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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나눔 체험

이봉주 주부의 시각장애인 돕기

기획·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구술정리·이수향‘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5.08.09 13:59:00

주부 이봉주씨(36)는 지난해 초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적인 일을 하기 힘든 시각장애인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그의 봉사 체험기.
이봉주 주부의 시각장애인 돕기

오늘은아침부터 분주하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나니 벌써 오전 8시. 서둘러 밀린 빨래며 설거지를 하고 윤정숙씨의 집으로 향했다.
요즘 내가 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을 보조하는 일이다. 오늘은 당뇨병으로 실명해 거동이 불편한 윤씨가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날이다.
윤씨의 집에 도착하자 그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와 나를 반긴다. 순간 ‘내 도움을 이렇게 필요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흐뭇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얼마 전까지 은행에서 간부로 근무하던 윤씨가 당뇨합병증으로 자기 한 몸 추스르지 못하게 된 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저려온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봉주 주부의 시각장애인 돕기

이봉주 주부는 시각장애인의 일상 생활과 재활 치료를 도우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윤씨를 부축해 아파트 입구에 내려오자 장애인용 콜택시가 대기하고 있다. 오늘은 다행히 콜택시가 제 시간에 맞춰와서 기분이 좋다.
나는 장애인들이 ‘발발이’로 부를 만큼 밝은 성격이다. 원래 성격이 명랑하기도 하지만 장애인을 대할 때는 더욱 싹싹하려 애쓴다. 육체의 장애는 마음의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를 흔히 봐왔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활동보조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들 앞에서 ‘왕수다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집안일이며 아이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등등… 서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 순간 장애인과 나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어 있다. 일찍 결혼한 탓에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 종종 외로움을 느끼던 내게도 고마운 일이다.
수다를 떨면서 도착한 곳은 봉천동에 있는 삼육재활센터 5층의 물리치료실. 윤씨의 집에서 차로 10여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좋다.
“팔 운동부터 해볼까요?”라고 말하며 나는 윤씨를 운동기구 앞에 앉힌 뒤 밴드로 팔을 고정시켰다.
“자, 오른팔부터 흔들어보세요.”
윤씨가 하는 운동은 당뇨합병증으로 운동신경이 떨어진 몸을 재활하는 것이다. 나는 윤씨가 운동하는 내내 옆에서 시간을 체크하고 강도 조절을 하는 등 꼼꼼히 살핀다. 다리나 허리 등 다른 신체 부위 운동을 할 수 있게끔 기구를 바꿔주고 밴드로 고정시켜주는 일도 내 몫이다.
“우와… 오늘은 한결 부드럽게 움직이시네요.”
“그러게…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조금만 운동을 해도 힘들어하던 윤씨가 오늘은 30분이 지나도 별로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근육이 당기는 현상도 덜하고 몸 움직이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그의 말에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진다.
물리치료가 끝나고 우리는 인근 공원에서 가벼운 산책을 했다. 공원을 따라 걷다가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하는 윤씨의 모습을 보니 더욱 보람을 느낀다.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를 제외하면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는 그에게나, 아이들 키우느라 외출 한번 제대로 할 기회가 없던 나에게나 아주 기분좋은 나들이다.
어느덧 오후 5시.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내가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들과 남편 앞에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야지…. 윤씨를 집까지 모셔다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가볍다.



시각장애인 도우미 봉사 여기서 할 수 있어요

전국의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외출이나 일상 생활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일상 생활 보조 외에도 책 내용을 소리내어 읽고 녹음하는 녹음도서 제작, 시각장애인을 위한 레포츠 교실 보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서울시 관악구 봉천본동 02-880-0500
▼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 4가 02-923-4555
▼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 02-422-8108
▼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 대구광역시 달서구 용산동 053-526-9988
▼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인천 남구 학익동 032-876-3500
▼ 울산시각장애인복지관 울산광역시 남구 달동 052-256-5244
▼ 제주시각장애인복지관 제주시 월평동 064-721-1111

※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의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honeypapa@donga.com)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61-0956

여성동아 2005년 8월 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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