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스 아나운서 신아영(32)의 앞에는 항상 ‘엄친딸’ ‘재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화외고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이력 때문이다. 하버드대에선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그는 한국어·영어·독일어·스페인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세계 4대 은행으로 꼽히는 스코틀랜드왕립은행과 외교부 등에서 인턴을 한 경험도 있다.
2011년 SBS ESPN 스포츠 전문 채널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한 그는 2015년 프리 선언 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수요미식회’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13일 방영을 시작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신입사원 탄생기-굿피플’(이하 ‘굿피플’)에 굿피플 응원단으로 합류했다. ‘굿피플’은 강호동·이수근 등 2명의 MC와 신아영 아나운서·도진기 변호사·배우 이시원·가수 전범선 등 4명의 패널이 로펌에 취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스쿨 출신 인턴 8명의 일상을 지켜보며 그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그린다. 한 달간의 인턴 생활 후 최종 2명이 정식 변호사로 선발될 예정. MC와 패널들은 매회 로펌이 선택한 과제 수행 우수 인턴 1·2등을 추리하고, 이들이 10문제 중 7문제를 맞히면 로펌 신입 정원이 1명 더 늘어난다.
신아영 아나운서는 3번의 인턴과 아나운서 경험을 살려 ‘굿피플’에서 면접과 회사 생활의 꿀팁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1화에서 인턴으로 뽑힌 로스쿨 학생들이 면접 당시 긴장해서 실수하는 모습에 응원단들이 아쉬움을 드러내자 “멀리 떨어져서 보면 보이는데, 사회 초년생이고 면접 경험이 없으니까 그렇다. 다 한 번씩 처음에 실수한 경험이 있다”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굿피플’에 굿피플 응원단으로 출연한 계기가 뭔가요.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만든다고 해서 법조인들의 사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어요. 혼자 착각한 거였죠(웃음). PD,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신입사원을 뽑는 프로그램이란 걸 알았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제가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PD님에게 제 역할이 뭔지 여쭤보니 “10개의 문제 중 7개를 맞히면 정규직 최종 합격 정원을 3명으로 늘리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저로 인해 1명이 더 취업할 수 있다는 게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로펌이 어떤 인턴을 선택할지 맞혀야 한다는 점에서 예전에 출연했던 서바이벌 퀴즈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와 비슷한 점이 있어요.
‘굿피플’은 단순한 퀴즈쇼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지니어스’에선 제가 못하면 저만 탈락하면 돼 정답을 맞히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잘하면 좋은 거고 못해도 크게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인턴 1명의 취업이 달려 있어요. 문제를 다 맞혀서 꼭 1명이 더 취직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회사에서 인턴을 경험했는데, ‘굿피플’의 인턴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대학 졸업 앞두고 고민하던 때가 생각났어요. 학창 시절에는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를 가는 게 당연한 길이었어요. 그런데 대학 졸업을 하고 나서는 정해진 길이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뭘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갈팡질팡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뭘 해도 정말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한편으로는 다 어려울 거 같은 그런 상반된 마음이 공존하던 때가 떠오르면서 인턴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인턴으로 입사했을 때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던가요.
저는 탕비실도 그렇게 신기하더라고요. 지금은 기억이 미화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모든 게 설레고 예뻤던 거 같아요.
회사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때도 있었나요.
인턴 생활 중 처음 맡은 업무가 복사였어요. 그런데 그것조차도 어렵더라고요. 회사마다 복사하는 규격이나 방식이 있는데 처음에는 잘 모르잖아요. 제본 잘못해서 종이도 많이 버렸죠. 그런 자잘한 실수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아나운서 시절에는 방송 프로그램 하나 만드는 데 PD, 작가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게 신기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생각에 위축됐던 기억도 나요.
그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낄 때가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친구들끼리 서로 힘든 이야기 털어놓다가 누가 더 큰 실수했나 자랑 대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그 자체가 힐링이 됐어요. 이럴 때는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말하는 걸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어른들은 어쩔 수 없이 “너 땐 다 그래. 이걸 견뎌야 해”라고 조언을 해주는데 그때는 그게 크게 와 닿지 않더라고요(웃음).
다시 인턴을 하던 20대 초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럴 생각이 있나요.
네. 그럼 인턴 안 하고 여행 다닐 거예요. 20대 땐 제가 모든 삶의 고난을 다 짊어지고 있는 거 같았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제일 편하고 안전하고 행복했더라고요. 몸도 마음대로 따라주고, 피곤하지도 않고. 그땐 그걸 몰라서 너무 안타까워요. 20대로 돌아간다면 하루하루 진짜 감사하면서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굿피플’ 인턴들을 포함해 20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 많이 무섭고 혼란스러운 시기일 거예요. 이제껏 믿어왔던 가치관이 흔들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시기는 누구나 겪는 거고, 지나고 나면 부쩍 자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2011년 SBS ESPN 스포츠 전문 채널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한 그는 2015년 프리 선언 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수요미식회’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13일 방영을 시작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신입사원 탄생기-굿피플’(이하 ‘굿피플’)에 굿피플 응원단으로 합류했다. ‘굿피플’은 강호동·이수근 등 2명의 MC와 신아영 아나운서·도진기 변호사·배우 이시원·가수 전범선 등 4명의 패널이 로펌에 취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스쿨 출신 인턴 8명의 일상을 지켜보며 그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그린다. 한 달간의 인턴 생활 후 최종 2명이 정식 변호사로 선발될 예정. MC와 패널들은 매회 로펌이 선택한 과제 수행 우수 인턴 1·2등을 추리하고, 이들이 10문제 중 7문제를 맞히면 로펌 신입 정원이 1명 더 늘어난다.
신아영 아나운서는 3번의 인턴과 아나운서 경험을 살려 ‘굿피플’에서 면접과 회사 생활의 꿀팁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1화에서 인턴으로 뽑힌 로스쿨 학생들이 면접 당시 긴장해서 실수하는 모습에 응원단들이 아쉬움을 드러내자 “멀리 떨어져서 보면 보이는데, 사회 초년생이고 면접 경험이 없으니까 그렇다. 다 한 번씩 처음에 실수한 경험이 있다”며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굿피플’에 굿피플 응원단으로 출연한 계기가 뭔가요.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만든다고 해서 법조인들의 사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어요. 혼자 착각한 거였죠(웃음). PD,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신입사원을 뽑는 프로그램이란 걸 알았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제가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PD님에게 제 역할이 뭔지 여쭤보니 “10개의 문제 중 7개를 맞히면 정규직 최종 합격 정원을 3명으로 늘리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저로 인해 1명이 더 취업할 수 있다는 게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로펌이 어떤 인턴을 선택할지 맞혀야 한다는 점에서 예전에 출연했던 서바이벌 퀴즈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와 비슷한 점이 있어요.
‘굿피플’은 단순한 퀴즈쇼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지니어스’에선 제가 못하면 저만 탈락하면 돼 정답을 맞히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잘하면 좋은 거고 못해도 크게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인턴 1명의 취업이 달려 있어요. 문제를 다 맞혀서 꼭 1명이 더 취직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회사에서 인턴을 경험했는데, ‘굿피플’의 인턴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대학 졸업 앞두고 고민하던 때가 생각났어요. 학창 시절에는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를 가는 게 당연한 길이었어요. 그런데 대학 졸업을 하고 나서는 정해진 길이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뭘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갈팡질팡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뭘 해도 정말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한편으로는 다 어려울 거 같은 그런 상반된 마음이 공존하던 때가 떠오르면서 인턴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인턴으로 입사했을 때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던가요.
저는 탕비실도 그렇게 신기하더라고요. 지금은 기억이 미화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모든 게 설레고 예뻤던 거 같아요.
회사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때도 있었나요.
인턴 생활 중 처음 맡은 업무가 복사였어요. 그런데 그것조차도 어렵더라고요. 회사마다 복사하는 규격이나 방식이 있는데 처음에는 잘 모르잖아요. 제본 잘못해서 종이도 많이 버렸죠. 그런 자잘한 실수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아나운서 시절에는 방송 프로그램 하나 만드는 데 PD, 작가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게 신기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말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생각에 위축됐던 기억도 나요.
그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낄 때가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친구들끼리 서로 힘든 이야기 털어놓다가 누가 더 큰 실수했나 자랑 대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그 자체가 힐링이 됐어요. 이럴 때는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말하는 걸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어른들은 어쩔 수 없이 “너 땐 다 그래. 이걸 견뎌야 해”라고 조언을 해주는데 그때는 그게 크게 와 닿지 않더라고요(웃음).
다시 인턴을 하던 20대 초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럴 생각이 있나요.
네. 그럼 인턴 안 하고 여행 다닐 거예요. 20대 땐 제가 모든 삶의 고난을 다 짊어지고 있는 거 같았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때가 제일 편하고 안전하고 행복했더라고요. 몸도 마음대로 따라주고, 피곤하지도 않고. 그땐 그걸 몰라서 너무 안타까워요. 20대로 돌아간다면 하루하루 진짜 감사하면서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굿피플’ 인턴들을 포함해 20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 많이 무섭고 혼란스러운 시기일 거예요. 이제껏 믿어왔던 가치관이 흔들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시기는 누구나 겪는 거고, 지나고 나면 부쩍 자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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