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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흡연 부추기는 전자 담배, 규제 사각지대 여전

윤혜진 객원기자

2025. 10. 21

청소년 흡연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흡연 청소년이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전자담배를 꼽는다.

며칠 전 교복과 사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길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걸 봤다. 놀란 마음에 동네 맘 카페에 들어가 보니 그 무리는 이미 유명했다.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가 들어왔지만 훈방 조치됐다고 한다. 문득 지난번 딸 중학교 학부모 교육 때 교장선생님이 “개교 이래 올해 처음으로 교내에서 흡연 흔적이 발견됐다”며 “학교 근처에 생긴 전자담배 무인점포 영향도 있으리라 생각해 학부모회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라며 울분을 토한 모습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 무인점포는 언론 보도 후에도 여전히 운영 중이다. 

전국이 비슷한 실정이다. 인천의 한 시민은 “아파트 계단에서 모 학교 학생들이 특정 시간에 자주 담배를 피워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학교에 전달했는데, 학교에서도 어떻게 못 하더라. 참다가 교육청에도 전화했으나 담당자 연락이 없어 결국 내가 포기했다”고 한탄했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에 따르면 학년이 높아질수록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많아졌고, 특히 여학생의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궐련(일반 담배)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문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현행법상 ‘담배’로 구분되지 않는단 점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연초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담배로 정의한다. 같은 전자담배여도 궐련형은 담배이고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은 담배가 아닌 허점이 있다 보니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뱃세 과세나 판매 제한 등 주요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따라서 온라인은 물론 편의점, 무인 판매점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이 전자담배를 찾지만,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이 전자담배를 찾지만,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액상형 전자담배  

이런 가운데 앞으로 교육 환경 보호구역 내 액상형 전자담배 자동판매기 설치 및 운영이 금지된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7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하고, 기존 시설 이전 및 철거는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로 아직 여유가 있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은 전자담배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한 상태이며, 프랑스는 올 8월 말부터 합성 니코틴을 포함한 니코틴 파우치(잇몸 담배)에 대한 판매·수입·유통은 물론 개인 소지까지 전면 금지한다. 합성 니코틴 역시 중독성이 강하며, 신종 담배를 피우다가 진짜 흡연자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을 역임한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강력한 담배 규제 정책을 요구하는 강경파다. 그러나 이성규 센터장은 “이해당사자들과 국민에게 미치는 나비효과를 고려하면 관련 법 개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금 합성 니코틴을 팔고 있는 매장들을 전부 담배 소매점으로 지정하면 오히려 권련형을 판매하는 곳이 늘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단순히 합성 니코틴만 규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담배의 정의 자체를 바꾸는 일이 우선”이란 입장이다. 

학교 차원의 규제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학교가 흡연 학생을 적발하면 학생생활교육위원회를 통해 교내 봉사 처분을 내리거나 보건소 연계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다. 학칙에 따라 세 번 적발되면 퇴학인 학교도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이 아닌 이상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 효과는 미미하다. 무엇보다 아이의 인생이 걸린 부분이라 퇴학 처분은 더 조심스럽다. 

결국 무서운 속도로 증가 중인 청소년 흡연 문제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은 돌고 돌아 예방이다. 이성규 센터장은 “금연 교육을 다니다 보면 학부모들이 요즘 담배에 대해 잘 모른다. 냄새가 안 나니까 아이가 방에서 피워도 모르는 부모들이 있다. 일단 어떤 기기들이 있는지 공부부터 해야 한다”며 “업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내놓는다. 이미 무니코틴, 노 니코틴 액상이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다. 심지어 전자담배가 마약을 복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반드시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 #금연교육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사진제공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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