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이 어떤 곳인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룸살롱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서울 퇴계로3가 A룸살롱에서 웨이터 생활을 하고 있는 윤민호씨(46). 일명 윤대리는 룸살롱의 세계에 대해 세상에 잘못 알려지거나 사람들이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 웨이터>를 펴내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가 모르는 ‘룸살롱의 세계’란 어떤 것일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룸살롱에 대해 잘못 그려진 게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툭하면 조폭들끼리 싸우고 난리를 치는데 실제 그런 일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술값이 비싸니까 다들 떼돈을 버는 줄 아는데 그렇지도 못해요. 웨이터 중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경우는 20%밖에 안돼요. 그게 다 잘못된 술문화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웨이터 관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어요.”
윤씨는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에서 20년 가까이 웨이터로 생활하고 있는, 우리나라 밤문화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웨이터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지난 84년. 중동 건설현장에서 모은 돈으로 레스토랑과 액세서리 가게를 차렸다가 실패한 그는 28세의 늦은 나이에 나이트클럽 웨이터 생활을 시작, ‘윤대리’란 이름으로 신촌 플라멩고와 월드컵, 을지로 3가에 있는 판 코리아 등 대형 나이트클럽에서 최고의 웨이터로 명성을 쌓았다.
“웨이터는 각자가 사장이나 마찬가지예요. 나이트클럽에선 보통 자기 손님의 술값 20%가 웨이터 몫이에요. 룸살롱은 33%가 웨이터 몫이고요. 따라서 업소 안에 손님이 꽉 차있어도 자기 손님이 없다면 그날은 한푼도 못 버는 거예요.”
하지만 그는 나이트클럽 웨이터 생활을 시작한 첫달 80여명의 웨이터 가운데 영업실적이 세번째로 높았다. 둘째 달에는 2등, 셋째 달부터는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당시 대졸 초봉이 50만∼60만원일 때 그의 월수입은 2백만원이 훨씬 넘었으니 한마디로 잘 나가는 웨이터였던 셈이다.
“성공 비결은 부킹이었어요. 부킹을 잘하면 손님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어요. 부킹을 잘하기 위해선 특히 여자손님 관리를 잘해야 해요. 제가 부킹해준 커플 중에서 결혼까지 간 경우도 수십 쌍이 돼요. 아마 40대 부부의 경우 최소한 0.5%는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통해 결혼한 사람들일 거예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제가 부킹을 시켜줘서 두 사람이 눈이 맞으면 다음부터는 우리 업소에 안 오고 다른 나이트클럽에 가요. 저도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았는데, 물어보니까 창피해서 못 왔다고 하더군요(웃음).”
나이트클럽에서 잘나가는 웨이터였던 그가 룸살롱 웨이터로 변신한 건 96년, 친구들과 함께 신촌로터리에 당시 아주 큰 규모의 룸살롱인 귀빈을 차려 웨이터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그의 사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97년 말, IMF가 터지면서 3억원이 넘는 외상값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K자동차 영업부장 이름으로 달아놓은 접대비 2천5백만원, 자영업자에게 1천5백만원, 기타 몇백만원씩 외상을 지고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부도를 내거나 실직을 한 거예요. 돈을 받아낼 길이 없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제 지분을 처분하고 다시 일선 웨이터로 뛰기 시작했죠.”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웨이터의 애환
윤씨는 룸살롱 웨이터가 돈을 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실제 지금도 서류상으로는 매달 1천2백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지만 실제 손에 쥐는 돈은 2백만∼3백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사람들이 룸살롱은 왜 이렇게 술값이 비싸냐고 그래요. 시중에서 4만원 정도인 양주가 이곳에선 13만원이니까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죠. 하지만 다 이유가 있어요. 술값은 크게 실제 양주값, 업소 사장 몫, 웨이터 몫으로 되어 있어요. 양주값만 해도 대리점에서 들어올 땐 4만원이지만 종합소득세, 특소세, 부가세, 원천징수세, 카드수수료 등 각종 세금이 붙어 6만원 가까이 돼요. 업소 사장은 술값의 20%를 가져가는데 거기엔 각종 세금과 공과금, 운영비가 다 포함된 거예요. 웨이터 몫은 33%인데, 사실 웨이터도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장사라고 할 수 있어요.”
손님이 술값을 깎으면 100% 담당 웨이터의 몫에서 줄어든다. 외상술값을 받아내지 못해도 고스란히 담당 웨이터가 물어내야 한다. 또한 손님이 룸에서 2시간30분 이상 있으면 담당 웨이터가 벌금을 내야 한다. 한달에 한두 번씩 손님이 없는 날을 정해 웨이터들이 손님을 유치하는 ‘쥐잡기의 날’이라는 행사를 하는데 그때 손님을 데려오지 못하면 역시 벌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나가는 돈이 쏠쏠치 않은 것. 그 때문에 웨이터들이 빚을 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카드가 대중화된 지금도 외상술값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회사에서 접대를 하는 경우 법에서 허용하는 접대비 한도액은 30만원인데, 술값은 보통 2백만원이 넘기 일쑤. 따라서 나머지 액수는 외상으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일반 손님들 역시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술값이 카드 한도액을 넘으면 외상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악착같이 외상값을 받아내려다 보면 손님이 다시는 그 웨이터를 찾지 않기 때문에 외상관리도 적절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 고객이 실직이나 파산을 하면 그 돈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많은 주부들이 ‘도대체 우리 남편은 룸살롱에서 얼마를 쓸까’ 궁금해 해요. 정확히 알려드릴게요. 강북의 경우 발렌타인 12년산이 13만원, 17년산이 19만원 선이에요. 안주는 한 접시당 7만∼8만원 정도고요. 보통 1인당 양주 1병, 안주 1개씩 시킨다고 보면 돼요. 거기에 아가씨 팁이 1인당 10만원, 밴드비 8만원, 2차(성관계)를 가면 다시 팁이 15만원 추가돼요. 일인당 최소 45만∼50만원은 들어요. 강남은 더 비싼 편이고요.”
예전부터 룸살롱과 조폭은 깊은 관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룸살롱을 드나드는 조폭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룸살롱에서 조폭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윤씨의 이야기다. 깍두기 머리나 덩치 좋은 검은 양복이 업소에 드나들면 호스티스들이 먼저 업소에 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영업부 직원이라고 해서 고질적인 외상손님의 돈을 받아낸다든지, 룸 안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을 때 싸움을 말리는 일을 부탁하는 일은 있어요. 그런 경우에 대비해 때때로 용돈을 주는 경우는 있지만 룸살롱에 조폭이 드러내놓고 출입하는 경우는 없어요.”
호스티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호스티스로 출입하는 여자연예인들도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자세한 걸 밝히길 꺼려했지만 과거 그가 데리고 있던 호스티스 중에 지금 유명 댄스가수도 있고, 모 방송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도 있다고 했다.
재미있는 건 호스티스들도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모 방송국 시사프로에서 80만원 받는 근로자도 세금을 내는데, 팁으로 수백만원씩 버는 호스티스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보도한 것을 계기로 작년 1월1일부터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은 팁을 받으면 전액 소득신고하고 있다”고 한다.
“시행 초기엔 난리가 났었어요. 국세청에서 아가씨들에게 세금통지서를 보냈는데 근무처로 술집이름을 고스란히 적어놓은 거예요. 집안이 발칵 뒤집힌 거죠. 그래서 아가씨들이 항의를 해서 지금은 국세청에서 일반 사람들이 모르도록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어요.”
팁 소득을 솔직하게 신고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고 한다. 호스티스들이 출근할 때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기재하고 팁 받은 것을 기록하는 데다 세무서에 신고했을 때 조금이라도 이상한 흔적이 있으면 당장 세무조사가 나오기 때문에 속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룸살롱의 술자리 문화는 어떨까. 윤씨는 몇년 전부터 북창동 지역에서 미아리, 천호동 윤락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난잡한 쇼를 하면서 룸살롱 술자리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북창동에 다녀온 손님들이 다른 지역에 와서도 ‘농도 짙은 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신고식부터 달라졌어요. 전에는 인사만 했는데, 최근엔 가슴을 보여준다든지 치마를 걷어올려 팬티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걸 손님들이 요구해요. 일부 업소에서는 미아리에서 하는 나체쇼를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오럴섹스를 해주는 속칭 돌격대까지 두고 있어요.”
그는 남자들의 음주행태는 한마디로 겉모습과 술 취한 모습이 반대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밖에서는 얌전하던 사람이 술이 들어가면 더 치근덕거린다는 것. 또한 룸에서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막상 2차에 가서는 소극적이 되는가 하면, 룸에서는 얌전하던 사람이 2차에 가서는 변태가 된다는 게 호스티스들의 경험담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진상(개차반으로 행동하는 손님)’이 많아요. 특히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그래요. 아가씨들 입장에서는 2차 나가면 ‘빠떼루 자세(후위섹스)’에서 빨리 끝내야 하는데 변태 짓을 하는 사람이 많대요. 텔레비전에도 출연하는 유명 산부인과 의사는 맨날 보는 게 그걸 텐데도 2차만 나가면 아가씨 다리를 벌려놓고 들여다봐서 아가씨들이 죽겠다고 하더군요.”
말이 나온 김에 연예인들의 술버릇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에 따르면 탤런트들에 비해 개그맨들이 위계질서가 엄격하다고 한다. 후배 개그맨이 아무리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고 선배가 무명 개그맨이라 하더라도 선배를 깍듯이 예우하며 술을 마신다는 것.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조폭이 술을 마시는 걸 상상하면 돼요. 여자 선배가 있어도 마찬가지예요. 탤런트들은 주로 남자끼리 오는데 개그맨들은 여자분들도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선후배 유대가 깊어요.”
개그맨들은 술도 깔끔하게 마시는 편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업가로 변신한 개그맨 J씨와 B씨는 매너도 좋고 팁도 잘 주는 편이어서 호스티스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또다른 J씨 역시 호스티스들에게 존칭을 쓸 정도로 매너가 좋다고.
“개중엔 진상도 있죠. 코미디언 A씨는 항상 아가씨들에게 옷벗기 게임을 시키고 억지로 폭탄주를 먹여요. 아가씨들이 술을 몰래 버리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요. 하지만 나중에 술값은 꼭 그분이 계산을 해요. 외상하는 일도 없고요. 그래서 아가씨들에겐 진상이지만 웨이터들에겐 VIP 대접을 받죠.”
어떤 개그맨은 술에 취해 호스티스를 룸 안에 있는 화장실로 끌고 가 그 안에서 옷을 벗기고 섹스를 하려고 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윤씨가 과거 일하던 곳의 단골이었던 중견 통기타 가수 K씨도 술버릇이 나쁜 편. 어느날 K씨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을 때 갑자기 룸 안에서 소변을 보려고 해 호스티스들이 기겁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선 그런 일이 없지만 과거 일하던 곳에선 옷을 다 벗고 술을 마시는 연예인들도 있었어요. 얼굴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는 탤런트들이 와서 팬티 차림으로 술을 마시는 바람에 아가씨들이 곤욕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반면, 요즘 한창 뜨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스타들은 돈을 잘 써요. 강남의 룸살롱에서 일할 때, 당시 한창 잘나가던 애들이 종종 왔어요. 헤네시, 조니워커 블루 등 1백만원이 넘는 고급양주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아가씨들에게 고액수표에다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주곤 ‘전화하라’고 하기도 해요. 룸 안에 돈을 쫙 뿌린 후 이상한 짓을 시키기도 하고요.”
술자리 문화가 고약하기로는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나이든 정치인들은 호스티스 팬티 속에 손을 넣고 장난을 하고, 손으로 내내 젖꼭지를 비벼대 이들만 오면 호스티스들이 피할 정도라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2차를 가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치근덕거리는 것으로 성적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이야기. 또한 지금은 야당의원으로 있는 모 의원은 변태적인 행동으로 과거 아가씨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아가씨가 팬티를 벗으면 그걸 뺏어서 냄새를 맡기도 하고, 심지어 섹스는 안하고 아가씨 혼자 자위를 하라고 하고는 그걸 지켜보는 걸 즐기곤 했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진상 중에 진상이었죠.”
2차에서 변태적 행동을 하는 것은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요즘 개성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탤런트 L씨는 룸살롱에 외상이 수백만원이나 깔려 있어 웨이터들 사이에도 악명이 높은데, 2차에 갈 때도 비아그라를 먹고 장시간 호스티스들을 괴롭혀 호스티스들이 그가 나오는 드라마만 봐도 고개를 돌릴 정도라고 한다. 또한 결혼한 탤런트 S씨는 항문섹스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데, 과거 윤씨가 일하던 업소의 호스티스가 그와 2차를 나갔다 항문이 파열돼 2주 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탤런트 A씨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2차에 나가면 기기묘묘한 체위를 요구해 아가씨들의 원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K감독이 있는데, 하루는 그와 2차를 간 아가씨가 다음날 출근을 못했어요. 알아보니까 그 감독이 실리콘 확대수술을 했는데, 너무 크게 하는 바람에 아가씨가 상처를 입었다나요. 엄청 욕을 하더군요.”
연예인들이 룸살롱에 가는 건 몇몇만의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몇년 전 한 톱가수가 여자와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기자들이 호텔로 몰려가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톱가수와 함께 호텔에 들어간 여자는 애인이나 여자친구가 아니라 윤씨의 룸살롱 호스티스였다는 것. 전혀 그런 곳에 출입하지 않을 것 같은 그 가수조차 룸살롱에 출입하고 있음을 증명한 예라 할 수 있다.
“연예인이고 일반인이고 적당히 즐기는 술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자신도 몸 상하지 않고, 어린 아가씨들도 몸이 망가지지 않고, 저희 웨이터들로서도 외상이 줄어들 테니까요. 그래야 아내들도 좋아하지 않겠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룸살롱에 대해 잘못 그려진 게 너무 많아요. 예를 들면 툭하면 조폭들끼리 싸우고 난리를 치는데 실제 그런 일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술값이 비싸니까 다들 떼돈을 버는 줄 아는데 그렇지도 못해요. 웨이터 중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경우는 20%밖에 안돼요. 그게 다 잘못된 술문화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웨이터 관점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어요.”
윤씨는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에서 20년 가까이 웨이터로 생활하고 있는, 우리나라 밤문화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웨이터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지난 84년. 중동 건설현장에서 모은 돈으로 레스토랑과 액세서리 가게를 차렸다가 실패한 그는 28세의 늦은 나이에 나이트클럽 웨이터 생활을 시작, ‘윤대리’란 이름으로 신촌 플라멩고와 월드컵, 을지로 3가에 있는 판 코리아 등 대형 나이트클럽에서 최고의 웨이터로 명성을 쌓았다.
“웨이터는 각자가 사장이나 마찬가지예요. 나이트클럽에선 보통 자기 손님의 술값 20%가 웨이터 몫이에요. 룸살롱은 33%가 웨이터 몫이고요. 따라서 업소 안에 손님이 꽉 차있어도 자기 손님이 없다면 그날은 한푼도 못 버는 거예요.”
하지만 그는 나이트클럽 웨이터 생활을 시작한 첫달 80여명의 웨이터 가운데 영업실적이 세번째로 높았다. 둘째 달에는 2등, 셋째 달부터는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당시 대졸 초봉이 50만∼60만원일 때 그의 월수입은 2백만원이 훨씬 넘었으니 한마디로 잘 나가는 웨이터였던 셈이다.
“성공 비결은 부킹이었어요. 부킹을 잘하면 손님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어요. 부킹을 잘하기 위해선 특히 여자손님 관리를 잘해야 해요. 제가 부킹해준 커플 중에서 결혼까지 간 경우도 수십 쌍이 돼요. 아마 40대 부부의 경우 최소한 0.5%는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통해 결혼한 사람들일 거예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제가 부킹을 시켜줘서 두 사람이 눈이 맞으면 다음부터는 우리 업소에 안 오고 다른 나이트클럽에 가요. 저도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았는데, 물어보니까 창피해서 못 왔다고 하더군요(웃음).”
나이트클럽에서 잘나가는 웨이터였던 그가 룸살롱 웨이터로 변신한 건 96년, 친구들과 함께 신촌로터리에 당시 아주 큰 규모의 룸살롱인 귀빈을 차려 웨이터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그의 사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97년 말, IMF가 터지면서 3억원이 넘는 외상값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K자동차 영업부장 이름으로 달아놓은 접대비 2천5백만원, 자영업자에게 1천5백만원, 기타 몇백만원씩 외상을 지고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부도를 내거나 실직을 한 거예요. 돈을 받아낼 길이 없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제 지분을 처분하고 다시 일선 웨이터로 뛰기 시작했죠.”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웨이터의 애환
윤씨는 룸살롱 웨이터가 돈을 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실제 지금도 서류상으로는 매달 1천2백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지만 실제 손에 쥐는 돈은 2백만∼3백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사람들이 룸살롱은 왜 이렇게 술값이 비싸냐고 그래요. 시중에서 4만원 정도인 양주가 이곳에선 13만원이니까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죠. 하지만 다 이유가 있어요. 술값은 크게 실제 양주값, 업소 사장 몫, 웨이터 몫으로 되어 있어요. 양주값만 해도 대리점에서 들어올 땐 4만원이지만 종합소득세, 특소세, 부가세, 원천징수세, 카드수수료 등 각종 세금이 붙어 6만원 가까이 돼요. 업소 사장은 술값의 20%를 가져가는데 거기엔 각종 세금과 공과금, 운영비가 다 포함된 거예요. 웨이터 몫은 33%인데, 사실 웨이터도 앞에서 남고 뒤에서 밑지는 장사라고 할 수 있어요.”
손님이 술값을 깎으면 100% 담당 웨이터의 몫에서 줄어든다. 외상술값을 받아내지 못해도 고스란히 담당 웨이터가 물어내야 한다. 또한 손님이 룸에서 2시간30분 이상 있으면 담당 웨이터가 벌금을 내야 한다. 한달에 한두 번씩 손님이 없는 날을 정해 웨이터들이 손님을 유치하는 ‘쥐잡기의 날’이라는 행사를 하는데 그때 손님을 데려오지 못하면 역시 벌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나가는 돈이 쏠쏠치 않은 것. 그 때문에 웨이터들이 빚을 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카드가 대중화된 지금도 외상술값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회사에서 접대를 하는 경우 법에서 허용하는 접대비 한도액은 30만원인데, 술값은 보통 2백만원이 넘기 일쑤. 따라서 나머지 액수는 외상으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일반 손님들 역시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술값이 카드 한도액을 넘으면 외상을 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악착같이 외상값을 받아내려다 보면 손님이 다시는 그 웨이터를 찾지 않기 때문에 외상관리도 적절하게 해야 한다. 그러다 고객이 실직이나 파산을 하면 그 돈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많은 주부들이 ‘도대체 우리 남편은 룸살롱에서 얼마를 쓸까’ 궁금해 해요. 정확히 알려드릴게요. 강북의 경우 발렌타인 12년산이 13만원, 17년산이 19만원 선이에요. 안주는 한 접시당 7만∼8만원 정도고요. 보통 1인당 양주 1병, 안주 1개씩 시킨다고 보면 돼요. 거기에 아가씨 팁이 1인당 10만원, 밴드비 8만원, 2차(성관계)를 가면 다시 팁이 15만원 추가돼요. 일인당 최소 45만∼50만원은 들어요. 강남은 더 비싼 편이고요.”
예전부터 룸살롱과 조폭은 깊은 관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룸살롱을 드나드는 조폭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룸살롱에서 조폭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윤씨의 이야기다. 깍두기 머리나 덩치 좋은 검은 양복이 업소에 드나들면 호스티스들이 먼저 업소에 출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영업부 직원이라고 해서 고질적인 외상손님의 돈을 받아낸다든지, 룸 안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을 때 싸움을 말리는 일을 부탁하는 일은 있어요. 그런 경우에 대비해 때때로 용돈을 주는 경우는 있지만 룸살롱에 조폭이 드러내놓고 출입하는 경우는 없어요.”
호스티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호스티스로 출입하는 여자연예인들도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자세한 걸 밝히길 꺼려했지만 과거 그가 데리고 있던 호스티스 중에 지금 유명 댄스가수도 있고, 모 방송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도 있다고 했다.
재미있는 건 호스티스들도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모 방송국 시사프로에서 80만원 받는 근로자도 세금을 내는데, 팁으로 수백만원씩 버는 호스티스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보도한 것을 계기로 작년 1월1일부터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은 팁을 받으면 전액 소득신고하고 있다”고 한다.
“시행 초기엔 난리가 났었어요. 국세청에서 아가씨들에게 세금통지서를 보냈는데 근무처로 술집이름을 고스란히 적어놓은 거예요. 집안이 발칵 뒤집힌 거죠. 그래서 아가씨들이 항의를 해서 지금은 국세청에서 일반 사람들이 모르도록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어요.”
팁 소득을 솔직하게 신고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고 한다. 호스티스들이 출근할 때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기재하고 팁 받은 것을 기록하는 데다 세무서에 신고했을 때 조금이라도 이상한 흔적이 있으면 당장 세무조사가 나오기 때문에 속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룸살롱의 술자리 문화는 어떨까. 윤씨는 몇년 전부터 북창동 지역에서 미아리, 천호동 윤락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난잡한 쇼를 하면서 룸살롱 술자리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북창동에 다녀온 손님들이 다른 지역에 와서도 ‘농도 짙은 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신고식부터 달라졌어요. 전에는 인사만 했는데, 최근엔 가슴을 보여준다든지 치마를 걷어올려 팬티를 보여준다든지 하는 걸 손님들이 요구해요. 일부 업소에서는 미아리에서 하는 나체쇼를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오럴섹스를 해주는 속칭 돌격대까지 두고 있어요.”
그는 남자들의 음주행태는 한마디로 겉모습과 술 취한 모습이 반대라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밖에서는 얌전하던 사람이 술이 들어가면 더 치근덕거린다는 것. 또한 룸에서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막상 2차에 가서는 소극적이 되는가 하면, 룸에서는 얌전하던 사람이 2차에 가서는 변태가 된다는 게 호스티스들의 경험담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진상(개차반으로 행동하는 손님)’이 많아요. 특히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이 그래요. 아가씨들 입장에서는 2차 나가면 ‘빠떼루 자세(후위섹스)’에서 빨리 끝내야 하는데 변태 짓을 하는 사람이 많대요. 텔레비전에도 출연하는 유명 산부인과 의사는 맨날 보는 게 그걸 텐데도 2차만 나가면 아가씨 다리를 벌려놓고 들여다봐서 아가씨들이 죽겠다고 하더군요.”
말이 나온 김에 연예인들의 술버릇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에 따르면 탤런트들에 비해 개그맨들이 위계질서가 엄격하다고 한다. 후배 개그맨이 아무리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고 선배가 무명 개그맨이라 하더라도 선배를 깍듯이 예우하며 술을 마신다는 것.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조폭이 술을 마시는 걸 상상하면 돼요. 여자 선배가 있어도 마찬가지예요. 탤런트들은 주로 남자끼리 오는데 개그맨들은 여자분들도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선후배 유대가 깊어요.”
개그맨들은 술도 깔끔하게 마시는 편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업가로 변신한 개그맨 J씨와 B씨는 매너도 좋고 팁도 잘 주는 편이어서 호스티스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또다른 J씨 역시 호스티스들에게 존칭을 쓸 정도로 매너가 좋다고.
“개중엔 진상도 있죠. 코미디언 A씨는 항상 아가씨들에게 옷벗기 게임을 시키고 억지로 폭탄주를 먹여요. 아가씨들이 술을 몰래 버리기라도 하면 난리가 나요. 하지만 나중에 술값은 꼭 그분이 계산을 해요. 외상하는 일도 없고요. 그래서 아가씨들에겐 진상이지만 웨이터들에겐 VIP 대접을 받죠.”
어떤 개그맨은 술에 취해 호스티스를 룸 안에 있는 화장실로 끌고 가 그 안에서 옷을 벗기고 섹스를 하려고 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윤씨가 과거 일하던 곳의 단골이었던 중견 통기타 가수 K씨도 술버릇이 나쁜 편. 어느날 K씨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을 때 갑자기 룸 안에서 소변을 보려고 해 호스티스들이 기겁을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선 그런 일이 없지만 과거 일하던 곳에선 옷을 다 벗고 술을 마시는 연예인들도 있었어요. 얼굴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는 탤런트들이 와서 팬티 차림으로 술을 마시는 바람에 아가씨들이 곤욕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반면, 요즘 한창 뜨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스타들은 돈을 잘 써요. 강남의 룸살롱에서 일할 때, 당시 한창 잘나가던 애들이 종종 왔어요. 헤네시, 조니워커 블루 등 1백만원이 넘는 고급양주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아가씨들에게 고액수표에다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주곤 ‘전화하라’고 하기도 해요. 룸 안에 돈을 쫙 뿌린 후 이상한 짓을 시키기도 하고요.”
술자리 문화가 고약하기로는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나이든 정치인들은 호스티스 팬티 속에 손을 넣고 장난을 하고, 손으로 내내 젖꼭지를 비벼대 이들만 오면 호스티스들이 피할 정도라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대부분 2차를 가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치근덕거리는 것으로 성적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이야기. 또한 지금은 야당의원으로 있는 모 의원은 변태적인 행동으로 과거 아가씨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아가씨가 팬티를 벗으면 그걸 뺏어서 냄새를 맡기도 하고, 심지어 섹스는 안하고 아가씨 혼자 자위를 하라고 하고는 그걸 지켜보는 걸 즐기곤 했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진상 중에 진상이었죠.”
2차에서 변태적 행동을 하는 것은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요즘 개성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탤런트 L씨는 룸살롱에 외상이 수백만원이나 깔려 있어 웨이터들 사이에도 악명이 높은데, 2차에 갈 때도 비아그라를 먹고 장시간 호스티스들을 괴롭혀 호스티스들이 그가 나오는 드라마만 봐도 고개를 돌릴 정도라고 한다. 또한 결혼한 탤런트 S씨는 항문섹스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데, 과거 윤씨가 일하던 업소의 호스티스가 그와 2차를 나갔다 항문이 파열돼 2주 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외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탤런트 A씨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2차에 나가면 기기묘묘한 체위를 요구해 아가씨들의 원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K감독이 있는데, 하루는 그와 2차를 간 아가씨가 다음날 출근을 못했어요. 알아보니까 그 감독이 실리콘 확대수술을 했는데, 너무 크게 하는 바람에 아가씨가 상처를 입었다나요. 엄청 욕을 하더군요.”
연예인들이 룸살롱에 가는 건 몇몇만의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몇년 전 한 톱가수가 여자와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기자들이 호텔로 몰려가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톱가수와 함께 호텔에 들어간 여자는 애인이나 여자친구가 아니라 윤씨의 룸살롱 호스티스였다는 것. 전혀 그런 곳에 출입하지 않을 것 같은 그 가수조차 룸살롱에 출입하고 있음을 증명한 예라 할 수 있다.
“연예인이고 일반인이고 적당히 즐기는 술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자신도 몸 상하지 않고, 어린 아가씨들도 몸이 망가지지 않고, 저희 웨이터들로서도 외상이 줄어들 테니까요. 그래야 아내들도 좋아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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