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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끌고, 유튜브가 밀어 올렸다” 전 세계 점령한 K-푸드의 현주소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5. 02. 26

공연장을 활활 태우고, 넷플릭스까지 평정한 한류의 파워가 K-푸드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K-푸드의 현주소를 확인해봤다. 

카디 비, BTS 등 글로벌 스타들이 
K-푸드 유행을 견인하고 있다.

카디 비, BTS 등 글로벌 스타들이 K-푸드 유행을 견인하고 있다.

2025년 현재 한류의 훈풍이 가장 세게 불고 있는 영역은 음식업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26개국의 한국 문화 콘텐츠 경험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만 봐도 그 열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드라마, 음악, 게임, 패션, 음식 등 각 분야의 한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행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 중 75.2%가 한국 음식을 경험해봤다고 답했다. 이는 11개 항목 중 1위다. 특히 대만(73.3%), 말레이시아(68.1%), 베트남(66%), 일본(65.4%)에서 한국 음식을 선호했으며, 응답자 중 52.3%는 자신의 나라에서 한국 음식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음식을 접해본 경로는 SNS 영상과 사진이라는 응답이 53.1%로 높았고, 유튜브 콘텐츠가 48.5%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음식 빅 웨이브의 시작에는 K-팝과 한류 팬이 있다. BTS 지민이 SNS를 통해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본 해외 팬들이 ‘Tteokbokki’를 검색하고, 정국이 불닭볶음면과 너구리 라면을 섞어 ‘불구리’를 만들자 그들은 ‘Bulguri’ 레시피를 공유했다. BTS의 유튜브 공식 채널 ‘BANGTAN TV’에 업로드되어 있는 먹방(Mukbang) 영상은 조회수가 1500만~1600만을 상회한다. 미국 유명 래퍼 카디 비가 틱톡에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직접 조리하고 먹어보는 영상에는 450만이 넘는 ‘좋아요’ 반응이 달렸다. 인플루언서들이 업로드한 한국 음식 먹방은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에게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반응했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12억4846만 달러로, 한화 1조8000억 원 규모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대표 상품은 삼양의 불닭볶음면이다. 단일 품목으로 상반기 수출액만 4800억 원이다. 아이돌이 끌고 ‘불닭 챌린지’가 밀어 올린 화제성에 미국과 유럽, 중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가 반응한 결과다.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전문 리뷰 매체인 와이어커터에서 ‘최고의 인스턴트 라면’을 뽑는 기사에 한국 라면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SNS를 타고 편의점에 안착한 K-분식

미국 NBC 뉴스에 떡볶이가 대대적으로 소개된 모습.

미국 NBC 뉴스에 떡볶이가 대대적으로 소개된 모습.

젊은 층 사이에서 한식의 인기는 분식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식료품점 체인인 트레이더 조스가 2023년 8월 선보인 냉동 김밥은 미국 내 채식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트레이더 조스는 발 빠르게 파전과 떡볶이, 한국식 불고기 등을 출시하며 트렌드를 주도해나갔다. 이어 지난해 3월 미국의 NBC 뉴스는 “떡볶이의 장악: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미국 입맛을 사로잡다”라는 제목으로 떡볶이를 소개했다. 12월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펴내는 영어 사전에 ‘떡볶이(Tteokbokki)’가 오르기도 했다. 이미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떡볶이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비비고 떡볶이는 ‘Tteokbokki’라는 이름으로 39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종합 식품기업 대상은 아예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Korean Street Food)’라는 이름으로 수출용 분식 라인 브랜드를 별도 출시하며 세계 시장을 공략 중이다. 분식점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엽떡(동대문엽기떡볶이), 신전떡볶이, 죠스떡볶이 같은 체인점부터 즉석떡볶이 전문점 두끼까지 적극적으로 해외에서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아예 한국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분식류를 그대로 진열해놓은 사례도 많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CU에서는 전주비빔 삼각김밥과 김치참치 삼각김밥 같은 품목이 인기고, 몽골 CU에서는 핫바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8만 개를 돌파했다.

소스를 통해 주방에서 피어난 한식의 불씨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 기업들도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 기업들도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식이 보편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집에서 직접 한식을 조리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카테고리가 바로 레디밀 식품과 소스류다. 레디밀 식품은 별도의 조리 과정 없이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어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가 높다. 프랑스 최대 냉동식품 회사인 피카르가 이미 2020년에 잡채와 비빔밥을 선보였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비빔밥, 덮밥, 김밥, 냉동 만두, 닭꼬치, 불고기 등을 출시했다. 미국에서는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창업한 한식 밀키트 회사가 현지인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성업 중이다. 국내 기업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풀무원은 비건 콘셉트의 K-푸드를 메인으로 레디밀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역시 만두를 앞세워 비비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레디밀보다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아이템은 소스다. 지난해 수출된 소스류 매출은 3억 9400만 달러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불닭, 불고기, 치킨 양념 등 혼합 양념소스의 판매량이 높고 고추장이 그 뒤를 따르는 추세다. 영국의 식품 및 유통업 전문 보도 매체 ‘Speciality Food Magazine’이 선정한 ‘2024년 실온 보관 트렌드 식품 15가지’에 한국식 김치와 고추장, 비빔밥 소스가 들어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 자료를 통해 미국 내에서도 발효와 비건, 글루텐프리, 키토 등의 유행에 발맞춰 김치 소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최대 규모 한인 마트인 H마트는 물론, 월마트와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노드스트롬, 블루밍데일스 등의 백화점에서도 유통되고 있을 정도다.

파인 다이닝에서 포착한 한식의 고급화 가능성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뉴욕 ‘정식당’을 필두로, 파인다이닝 신에서도 한식의 인기가 뜨겁다.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뉴욕 ‘정식당’을 필두로, 파인다이닝 신에서도 한식의 인기가 뜨겁다.

한식의 인기는 파인 다이닝 신에서도 유의미하게 포착된다. 미식의 지표처럼 여겨지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식당과 한식 셰프를 주목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임정식 셰프가 운영하는 뉴욕의 정식당, ‘정식(Jungsik)’이 지난해 12월 미국 내 한식당으로는 최초로 ‘미쉐린 가이드’ 3스타를 획득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임정식 셰프 이전에 3스타를 획득한 한국인 코리 리(이동민) 셰프의 레스토랑 ‘베누(Benu)’가 있었으나, 카테고리가 아시안 컨템퍼러리로 분류되었던 터라 한식당으로는 정식이 최초다. 같은 시기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전한 한식당 ‘주옥(Joook)’도 1스타를 획득했다. 정식과 주옥을 포함해 뉴욕에서 한식으로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획득한 한식당은 10개를 넘어섰다.

고급 한식의 가능성은 백화점 식품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홍삼이 고급 선물로 인기다. 중국에서는 한국 홍삼이 중국 홍삼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팔린다. 고급 약재라는 인식 덕분이다. 한국 과일도 함께 인기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에서 수입한 배나 딸기를 명절 선물로 보낼 만큼 인기가 높다.

미국을 대표하는 요식업의 거장 제임스 비어드의 “음식은 우리의 공통점이자 보편적인 경험”이라는 말처럼, 음식은 사람과 문화를 잇는 가장 촘촘한 고리가 된다. 무엇보다 쉽게 접근 가능한 문화인 동시에 온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가장 따뜻한 교류이기도 하다. 이에 음식이 한류의 최전선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K-푸드 #K-웨이브 #불닭볶음면 #여성동아

사진출처 비비고 nbc 뉴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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