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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다섯 쌍둥이의 성공적인 분만, 수술실 동선 체크가 중요했어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홍수빈 산부인과 교수

정세영 기자

2025. 08. 29

국내 최초 다섯쌍둥이 분만을 집도한 홍수빈 교수를 만났다. 당시 공개할 수 없었던 오둥이 출산
비하인드 스토리와 다태아, 이른둥이 출산의 위험성 등에 대해 물었다.

“니큐(NICU·신생아집중치료실)의 공주 새별아, 퇴원을 축하해.” “사랑하는 새별아! 마냥 작던 넷째 공주가 벌써 커서 집에 갈 준비를 하다니 이모는 너무 기쁘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오둥이끼리 사이좋게 지내.”

3월 20일 서울시 강남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지난해 9월 태어난 다섯쌍둥이 중 넷째인 새별이의 졸업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6개월간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오빠들과 언니 곁으로 가는 새별이에게 손 편지를 전달하며 건강을 기원했다. 

‘팡팡 레인저’라는 태명으로 알려진 다섯쌍둥이는 국내 최초 자연임신으로 태어났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케이스로 출생 당시 새별이의 몸무게는 736g이었다. 오빠들인 새힘, 새찬, 새강은 800∼900g, 막내 새봄은 781g의 체중을 기록했다. 다섯쌍둥이 모두 신생아 몸무게 기준인 3kg에 못 미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 후 약 4개월간의 입원 끝에 올해 1월 오빠들에 이어 막내 새봄이까지 퇴원했지만, 새별이는 후두연화증(후두근의 운동 이상이나 구조적 변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홀로 병원 생활을 이어갔다. 새별이를 위한 의료진의 전문적인 진료와 가족들의 정성이 이어졌고, 덕분에 2개월 후 3.9㎏의 몸무게로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다섯쌍둥이의 부모는 경기도 동두천시에 사는 30대 교육공무원 부부다. 2023년 10월 결혼한 뒤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 당시 산모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받았고, 배란을 유도하는 첫 치료를 마친 후 바로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다섯쌍둥이의 출산은 홍수빈 산부인과 교수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졌다. 홍수빈 교수는 “의사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다섯쌍둥이 분만이었다”며 “수술 전 파악해뒀던 아이들의 위치와 상태가 바뀌어 있진 않을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 위급 상황 없이 모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고, 산모 역시 큰 부작용이 없었다고 한다. 홍수빈 교수는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산모가 계획대로 출산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다섯쌍둥이 중 넷째인 새별이의 퇴원을 축하하는 졸업식이 열렸다.

지난 3월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다섯쌍둥이 중 넷째인 새별이의 퇴원을 축하하는 졸업식이 열렸다.

“전날 밤 꿈에 나올 정도로 수술 부담감 컸어요”

산모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2022년 추석 즈음에 산모가 원래 다녔던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다섯쌍둥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아이들을 케어할 중환자실 자리가 부족하다고요. 전원 문의를 받자마자 무조건 출산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섯쌍둥이를 한꺼번에 잘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다행히 소아과, 마취과 교수님들도 힘써주신다고 하셔서 우리 병원으로 오시라고 했어요. 

부담감도 컸을 것 같아요.

출산을 맡겠다고 한 뒤부터 엄청 걱정이 됐어요. 다섯쌍둥이 분만은 처음이었거든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문제없이 아이들을 잘 꺼낼 수 있을까’ 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가장 걱정이었던 건 새벽에 응급 분만이 이뤄지는 거였어요. 다태아 출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거든요. 의료진이 자리를 비우는 새벽에 응급 출산을 하게 되면 여러 어려움이 한꺼번에 올 테니까요. 또 다태아 임신은 산모의 합병증을 무시할 수 없어요. ‘합병증 없이 산모가 건강하게 분만과 퇴원을 해야 할 텐데’ ‘아이들도 건강하게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등등 온갖 걱정을 안고 살았죠. 

산모를 만나니 부담감은 사라지던가요.

아니요(웃음). 산모의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거든요. 혈압도 높고, 흉수가 차고 단백뇨도 심해서 전자간증(임신성고혈압)으로 진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산모가 숨쉬기를 힘들어해서 출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산모가 우리 병원을 방문한 다음 날 바로 수술 준비를 했고, 그다음 날 제왕절개를 진행했어요. 결론적으로 우리 병원을 내원한 지 이틀 만에 아이들이 세상에 나온 거죠. 

산모가 걱정을 많이 했겠네요. 

그때 아이들이 27주가 채 안 됐었어요. 건강, 신경 발달 및 학습 장애 등 조산아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걱정을 가장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산모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조금 더 버텼으면 아이들이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를 하셨더라고요. 하지만 산모가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만약 무리해서 주수를 끌고 갔다면 엄마와 아이들 모두가 위험했을 테니까요. 당시 이와 같은 심각성에 대해 산모에게 설명드리면서, 의료진이 철저하게 준비해놓았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믿고 따라와달라고 안심시켰어요. 

분만 준비 과정 중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동선을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섯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건네주는 위치, 한 아이당 담당해야 할 의료진 등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죠. 또 초기 치료가 끝나면 인큐베이터를 끌고 나가야 하는데, 보통 수술실이 다섯쌍둥이를 케어할 정도로 넓지 않거든요. 5개의 인큐베이터를 한꺼번에 끌고 나가면 서로 부딪히거나 선에 걸릴 수도 있죠.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작은 요소들이 꼬이면 수술실에 대혼란이 와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수술 전에 의료진과 회의를 하며 효율적인 동선을 정하는 데 집중했어요. 

분만 시 위급 상황은 없었나요.

너무 다행히도 없었어요. 사실 저는 아이들 각각을 꺼내는 시간의 텀이 길어질까 봐 걱정이었거든요. 아이들이 나올 때마다 산모는 출혈하게 되는데, 만약 그 텀이 길어지면 과다 출혈이 생기거나 태반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산모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출혈이에요.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지혈하지만 자궁에서 나는 출혈을 멈추기는 쉽지 않아요. 최악의 경우 산모가 짧은 시간에 사망할 수 있고요.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이들이 순차적으로 빠르게 잘 나와줬고 호흡도 모두 안정적이었습니다. 또 출산 전 뱃속에 있는 아이들의 위치가 분만하면서 바뀌기도 해요. 혹시 예상과 완전 다른 위치에 아이들이 있진 않을지 우려가 됐는데 5명 모두 원래의 자리에 있어줬어요. 

전날 밤 다섯쌍둥이를 수술하는 장면이 꿈에 나왔다고요. 꿈속에서도 분만에 성공했나요.

아니요(웃음). 제왕절개는 제가 거의 매일 하는 수술이지만 다섯쌍둥이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희귀한 케이스의 수술 진행을 앞두고 있으면 수술실 모습이 꿈에 나오곤 해요. 그런데 꿈과 현실은 거의 반대더라고요. 수술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거나 결과가 좋지 않은 꿈을 꾸면 실제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번에도 역시 그랬고요. 좋지 않은 꿈을 꾼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섯쌍둥이가 차례로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나올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27주 만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울음소리가 크지 않아요(웃음). 울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다섯쌍둥이 역시 크게 울진 않았어요. 모두가 작게 소리를 냈는데, 그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속으로 ‘잘 태어났구나’ 하며 안도했던 것 같아요. 5명이 순차적으로 나올 때마다 경이롭다는 느낌이 들었죠. 오랫동안 산부인과 의사로 지냈지만 새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는 건 여전히 놀랍고 감동적이에요. 힘든 순간도 있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면 그간의 어려움이 사르르 녹아내려요.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다섯쌍둥이 새힘, 새찬, 새강, 새별, 새봄(왼쪽부터).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다섯쌍둥이 새힘, 새찬, 새강, 새별, 새봄(왼쪽부터). 

산모 노령화, 난임 치료 증가…  ‘이른둥이’도 늘고 있다

요즘 다태아 출산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 병원에도 다태아 임신을 한 산모들이 많아요. 실제 통계를 보면 다태아 임신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걸로 확인돼요. 우리나라 출생아 중 다태아 구성비가 2013년 3.3%에서 2023년 5.5%로 약 1.7배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는 그 수치가 5%를 넘어가고 있고요. 참고로 일본은 2013년 1.94%에서 2020년 2.04%로 다태아 구성비의 변화는 거의 없어요. 오히려 미국은 2013년 3.48%에서 2022년 3.2%로 감소하는 추세고요. 우리나라에서 다태아 임신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조생식술, 즉 난임 시술의 증가에 있어요. 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 시술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난임부부 지원사업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거죠.

다태아 분만 시 일반적으로 제왕절개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태아 분만이라고 모두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첫째 아이의 머리가 아래쪽에 있으면 자연분만도 가능합니다. 쌍둥이의 경우 두 아이의 머리가 모두 밑에 위치하면 자연분만을 더 추천하고요. 사실 예전에는 세균 감염이나 출혈의 위험으로 제왕절개를 꺼리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좋은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제왕절개로 인한 각종 질병과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워졌죠. 또 제왕절개가 자연분만보다 아이의 손상이 더 적습니다. 자연분만 시 간혹 아이가 산도를 통과하면서 얼굴이나 몸에 멍이 드는 등의 위험이 있는데, 제왕절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무엇보다 다태아 임신부는 2명이나 그 이상의 아이를 한 번에 낳기 때문에 추후 임신 계획이 거의 없어요. 제왕절개를 여러 번 하면 유착 태반이나 자궁 파열 등의 위험도가 올라가거든요. 더 이상의 출산 계획이 없다면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거죠. 의사 역시 제왕절개를 권하는 경우가 많고요. 아이를 많이 낳을 계획이라면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 좋고, 적게 낳을 예정이면 제왕절개가 더 안전할 수 있죠. 

임신 기간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출생 체중이 2.5kg 미만인 이른둥이가 증가하고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그 위험성도 궁금합니다. 

맞아요. WHO(세계보건기구) 보고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500만 명의 아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나며 그 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이른둥이가 많아지는 원인은 다태아 임신을 비롯해 산모의 고령화, 난임 시술에 의한 다태아 증가 등이 거론되고 있죠. 또 고령 산모의 경우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아이와 산모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고요. 때문에 조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산이 무서운 이유는 아이의 생존율 때문이에요. 임신 24주 차에 태어난 아이의 생존율은 40~50% 정도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 후 1주가 늘어날 때마다 생존율이 5~10% 올라갑니다. 30주가 넘어가면 95%로 높아지고요. 

다태아, 이른둥이 출산을 준비하는 산모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려요.

다태아 임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기집의 개수예요. 만약 아기집이 하나라면 바로 대학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는 것이 좋아요. 태반의 공유로 인한 태아의 합병증 위험도가 증가하거든요. 아기집이 2개인 쌍둥이 임신의 경우에는 임신성고혈압 질환을 조심해야 해요. 만약 이와 같은 질환이 의심된다면 의사를 찾아 적절히 대처해야 하고요. 분만 후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숨이 차거나, 휴식을 취할 때도 호흡이 가쁘다면 꼭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해요. 조산 위험도가 높은 산모는 충분한 산전 진찰과 예방 치료를 받으면서 출산을 대비한다면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을 거예요. 최근 우리나라 신생아 치료 역량이 매우 높아졌으니 의료진을 믿고 따라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섯쌍둥이 #다태아 #임신 #조기출산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제공 서울성모병원 사진출처 KBS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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