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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손미나의 우리 길 걷기 여행, 한탄강 주상절리길

editor 손미나

입력 2018.06.28 17:00:01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강을 따라 걸을 테니 물과 바람이 흐르는 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조용한 길이겠다 싶었다. 한탄강. 여느 강 이름과 달리 말맛이 여운을 남긴다. 

역시! 방송에서 만난 인연으로 이번 여행에 함께한 자히드 후세인과 그 강으로 내려서는 순간, 반가움의 인사 대신 탄성만 나누었다. 

계곡을 휘감아 나가는 강을 나란히 따라가는 주상절리길은 때론 몽글몽글 베개를 쌓은 듯하고, 때론 단단한 기둥을 촘촘히 세워가며 수십 미터의 기암절벽을 둘러치며 뻗어간다. 용암이 강처럼 흘러 천지를 덮었다가 다시 깎아낸 원시 협곡으로의 여행. 적당히 아찔하고 기분 좋을 만큼 낭창거리는 하늘다리를 건너면 7억 년의 시간을 단숨에 뛰어넘게 될 것이다.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비둘기낭 순환 코스에 한탄강 이편과 저편을 연결하는 하늘다리가 올해 5월 개통했다. 강을 내려다보는 유리 바닥이 아찔하긴 해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다.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한탄강 주상절리길이 ‘순환’ 코스인 까닭은 수억 년의 시간차를 두고 서로 다른 지질이 층층이 완성한 강 좌우 모습이 완벽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강물에 잠길 듯 놓인 징검다리는 이쪽과 저쪽을 잇는 시간처럼 길고 철학적이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여서 한 번쯤 건너보고 싶긴 하지만. 캠핑으로 단련된 자히드가 맨발로 강에 서자 나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자히드, 강 건너에 공룡이 있어요!”


7억 년의 시간, 이쪽과 저쪽!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가늠하기도 힘든 그 옛날, 땅속에서 용암이 솟아올랐다. 그런데 이 지역의 용암은 아주 묽어서 계곡을 따라 끝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뜨거움과 무게에 짓눌린 땅은 손으로도 빚어내지 못할 기묘한 암석층을 만들어냈다. 세계적으로도 내륙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드문 지형으로,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란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자히드도 나도 아무 말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모든 기억과 감정을 초기화하는 듯한 놀라운 경험이었다.
새소리에 눈물이 났다.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한탄강 지질공원 최고의 장관을 보기 위해 멍우리 전망대에 올랐다. 주상절리를 깎아 세운 절벽에 부딪치며 강이 휘돌아 나가는 풍경에 숨이 막힌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를 고대 철학자들은 ‘숭고함’이라 했고, 지금 나는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갑자기 자히드가 무언가 깨달은 듯 다급히 휴대전화에 대고 외쳤다. 

“이봐, 친구, 당장 이곳에 와야 할 것 같아. 한국에서 캠핑을 즐길 가장 멋진 곳을 막 찾아냈거든!”


조선의 화성 겸재 정선을 만나는 화적연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북쪽 오리산에서 솟은 용암이 온 땅을 덮었다가 다시 강줄기를 낸 뒤 이 거대한 화강암반을 슬쩍 띄워냈다. 강물이 거칠게 깎아낸 바위를 보고 사람들은 볏가리(禾)를 쌓은(積) 모습을 떠올려 화적연이라 불렀으니, 그 영험한 광경에 왕들이 찾아와 기우제를 올리곤 했다. 겸재 정선도 반해 화첩에 담았던 화적연, 감동은 시간이 무색하게 평행하다.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놀이공원 조형물처럼 거대한 마당교 문에 들어서니 넓었다가 좁아졌다가 다시 탁 트이는 강의 풍경 자체가 롤러코스터다.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흐르던 용암이 잠시 숨을 고르고 켜켜이 쌓였다가 동그란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맑은 물을 담았다. 이곳 지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암벽에 비둘기들이 찾아들었다고 ‘비둘기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확실히 우리말은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맑고 푸르러서 산호섬의 바다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지만 에메랄드색과는 완연히 다른 옥빛이다. 공기도 소리도 갇힌 듯, 누구나 고요함에 빠져들어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이곳이 한탄강 주상절리길 걷기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다.


포천의 숲에서 얻은 건강하고 차진 맛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도토리막국수
풍성한 지질대를 형성한 땅이 있어서인지 포천은 여러 작물이 잘되는 곳이다. 깊은 산에서 얻는 도토리와 버섯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도토리가루와 메밀을 섞어 만든 막국수는 메밀막국수에서 아쉬웠던 탄력과 매끄러움을 맛보게 한다. 도토리와 버섯으로 부친 빈대떡도, 수육도 신기하게 깔끔하고 담백하다.


여행작가 손미나가 추천하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비둘기낭 순환코스(6km, 2시간) 비둘기낭 폭포-벼룻길-징검다리-멍우리길-하늘다리-비둘기낭 폭포
제1코스 구라이길(4km, 1시간 15분) 구라이골-운산리 생태공원-비둘기낭 폭포
제3코스 벼룻길(5km, 2시간) 비둘기낭 폭포-하늘다리-멍우리 협곡 전망대-벼룻교-부소천교-부소천 전망대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다리 건너편에 공룡이 살고 있으니

손미나 작가와 자히드 후세인은 한탄강 주상절리길 걷기에 두루누비(durunubi.kr) 사이트를 활용했습니다.


기획 김민경 기자 작가 남기환 사진 김성남 조영철 기자 동영상 연출_김아라 PD 디자인 김영화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도움말 포천시청 관광테마조성과 매니지먼트 곽상호 스타일리스트 최소영 
어시스트 마은주


여성동아 2018년 7월 6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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