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진로 교육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최서연, 전상훈 박사다. 두 사람은 한세대 IT융합 공학박사이자 미래 전략가, 그리고 AI 시대에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종합 컨설팅 회사 ‘비지트(BeGT)’의 공동대표다. 이들은 ‘챗GPT, 질문이 돈이 되는 세상’ ‘유튜브 떡상의 비밀’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데이터와 알고리즘, 콘텐츠 전략에 이르기까지 AI 시대에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을 대중에게 소개해왔다.
특히나 이들의 책 ‘AI, 질문이 직업이 되는 세상’은 AI 시대에 걸맞은 진로 전략을 설명한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인 2030년대 직업의 변화와 AI를 진로 탐색에 이용하는 방법, 이로 말미암아 학교와 가정에서 변화해야 할 교육법까지 폭넓게 다뤘다. 청소년들이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진로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하는 지금,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AI 시대의 직업군은 어떻게 바뀔까요.
최서연(이하 최) 2025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AI 데이터 기반의 직업군과 디지털 크리에이터는 부상하지만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육체적인 반복 노동뿐만 아니라 지식 반복 노동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정보를 검색하고 구조에 맞게 글을 쓰는 ‘기자’의 일도 일종의 반복 노동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 반복 노동이 AI에 의해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뀔 겁니다.
AI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 생길 직업군은 무엇인가요.
최 | 2030년대에는 AI 협업형 직업이 전체 직업의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기존에 있던 직업이 사라진다기보다는 AI와 협력하는 형태로 변하는 것이죠. 의사는 AI 진단 협력 헬스 컨설턴트로, 교사는 AI 교육 설계자 등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또 AI 기반 콘텐츠 큐레이터, AI 윤리 컨설턴트 등 새로운 직업도 생겨날 것입니다.
이렇게 바뀐 직업 환경에서 진로 탐색을 할 때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까요.
최 | 직업이 ‘사라진다’ 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물론 단순노동을 하는 직업인은 사라지겠죠. 예를 들어, 반복적인 구조의 기사만 쓰는 기자는 사라지겠지만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자는 살아남겠죠. 단순히 사례나 법문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변호사보다는 자기 나름의 전략을 짜는 변호사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직업이 AI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직업을 선택해야 하죠.
이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학교, 가정에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요.
최 | 학교는 ‘정답을 맞히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면 사회는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특히나 AI는 정답을 맞히는 것에 특화돼 있어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입니다. 이런 역량 교육을 위해서는 집에서 더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을까요.
최 | “학교에서 무엇을 했니?” “성적은 잘 받았니?” 이런 대화보다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학교와 다르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성적, 등수보다는 윤리의식과 책임감, 쾌활함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고민해주시고, 또 때로는 칭찬해주세요. 이를테면 아이가 “엄마, 친구들과 지내는 데에 이런 불편함이 있었어”라는 인간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같이 관련된 책을 볼 수 있고요.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도 있죠.
생성형 AI에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최 | 저는 좋은 질문은 딱히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국은 1980년대까지 대량생산의 제조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나라예요. 여기서 창의성은 대량생산에 방해만 될 뿐입니다.그래서 일률적인 주입식 교육을 했죠. 이런 주입식 교육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아이들이 질문 능력을 갖출 기회는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좋은 질문, 나쁜 질문으로 나눠 질문을 평가하기보다는 지금은 질문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상훈(이하 전) 제가 강연에서 만난 학생 중 한 명이 미국 하버드대보다 입학률이 낮기로 소문난 미래형 교육대학인 미네르바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사실 이 친구는 한국 학교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해요. 선생님이 계속 질문만 하는 학생이 버거웠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이 친구에게 일반적인 학교보다는 미국에 있는 혁신 대학에 가보라고 추천을 해줬죠. ‘창의성’이라는 잠재력은 엄청난 친구였으니까요. 좋은 질문을 하려면 교육 환경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을 기다려주고 질문에 맞는 답을 줄 수 있는 교육자가 필요합니다.

최 | AI를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부하 직원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마치 대표가 부하 직원에게 일을 시킨다고 생각하고 질문하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원하는 산출물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도 충분히 갖추어야 하죠. 대답에 어떤 내용이 있어야 할지, 답변의 구조와 양은 어때야 할지를 잘 생각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두 분은 어떻게 본인만의 질문을 발전시켜왔나요.
최 | 초등학교 때 손을 들어 발표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갈 때마다 혼자서 손 드는 연습을 했어요. 그렇게 3년이 지났을 때 손 들고 발표하면서 용기를 얻었죠. 그 이후로는 스스로에게도 끝없는 질문을 던졌고요. 적극적으로 잠재력을 찾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죠.
전 | 제 질문 능력의 뿌리는 1990년대 초 대학 시절 교수님과 펍에서 나눴던 논증과 대화입니다. 학부 교수님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뭔가요?”라고 물었을 때, 교수님은 “질문이 잘못됐다”며 “무엇이 중요한가가 아니라 왜 중요함을 찾고 있는가를 물어야지”라고 말씀하셨어요. 교수님들과 인생에 관한 깊이 있는 담론을 나누며 삶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 영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전 | AI 시대의 포인트는 글로벌이거든요. 저출생으로 인해 내수 시장은 축소될 것이고, 지금 청소년들이 바라봐야 할 곳은 결국 해외 시장입니다. 그렇기에 영어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번역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토론하고 질문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생성형 AI의 92%가 영어로 되어 있거든요. 실질적으로 영어로 질문할 때와 한국어로 질문할 때, 그 답변의 질이 차이 날 수밖에 없어요.
AI는 가짜 정보를 주기도 합니다. 이런 가짜 뉴스를 선별하고 파편화된 정보를 융합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전 | 요즘은 간단하게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알고리즘에 의해 특정 방향의 정보만 일방적으로 소비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다른 방향에서 다양한 정보를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큰 그림을 보는 ‘빅 픽처 창의성 훈련법’을 적용하는 겁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철학, 문학, 역사, 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거죠. 마치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랄까요. 그럼 맞지 않는 하나의 조각을 가짜 뉴스라고 판별할 수 있죠. 또 하나의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큰 그림을 보면 더 명쾌한 시각을 가질 수 있고요.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최 | 무엇이든 의문을 품어보세요. ‘지하철 광고에서 왜 이 색깔을 썼을까?’ 같은 사소한 점도 좋습니다. 관점을 반대로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뉴스를 접할 때 의도적으로 반대 관점을 찾아보거나 주장에 반박할 만한 근거를 알아보는 거죠. 그리고 연결 게임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2가지 주제(고양이와 경영학, 커피와 우주여행 등)를 연결해서 떠올려보는 거죠. 그리고 하나의 문제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바라보는 훈련도 유익합니다. 요즘 저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를 고민해보곤 합니다.
AI를 활용해 내게 맞는 진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최 | 진로가 명확하다면 해당 직업에서 하는 일이 무엇이고 그에 따라 준비해야 할 역량과 스펙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진로에 대한 방향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면 자신의 성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진로를 추천받는 방법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내가 할 때 즐거운 일, 좋아하는 것, 성격 등을 설명하고 어떤 직업이 어울리는지를 묻는 거죠. AI가 답을 준 직업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또 꼬리 질문을 해나가면 됩니다.
전 | 제가 2023년에 중학교에서 강연할 때 어떤 학생에게 “무엇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었어요. 그 친구가 “과일”이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래서 “과일의 맛을 좋아하느냐, 색깔을 좋아하느냐”라는 꼬리 질문을 했죠. 그 친구는 “같은 사과이더라도 어떤 사과는 산미가 두드러지고 어떤 사과는 약간의 짠맛이 느껴지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런 학생에게 어울리는 직업은 미각을 사용하는 소믈리에 같은 것이겠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분석적인 사고로 접근해 질문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2013년에 개봉한 영화 'her'. 주인공 테오도르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주는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AI 잘 이용하려면 인문학이 필수
AI가 이용자에게 과한 지지를 보내는 것이 이슈입니다.최 | 사실 AI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섰어요. 어떤 반응을 보였을 때 이용자가 좋아할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죠. 그래서 어떻게 질문하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저의 경우에는 ‘나 AI 박사고 AI에 대해 잘 알고 있어’라고 프롬프트에다가 넣어요. AI의 기선을 제압한 다음에 정확한 정보를 찾고 판단하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알려주는 정보를 가짜라고 의심할 줄도 알아야 해요. 다양한 검색 엔진을 통해 교차 검증을 하시길 바랍니다.
전 | AI의 이용자 맞춤형 대화가 계속 ‘이용자의 비위 맞추기’에만 쓰인다면 이용자는 점차 AI에게 과하게 의존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판적 사고 능력은 오히려 잃어버리게 됩니다. AI의 과한 지지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비판적으로 평가해달라’ ‘단점도 함께 알려달라’고 요청해야 해요. 우리가 AI를 아첨꾼이 아니라 조력자로서 대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AI 시대일수록 인문학과 사색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이 중요해진다고요.
최 | AI는 빠르게 정보를 검색하고, 계산하고, 분석할 수 있어요. 반면에 인간이 가진 능력은 ‘느린 능력’입니다. 지성이나 인성, 영성 같은 사색하는 능력이죠.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청년에게 교수가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는 사랑에 관해 물으면 많은 시를 읊겠지만, 한 여인에게 완전히 포로가 돼본 적은 없을걸. 죽어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두 달이나 병상을 지킬 때의 상실감이 어떤 건지 몰라.” 인간만이 가진 능력은 이런 복잡한 감정에서 비롯된 고민과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죠.
전 | AI가 빠르게 정량적 지식 데이터를 분석해주면 그 데이터가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고, 윤리적으로 판단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건 인간의 몫입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사고입니다. 결국 AI 시대일수록 기술을 인간답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그 지혜의 뿌리가 바로 인문학이라고 볼 수 있죠. 스티브 잡스는 “기술은 기술일 뿐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기술에 인문학이 결합해야 비로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요. AI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는 온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AI 시대에 인문학적 역량을 기르기 위해 추천하는 책이나 콘텐츠가 있나요.
최 |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라는 소설을 추천해드립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잘 그렸어요. 비슷한 영화로는 2013년 작품인 ‘그녀(Her)’도 강력히 추천해요. AI와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뤘거든요. 이런 콘텐츠들로 인간과 AI의 공존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는 정독하시길 권합니다. 기술 변화를 인류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주거든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과학적 사고와 인문학적 감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명작입니다. 무엇보다 책에 담겨 있는 방대한 지식과 인사이트가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외에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AI 시대에 직업을 가질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최 | 우리 아이를 다른 친구와 비교하지 말라는 부탁을 꼭 드리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AI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를 말하기 전에 ‘셀프 리터러시’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잘 알아야 자신만의 독창성을 AI와 접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능력을 끌어내는 건 부모님이 해주셔야 해요.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분은 부모님이잖아요. 따라서 집에서만이라도 정량적인 평가는 잠시 내려놓고 아이의 관심사, 성향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아이가 자신만의 질문을 세상에 던질 수 있게요.
#AI시대 #진로탐색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사진출처 영화 ‘her’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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