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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열애 끝에 결혼한 MBC 아나운서 김성주·진수정 부부의 신혼 이야기

“아내에게 첫눈에 찍힌 후 한눈 파는 건 꿈도 못 꿔봤어요”

■ 글·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2.12.11 13:36:00

지난 10월19일 대학 후배 진수정씨와 화촉을 밝힌 김성주 아나운서. 단순하고 화끈한 성격에 다소 덜렁대는 애교만점 O형 아내와 신중하고 꼼꼼하지만 때로 우유부단한 AB형 남편은 티격태격하면서도 그게 더 즐거운 눈치였다. 대학 선후배로 만나 9년 동안 사랑을 가꿔왔다는 이들 커플이 들려주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
9년 열애 끝에 결혼한 MBC 아나운서 김성주·진수정 부부의  신혼 이야기

MBC 의 진행을 맡고 있는 김성주 아나운서(30)와 그의 아내 진수정씨(29)를 만나러 서울 마포의 27평형 아파트에 꾸민 신혼집을 방문했다. 노란 니트 짚업 점퍼를 입은 발랄한 차림새의 진수정씨와 가죽을 덧댄 갈색 스웨터차림의 김성주씨는 마치 사이 좋은 오누이처럼 다정해보였다.
“결혼하면서 꼭 해주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오빠에게 아침 밥을 차려주는 거였어요. 그런데 저의 출근 시간이 더 이르다 보니 아침밥 차려주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저녁은 가끔 차려 먹어요. 제가 요리하는 걸 퍽 좋아하거든요.”
“제가 출근이 늦거든요. 그래도 속으로 은근히 기대를 했어요. 아침에 눈 뜨면 식탁 위에 보자기 덮개가 씌워져 있고, 덮개를 제끼면 모락모락 김 나는 하얀 밥 위에 완두콩이 하트 모양으로 박혀 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는데, 웬걸요. 먼저 나가면서 ‘출근 전에 청소기 좀 돌려줘!’ 이런다니까요.”
‘그래도 노력은 하고 있다’는 진씨의 항변은 김씨의 반론에 이내 막혀버렸다. 기자 앞이라고 가리는 법 없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아주 오래된 연인들’임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만난 지 9년째 되는 날 ‘깜짝 프러포즈’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무려 9년 전 중앙대 캠퍼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문방송학과 신입생과 정치외교학과에 적을 둔 복학생의 만남. 이쯤 되면 흔히 복학생인 김씨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신입생을 점 찍은 것으로 생각하기 싶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한다.
“처음부터 제가 찍었어요. 처음 본 순간 ‘아, 이 사람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때 오빠 하숙집과 제 하숙집 창문이 대각선으로 놓여 있었거든요. 하루는 작심하고 창문에 돌을 던졌어요. 그랬더니 러닝셔츠만 입은 오빠가 나와서 ‘누구신가요’ 그래요. 그래서 제가 ‘우리 사귀어볼래요’하고 먼저 제안했죠. 그게 93년 9월27일이었어요. 그리고 딱 9년 후인 2002년 9월27일에 프러포즈를 받았죠.”
김씨의 프러포즈는 남달랐다. 지난 9월27일. 진씨의 회사 앞에서 그를 만난 후 김씨는 둘이 다녔던 대학교에 찾아가자고 했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첫 만남이 이루어진 하숙집과 같이 공부하던 도서관, 강의실을 둘러본 그들은 학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김씨는 그동안 주고받은 이메일 중 서로에게 격려가 되고, 힘이 되었던 이메일을 프린트해와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접 쓴 자필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동안 9년을 만났으니 이제는 90년을 함께 살자는 내용의 편지였어요. 그러면서 말도 못하고 있는 제게 오빠가 14K 커플링을 손가락에 끼워주더군요. 눈물이 날 뻔했어요. 그 반지는 서로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맞춰서 끼고 다니던 건데, 96년 즈음인가 심하게 싸운 끝에 오빠가 뺏어갔던 거였어요. 그걸 프러포즈하면서 가지고 온 거예요. 오빠는 5년 동안 이 반지를 보면서 ‘내가 이걸 다시 수정이 손에 끼워준다면 그 날은 프러포즈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하더군요.”
‘백수’시절이 길었던 김씨는 그 기간 한번도 타박하지 않고 아낌없이 격려해준 진씨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김씨가 처음으로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한 것은 95년 10월.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아나운서를 지망했지만, 연거푸 낙방의 고배를 들이켜야 했다.
“아예 시험에서 탈락됐다면 포기가 빨랐을 텐데, 최종면접에서 자꾸 떨어지는 거예요. 한번은 사장님이 제게 그러시더군요. ‘자주 보는 얼굴인데, 왜 떨어진다고 생각하나. 당신이 꼭 필요한 인재라고 날 설득시킨다면 붙여주겠다’고요. 그런데 설득이 부족했는지 또 떨어졌어요. 4년째쯤 되니까 IMF 한파까지 불어닥치더군요.”
처음에는 “그래 한번 해봐라” 격려해주던 이들도 그가 세번, 네번 미끄러지자 “아나운서는 아무나 하는 줄 아느냐” “이제 그만 포기해라”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김씨는 케이블 TV에 직장을 잡았다. 그는 한달 월급 30만원의 박봉으로 1년여를 버티면서도 아나운서 시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9년 열애 끝에 결혼한 MBC 아나운서 김성주·진수정 부부의  신혼 이야기

독실한 크리스천답게 김성주·진수정 커플은 교회에서 식을 올렸다.

“저도 포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수정이는 한번도 제 앞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오빠는 최고다’ ‘오빠를 뽑지 않은 걸 후회할 날이 올 거다’하며 늘 격려해주었죠. 그게 그렇게 고맙고 위로가 되더군요. 아무리 제가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도, 이 친구는 꿈쩍도 안했어요. 그걸 보고 있으니 어떻게든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오기도 생기더군요.”
99년 드디어 김씨는 MBC에 합격했다. 의외로 담담해하는 김씨 앞에서 처음으로 진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렇게 고생했던 5년의 시간은 지금 돌이켜보면 참 소중해요. 만약 제가 마이너리그에 몸담지 않았다면, 방송의 소중함을 이토록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했을 거예요. 새벽 5시건 자정이건 방송일만 있다면 언제라도 달려나갈 각오가 되어 있는 것도 다 그 때의 힘든 경험이 준 교훈이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7전 8기의 끈기로 위기를 이겨낸 이들은 독실한 크리스천답게 장충동의 경동교회에서 10월19일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지로 택한 곳은 발리. 최근 폭탄테러가 벌어졌던 곳이니 만큼 예약을 취소했을 법도 한데, 이들은 용감하게도 발리행을 고집했다.
“물론 처음엔 겁도 났죠. 서양인들 많은 데는 위험할 것 같아 유람선도 안 타려고 했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 도리어 한적하고 좋더군요. 보통 1백쌍이 간다는 곳에 딱 5쌍만 갔으니 대우가 얼마나 극진했겠어요. 요청도 안했는데 여행사 측에서 최고급 빌라 독채를 내주더군요. 그 독채에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으니까 요리사들이 우리에게 뭘 먹고 싶으냐고 물어서 직접 요리를 해서 가져다 줬어요. 그뿐인가요. 전용 가이드도 붙여줬고요.”
보통 첫날밤엔 으레 서로 앞으로 살아가면서 바라는 점이나 서로 지켜줬으면 하는 부부 십계명 같은 걸 정하곤 한다. 심지어 부부생활에서도 합리적인 절차를 선호하는 요즘의 풍토에서는 ‘부부 계약서’를 쓰고 공증을 받는 똑 부러지는 신혼부부도 있을 정도. 그렇다면 이들 부부는 어떻게 했을까.
첫째 부모님한테 잘할 것, 둘째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의 얘기보다는 내 얘기를 먼저 들어줄 것, 셋째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것, 넷째 서로 의심하지 말 것, 다섯째 근검절약할 것. 이상 다섯개 조항은 김씨가 아내에게 지켜달라고 요구한 ‘부부 5계명’이다. 무려 한달 동안 고심한 끝에 선정한 내용이라고 한다.
“결혼생활을 지혜롭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곰곰 고민해봤어요. 특히 두번째 조항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직업이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라 구설수에 오르기 쉽거든요. 만약 수정이가 어떤 유언비어를 듣게 되더라도 일단 절 신뢰하기를 바랐어요.”
그렇다면 진씨의 요구사항은 무엇이었을까. 이내 입을 삐죽거리는 그를 대신해 김씨가 말을 받았다.
“아나운서실의 이재용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신혼여행 가면, 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있다가 먼저 부인에게 바라는 걸 얘기하라고 해라. 그러면 준비가 안됐으니 (부인은) 생각나는 대로 쉽게 지킬 수 있는 것들을 요구할 거다. 그러면 넌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그후에 미리 생각해간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가 얘기한 건 지키기 쉬운 것들이더군요. 그래서인지 제가 말 끝에 ‘내가 말한 거, 다 지켜줄 수 있지?’ 하니까 이 친구가 뭔가 속은 것처럼 떨떠름한 얼굴이 되더니 ‘노력해볼게’ 그래요. 아무래도 이 친구보다 제 주변에 결혼한 선배가 많아서 제가 유리하다니까요(웃음).”
“저도 생각해봤는데, 오빠가 지켜달라고 한 내용이 모두 맞더라고요. 행복한 부부생활의 근본은 서로 신뢰를 지키는 것이니까요.”
시원스럽게 말을 잇는 진씨를 보고 있으니, 사랑하는 남자의 있는 그대로를 전폭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여자와 그 여자를 위해 늘 반 걸음 앞서 나가는 속 깊은 남자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9년 열애 끝에 결혼한 MBC 아나운서 김성주·진수정 부부의  신혼 이야기

오랜 연애끝에 결혼한 두 사람은 아이 낳는 일을 포함해서 모든 일에 죽이 척척 맞는다.

그러나 그들도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불운만큼은 피해갈 수 없는 법. 무엇보다 그들로부터 직접 들은 혈액형 궁합은 ‘최악’으로 판명됐다.
“전 명쾌하게 결론 내린 후에는 절대로 뒤를 안 돌아보는 전형적인 O형인데 오빠는 신중하고 섬세한 AB형이에요. 그러니 오렌지주스 하나를 사도 스타일이 달라요. 전 그냥 늘 먹던 오렌지주스를 집어들어서 딱 계산해버리는데, 오빠는 ‘이건 철분이 들은 거고, 같은 가격대면 이쪽 회사 것이 양이 많고…’ 이렇게 분석을 하면서 요모조모 따져본 후에 사요. 이런 사소한 차이 때문에 가끔 시끄러워지기도 하죠.”
“신혼여행 가서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전 여권이 안 보여서 심란해 죽겠는데, 이 친구는 배고프다고 밥이나 먹자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게 ‘여권도 하나 못 챙겨?’라고 하는데, 미치겠더군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여권은 이 친구가 가이드에게 받아서 호텔방에 두었더라고요. 그래놓고는 저한테 ‘그깟 여권이 마누라 배 고픈 거보다 중요하냐’고 했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 아니에요?”
그들에게 서로 바라는 점을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얼굴만 멀뚱하게 쳐다볼 뿐 신통한 대답이 안 나온다. 아마 서로의 단점을 자기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탓이 아닐까.
“다들 저보고 아내 말만 잘 들으면 출세할 거라고 그래요. 어느 선배가 수정이를 보고 나더니 제게 한 말이 있어요. ‘저 친구는 네가 군인이었으면 널 장군으로 만들 여자다. 그러니 하라는 대로 해라’고요.”
깨소금 달달 볶는 소리 요란한 신혼생활을 오래오래 누릴 것 같아 보이는 이들 부부지만, 의외인 것은 2세 출산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
“얼마전에 친정엄마한테 ‘엄마 아들 낳는 약 좀 지어줘’ 그랬더니 엄마가 기겁을 하세요. 막내딸이 시집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이 타령을 하니 별나다고 생각하셨나봐요. 하지만 우리 둘다 아이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이왕 낳을 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낳고 싶어요.”
씩씩한 말투만큼이나 아이 욕심도 다부진 진씨. 2남1녀 중 막내딸로 커보니, 그 조합이 딱 좋다며 ‘2남 1녀를 낳겠노라’ 큰소리를 떵떵 친다. 한술 더 뜨는 건 김씨다.
“제가 3대 독자라 집안에서 애들이 북적거리며 자랐으면 좋겠어요. 전 그저 아들 셋, 딸 둘 정도면 바라는 게 없어요.”
보통 여자 같으면 ‘악’ 소리 나올 만한 김씨의 멘트에 진씨는 여유만만이다.
“둘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니까 다섯 명도 끄떡없어요. 전 살림이나 육아도 직장일 못지 않게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테리어나 요리에도 관심이 많고요. 이 집도 패브릭이며 가구며 전부 제가 골라서 꾸민 거예요. 비록 맞벌이 부부라서 생각만큼 살림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지만 노력할 생각이에요. 아이 역시 정성껏 키우고 싶고요.”
진씨의 바통을 이어받아 김씨가 마지막 멘트를 마무리했다.
“저희 부부는 서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때 만나서 지금까지 서로의 모든 성장과정을 다 지켜봤어요. 그러니만큼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지요. 서로 부족한 점은 보충해주고 좋은 점은 키워나가면서 정말 예쁘게 살게요.”

여성동아 2002년 12월 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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