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 시원한 웃음이 트레이드마크인 방송인 이유진(33). 최근 몇 년간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있음을 공공연하게 밝혀 왔던 그가 지난 10월 중순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한 살 연하의 아이스하키 감독인 남자친구와 3년 열애 끝에 화촉을 밝힌 것. 많은 연예계 선후배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 결혼식을 무사히 치른 이유진을 결혼 한 달 후 만났을 때 그는 “아직까지 결혼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밝게 웃음 지었다.
“여전히 연애하는 기분이지만 순간순간 결혼했다는 걸 새삼 느껴요. 최근 가장 실감한 일은 친구들과 함께 놀던 중 다들 남편이 기다린다며 들어가라고 챙겨줄 때였죠. 이제 확실히 내 상황이 달라졌구나 싶어요. 전 아침잠이 많은 타입인데 요 며칠간 꼬박꼬박 일어나 출근하는 남편에게 사과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줬어요. 현관까지 따라 나가 인사를 하고 문을 닫는 순간 ‘부부가 됐구나’ 하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웃음).”
이유진의 결혼식에는 김창렬·이세창·윤형빈·양미라 등 많은 연예계 선후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기억해내며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주례를 서준 이상벽과 축가를 불러준 인순이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어렵사리 부탁을 드렸는데 두 분 모두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상벽 선생님은 정말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주례로 해주셔서 지금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어요. 인순이 선생님이 축가를 불러주신다고 하니까 주변 지인들이 우스개로 ‘결혼식보다 축가가 더 기대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선생님과는 특별히 친한 관계도 아니었는데 같은 혼혈이라 자식 같으셨는지 진심으로 축하하며 노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결혼하기까지 극도로 예민했지만 식 올리고 나니 오히려 편해져
두 사람은 2007년 지인들과 놀러간 클럽에서 합석을 하며 처음 알게 됐다. 그 당시 이유진은 누구와도 쉽사리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보통 연예인끼리 연애도 많이 하는데 저는 이상하게 이쪽에서 일하는 사람은 싫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 사귈 기회가 많지 않았죠. 친하게 지내는 오빠들은 그저 편한 동생으로만 대했고, 저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으레 애인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듯했어요. 또 제가 키도 좀 크고 서구적이다 보니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저를 작게 보는 사람이 이상형이었는데 남편이 딱 그랬어요.”
그의 남편은 평소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이유진을 처음 본 순간 저돌적으로 변하게 됐다고 한다. 클럽에서 바비인형처럼 예쁜 이유진이 눈앞에 스쳐 지나가자 첫눈에 반해 30분 동안 그를 쫓아 헤맸다고. 놓친 줄로만 알고 체념한 순간 이유진이 눈앞에 나타나자 그와 함께 온 동생에게 합석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제 동생에게 반한 줄 알았어요. 그냥 전 남편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친해졌죠. 이후로 계속 친하게 지내다가 잠깐 일이 있어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오랜만에 남편과 친구들을 만났는데 마침 그날 남편이 소개팅을 하고 있더라고요. 묘한 질투심이 치솟았는데도 꾹 참고 모두 같이 술을 마셨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편은 소개팅녀가 아닌 제 옆에 앉아 계속 술을 따라주며 저를 챙기더라고요. 결국 소개팅녀는 토라져서 집으로 갔고 술자리가 파한 후 남편이 제게 사귀자고 말했죠. 그날 자연스럽게 첫 키스도 했어요(웃음).”
이후 두 사람은 뜨겁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싸우며 둘만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둘 다 자기 주관이 뚜렷한 터라 다정하게 데이트를 하다가도 부딪치는 일이 많았는데 그렇게 싸우고 나서도 다음 날이면 너무나도 보고 싶어졌다고.
“결혼 전에 워낙 많이 싸워서 다들 결혼하고 나면 안 싸울 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다투고 나면 미칠 것같이 밉고 원수 같아도 다음 날 눈뜨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이 남편이었죠. 제가 원래 한 남자한테 마음을 주면 오로지 그 사람만 바라보는 민들레 타입이라서 연애하는 동안 남편만 바라보며 열렬히 사랑했어요.”
그렇게 연애를 하면서 이유진은 자연스레 ‘이 사람과 결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양가에 서로를 소개한 터라 가족들 모두 둘의 결혼을 찬성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 이야기가 오가자 정작 이유진 자신은 신중해졌다고.
“혼혈이라는 점 때문에 결혼이 두렵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만약 시댁에서 제가 아버지가 없고, 또 혼혈이라는 걸 문제 삼았다면 결혼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시댁에서는 저의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다 감싸 안아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보다 만약 결혼을 했다가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연예활동을 계속할 건데 혼혈아에 이혼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껴안고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이 됐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결혼과 동시에 그런 불안감은 싹 사라졌거든요.”
인생에 있어 중차대한 일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이유진 역시 그러한 시간을 보냈는데 고맙게도 먼저 결혼한 지인들이 “너 지금 이상한 거 아니야. 결혼을 앞두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라며 토닥여줬다고. 그 덕분에 이유진은 조금씩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계속해서 결혼해달라며 프러포즈하는 남편에게 승낙의 뜻을 전했다.
연예활동 적극 지원해주는 남편 더없이 고마워
결혼식을 치르면서 이유진은 남편에게 더욱 고마워하게 됐다. 그의 직업적 특성상 결혼식은 두 가족만의 축제가 아니라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의식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남편이 이를 꺼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응해줬기 때문.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왔고 결혼식 당일에도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그런 어려운 자리에 선뜻 나서서 제 곁에 있어주더라고요. ‘내가 만약 반대의 처지라면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쉽지 않을 것 같았죠. 덕분에 결혼식 치른 뒤 여기저기서 ‘남편 참 괜찮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다들 칭찬해주시는데 자꾸 그런 말을 들으니까 ‘그럼 난 별로였나? 신부 예뻤다는 말은 왜 안 해주지?’하는 생각도 들어 한편 서운하더라고요(웃음).”
이유진은 남편에게 또 한 가지 고마운 점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남편이 연예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배려해준다는 것. 결혼식을 올리기 전 촬영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남편은 “알아서 준비할 테니 마음 편히 일하고 오라”며 신경을 써줬다고 한다.
“제가 일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남편이 제가 바깥일 하는 걸 꺼려했다면 힘들었을 텐데 항상 자신의 일처럼 우선시해주는 데 정말 감사해요. 올해로 일을 시작한 지 10년쯤 됐는데 결혼하고 더욱 일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이유진은 95년 슈퍼엘리트 모델 선발대회를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자신감에 부풀어 입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대회에서 상을 받지 못하자 어린 마음에 실망감이 컸다고. 여기저기에서 들어오는 섭외요청도 거절하며 한동안 그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여대 생물학과에 입학했고 대학생활을 하던 중 방송 쪽에서 섭외가 들어오자 조금씩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방송 일이 싫었어요. 갑작스럽게 섭외가 많이 들어오고 기회도 많이 생기니까 소중한 줄을 몰랐던 거죠. MTV VJ 일을 시작으로 CF 출연도 많이 했고 연기 경험도 없는데 덜컥 시트콤 주인공을 맡기도 했어요. 원래 꿈도 아니었고 모든 일이 쉽게 진행되니 조금 거만했던 것 같아요.”
이유진은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일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단 한 가지 기뻤던 점은 돈을 벌어 가족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었다는 것. 그는 항상 자식들을 위해 일을 하는 어머니를 가정주부로 만들 수 있다는 기쁨에 차츰 신이 나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 나이에 벌기에는 너무나 큰돈이었어요. 5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죠. 목적이야 어쨌든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유진’ 하면 누군지 대부분 다 알 정도로 성장을 했다는 게 참 뿌듯해요.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지난 시간에 후회되는 점은 없다고. 다만 신인 때부터 일의 소중함을 알고 조금 더 잘하고자 열심히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한다.
방송에서 활달한 모습을 보이며 종횡무진하고 있는 이유진. 일적으로 바쁜 터라 살림에 있어서는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깨끗하게 정리하는 건 정말 잘해요. 하지만 바쁘다 보니까 집안일을 꼼꼼하게 챙기지는 못하죠. 도와주시는 이모님이 청소를 한 번씩 해주시면 전 그걸 잘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편이죠. 빨래·청소·이불 정리 같은 건 적성에 잘 맞는데 유일하게 요리는 정말 못하겠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먹는 것에 그리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웃음). 농담이고, 이제 조금씩 배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살림은 보통, 요리는 젬병…많이 모자라지만 하나씩 배우는 중이에요”
원래 요리에 뜻이 없는 그였지만 며칠 전 SBS 예능 프로그램 ‘자기야’에 출연한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녹화 도중 부부들끼리 담소를 나누는데 누군가 “우리 아내는 요리를 참 잘해”라고 말하자 남편들이 모두들 부러운 눈길로 쳐다봤다고. 곁에서 지켜보던 이유진은 ‘요리를 잘하는 것이 그렇게 부러워 할 일인가’ 싶어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실 전 살림보다 남편이 일하면서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남편은 시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거나 살갑게 구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전 반대로 저희 어머니뿐만 아니라 시댁 어른들께도 잘하는 편이에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남편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씀을 드리죠. 시부모님 생신이나 기념일도 제가 더 챙겨서 해드리고 그래요.”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어 오겠다며 각오를 밝혔던 대로 과연 성공했을까. 이유진은 “노느라 바빠서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며 웃음 지었다.
“둘이서 가는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연애할 때 워낙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만났던 터라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그곳에서 한인 친구들을 사귀어 정말 재미있게 놀았죠. 그렇게 놀다 보니 제대로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어볼 시간이 없었어요. 자녀 계획이요? 저는 세 명 정도 낳고 싶어요. 한 번에 쌍둥이로 둘을 낳고 이후에 한 명 더 낳고요. 그런데 그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나요.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진은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가장 욕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연기’예요. 요 근래 감독님을 한 분 만났는데 이미지가 어중간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젊은 층을 연기하기도, 그렇다고 어머니 역을 맡기도 애매하다고. 그런 한계가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결혼하고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질 것 같으니 기대를 해봐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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