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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힘, 나도 아이도 행복한 세상

글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2025. 08. 25

흔히 저출생을 ‘사회의 모든 문제들이 빚어낸 총체적 결과’라고 말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드는 부담과 일하면서 아이키우기 어려운 환경, 경쟁문화나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가 오래 지속되면서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어려움들이 확대 재생산되다보니 이를 부담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커지고, 이러한 인식이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부정적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024년 최근 7년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결혼, 출산, 육아 관련 게시글 5만 건을 분석한 결과, 결혼 관련 게시글의 32.3%가 슬픔, 24.6%가 공포였으며, 행복한 감정의 글은 9.3%에 불과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24년 3월 진행한 국민인식 조사를 보면 출산계획이 없는 이유 1위는 “임신·출산·양육이 막연히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종교계 등 사회각계 인사들과 청년, 부모 등 다양한 정책수요자들을 만나오면서 그들이 하나같이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러한 사회인식과 문화 조성의 중요성이었다. 각자 서있는 위치도, 나이도 달랐지만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돌려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정책도 신뢰가 쌓이고 사회적 문화가 토대가 되어줄 때 더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당시 정책만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은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었다. 특히 결혼, 출산 등 개인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선택은 환경과 조건들에 대한 계산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여야 가능하다.

그간 정부의 홍보는 주로 정책을 알리고 강요하듯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정보전달은 한계가 명확했고 강력한 메시지는 오히려 부작용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았다. 불안이 가중되는 풍토에서 강요하기보다는 공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넛지(Nudge)식 접근을 택한 이유다. 



이러한 캠페인의 방향성 전환은 언제나 그렇듯 당사자인 국민에게서 도출됐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행복은 쏙 사라진 채 극단적인 문제 상황만 방송 등에서 계속 노출되는 현실을 비판했고, 청년들 역시 아이들은 예쁘지만, 방송을 보면 출산과 육아가 겁난다고 호소했다. 

아이가 행복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는 부모들의 소망을 담아 우리의 홍보캠페인도 진정성 있게 실제 육아의 모습을 담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아이행복공모전’에응모한 영상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아이행복공모전’에응모한 영상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건 ‘나도 아이도 행복한 세상’ 

가장 고민이 컸던 건 슬로건이었다. 과거 ‘둘만 낳아 잘 기르자’처럼 오래 기억되는 강력한 슬로건이 필요했다. 집중타겟인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인식확산에 동참할 사회각계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설득력도 갖추어야 했다. 약 두 달에 걸쳐 위원회 직원들과 수 십 개의 메시지를 검토했다. 비혼과 부모 직원들을 대상으로 슬로건 아이디어를 받고, 전문가와 직원들이 뽑은 수 십 개의 메시지를 매번 청년의 눈높이에서, 사회 리더들의 눈높이에서 검토했다. 시각에 따라 메시지는 충돌했고 둘 다를 만족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찾기는 어려웠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아이행복공모전’에응모한 영상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아이행복공모전’에응모한 영상들.

그렇게 나온 메시지가 “나도 아이도 행복한 세상”이다. 하물며 ‘나도’와 ‘아이도’의 순서도 고민했는데, 청년과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여 ‘나도’를 먼저 배치했다.

우리가 가야할 비전이면서 모두가 소망하는 바를 담은 메시지였기에 이를 담은 광고영상 제작에 있어서도, 유명한 셀럽이나 자극적인 소재로 이슈화하기보다 진정성 있게 국민들에게 호소하듯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실제 가족들이 올린 영상에서 답을 찾았다.

아이를 처음 만난 날, 아이의 첫 배밀이와 첫 발걸음, ‘엄마, 아빠’를 처음 부르던 순간의 영상들은 부모로서 느끼는 기쁨과 환희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적 뭉클함이 부모가 내지르는 감동의 탄성과 아이의 웃음소리에 담겼다.

다행스럽게도 청년들에게는 거부감 없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고 부모들에게는 애틋한 순간들을 연상시켰다. 사회 각계에는 우리가 가야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원회가 ‘나도 아이도 행복한 세상’ 캠페인 전후인 2024년 3월과 2025년 3월로 두 차례에 걸쳐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결혼긍정 인식은 70.9%에서 72.9%로 높아졌고, 여성의 결혼의향도 48.2%에서 57.4%로 상승했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61.1%에서 70.9%로 높아졌다.

결혼이나 출산의 장점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 함축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 즉 ‘나도 아이도 행복한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결과였다.

물론 이 모든 성과는 단순히 캠페인 덕분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알았다. 캠페인 슬로건 하나를 만드는데, 캠페인 영상을 다르게 만들고자 들인 수 십 명의 수 십 번의 회의와 고민들, 진심은 이렇게 통한다. 

결혼·출산·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나도 아이도 행복한 세상”을 향한 첫 발걸음을 떼었고, 이제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위해 더 꾸준히, 더 지속적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공감’의 힘은 세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글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저출생 #저고위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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