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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제 멋대로 표 취소하는 외국항공사 환불 제대로 받아내는 법

이경은 기자

2023. 03. 25

달콤한 휴가를 꿈꾸며 결제한 필리핀 세부행 ‘에어아시아’ 항공이 갑자기 결항됐다. 그런데 환불도 포인트로 받으라고?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더 속이 부글거린다.

“환불이 지연돼 최초 결제 수단 대신 당사 ‘크레디트(포인트)’로 신속한 지급을….”

지난해 10월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유채연 씨는 항공사 ‘에어아시아(AirAsia)’로부터 출국 하루 전 항공편 취소 통보를 받았다. 취소보다 황당한 건 그다음이다. 환불을 접수하고 두 달이 지나도 별 진전이 없어 답답하던 와중에 “환불금을 자사 포인트로 받으라”는 답변을 받았다. 유 씨는 “(항공사가 표를 일방 취소해) 호텔, 투어 비용 등 많은 금전 손해를 봤다”며 “직전 취소도 화가 나는데 포인트 환불이 웬 말이냐”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유 씨처럼 에어아시아와 환불 문제를 겪은 이는 한둘이 아니다.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의 저비용항공사(LCC)로 우리나라에선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취항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에어아시아 환불’을 검색하면 기간, 금액 등의 다양한 갈등 사례를 접할 수 있다. 기자에게 직접 “결항 당시 에어아시아가 환불금과 보상금을 지급하겠다 약속했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제보하는 이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기자 역시 이들과 같은 일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에어아시아로부터 출국 하루 전 일방 결항을 통보받았고,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무려 3개월이 걸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에어아시아 결항 및 환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기자가 겪은 3개월간의 고군부투를 지면에 옮긴다.

기자는 출국 하루 전인 2022년 10월 27일 오후 에어아시아로부터 결항 통보를 받았다. 심지어 안내 전화 한 통 없이 이메일로만 알려와 하마터면 공항에서 허탕을 칠 뻔했다. 취소 항공편은 10월 28일 인천국제공항 출발 막탄세부국제공항 도착 에어아시아 항공기. 공식 결항 사유는 ‘세부 공항 (수용) 한계와 기상 악화(Cebu airport limitations and bad weather)’다. 하지만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실시간운항정보에서 당일 운항 정보를 조회한 결과, 동일 날짜에 출발하는 타 여객기들(제주항공·대한항공)은 약간의 출발 지연을 제외하고 정상 운행됐다. 기상 악화보다 세부 공항의 수용 가능 여부가 결항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취소 통보해놓고… “포인트로 환불”

토니 페르난데스 캐피탈A 회장

토니 페르난데스 캐피탈A 회장

항공사가 표를 판매했는데 공항에 자리가 없다니. 국토교통부 국제항공과에 해당 회사의 잦은 일방적 결항에 대해 문의하자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업법상 항공편 운항 허가를 받아야만 표를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에어아시아의 경우 환불 등 민원이 자주 제기돼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에어아시아는 ‘표를 먼저 판매한 뒤 충분히 모객이 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항공편을 결항시킨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에어아시아의 행사 장면.

에어아시아의 행사 장면.

에어아시아 홈페이지 이용 약관엔 “비자발적 환불(당사가 항공편을 취소 등)로 항공권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당사는 본 조 및 내부 규정에 따라 미사용 항공권을 원래 지불한 통화로 환불” “환불은 승객 또는 예약 비용을 지불한 고객이 원래 지불한 것과 동일한 지불 방식으로 이뤄짐”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유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에어아시아 측이 환불금 지급을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 동안 미루다 포인트 환불을 제안했다”고 토로했다. 토니 페르난데스 캐피탈A(에어아시아 모기업)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유행 당시) 모든 환불금을 바로 지불했으면 파산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고의적 환불 지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29일, 11월 7일, 12월 8일에 고객센터 채팅으로 환불 관련 문의를 했다. 또 지난해 12월 25일과 27일, 올해 1월 10일과 16일 고객센터 이메일을 통해 에어아시아 측과 대화했으나 환불금을 받을 수 없었다.

최선은 ‘해외 이의제기’

유 씨가 고객센터에  환불을 문의하자 돌아온 메일 중 일부(왼쪽).

유 씨가 고객센터에 환불을 문의하자 돌아온 메일 중 일부(왼쪽).

타지도 못한 비행기 삯을 돌려받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한국소비자원 법무팀 관계자에게 이를 묻자 “바우처(포인트)로의 환불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가 피해 구제를 접수해도 (한국소비자원은) 사업자에게 명령, 시정 조치 등은 할 수 없다”며 “사업자와 소비자 간 중간 조정 역할만 할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금융감독원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11월 18일 해당 건에 대해 금감원에 민원을 접수했지만 두 달 뒤 걸려온 전화에선 (본 민원은) 금감원 소관이 아니라는 답과 함께 앞으로 해외 사이트 이용을 유의하라는 충고만 들었다.

해법은 카드사 해외 이의제기 신청에 있었다. 카드사마다 ‘해외 이용 분쟁’ ‘해외 이의제기’ 등 명칭은 다르지만 대부분은 해외 이의제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해외에서 결제하지 않은 내역이 청구되었거나 결제 후 물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 상이한 금액이 청구된 경우 국제 카드사를 통해 해외 가맹점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해결을 요청하는 절차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분쟁 민원을 대리하는 역할”이라며 “국제 브랜드사(비자, 마스터 등)를 거쳐 해외 가맹점으로 이의를 제기해 최소 2개월에서 최대 4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의제기를 성공하고 카드사로부터 확인 문자를 받았다.

이의제기를 성공하고 카드사로부터 확인 문자를 받았다.

접수는 비교적 간단했다. 우선 카드사 홈페이지 내 해외 이의제기 신청·조회 페이지에 들어가 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카드 소지 여부 확인 절차를 거친다. 이어 사유를 작성하고 항공권 예약 확인서, 항공권 결제 내역, 환불 증명 서류(환불 확정 이메일 캡처본) 등 관련 파일을 첨부해 신청하면 끝.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 통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청구 보류’ 신청을 해두는 게 좋다.

1월 13일 기자는 카드사로부터 “최종 수용 후 정상 종결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결제가 취소돼 환불에 성공한 것. 수십만 원으로 항공사와 국제 소송까지 벌여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모든 걱정이 씻겨 내렸다. 3개월의 환불 굴레, 고생 끝에 낙이 왔지만 사전에 주의해 이러한 상황을 겪지 않는 게 최선이다. 이미 지독하게 엮였다면 기자의 생생한 경험을 거울 삼아 하루 빨리 벗어나길 기원한다.

#에어아시아 #환불거부 #해외여행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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