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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ology

부부 금실 높여줄 섹스토이

박혜성 원장

2019. 10. 29



‘성학자’ 박혜성 원장의 여성 건강과 성



경기도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사)행복한 성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산부인과tv’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등이 있다.




대부분의 남녀가 만난 지 2~3년 정도 지나면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고, 재미도 없다. 만나는 게 습관이 되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서로에게 새로운 자극을 느낄 게 없기 때문이다. 연인 관계도 그럴진대 매일 얼굴을 보며 사는 부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럴 때 새로운 남자나 여자가 나타나면 그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열정이 그쪽으로 움직이기 쉽다. 오래된 연인, 부부는 어떻게 하면 초심을 이어가며 잘 살 수 있을까? 



결혼하고 연식이 늘어나면 놀이동산도, 맛집도, 여행도 다녀올 만큼 다녀왔고, 더 이상 같이할 새로운 놀이를 찾기 어렵다. talk(대화)와 play(놀이), love(사랑 표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최고의 행위인 성관계(sex)도 같은 체위와 방식을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 짜릿한 감흥을 느끼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모 광고에서처럼 부부가 도원결의를 맹세한 형제같이 우정과 의리로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는 이런 부부, 연인들에게 성인용품, 성인 장난감(sex toy)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사람을 바꾸지 않더라도 장소, 시간, 그리고 놀이기구만 달리해도 부부 관계가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바이브레이터

만약 섹스토이 중에 단 한 개만 고르라면 당연히 바이브레이터(진동기)를 추천한다. 예전에는 딜도가 최고였겠지만 현대 여성에게 딜도는 심심하다. 딜도나 바이브레이터에 대해 그동안 ‘음란하다’ ‘아니다’를 놓고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성학자들이 오르가슴 장애가 있는 경우 자위행위를 위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성학자 베티 도슨은 바이브레이터를 활용한 자위행위를 통해 오르가슴에 이르는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성감을 개발하고 싶거나 혼자 사는 여성, 남편이나 남자 친구와의 섹스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

윤활젤, 윤활로션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다. 여자 체액과 비슷하게 만들어 여성의 질 건조증이나 라텍스 섹스토이를 사용할 경우 유용하다. 지용성과 수용성이 있는데 수용성을 선택하고, 구강성교를 할 때 먹어도 되는 제품으로 구입하는 게 좋다. 특히 질 건조증이 있을 때는 안구건조증에 안약을 넣는 것처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이 들어 질이 건조해졌다면 윤활젤이나 윤활로션을 사용하는 것을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말자. 나이가 드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 자연현상이다.

남성용 자위기구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재판부는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가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남성의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위해서 여성 성기를 재현했다는 것만으로 음란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개인이 이런 기구를 구매해서 활용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행복추구권 측면에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2014년 이전에는 불법이었다는 건데, 그때까지 한국 남자들은 손이 아니면 무엇으로 자위를 했을까?

SM 관련 제품

SM은 가학, 피가학을 즐기는 성적 취향을 말한다. 관련 제품으로 목줄, 재갈, 채찍, 수갑 등 신체를 구속할 수 있는 것들이 알려졌는데, 보통 착용자의 부상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금방 풀 수 있고 그다지 아프지 않게 만들어서 폭력보다는 유희를 위한 도구라 할 수 있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성적 가학 장애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여러 SM 기구들을 볼 수 있다.

섹스로봇

국외에서 ‘록시’ ‘하모니’ ‘사만다’ 등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섹스로봇이 출시됐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시장이 될 것이다. 특히 습관적으로 성관계를 기피하는 사람의 배우자, 미혼, 성적 소외자 등 섹스 파트너가 없는 사람에게는 굉장한 대안이 될 것이다.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세계적으로 성인용품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2016년 글로벌 정보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틱 브레인(Statistic Brain)이 전 세계 섹스토이 산업 규모를 17조원으로 집계했는데, 미국 경제 전문지 마켓워치(Market Watch)는 2020년 전 세계 섹스토이 시장 규모를 58조원으로 예측했다. 해마다 35% 이상 증가한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IT(정보기술)는 세계를 선도할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성 산업은 여전히 후진국이다. 같은 유교 문화권인 중국이 전 세계 성인용품의 70%를 생산하고 있고, 일본은 텐가(TENGA)가 연간 7천만 개의 자위기구를 판매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도 성에 대해 아주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관련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엔 성인용품을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다. 당연히 정확한 성인용품 시장 규모도 파악이 안 된다. 해외에서 성인용품을 들여오려면 통관을 해야 하는데 해당 부서에서는 기준이 없으니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판단하면 통관을 취소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섹스와 관련된 제품이나 책, CD는 지리적 제한으로 주문이 불가능할 정도다. 남성용 자위기구 수입이 허용된 게 2014년이고, 리얼 돌은 올해 6월에야 허용되었다. 가장 기본적인 피임기구인 콘돔조차 청소년은 특수형(돌기형, 사정지연형)은 구매가 불법이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제약 기업 화이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남녀 모두 섹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 비해 성적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성인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섹스토이 입문 수업이 생겨났다. 그만큼 수요와 욕구가 있다는 이야기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성인용품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는 성인용품 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논외로 하고라도, 성인용품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성인기구로 인해 여성과 남성이 행복해지고 가정이 행복해지면 국가도 행복해진다. 

검증을 통과한 섹스토이라면 청결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하지 않고 매뉴얼대로 사용하기만 하면 여성의 몸과 건강에 해롭지 않다. 특히 섹스 파트너가 없거나 상대가 피곤한 경우, 성적 긴장감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 건강한 성생활에 보조용품으로써 섹스토이는 정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기획 최호열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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