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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빵 따라 떠나는 전국 여행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5. 05. 02

여행 떠나기 좋은 5월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 빵집을 둘러보는, 일명 ‘빵지순례’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틀로도 부족할 빵지순례의 도시, 대전

대전은 명실공히 빵의 도시다. 다른 도시는 방문한 김에 빵집을 코스에 추가한다면, 대전은 그저 빵을 먹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빵집이 곧 관광지가 된 데는 ‘성심당’의 역할이 크다. 1956년 문을 연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대전 외 지역에는 지점을 내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 덕분에 ‘빵지순례’라는 단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성심당이라는 거목은 대전을 빵의 도시로 발전시켰다. 약 70년간 성심당이 배출한 제빵사들은 대전 곳곳에 작은 동네 빵집을 차렸고, 자신만의 레시피로 빵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에 빗대 제빵사들은 대전으로 보내라는 농담이 생겼을 정도다. 

대전시는 아예 지역 단위 빵 축제인 ‘빵 어워즈’를 개최하며 로컬 빵집을 지역 산업으로 육성하는 중이다. 빵 어워즈에서 두 번이나 1위를 차지한 ‘몽심(@_creative_mongsim)’은 대전 시내에 세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장별로 주요 품목은 상이하다. 본점인 한남대점의 대표 메뉴는 마들렌으로, 특히 연유를 넣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밀키연유 마들렌’이 베스트셀러다. 카늘레와 에그타르트, 피낭시에도 맛있다는 평이 많다. 도안점은 소금식빵과 바게트, 대흥점은 바게트와 치아바타가 메인 메뉴다. 원동에 위치한 ‘정동문화사(@jd_moonhwasa)’도 빵지순례 코스로 이름난 곳으로 카늘레와 피낭시에, 에그타르트로만 승부한다. 대신 다양한 맛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피낭시에는 베이식, 얼그레이, 솔티캐러멜, 말차초코마카다미아, 무화과크림치즈, 바질크림치즈 등 12가지 맛을 선보인다. 카늘레는 바닐라, 홍차, 녹차, 초코 등 4종류가 있다. 에그타르트는 1인 4개까지만 구매가 가능할 정도로 인기다. 

소금빵을 좋아한다면 대흥동과 탄방동에 매장을 갖춘 ‘콜드버터베이크샵(@coldbutter_bakeshop)’을 주목할 것. 겉바속촉을 제대로 구현한 크랙소금빵이 메인이다. 여기에 생우유크림, 황치즈크림, 옥수수크림, 흑후추 등 다양한 재료를 조합한 이색 소금빵도 판매한다. 

빵집 투어만으로 대전 방문을 마치기 서운하다면, 최근 중구 부사동에 문을 연 ‘대전한화생명볼파크’를 코스에 추가해보자. 새로 지은 야구장인 만큼 국내 최고 시설을 자랑한다.

보리밭 따라 추억 여행, 고창

5월의 고창은 청보리 덕분에 신록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보리 산지로 유명한 고창에서는 매년 보리가 가장 아름다운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5월 11일까지 열리며,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hakwonfarm)’이 축제의 주무대다. 농장 일대 약 77만㎡ 땅에 펼쳐진 청보리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을 모두 편안하게 한다.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보리밭 사잇길 걷기.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보리밭 사이를 느리게 걸으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힐링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고창고인돌박물관과 고인돌 유적, 고창읍성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보리밭의 정취를 만끽한 뒤에는 고창읍 읍내리에 자리한 30년 역사의 전통 빵집 ‘파랑새제과점’에 들러보자. 어린 시절 먹었던 추억 돋는 옛날 빵이 가득하다. 단팥빵과 소보로빵, 카스텔라, 롤케이크, 공갈빵, 꽈배기, 도넛은 물론 쇼케이스를 채운 버터크림케이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까지 느끼게 한다. 

북한강 따라 떠나는 봄나들이, 춘천

춘천은 상춘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도시다. 서울에서 가깝고 호수와 강, 산을 두루 둘러볼 수 있어 봄 분위기를 느끼기 좋아서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ITX-청춘 열차를 타면 쉽게 갈 수 있어 뚜벅이들은 물론 자전거 동호회원들도 즐겨 찾는다. 춘천의 대표 관광 명소인 남이섬은 산책과 하이킹, 라이딩에 모두 최적화됐다. 튤립 축제가 열리는 ‘제이드가든’은 넓은 대지에 다양한 테마로 정원이 조성돼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과 연인들에게 인기다. 호수를 따라 산책로를 낸 하중도생태공원, 의암호를 지나 삼악산까지 이어지는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도 춘천의 명소로 유명하다. 춘천의 먹거리로는 닭갈비와 막국수가 대표적이지만, 로컬 빵집도 만만찮은 내공을 자랑한다. 춘천이 배출한 전국구 빵집은 감자빵의 원조로 알려진 ‘감자밭(@gamzabatt)’이다. 택배로도 빵을 구매할 수 있지만, 전천리 소양호 인근에 위치한 대형 카페 매장은 주말마다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춘천을 대표하는 로컬 빵집으로는 후평동의 ‘자유빵집(@jayu.bakeshop)’을 빼놓을 수 없다. 강원도 최초의 정통 프랑스 빵집으로 알려진 이곳은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출신 오너가 운영한다. 소금빵이 인기 메뉴이며 앙버터와 크림치즈, 춘천 대파로 맛을 낸 춘천대파빵은 20만 개 이상 판매됐다. 동내면에 위치한 ‘동내빵집(@dongnae_bakery)’은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동네 빵집 그 자체다. 버터가 듬뿍 든 페이스트리인 몽블랑과 파이 위에 초코를 덧입힌 ‘빨미까레’가 베스트셀러다. 

천년 고도에서 만나는 역사와 전통의 향기, 경주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경주의 봄은 특히 생기로 가득하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수많은 능이 연녹색의 잔디로 뒤덮이면 도심 곳곳이 마치 작은 동산에 둘러싸인 듯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올해 4월 경주시 황남동 황리단길 근처에 문을 연 ‘오아르미술관’은 이런 경주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 공간으로 유명하다. 건축가 유현준이 설계한 이 미술관은 1층 전면을 유리창으로 설계해 인근의 고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옥상에 올라가면 노서 고분공원과 황리단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주 출신의 컬렉터 김문호 관장이 20여 년간 수집한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 600여 점을 중심으로 기획전과 소장전을 상시 열 계획이다. 

경주를 대표하는 빵은 뭐니 뭐니 해도 ‘경주빵’이다. 이름은 빵이지만 앙금을 얇은 피로 감싼 형태라 모양은 화과자에 가깝다. 갓 구운 경주빵은 앙금은 부드러우면서 촉촉하고, 피는 얇고 바삭바삭하다. 경주 곳곳에 여러 매장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은 모두 1939년 경주빵을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故 최영화 장인에게서 파생됐다. 장인의 손자가 운영하는 황오동과 황남동 ‘최영화빵(@cyh_bread)’과 장인의 수제자였던 이상복 씨가 독립해 문 연 ‘이상복명과(@lsb_gyeongjubread)’가 대표적이다. 이상복명과는 경주 곳곳에 여러 매장이 있어 방문하기 편하다. 

경주빵 외에 경주의 대표 빵지순례 명소로는 사정동에 자리한 ‘녹음제과(@nokeum_bakery)’가 꼽힌다. 기와집 외관이 눈길을 끄는 곳으로, 특히 크루아상 종류가 인기가 많다. 일요일 하루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며, 빵이 전부 소진되면 문을 닫으니 일정에 참고하자.

#전국빵집 #빵지순례 #봄나들이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출처 몽심 동내빵집 감자밭 자유베이커리 이상복명과 녹음제과 인스타그램 한화이글스 학원농장 경주문화관광 대한민국구석구석 홈페이지 ‘토요일은 밥이좋아’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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