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딸’ 흥행 중 둘째 임신 소식까지 겹경사
그런 그가 이번 여름 코믹과 휴머니즘을 동시에 품은 영화 ‘좀비딸’을 들고 돌아왔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좀비가 된 딸을 끝까지 지키려는 아빠의 절박하고도 엉뚱한 사투를 그린다. 조정석은 극 중 맹수 사육사이자 사춘기 딸 수아와 티격태격하는 평범한 아빠 정환 역을 맡아 일상과 비일상이 충돌하는 한가운데서 웃음과 눈물을 오가는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딸이 갑작스럽게 좀비가 되며 벌어지는 고군분투는 슬프지만 웃기고, 웃기지만 먹먹하다. 이런 모순된 감정을 탈선 없이 끌고 가는 건 오직 조정석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좀비딸’은 ‘배우 조정석’과 ‘아빠 조정석’이 오버랩되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좀비딸’ 포스터.
올해도 여름 텐트폴 영화로 돌아왔어요. ‘여름의 남자’라는 수식어도 생겼고요.
여름 극장가 한복판에 제 작품이 나온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감개무량한 일이죠. 텐트 폴 시기에 영화를 개봉하는 건 영광이면서 동시에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해요.
시나리오를 읽고 ‘정환은 바로 나다’라고 생각하셨다고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셨나요.
그게 살짝 와전된 건데요.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소속사 관계자분들에게 엄청 어필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건 내 거다’ 식의 이야기가 전해진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마침 아빠가 된 시점에 이 작품을 만난 거예요. 아이가 자라고 있고, 부성애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시기에 만났다는 게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 아닐까 싶었어요.

‘좀비딸’은 동물원 사육사인 아빠가 좀비가 된 딸을 트레이닝 시키는 코믹한 설정이지만 가슴 뭉클한 감동도 있다.
원작을 본 분들이 엔딩이 너무 슬프면 어떡하나 걱정하신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영화로 각색하면서 달라진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원작을 안 보신 분들도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거고, 원작을 보신 분들은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환과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으셨나요.
뭔가를 막 준비하기보다 ‘영화에 나를 맡긴다’는 느낌이 컸던 것 같아요. 감정신을 찍을 때 다른 작품에서는 힘겹게 끌어올려야 하는 감정들이 이 작품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심지어 폭발적으로 터져나와서 오히려 ‘이걸 어떻게 조절하지?’가 고민이었어요. ‘내 안에 이런 부성애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게 깨달은 부분도 있었고요.
새롭게 깨달은 부분은 어떤 건가요.
정환을 보면서 ‘아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 하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잊고 있었지만 제 안에도 그런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예전 코로나 시기에 아이가 고열로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스크도 벗어던지고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했거든요. 그 경험을 돌아보면, 지금 느끼는 부성애가 새롭게 생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영화 초반부에 좀비로 변한 이웃 아줌마에게 “인간적으로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관객들 웃음이 터져나오던데요.
저는 그런 장면들이 우리 영화의 ‘킥’이라고 생각해요. 무섭고 아찔한 상황이지만 정환이라는 인물은 거기서도 이성적으로 대응하잖아요.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고 핵심이라고 봐요. 좀비인 척 연기하며 도망가는 장면도 그렇고, 할머니에게 물리는 장면도 그렇고요. 원작이 만화라서 실사화했을 때 그 유쾌함과 과장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아와 같이 보아의 ‘넘버원’ 춤을 추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리허설이나 동선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그 장면은 영화의 또 다른 ‘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상황에서 정말 저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아빠와 딸의 아련한 정서를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각자 안무 선생님한테 트레이닝도 받고 리허설도 많이 하고, 안무도 여러 번 맞춰봤죠.
원작 웹툰을 일부러 안 보셨다고요.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싶었거든요. 만화적 설정이 있어서 제 방식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컸어요. 감정신도 시나리오만으로 충분히 힘이 있었고요. 나중에 원작을 봤을 땐 당연히 다르더라고요. 이건 만화, 저희는 영화니까요. 다르기에 더 좋았어요.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 한 ‘좀비딸’은 35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내가 출연한 모든 작품, 아이와 함께 보고 싶어”
코믹 이미지가 굳어지면 배우로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텐데요.사실 코믹한 이미지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얼마 전에도 제가 ‘약한영웅 Class 2’에 빌런 역할로 등장했는데, 그걸 보고 많은 분이 “이거 너 맞아?” 하고 물어보시기도 했어요. 억지로 ‘이제는 다른 걸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그런 선택도 배우로서 물론 의미가 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거예요. 물론 앞으로도 계속 주변에서 “이제 코미디는 좀 덜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조언을 계속 듣게 된다면, 그땐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겠죠. 하지만 지금까지는 제 안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떤 아빠인가요.
현실의 제 위치를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잘 놀아주려고 애쓰는 아빠, 그리고 딸이 너무 예뻐서 괴롭히려다 되레 괴롭힘당하는 아빠입니다(웃음).
사춘기인 수아를 보면서 딸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봤을 것 같은데요.
당연히 해봤죠. 말이 통하고 티키타카가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어서 ‘딸이 빨리 중학생이 됐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선배들한테 그 얘길 했더니 여섯 살 딸의 감사함을 모른다며, “사춘기가 되면 아빠랑 말도 안 섞는다. 지금이 제일 예쁠 때이니 눈에 많이 담아두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딸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 생각인지요.
영화가 12세 이상 관람가이기도 하고 아직 괴물을 무서워하는 나이라 지금은 어렵지만, 나중엔 꼭 같이 보고 싶어요. 제가 빌런 역할로 등장한 작품이라도 모두 아이가 보면 좋겠어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거든요.
수아 역을 맡은 최유리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너무 훌륭한 친구예요. 어린 나이인데도 촬영장에서는 가장 어른스러웠고, 연기할 때 집중력도 대단해요. 연기도 능청스럽게 정말 잘하고요. 부모님이 어떻게 키우셨을까 궁금할 정도로 예의 바르고 품성도 좋아요. 훌륭한 인격과 좋은 배우는 비례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나중에 어떤 배우가 될지 기대가 큰 친구예요.
품성이 연기력을 담보하지는 못할 텐데, 훌륭한 인격과 좋은 배우는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요.
연기력이 뛰어난데 인격이 별로라면 뭔가 아쉽잖아요.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으로서 인격과 연기력이 함께하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텐션·앙상블 최고 출연진, 단톡방 이름 ‘좀비 여고 동창’
애옹이 역할을 한 고양이 ‘금동이’가 화제가 되고 있어요.대단한 친구예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는데, 카메라도 알고, 연기도 척척 해냈어요. CG가 들어간 건 몇 장면뿐이고 대부분 실제 촬영했어요. 앞으로 출연료 올라갈 것 같아요(웃음).
이정은, 윤경호, 조여정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텐션과 앙상블이 최고라 너무 신났어요. 촬영 끝나고도 다 같이 저녁 먹고 얘기 나누고, 지방 촬영이라 피곤할 법도 한데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었어요. 배우들 단톡방 이름이 ‘좀비 여고 동창’이에요. 저랑 경호랑 같이 있으면 여고생처럼 웃고 떠들거든요(웃음).
혹시 에겐남이신가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웃음).
‘엑시트’에서 함께한 윤아 씨가 주연을 맡은 ‘악마가 이사왔다’도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데요.
이상근 감독, 윤아 씨 다 가족 같아요. 같이 잘되자고 홍보 영상도 찍었고요. 신승호 배우가 출연한 ‘전지적 독자 시점’도 같은 시기에 개봉해서 응원하고 있어요. 요즘 극장가가 침체해 있는데, 저희 작품들도 다시 뜨거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거미 씨가 유튜브 채널 ‘청계산댕이레코즈’에서 남편에 대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어요.
거미 씨가 워낙 위트가 있어요(웃음). 저는 ISTP인데, ‘쉬지 않으면 큰일 나는 성향’이라는 MBTI 설명 듣고 둘 다 빵 터졌어요. 그래서 집에선 혼나기도 해요. 절제할 땐 절제하는데, 좀 자유로워 보이나 봐요.
딸이 아빠와 엄마 중 누구를 닮았나요. 나중에 연기나 노래를 하겠다고 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딸은 제 얼굴에 머리만 기른 모습이에요(웃음). 성격도 주로 저 닮아서 말 안 듣고 고집부려요. 엄마한테 혼날 땐 제가 숨고 싶을 정도예요. TV에 아빠와 엄마가 나오는 걸 알고는 있는데, 모든 엄마와 아빠가 TV에 나오는 줄 알아요. 아직은 어려서 어디에 재능이 있다 말씀드리긴 어렵고, 좀 더 커봐야 알 것 같습니다.
#조정석 #좀비딸 #여성동아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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