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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worldstar #magnificent 7

진격의 이병헌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6.10.06 18:21:18

할리우드 영화만 6번째. 이번엔 악당 조연이 아닌 빛나는 주인공이다.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한 〈매그니피센트 7〉로 오랜 꿈을 이뤘다는 이병헌의 거침없는 질주.
진격의 이병헌
“1만 가지 흉허물이 생겨도 덮어주는 귀인이 있어서 90세까지 운이 뻗치네요.”

지난해 여름 취재차 만난 한 역술가에게 들은 배우 이병헌(46)의 사주풀이다. 데뷔 후 구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켰고, 어느덧 한국을 넘어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영화의 일부가 된 그를 떠올리면 역술가의 그 말이 참으로 신통방통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천운을 타고났어도 탄탄한 연기 내공과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지난 8년간 6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찍는 것이 가능했을까. 이병헌은 2009년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을 시작으로 〈지.아이.조 2〉 〈레드: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미스컨덕트〉까지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이어왔다. 그리고 9월 14일 개봉된 영화 〈매그니피센트 7〉에서는 비로소 주연 자리를 꿰차며 처음으로 의로운 역할을 맡았다.

〈매그니피센트 7〉은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서부극으로 만든 〈황야의 7인〉(원제 Magnificent 7, 1960)을 다시 리메이크한 작품. 이병헌은 총과 칼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신비로운 암살자 ‘빌리 락스’로 등장한다.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하기 위해 급조된 ‘7인’ 중 한 명인 그는 총보다 빠른 칼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병헌이 에단 호크(전설의 명사수 ‘굿나잇 로비쇼’ 역)와 함께 보여준 ‘브로맨스’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로 꼽힌다.

지난 9월 12일,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이병헌은 “이 영화는 내게 큰 의미가 있다”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아마 제가 대여섯 살 때쯤이었을 거예요. 주말이면 아버지와 함께 〈주말의 명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이었죠. 〈황야의 7인〉이라는 영화도 그때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카우보이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더랬어요. 많은 시간이 지나, 카우보이는 안 됐지만 배우가 되어 그 영화의 7인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한 것은 제게 굉장히 뜻깊은 일이에요. 캐스팅된 시점부터 이 영화를 보여드리게 된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영광이자 감동으로 다가온 이유죠.”



▼〈매그니피센트 7〉이 개막작으로 상영된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소감이 궁금합니다.

영화를 찍는 동안 모든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제작 기간이 무척 길었기 때문에 동고동락하며 친해질 수밖에 없었고요. 오랜만에 그분들을 다시 보니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어요. 서로 얼싸안고 마음에서 우러난 따뜻한 인사를 나눴죠. 그분들과 함께 1천명이 넘는 관객에게 둘러싸여 제가 출연한 영화를 봤는데, 그때만큼 행복한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하나하나의 리액션이 다 감사했고, 저 또한 너무나도 즐겁게 영화를 관람했어요.

▼할리우드 진출 후 처음으로 선한 역을 맡은 기분이 어떤가요.

영화를 보는 관객은 악역보다 선한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연기를 하는 배우는 캐릭터가 선한지 악한지를 따져 호불호의 감정을 갖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설픈 선한 역보다 임팩트가 있는 악역이 훨씬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저 역시 그런 점에서 캐릭터가 선하다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어요. 빌리 락스 역시 남다르게 다가온 건, 1960년 〈황야의 7인〉에서 제임스 코번이 한 역할보다 한층 발전된 캐릭터이기 때문이에요. 또한 굳이 동양인을 쓰지 않아도 될 역할인데, 감독님과 제작자 모두 동의한 가운데 저를 캐스팅한 데도 의의를 두고 싶었어요. 그것이 이번 작품의 성과가 아닐까 싶어요.


진격의 이병헌

웨스턴 영화 〈매그니피센트 7〉에서 총과 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암살자 빌리 락스 역으로 열연한 이병헌.

▼서부극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두 번째인데, 어떤 영화가 더 힘들었나요.

〈매그니피센트 7〉요. 두 영화 모두 기온이 영상 40도가 넘고 흙먼지가 많은 곳에서 찍었지만, 특히 이번 영화의 촬영지였던 루이지애나는 습도가 90%까지 올라갔어요. 그러다 보니 뙤약볕에 노출돼 있다가 쓰러지는 사람들이 생겨나 앰뷸런스가 항상 대기하고 있었어요.

▼이국적인 환경에서 촬영해 색다른 경험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루이지애나는 늪지대가 많고 습한 곳으로 유명해서 뱀 잡는 일만 하는 스태프들도 있었어요. 악어 잡는 스태프도 있었고요. 크리스 프랫(도박꾼 조슈아 패러데이 역으로 출연한 할리우드의 라이징 스타)은 점심 먹기 전 늪에서 항상 낚시를 했어요. 본인이 점심으로 먹을 생선을 직접 잡아 주방장에게 구워 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와 환경도 다르고 사람도 다르구나’ 했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칼을 잘 쓰고 말을 잘 타는 ‘박창이’ 역을 연기한 것이 이번 영화에 도움이 됐나요.

저도 그때의 경험 덕분에 말을 타거나 총을 다루기가 한결 수월할 줄 알았는데, 웨스턴 스타일이 한국에서 말 타는 방식과 달라서 새롭게 몸에 배게 하는 훈련이 필요했어요. 총도 훨씬 더 무거워서 총을 자유자재로 돌리거나 다룰 줄 아는 훈련이 필요했고요. 또 〈지.아이.조〉에서 검을 써보기는 했지만 새로운 액션을 보여주려고 스타일이 다른 기술들을 익혔죠.

▼ 영화 후반부의 액션 규모가 방대하던데 CG를 사용했나요.

모두 아날로그 액션이었어요. 저와 에단 호크가 종탑 난간에서 총을 쏠 때마다 들판에서 말을 타고 달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몇 명이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다들 정말 고생이 많구나!’ 했어요. CG의 도움 없이 모두 직접 해야 하니까요. 더구나 저 같은 경우는 대본에 어떤 식으로 싸운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서 대부분의 액션을 제가 구상해서 만들었어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 힘들고 어렵더군요. 더구나 칼로 하는 액션은 스턴트맨들과 합을 맞춰야 하는데 지도해줄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급한 마음에 정두홍 감독에게 SOS를 요청했더니 고맙게도 흔쾌히 날아와주셨죠. 사나흘 정도 정두홍 감독의 도움을 받아 액션의 합을 짰고, 그걸 많은 부분에 활용했어요.

▼ 영화에서 에단 호크와 형제 같은 친구 사이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둘이 붙어 다니는 신이 많아서 실제로도 굉장히 가까워졌어요. 촬영이 없는 날이면 같이 술도 한잔하고, 에단 호크의 가족들이 촬영장에 자주 놀러 와서 그들과도 친해졌고요. 에단 호크는 문학적이고 아티스트적인 기질도 많은 친구여서 책을 세 권이나 냈더라고요.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저와 크리스 프랫에게 본인이 쓴 세 번째 책 초판을 선물로 줬어요. 의미 있는 책을 선물받아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는지 몰라요. 예전에 팬으로 좋아했던 배우와 친구가 됐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했어요.

▼ 둘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던데, 연기 호흡도 잘 맞았나요.

대본에서 에단 호크와의 관계를 그려가는 부분이 늘 열려 있었어요. 안톤 후쿠아 감독은 배우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많은 부분을 열어주거든요. 극 중 에단 호크와의 구도와 관계 설정에 대한 장면도 저희에게 직접 만들어보면 어떠냐고 제안할 때가 많았어요. 심지어 막바지에 나오는 종탑 장면의 시퀀스는 에단 호크와 둘이서 대사는 물론 상황까지 전부 만들어서 찍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애정이 가는 시퀀스예요. 지금까지 찍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애드리브가 허용이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착각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숫기도 없고 부끄럽기도 하고 용기도 안 나서 대사에만 충실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스스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죠.



진격의 이병헌
▼ 웨스턴 영화의 고전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한 데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오리지널 〈황야의 7인〉과 〈매그니피센트 7〉은 각기 다른 히스토리와 싸움의 기술을 가진 무법자들이 모여서 엄청난 숫자의 악당들에게 위협받는 마을과 주민들을 구한다는 공통된 줄거리를 갖고 있지만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나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도 리메이크 부담감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그 부담감은 배우들보다 감독이 가장 크게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원작이 널리 알려진 명작이라서 부담감을 떨치기 힘들었을 텐데, 안톤 후쿠아 감독은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서부극을 지향하며 그런 부분에 얽매이지 않았어요.

▼〈매그니피센트 7〉과 본인이 특별 출연한 〈밀정〉 가운데 어느 영화를 추천하고 싶나요.

두 작품 다 훌륭하지요. 굳이 고르자면 〈매그니피센트 7〉은 원작의 클래식한 스토리에 안톤 후쿠아 감독만의 스타일리시하고 ‘쿨’한 터치와 아주 통쾌한 액션이 있기 때문에 정말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 제작 기간 중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음악 감독 제임스 호너가 남긴 일곱 곡과 함께 오리지널 테마 송도 모두 들을 수 있는 기회고요. 서부 영화에 대한 향수가 있어선지, 저는 마지막에 오리지널 테마 송이 흘러나올 때 감흥이 굉장히 컸어요.



한때 결혼 생활에 위기가 있었으나 지난해 아들 준후를 낳으며 안정을 되찾고, 할리우드에 진출한 많은 한국 배우들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안착해 ‘월드 스타’라는 훈장을 달고 다니는 그가 앞으로 걸어갈 연기자의 길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건 배우로서 가장 이상적인 삶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살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계속 국내와 해외 활동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통해 얻은 좋은 에너지를 또 다른 영화에 계속 녹여내면서 시간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 이상윤
사진제공 UPI코리아
디자인 박경옥




여성동아 2016년 10월 6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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