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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JOEL’S KALEIDOSCOPE

작지만 격조 있는 결혼식

Small but Decent Wedding

글 · 조엘 킴벡 | 사진 ·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REX AP 이든나인 제공

작성일 | 2015.08.25

작지만 격조 있는 결혼식
‘Size Matters’. 바로 사이즈, 크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의미가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기에 미국에서 자주 쓰이는 관용구다.

소위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 시기, 즉 경기가 좋을 땐 Size Matters라는 말의 의미가 실감이 날 때가 많다. 마치 Size Matters라는 말이 진리라도 되듯 모두가 눈으로 보이는 크기와 규모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혼식 또한 Size Matters라는 말을 표현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례가 되곤 한다. 돈에 제한이 없다면 일생에서 단 한 번이라 여기는 최고의 날 가장 성대한 결혼식을 꿈꾸는 것이 많은 신부들(어쩌면 몇몇 신랑들)의 염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그렇기에 결혼에 임하는 이들이 최고의 결혼식, 이른바 ‘빅 웨딩(Big Wedding)’을 지향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말 자체에서 사이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빅 웨딩. 바로 결혼식의 비용, 혹은 참석 인원 그리고 장소와 축의금의 규모가 최고를 가늠하는 기준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빅 웨딩을 치렀다면 ‘나’는 빅 빅 웨딩을 다짐하며 조금이라도 더 큰 스케일의 결혼식을 꿈꾼다. 마치 결혼식이 메달을 노리는 스포츠 종목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서구의 결혼식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스포츠에 비견되던 때의 결혼식에서는 단연 규모가 최고의 승부 포인트였지만, 최근의 결혼식에서는 규모보다는 콘텐츠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는 것. 물론 아직도 규모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좀 더 사적이고 친밀한 ‘우리들만의 결혼식’을 선호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혼식은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선언하고 축하받는 의식이지만, 남남이었던 두 사람이 부부가 되었다는 것에는 결국 두 가족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종의 정치적인 이벤트가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어 결혼식의 규모가 예상외로 커지는 경우를 보게 되는 것이다.

작지만 격조 있는 결혼식

1 신비주의의 아이콘인 원빈과 이나영 커플은 원빈의 고향 마을에서 청보리밭을 버진 로드 삼아 그림같이 아름다운 웨딩마치를 울렸다. 2 3 기업 인수합병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내용의 혼전계약서로 화제가 됐던 카니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부부는 의외로 조용한 결혼식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최근 원빈과 이나영, 한국의 톱스타 커플이 강원도의 작은 마을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 것이 큰 화제가 됐다.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이고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그동안 세기의 톱스타 커플이라고 불리던 이들이 결혼하는 경우 최고 웨딩 관련 업체의 스폰을 받아, 비싼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쟁쟁한 스타 동료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곳에서 식을 올려왔기에 이 커플의 행보가 팬들을 비롯한 대중을 당황스럽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의 결혼식에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의 조금 다른 선택에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깊은 관심을 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규모는 작았으나 그래서 더욱 사적이며 친밀함이 느껴지는, 그야말로 인간의 체온이 느껴지는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Size Matters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결혼식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이 결혼을 빅 웨딩의 반대말인 ‘스몰 웨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들의 이 고상한(Tasteful) 결혼식이야말로 최근 할리우드 스타들이나 해외의 유명 셀레브러티 사이에서 유행처럼 치러지고 있는, (규모는) 작지만 (질적으로) 격조가 있는 결혼식을 의미하는 ‘Small but Decent Wedding’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왔지만 딱히 결혼식은 올리지 않아 도대체 언제 결혼식을 올리려나, 도대체 이 슈퍼스타 커플의 결혼식은 얼마나 대단하려나 전 세계인들이 오랫동안 주목해온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도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친밀하고 격조 있는 결혼식을 올렸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이들의 결혼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족관과 결혼관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결혼식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요즘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커플 중 하나인 가수 카니예 웨스트와 모델 킴 카다시안의 결혼은 프리넙(Prenup)이라 불리는 혼전계약서의 내용으로 큰 화제가 됐다. 남편 카니예 웨스트가 매년 킴 카다시안에게 1백만 달러(약 11억원)씩 지급하며, 카니예 웨스트가 사망 시 킴 카다시안이 2천만 달러의 보험 수혜자가 된다. 그리고 아이를 한 명 낳을 때마다 5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등 실로 거대 기업합병 계약을 방불케 하는 조약들이 담겨 있어 세상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모처에서 올린 결혼식은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을 불러서 작은 규모로 진행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이 으스대고 뻐기고 자랑하기 좋아하는 이른바 스웨그(Swag)에 능수능란한 커플치고는 예상외로 심플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역시 요즘의 작지만 격조 있는 결혼식의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며 트렌드세터로 불리길 원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렇게 결혼식은 이제 더 이상 규모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스포츠가 예술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중에서 산소 탱크를 메고 하던 결혼식이나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하던 결혼식, 혹은 한 편의 뮤지컬같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하는 이벤트 결혼식이 다시 돌아왔다는 말은 아니다. 그동안은 축의금을 수금하기 위해서, 거대 웨딩홀이나 호텔에서 많은 하객을 받아 매뉴얼대로 예식을 진행하고 정해진 식사를 하는 결혼식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규모 면에서는 작아졌지만, 진정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은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만을 초대해서 질적인 면에 더욱 충실하려 노력한 결혼식을 더 높이 평가하고 공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큰 규모의 결혼식이 무조건 나쁘고 원빈과 이나영의 결혼식처럼 소박한 형식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은 결혼식(Small Wedding)이란 말 대신, ‘작지만 격조가 있는 결혼식(Small but Decent Wedding)’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작지만 격조 있는 결혼식
Joel Kimbeck뉴욕에서 활동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퍼투’를 이끌며 패션 광고를 만들고 있다. ‘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디자인 ·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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