.
“어릴 때는 쭉 같이 살았고, 결혼 뒤에도 언니가 같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 동에 살아서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어요. 만화책이나 비디오 빌렸는데 혼자만 보고 반납하면 아깝잖아요. 그래서 늘 언니네 가서 보고, 거기서 자곤 했죠. 만날 가서 뒹구는데도 방 한 칸 안줘서 매일 거실에서 잤어요. 언니는 발로 툭툭 차며 ‘야, 너 집에 가서 자’ 그러고, 형부는 ‘우리 처제 시집보내야 할 텐데’ 하며 한숨 푹푹 내쉬고 그랬죠(웃음).”
그때 함께 나누던 ‘수다’가 지금 전부 드라마가 되고 있다고 한다. 서로의 생각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덕분에 따로 이야기를 맞추지 않아도 같은 내용을 쓸 수 있는 게 ‘자매’의 장점이라고.
대본을 쓸 때 이들은 ‘변신 합체 로봇’이 된다고 한다. 완전히 하나가 돼 누가 무슨 말을 하고, 누가 무슨 대사를 썼는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라고.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이 즐겨 사용해 장안의 화제가 된 ‘꼬라지’라는 단어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둘 다 모른다고 한다.
“드라마를 구상할 때부터 정말 끊임없이 수다를 떨면서 톤을 맞춰요. 24시간씩 6개월을 붙어 있으면서, 서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안 만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남남이라도 하나가 될 수밖에 없죠. 심지어 나중엔 꿈까지 같은 걸 꾼다니까요. 제가 자다 일어나서 누운 채로 ‘근데 그거 말야’ 하면 언니가 딱 ‘어, 그거’ 그래요. 아무 설명 없이도 동시에 같은 부분을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충돌 없이 일할 수 있어요.”
이제 혼자 일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두 사람은 “이 일을 하는 한, 그리고 혹시 아무도 우리를 써주지 않아 업종을 바꿔야 하는 때가 온다 해도 계속 같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 걸’ 쓸 때 둘이 뜻을 맞췄어요. 만약 이 드라마가 안되면 마사지를 배워서 태국에 마사지 숍을 내자고요(웃음). 마사지를 생각한 건 둘 다 글 쓰는 거 말고는 아무 재능이 없는데, 힘은 좋기 때문이죠.”
깔깔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발랄하고 경쾌한 ‘홍자매표’ 드라마 주인공과 똑 닮았다. 그러나 당분간은 이들이 마사지 숍을 열 일이 없을 것 같다. 벌써부터 홍길동을 주제로 한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 좋은 남자가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어 판타지 사극 ‘홍길동’을 쓰기로 했다는 이들은 그것 말고도 생각해둔 시놉시스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작품이 좋아요. 홍콩 배우 주성치 영화처럼, 가볍고 코믹하면서도 상쾌한 드라마를 만드는 게 꿈이죠.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웃음 속에 인생이 묻어나는 작품도 쓰고 싶어요. 그렇게 조금씩 발전해가면서 오래오래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여성동아 2007년 1월 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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