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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가슴아픈 사연

슬픈 가족사 뒤늦게 털어놓은 인기가수 비

“힘들 때마다 지병으로 세상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겨내요”

■ 글·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드림써치 제공

2002. 12. 18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비의 슬픈 가족사가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고3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고백한 것. 트레이드 마크인 해맑은 미소 속에 감춰진 비의 슬픈 가족사를 들어본다.

슬픈 가족사 뒤늦게 털어놓은 인기가수 비
지난 4월 ‘나쁜 남자’로 데뷔한 후 ‘안녕이란 말 대신’ ‘악수’ 등을 연속 히트시키며 올 가요계 최고의 루키로 부상한 인기가수 비(20·본명 정지훈). 해맑은 눈빛과 수줍은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그에게 남다른 가족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중 어머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과 어려웠던 지난 시절에 대해 털어놓은 것. 특히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려는 듯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 많은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의 어머니는 90년대 후반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 합병증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2년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어머니는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했고, 당시 집을 나와 서울 합숙소에 머물며 가수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던 비는 스승인 박진영에게 ‘어머니를 살려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18세의 어린 비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사업 등의 이유로 집을 떠나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아버지가 사업차 브라질로 떠나신 뒤 어머니의 병세가 너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아프신 걸 알면서도 가수가 되겠다는 욕심에 오랜 시간 함께 있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죄송스럽고 후회돼요. 그때는 집에 소홀했던 아버지가 참 많이 원망스러웠어요. 왜 제게만 이런 힘든 일이 생기는 걸까 분노도 느꼈고요. 하지만 제가 가수가 되길 바라셨던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결심했죠.”
이후 비는 노래와 춤 연습에만 전념했다. 한달에 코피를 3~4번씩 쏟아 박진영과 소속사 관계자들이 그의 건강을 걱정했을 정도. 그렇게 2년여 준비한 끝에 그는 ‘나쁜 남자’로 가요계에 발을 들였고 오늘날 최고의 인기 가수로 성장했다.
“힘들 때마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겨냈어요. 그리고 이젠 아버지도 전혀 원망하지 않아요. 종종 아버지가 ‘너에게 짐이 된다’고 제게 말씀하실 때 죄송스러울 뿐이죠. 부족한 것은 많지만 이젠 제가 가족을 이끌어가고 싶어요. 아버지도 이제 힘들어 하지 마시고 인생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배달의 파이터>로 스크린에도 진출
비의 손가락에는 항상 두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다. 하나는 어머니의 유품인 반지. “무대에서 긴장할 때마다 반지를 보고 마음을 진정시켰다”는 그는 최근 한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후 반지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하나는 가족 반지.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그는 가족이 그리울 때마다 반지를 보며 허전함을 달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비가 외로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재 충북 음성에 살고 있는 아버지, 서울에 있어도 따로 살고 있는 여동생과 조만간 함께 살 예정이기 때문이다.
슬픈 가족사를 딛고 가수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그는 이제 ‘영화출연’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극진 가라테로 전세계 무사들을 물리쳤다는 최배달의 삶을 다룬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주인공 최배달역을 맡은 것. 영화 <유리><리베라메>의 양윤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내년 9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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