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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의 스카프 정치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뉴스1 뉴시스 REX | 디자인 · 이수정

입력 2016.01.04 09:43:59

우아한 은발에 스카프 자락을 휘날리며 차가운 관료주의 세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의 패션 정치학.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의 스카프 정치
크리스틴 라가르드(60) 총재는 2015년 11월 30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IMF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위안화가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위안화가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에 이어 외환 보유 자산으로 인정되는 국제준비통화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확보하고 무역이나 금융 결제에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라가르드 총재의 공식 발표에 앞서, 언론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그녀의 목에 주목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브로치로 메시지를 전달했듯, 라가르드 총재는 스카프로 의중을 표하기도 하는데 경제계 안팎에선 그가 화려한 스카프나 액세서리로 치장할수록 세계 경제가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곤 한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검정 바탕에 붉은색 무늬가 들어간 스카프와 빨간색 귀고리를 착용, 말보다 먼저 패션으로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음을 알렸다. 빨간색은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색으로, 황금색과 함께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변호사 출신으로 한때 법률회사 베이커 앤 맥킨지를 이끌기도 했으며, 프랑스 산업통산부 · 농림부 · 재무부 장관 등을 거쳐 2011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IMF 수장에 올랐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살아온 그녀는 IMF 총재 취임 기자회견에서 핑크색 스카프를 매고 나온 것을 시작으로 탁월한 패션 감각을 통해 무채색의 남성 관료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2011년에는 미국 연예 정보지 ‘베니티페어’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여성’으로 뽑히기도 했다. 에르메스 스카프와 가방, 샤넬 슈트 등을 즐겨 착용해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의 비공식 홍보대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개인의 취향에 관대한 편인 프랑스에서조차 한때 너무 사치스러운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라가르드가 패션을 통해 보여주는 통찰력과 개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녀는 2012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IMF 구제기금 확충을 요구하는 연설을 하기에 앞서 “내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이 작은 가방에 돈을 담아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루이비통 락킷 백을 들어 올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에피소드는 여성 리더들에게 패션이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중요한 수단, 혹은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한 언론은 그녀를 에르메스의 버킨 백을 과시용이 아닌 서류 가방으로 사용하는, 진짜 가방을 들 줄 아는 여성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명품 하우스, 다시 스카프에 주목하다!

이런 라가르드 총재의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카프다. 그녀는 스카프를 통해 단조로운 의상에 포인트를 주기도 하고, 금융계의 흐름에 관한 수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라가르드 총재의 스카프 사랑 덕분에 패션에서 스카프가 차지하는 위상이 재조명될 정도다.
영국 공영 뉴스 채널 ‘BBC’는 얼마 전 라가르드 총재와 웨이 쑨 크리스티안슨 모건스탠리 중국 담당 CEO 등 스카프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여성 리더들에 관한 기사를 보도하며, 스카프가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고 호감도를 높여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스카프가 파워 우먼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죽 제품에 주력하던 구찌, 펜디,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들이 다시 스카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스카프로 유리천장을 뚫을 수는 없다. 하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유리천장에 스카프 한 장을 묶어놓음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여성동아 2016년 1월 6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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