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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환경부 장관

#페놀 아줌마 #여성의 힘 #깨끗한 쓰레기만들기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8.05.03 11:46:14

민감한 환경 현안을 누구보다 잘 풀어갈 적임자로 여야가 인정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요즘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를 여섯 번째 파워우먼으로 만났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환경부가 최근 연일 뉴스에 등장한다. 4월 1월부터 서울 및 수도권의 2차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들이 폐비닐 수거를 거부하며 시작된 ‘쓰레기 대란’ 때문이다. 이 사태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처치 곤란한 폐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이번 대란은 중국의 폐자재 수입 금지 조치로 촉발됐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폐기물 수입량의 56%에 달하는 물량을 수입한 중국은 지난해 7월 “더는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며 플라스틱, 종이, 금속, 섬유 등 4개군 폐기물 24종에 대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를 발효했다. 이 때문에 수출길이 막히며 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수지가 맞지 않는 폐비닐 등의 수거를 거부하기에 이른 것이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4월 19일 고철 폐기물 32종에 대한 추가 수입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폐전기제품·폐페트병·폐선박 등 16종은 연말부터, 폐코르크·텅스텐 부스러기 등 나머지 16종은 내년 말부터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의 수장, 김은경(62) 장관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당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환경영향평가, 지진, 미세먼지 등 민감한 환경 현안을 이끌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 모두로부터 전문성과 도덕성을 인정받아 당일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1982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1988년까지 한국외환은행에서 일했던 김은경 장관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계기로 주부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다. 당시 시민 대표로 활동하며 ‘페놀 아줌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후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1995년 서울 노원구의회 의원과 1998년 서울시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2007년엔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민원제안 비서관· 지속가능발전 비서관 등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중국발 쓰레기 대란을 미리 막지 못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며칠째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는 그를 중국의 추가 수입 금지 품목이 발표되기 이전인 4월 13일 서울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금 전국이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책임이 무거우십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중국의 재활용 폐자재 수입 금지 조치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단순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실제로 폐지나 폐플라스틱을 국내에서 재활용하는 양에 비해 수출하는 양은 적어요. 그래서 우리는 재활용 정책의 전체를 보고 대응해야 하는 겁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당시 시민들이 시위하는 모습.


중국은 이미 지난해 7월 재활용 폐자재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환경부는 어떤 대책을 세워뒀습니까.
 

환경부는 2016년 재활용품 전체에 대한 시장 동향을 분석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하고 2018년 1월에 발효했어요. 이 법에 따라 재활용을 안 하고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제품에 대해선 처분부담금을 징수해요. 그 돈으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영세한 업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법을 통해서 기업에서 만드는 제품의 재활용 가능 여부에 대한 정보가 쌓이게 됐죠. 이제 큰 회사는 재활용 계획을 별도로 세워야 합니다. 이를 우리가 관리하고 지원하는 방법 등이 그 법에 다 들어 있어요. 이 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장기적으로 재활용 쓰레기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봅니다. 저희는 이 법을 근거로 올해 자원순환 기본계획을 세울 거예요. 시급한 일이니만큼 6월까지 당길 예정이에요. 이런 일들이 추진되는 와중에 하나의 문제가 터졌어요. 빨리 해결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이 문제는 한두 가지를 고쳐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어서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감사한 건 주부들이 ‘우리가 재활용 쓰레기에 대해 좀 더 이해해 잘 분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주시는 거예요. 

당장 급한 비닐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를 해결할 묘책은 나와 있습니까. 

지금 수거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는 품목이 폐비닐과 스티로폼이에요. 근본적인 이유는 가져가도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수거업체가 수익에 문제가 없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이를 위해 저희도 긴급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지자체가 나서서 계약 단가를 맞춰 아파트와 수거업체 간의 재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를 유도하게 하고, 협의가 지연될 경우 적치 물량을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도록 할 겁니다. 재활용 폐기물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지자체는 민간과 공공 보유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게 하고요. 재활용 폐기물 선별업체의 잔재물 처리 비용을 낮추기 위한 관련 규정도 개정했습니다. 제지업계의 폐지를 매수하거나 비축하는 방식으로 폐지 수급 안정화를 꾀하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지자체와 사회의 협력 하에 폐자재 분리 배출에 관한 교육과 홍보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사실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는 데 손이 너무 많이 갑니다. 

맞습니다. 우리 제품은 분리하기가 너무 어렵게 돼 있어요. 이건 생산자가 만들 때 고려해야 해요. 그 불편함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해선 안 돼요. 처음부터 재활용하기 쉽게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제품은 유통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생산자가 재활용 처리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적용하고 있어요. 재활용하기 쉬운 정도에 따라 EPR 부담금에 차등을 두는 거죠. 이 제도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만들어졌는데 문제는 기존 생산과 소비 구조는 그대로 두고 업체에서 대응하도록 한 거예요. 게다가 2010년 당시 정부가 앞에선 녹색성장을 외치면서도 뒤로는 ‘1회용 컵 보증제’ 같은 친환경 제도를 사업자를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로 없앴어요. 그런 이유로 재활용 제도들이 다 후퇴하면서 파생된 문제가 지금 터진 거예요. 그런 문제점들이 쌓여 있어서 자원순환기본법을 만들게 된 겁니다. 보다 크게는 폐기물 기본계획 전체를 다시 만들어 시스템을 다 고쳐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하나하나가 다 산업과 맞물려 있거든요. 미래를 생각해 깨끗한 에너지를 쓰자면 산업계가 반발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절실해요. 그래야 에너지 저감과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선 각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김은경 장관이 2017년 11월 16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고위급회담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가정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잘 분리될 수 있어야 잘 버릴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쓰레기를 분리하면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고쳐달라고 적극 의견을 개진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목소리가 많이 나와야 문제가 개선될 수 있어요. 일례로 예전에는 지금처럼 드링크 뚜껑을 열면 밑에 남아 있는 쇠붙이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제가 1993~94년쯤 소각장 운영을 반대할 때 그것을 문제 제기해 분리되도록 만들었죠. 기업들도 자사 제품의 분리 과정에 불편함이 없는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해요. 그런 창구가 늘어나도록 환경부가 지원해드려요. 개인적 실천만으로는 사회를 못 바꿉니다. 주부들이 개인적 실천으로 안 되는 한계를 모아 생산·유통 과정을 변화시키고 제도를 바꾸게 해야 세상이 달라집니다. 지금 거버넌스(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공적인 업무 수행 방법의 변화를 모색하는 협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정권 교체를 이뤄낸 촛불 시위는 거버넌스의 대표 사례죠. 

지난해 7월 3일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 생수 페트병 대신 머그컵을 들고 들어가 화제가 됐습니다. 평소 친환경 생활 수칙을 얼마나 잘 지키고 계신가요. 

생활 속 환경 보전을 위해선 행동의 습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소 환경 보전을 위해 기본적인 친환경 생활 수칙을 충실히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무실 조명은 필요한 만큼만 켜고,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 같은 전자 제품은 전원을 차단해두고요. 자원 절약을 위해 사무실에서는 일회용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이용해요. 외부에서는 텀블러를 사용하고요. 휴지 사용을 줄이려고 손수건을 늘 갖고 다니고, 만년필은 리필 제품을 쓰죠. 또 양치 컵을 사용해 물 절약을 실천하고, 천연 샴푸와 비누로 씻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어요. 

출퇴근이나 업무용 차량은 무엇인가요. 

친환경 자동차인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을 업무용으로 쓰고 있어요. 지난해 7월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기존 업무 차량인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배기량이 더 적은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교체했어요. 업무를 위해 원거리를 이동할 땐 대중교통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용하고요. 목적지가 세종시 인근이면 전기차인 아이오닉을 쓰고, 웬만한 가까운 거리는 운동 삼아 걸어 다니죠. 

인사청문회 당일 청문보고서가 바로 채택됐습니다. 그런 결과를 예상했습니까. 

제가 걸어온 삶의 경험과 환경 철학을 최대한 진솔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렇게 빨리 채택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 등 환경 현안이 산적해 있으니 청문위원님들도 환경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보고 청문보고서를 신속히 채택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환경에 대한 전문성도 어느 정도는 인정해주신 것 같고요. 

지난해 7월 4일 장관 취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당부를 하던가요. 

그동안 우리 정책에서 환경은 첫 번째 고려 대상이 아니었어요. 수십 년간 성장 위주의 정책에 치여 환경 문제는 늘 뒷전이었죠. 그러나 우리 삶의 질을 높이려면 이 분야의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해요. 대통령도 그걸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 배경에서 저에게도 “국가적인 정책 논의 과정에서 타 부처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환경부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달라. 정부 내 야당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하셨어요. 이후 저는 범부처가 모이는 국무회의 같은 데서 환경부의 소신을 자주 밝히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환경부의 입장을 존중해주시고요. 

취임 후 9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한 일 가운데 기억에 남는 한두 가지를 꼽는다면요. 

다 기억에 남아요. 환경에 관한 문제는 하나하나가 다 국민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어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거든요. 취임 직후부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 가동 중단 조치에 이어 미세먼지 종합방지대책을 수립했고 4대강 보 개방과 물 관리 일원화 추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면담과 후속 대책 마련, 사드 환경영향평가 같은 굵직한 환경 현안에 대응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죠. 그럼에도 이상기후, 지진, 미세먼지 같은 민감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불거졌어요. 잠깐 방심하면 문제가 터질 수 있어서 늘 촉각이 곤두서 있습니다. 

대중에겐 김은경이란 이름보다 ‘페놀 아줌마’로 먼저 알려졌죠. 어쩌다 그런 애칭을 갖게 됐는지요. 

결혼 5년 차이던 1988년 직장을 그만두고 시집이 있는 대구로 내려가 평범한 주부로 살았어요. 그러다 1991년 경북 구미공업단지에서 대구의 상수원인 낙동강으로 페놀을 불법 유출해 수돗물을 오염시키는 사건이 발생했죠. 그 사고로 대구와 영남 지역 주민들이 엄청난 악취와 오염된 수돗물을 마셨어요. 저 또한 일반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오염된 수돗물에 노출돼 피해를 입었고요. 사태의 심각성과 정부의 미온적인 사후 대응에 대한 불만이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페놀 사태에 대한 기업의 안일한 환경 관리 실태와 정부의 느슨한 대응으로 2차 유출 사고가 발생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거든요. 기업의 부도덕성과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피해 입은 시민들이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환경운동에 참여하게 됐죠. 페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단체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른바 ‘페놀 아줌마’라는 별칭도 붙었고요.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습니까. 

제가 어릴 때는 환경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때까지 정말 청정한 자연 환경 속에서 자랐거든요. 강원 원주시 인근의 원성군에 있는 시골 마을이었는데 지금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 마을의 자연환경이 먼저 그려져요. 아버지가 군인이었는데 출근하며 제 손을 잡고 나가셨어요. 그럼 갯가에서 놀다가 아버지가 퇴근할 때 손잡고 집에 돌아가곤 했어요.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해요. 강변에서 놀고 있으면 발가락 사이사이에 진흙이 끼곤 했어요. 물속에서 춤추는 작은 풀들, 작은 물고기들도 생각나고 집에서 아버지가 가꾸던 화단도 참 예뻤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제가 살던 시골에 우물터가 하나 있었어요. 거기서 빨래도 하고 채소도 다듬어 씻고 하면서 지저분해진 물이 몇 번에 걸쳐 둠벙(웅덩이) 등을 돌아 깨끗해진 상태로 마을로 흘러들었어요. 자연 정화가 된 거죠. 자연도 사람처럼 숨을 쉬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려고 해요. 그런 기억들이 남아 있어선지 자연에 가해지는 아픔이, 자꾸 망가지는 환경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져요. 환경운동을 한 것도 자연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고요.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특출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말은 좀 조리 있게 했던 것 같아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었는데도 말로 표현할 때는 제 의지를 뚜렷하게 밝혔어요. 덕분에 초등학교에서도 어린이회장·부회장 같은 걸 했죠. 

대학 생활(1977~82)을 할 때부터 공해나 수질 오염 같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잘못 알려진 것 같아요. 전공도 경영학이고, 학과 정원 1천 명 중 여학생이 2명밖에 안 되던 시절이어서 환경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있진 않았어요. 그때도 자연의 회귀를 바라는 마음은 있었지만요. 제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페놀 사태를 겪으면서죠.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던 분이 그럼 어떻게 페놀 사태에 목소리를 높일 용기를 낸 겁니까. 

제가 다섯 남매 중 셋째예요. 위로 오빠가 둘 있고 아래로 남동생, 여동생이 있어요. 당시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는데 저희 집에선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어요. 아버지가 딸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교육 방식이 민주적이었다고 할까요. 아버지는 통역을 하는 군인이었어요. 외국에서 공부하셔서 그런지 사고가 유연한 분이었어요. 집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다 하는 분위기에서 자라 저를 누가 억누르면 견디지 못하고 반발하는 편이에 요. 페놀 사태 때도 이렇게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뒷짐만 지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대학 때 학생운동을 안 해서 부채 의식도 좀 있었고요. 근데 언로가 막힌, 자기를 눌러야 하는 시대에는 저 같은 사람이 적응하기가 어렵죠. 

집에서는 몇 점짜리 엄마이자 아내인가요. 

제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아요(웃음). 다만, 가정을 이루고 아들을 키우면서 아이 스스로 세상을 보는 가치관과 주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저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페놀 사태의 피해 당사자이기도 했고요. 아들은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며 그린피스 봉사 같은 NGO 활동과 환경운동을 했어요. 지금도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죠.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고충은 없었습니까. 

아이가 태어날 무렵 은행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지내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1995년 구의원으로 출마하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했죠. 그때는 지금처럼 보육 시설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역 협동조합 등에서 여성운동, 소비자운동을 함께했던 주부들에게 공동 육아 방식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네트워크가 좋았거든요. 1993~94년 그분들과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어요. 소각장 운영을 막고자 주부들과 폐기물을 일일이 분리하면서 음식물 분리 배출의 필요성을 절감했죠. 그래서 구의원 시절 음식물 분리 배출을 시 차원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했고 그것이 다시 시로, 전국으로 확대가 됐어요. 음식물 분리 수거는 주부들이 세상을 바꾼 모범적인 성공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주부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1 김은경 장관이 4월 8일 인천 연수구 아파트의 재활용 집하장을 방문해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2 2월 2일 강원 강릉올림픽파크에 설치된 친환경 홍보관 설치 현장을 찾았을 때.
3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11일 낙동강 함안보에서 녹조발생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해 장관이 된 직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당시 핫 이슈였던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사드 부지, 안전한가요. 

사람들이 환경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으세요. 사드 부지에 대한 반대는 환경 문제에 대한 반대였을까요? 그렇지 않죠. 정치적, 이념적인 문제도 있을 거고 전쟁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가지가 작용했을 겁니다. 그 중 환경적인 면에서만 보면 괜찮습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을 따져봤을 때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지역 주민이 가장 우려하는 전자파와 관련된 실측을 해보니 그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어요. 어떤 분들은 환경 분야에서 문제를 삼아 사드를 걸러냈으면 하던데 그건 합당치 않다고 생각해요. 

미세먼지 농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에요. 해법이 있습니까. 

없진 않습니다. 모두가 생활 습관을 바꾸면 돼요. 자동차를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스를 배출하는 석탄·석유에너지와 내연기관을 안 쓰면 돼요. 미세먼지는 화석연료인 석탄이나 석유를 태울 때 발생하거든요.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넘어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화석연료를 안 쓰는 건 아니죠. 모든 곳에서 다 나오죠. 

우리만 조심한다고 해소되겠습니까.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우리만 조심해서도 안 되지만, 중국만 조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에요. 저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몇 번 미세먼지의 흐름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넘어온 초기에는 대기 상황이 심각해지는데 대체로 심각하지기 전에 바람이 불어 빠져나가요. 근데 국내 기상적 요인 때문에 대기가 정체되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쌓이고 우리가 내뿜는 더러운 매연과 미세먼지가 더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지는 거죠.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그래프를 보더라도 양국이 다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동안 중국 환경부 장관과 20차례 가까이 환경 관련 회의를 가졌고 과제 선정과 공동 논의 등은 일상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보내는 중국에 가서 왜 항의 한마디 못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건 감정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에요. 어떻게 해야 우리가 미세먼지를 더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먼저죠. 중국은 미세먼지 처리가 지금 발등의 불이에요. 중국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아주 열심히 노력해 자국의 미세먼지 농도를 30% 줄였어요. 그리고 올해부터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는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금 “경제가 아무리 중요해도 환경 문제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어요. 우리 돈으로 2백88조원의 예산을 들여 대기오염 줄이기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 어떤 방식으로 협력했냐면, 대기오염 실태를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어요. 그동안 중국이 그 결과 공개를 찬성하지 않았는데 6월에 공동 발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중국 6개 도시의 대기오염 상황을 함께 조사하는 청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에요. 이런 걸 연구해놓으면 중국이 우리 대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근거가 되겠죠.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실증 사업도 많이 해요. 환경 관련 기술을 개발하도록 영세 업체를 지원하고 이 영세 업체가 중국에 가서 오염 저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이를 통해 돈벌이도 하고 중국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도 기여하는 거죠.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계속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요. 지난해 대통령과 함께 중국에 가서 그곳 환경부 장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오염 저감 사업이 진행 중인 산시성에 갔어요. 현지 석탄 발전소에서 우리 기업들이 정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더라고요. 미세먼지 농도를 당초 목표보다 124% 줄여주고 에너지도 아끼게 해줬대요. 그쪽에서 다른 발전소에 소개해 설명회를 갖고 있더군요. 이런 교류가 확대되려면 협력해야지, 자꾸 공격해선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중국에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나요. 

국제법상으로 중국에 배상 책임을 묻기가 힘들어요. 월경성 국제협력기구를 구성할 수 있는데, 구성하는 데만 10년이 걸리고 구성한다고 해도 배상에 이른다는 보장이 없어요. 결국 협력이 답인 것이죠. 일본은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영향을 끼침에도 미세먼지 문제를 거의 해결했어요.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보더라도 국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거죠. 

올해 환경 행정의 목표와 계획은 무엇입니까. 

올해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에요. 우선 국내외에서 쓸 수 있는 지표를 활용해 현재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진단할 겁니다. 진단 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2030 지속가능 발전 목표와 이행 과제, 평가 지표를 도출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평가 체계를 만들 예정이에요. 그 이후에는 평가 지표를 활용해 환경부뿐 아니라 정부 전체가 정책의 기획·수립·집행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환경 질을 개선해 홍수·가뭄, 수질오염 문제가 통합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물 관리 일원화를 반드시 실현해 국민들에게 깨끗한 물이 더욱 풍부하고 안전하게 제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 정부 들어 수립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한중 환경 협력 등을 통해 국민들의 미세먼지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도 환경부의 올해 목표 중 하나예요. 아울러 기존 화학 물질의 관리 체계와 생활화학제품 살생물제를 시장에서 감시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이에요.


김은경 환경부 장관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환경부


여성동아 2018년 5월 6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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