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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존재 자체가 장르인 남자 배정남

EDITOR 두경아

2020. 01. 23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남자 배정남. 언제부턴가 예능과 CF를 장악하고 충무로에 입성한 그의 진짜 이야기.

이토록 개성 넘치는 인물이 또 있을까. 도저히 교정되지 않을 것 같은 사투리, ‘행님, 행님’하면서 다가오는 친근하면서도 예의 바른 태도, 걸어만 다녀도 화보가 되는 패션 감각. 한 사람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반전 요소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최대치의 매력을 뿜어내는 이가 바로 배정남(37)이라는 존재다. 

배정남은 지난 2002년 모델로 데뷔한 이래 영화 ‘마스터’와 ‘보안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예능 ‘스페인 하숙’ 등 영화와 방송을 넘나들며 많은 활동을 보였다. 그런 그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 주’)에 주연으로 출연해 또 다른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 영화는 VIP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후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로, 극 중 배정남은 열정 가득한 요원 만식으로 분해 코믹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사라진 판다를 대신해 탈을 쓰고 동물원 우리에서 동물 흉내를 내는가 하면, 판다를 찾으며 구르고 넘어지는 등 몸 개그를 보여준다. 때론 민폐가 되는 행동을 하고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절대 밉상으로 보이지 않는 건, 배정남이어서다.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어요. 어깨가 무겁지 않았나요. 

다들 주연으로 봐주시는데 그 정도 비중은 아니에요(웃음). 다만 캐릭터를 봤을 때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욕심이 나더라고요. 이런 캐릭터는 한동안 우리나라에 없지 않았나요. 정상은 아니잖아요(웃음). 무조건 열심히 준비했어요. 동물 탈을 쓰고 연기할 때는 더워서 힘들었지만 잘 이겨내고 싶었어요. 포기하기 싫어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했어요.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들었죠. 

영화 ‘미스터 주’ 속 만식이와 배정남의 비슷한 점을 꼽는다면. 

만식은 열정은 있지만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에요. 사람을 잘 믿고, 악의는 없죠. 만식이나 저나 살짝 부족하고, 허당기 있는 점은 비슷한 것 같아요. 제 경우엔 날카로워 보이는 첫인상 때문에 거리감을 두다가도 조금 모자라고 허술한 본모습을 알고 마음을 열어주시는 분들이 많죠. 

영화에서 몸 개그가 많았어요.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탈을 쓰고 연기하느라 더워서 힘들었죠. 넘어지거나 구르는 신이 있었는데 다치지는 않았어요. 편집본에서는 잘린 것 같은데, 개와 마주 보고 짖는 신도 있었어요. 극중 군견으로 나오는 알리(진돗개)에게 지기 싫어서 열심히 했죠. 



영화에서 코미디를 담당했는데, 본인이 생각한 웃음 포인트에 관객들이 잘 반응하던가요. 

웃기는 포인트에서 안 웃기면 안 되니까 책임감, 부담감이 컸어요. 첫 시사회가 기자 시사회였는데, (기자들이 잘 안 웃어서) 멘붕이 오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는 분명 터지는 포인트였는데…. 다행히 일반 시사회에서는 관객들이 많이 웃었다고 해서 안심을 했지만, 걱정이 많이 됐죠. 

실제 반려견을 키우는 걸로 알아요. 동물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이번 영화를 반겼을 것 같아요. 

제게 반려견 벨은 가족이에요. 한 살 반 때 벨을 데려와서 지금 여덟 살이에요. 40대가 되기 전 동물 영화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 영화가 들어와서 너무 좋았죠. 평소 촬영 현장에는 큰 개를 데리고 다닐 수 없어요. 그런데 이번 촬영장은 동물에게 완전히 오픈돼서 벨을 데려와 반려견과 투숙 가능한 숙소를 구해 같이 지냈어요. 

영화를 촬영하면서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성민 선배는 실제로 동물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이에요. 영화 초반에 나오는 성격 그대로요. 고양이를 보고 질색하는 모습이 진짜 선배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촬영이 계속될수록 개를 쓰다듬고, 같이 산책하고, 간식도 주는 식으로 차츰 변하더라고요. 영화의 내용과 똑같아서 진짜 신기했어요. 

알리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알리는 우리 벨과 천지 차이예요. 정말 똑똑하고 집중력이 상당해요(웃음).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오라면 오고…. 개가 그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단 걸 처음 알았어요. 나중에 벨과 영화 촬영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정도 연기력은 안 바라니 같이 한 신에 나오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성민·김서형 씨 등 연기력이 탁월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대본 리딩할 때부터 촬영 현장에서까지 그분들을 보고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면서 배웠어요. 실제로 연기뿐 아니라 성민 선배가 현장에서 스태프를 대하는 모습을 많이 배우게 되더라고요. 성민 선배가 촬영하면서 팀마다 회식을 시켜줬어요. 매일 저녁 밥 먹고 맥주 한 잔 마시고…. 그 자리를 마치고 방에 돌아가기 아쉬울 정도였어요. 주인공이 잘하니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잘되면 저렇게 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됐죠.


‘배정남’ 하면, 사투리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자체가 매력이 된 것 같은데, 본인은 사투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들 좋아해주시니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사투리를 교정하고 싶어서 (고향) 친구들도 안 만났어요. 드라마에 캐스팅돼 표준말을 써야 했거든요. 그런데 그 드라마가 엎어지면서 표준어를 놓아버렸죠. 그러다 우연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방송을 탔는데 제 이미지와 말투가 정반대니까 신선했던 것 같아요. 그때 알았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구나. 사투리가 구수하니까 사람들이 친숙함을 느끼는구나.’ 당장 사투리가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작품에 폐를 끼치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연기력으로 극복해야겠죠.

표준어보다 지방 사투리가 편하다면서요. 

서울말도 쓰라면 쓰는데 듣는 사람이 어색할 거예요(웃음). 제가 표준어를 썼을 때의 그 어색함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억지로 한다면 듣는 사람도 연기에 몰입 안 되겠죠. 북한 말은 따로 선생님 두고 배웠는데, 편하고 쉬워서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전라도 사투리도 편하더라고요(웃음). 

고향 친구들은 배정남 씨 말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고향 사람들은 서울말 쓰면 다 욕해요(웃음). 하지 말라고 하면서. 아마 (고향이 지방인 사람들은) 다 그럴 거예요. 

10년 전과는 다른 이미지예요. 그 당시 ‘모델 배정남’은 남자들의 우상이었죠. 

그때는 허세였죠, 허세. 어릴 때는 망가지는 게 두려웠고, 나를 숨겼어요. 그런데 그걸 내려놓는 순간부터 너무 편안하고, 훨씬 좋아졌어요. 망가져도 사람들에게는 열려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저를 보면 웃고, 반갑게 맞아주니까 좋아요. 전에는 남자 팬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아이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저를 보고 웃어주세요. 그게 좋더라고요. 예전에는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사투리를 들킬까 봐 부끄러워서 말도 잘 안 했어요. 이젠 내일 모레가 마흔이니 부끄러울 것도 없고, 신비주의 같은 건 전혀 필요 없다는 걸 알았죠. 

지난해 ‘스페인 하숙’이 인기가 많아서 시즌2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시청률이 10%가 넘었으니 시즌2를 안 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시즌2 제작이 된다면 얼마든 참여할 의향이 있고요. 

차승원, 유해진 두 분과는 지금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나요. 

스페인에서 촬영하는 동안 밤마다 맥주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해서 두 분과는 많이 친해졌어요. 이번 ‘미스터 주’ 시사회 때 승원이 형이 오셔서 ‘고생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승원이 형이 다른 배우들 시사회에 잘 안 다니신다고 해요. 형은 모델 시절부터 제 롤 모델이었는데, 일이 있을 때마다 응원해주시고 연락 주셔서 참 고마워요. 

형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 있나요. 

솔직해서 그런 거 같아요. 대부분 내공이 센 사람들인데, 몇 년째 편하게 지내요. 싫은데도 억지로 잘 보이려고… 그런 건 정말 못 해요. 그냥 단순 무식하게 가니까 형, 동생 하고 지내는 것 같아요. 저도 안 편한 사람들과는 ‘선배님’ 하면서 깍듯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내 가정’에 대한 꿈은 어때요. 

마음을 흔드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너무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아기도 낳고 싶고 화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죠. 성민이 형 형수님이 똑 부러진 분이에요. 형은 늘 제게 “너는 내 아내 같은 사람 만나야 한다”고 하세요. “예쁘면 오래 못 간다” “생각이 건강한 사람을 만나라” “무조건 형수 같은 사람 만나라”…. 

형수님께 소개해달라고 해보시죠. 

형수님께 말은 해놨어요(웃음). 여자는 여자가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 내공 있는 누나들, 한가락씩 하는 사람들은 “여자 생기면 무조건 데리고 오라”고 하세요. 이상형은 건강하고 긍정적인 스타일이에요. 

예능 프로그램 고정에 욕심이 생길 것 같아요. 

그동안 성격에 맞는 걸 했는데, 맞지 않으면 힘들더라고요. ‘1박 2일’을 했던 유호진 PD나 ‘스페인 하숙’ 팀들이 하자고 하면 다 할 거예요. 출연자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억지 행동 안 시키는 사람들. 호진이 형도 기회가 있으면 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대본이 없는 게 어울리고 대본 있으면 못 하겠어요. 스튜디오에 둘러앉아서 토크하는 프로그램보다는 리얼리티가 잘 맞아요. 치고 들어가는 걸 잘 못 하겠더라고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꽤 긴 시간이 지났어요. 그동안 부침도 많았을 테고 활동을 안 한 기간도 길었는데, 그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왔나요. 

버틴 거죠. 데뷔한 지 19년 되는데, 잘 버틴 덕분에 ‘라디오스타’ ‘무한도전’ 출연하면서 좋은 제작진을 만났어요. 잘될 거라는 생각에 희망의 끈을 안 놓고 있었고, 기회가 왔을 때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활동이 없을 때도 ‘나는 계속 준비 중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시간도 있었나요. 

포기한 적은 없어요. 중간에 쇼핑몰을 하긴 했지만, 언제든 작은 역할이 들어와도 감사하게 하곤 했죠. 다행히 주변에 좋은 친구들, 좋은 형과 누나들이 있었어요. 훌륭한 어른들, 대선배들도 있었고요. 어른들은 “너는 기다리면 꼭 기회가 온다”는 희망적인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친한 누나들은 “너는 생짜(있는 그대로의 모습)로 가야 해. 그게 매력이야”라고 하셨고요. 영화 ‘보안관’ 팀 만나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바뀌었죠. ‘라디오스타’ 섭외가 왔을 때도 형들이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해줬어요. 사람들은 (나의 장점을) 모르는데, 형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주변에서 많은 힘을 받았어요. 

배정남의 40대는 어떤 모습일까요. 

배우 배정남으로는 지금보다 폭넓은 연기를 보여줄 것 같아요. 좀 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겠죠. 인간 배정남은 지금처럼 열심히 살고 있지 않을까요. 벨과 산책하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고, 지금처럼 여전히 촌놈으로. 결혼을 했다면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딸은 애지중지 키우면서(웃음). 

패션 감각이 뛰어난데 앞으로 패션 관련 사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제가 좋아하는 옷들로 쇼핑몰을 하고 싶어요. 퀄리티 좋은 제품으로. 유럽풍의 빈티지한 카페도 하고 싶어요. 그걸 생각해서 소품들을 많이 모아놨거든요. 오리지널 아니면 싫어해서, 거기에 맞는 소품들만 구입해요. 

마지막으로, 질문할게요. 배정남에게 ‘행님’이란. 

저와 친하게 지내면서 소통하는 사람들. 그런 분들 중에 열한 살 차이인데도 친구 같은 사람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행님’이죠. ‘행님’이 ‘형님’보다 더 정겹지 않나요? 저도 안 편하면 ‘형님’ 하거나 ‘선배님’ 한답니다.

기획 김명희 기자 뉴스1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YG케이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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