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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뉴요커와 파리지엥의 패션 바이블 클로에 세비니

오한별 객원기자

2025. 01. 20

멋 좀 안다는 뉴요커와 파리지엥 사이에서 뮤즈로 통하는 클로에 세비니. 평소 빈티지 룩과 하이패션의 믹스 매치를 즐기는 그의 패션 감각은 51세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 

배우이자 모델, 패션 디자이너, 감독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선보여서일까. 미국 여배우 클로에 세비니에게는 ‘대표 이미지’란 게 없다. 독창적이고 다양한 필모그래피만큼이나 그의 패션 스타일은 늘 예측 불가다. 그는 작품이든 스타일이든, 늘 새로운 시도로 세대를 뛰어넘어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시몬로샤의 리본 드레스를 입고 베니티 페어 파티에 참석한 클로에 세비니.

시몬로샤의 리본 드레스를 입고 베니티 페어 파티에 참석한 클로에 세비니.

클로에 세비니는 열일곱 살 어린 나이에 ‘쌔씨(Sassy)’ 매거진 스타일리스트에게 발탁돼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뉴욕의 패션 신에서 ‘쿨 걸’의 대명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세비니는 1990년대 유스 컬처의 두 주역인 래리 클락과 하모니 코린이 각각 감독과 각본을 맡은 영화 ‘키즈’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당시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으나, 세비니는 극에서 HIV 양성 판정을 받은 뉴욕 도심의 10대 소녀를 연기하며 호평을 얻었다. 그 후, 당시 남자 친구였던 하모니 코린이 감독한 영화 ‘구모’에 연달아 출연하며 비주류적인 ‘쿨’한 소녀의 이미지로 주목받게 된다. 영화 속 모습처럼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스타일을 고수하던 그는 순식간에 10대의 우상으로 떠오르게 됐고, 당시만 해도 전문 모델들이 독점해온 미우미우 캠페인 대표 얼굴로 등장했다.

이후 저예산 독립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세비니는 ‘아메리칸 싸이코’ ‘도그빌’ ‘조디악’ 등을 통해 파격적이면서 성숙한 필모그래피를 쌓는 동시에 진화된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다. 패션계는 앞다퉈 세비니에게 러브 콜을 보냈고, 그의 옷장은 수많은 디자이너 컬렉션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세운 원칙 한 가지를 끝까지 고수했다. 그 원칙은 바로 ‘시대의 트렌드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 그는 고전미를 선호하는 취향을 앞세워 자신만의 톤 & 매너를 지켰다. 특히 레트로 프린트 티셔츠, 구제 코트와 드레스, 데님 등 빈티지 아이템에 대한 그의 사랑은 유명하다. 2000년대 후반, 그를 ‘잇 걸’ 대열에 합류시킨 파파라치 컷에서는 디자이너 의상과 빈티지 아이템을 자유롭게 결합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뉴요커의 실용적인 스타일과 파리지엥의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자유롭게 믹스 매치하는 그는 ‘뉴욕에 사는 파리지엥’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2000년대 패션 트렌드를 선도했다.

패션에 한계는 없다

클로에 세비니는 51세의 나이에도 피비파일로, 생로랑, 미우미우, 프로엔자슐러 등 핫한 브랜드의 뮤즈로 활동 중이다.

클로에 세비니는 51세의 나이에도 피비파일로, 생로랑, 미우미우, 프로엔자슐러 등 핫한 브랜드의 뮤즈로 활동 중이다.

클로에 세비니의 이름을 포털에서 검색하면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필모그래피보다는 최근에 입은 스타일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먼저 뜬다. 그만큼 패션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 그가 잇 걸 대열에 합류한 비결 중 하나는 ‘패션에 있어서 한계는 없다’는 생각이다. 독창적이고 남다른 작품에 주로 출연해온 것으로 유명한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는 패션 스타일을 보여준다. 작품이든 스타일이든 그 어떤 것도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 있지 않으며, 늘 새롭고 고정되지 않은 선택을 한다. 그는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만찬에서 회색 쇼츠와 길고 느슨한 넥타이를 착용하며 남성복에 대한 캐주얼한 해석을 내놓는가 하면, 2004년 마크 제이콥스가 전개했던 루이비통의 파격적인 컷아웃 드레스를 입으며 정반대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저 전담 스타일리스트들이 입혀주는 대로 온몸을 디자이너 브랜드로 도배하는 배우들과 달리, 그는 빈티지를 자유롭게 믹스 매치하는 스타일링의 고수이기도 하다. 빈티지 숍에서 구한 오래된 뮈글러 드레스나 생로랑 드레스를 시상식에 입기 나오기도 하고, 1990년대 베르사체 원피스를 데일리 룩으로 연출하기도 한다. 1996년 ‘트리스 라운지’ 영화시사회에서 선보인 근사한 스팽글 드레스에 빈티지 숍에서 구매한 호랑이 줄무늬 스타킹 룩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는 때로는 소녀처럼, 때로는 관능적인 여인처럼, 때로는 장난꾸러기 톰보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스타일을 연출하며 기대감을 자아낸다. 이런 스타일 철학은 그가 기본적으로 유행에 쉽게 탑승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024 멧 갈라에서 터키계 영국 디자이너인 딜라라 핀디코글루의 리젠시 코어 풍 드레스를 입은 클로에 세비니.

2024 멧 갈라에서 터키계 영국 디자이너인 딜라라 핀디코글루의 리젠시 코어 풍 드레스를 입은 클로에 세비니.

하이패션과 서브컬처를 결합하거나 빈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세비니의 뛰어난 패션 감각은 동시대 많은 디자이너에게도 영감을 줬다.

올해로 51세가 된 그는 최근까지도 생로랑, 프로엔자슐러, 피비파일로 쇼에 서거나 캠페인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또 뉴욕 기반의 브랜드 오프닝세레모니와 대표적인 스트리트 브랜드 퍼킹어썸과의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나와 내 친구들이 실제로 입고 싶은 옷만 디자인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취향과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드카펫 룩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세비니는 대중적인 럭셔리 브랜드 대신 떠오르는 신진 디자이너 의상을 입거나 빈티지 드레스, 장난스럽고 기발한 의상들을 선택해 감탄을 자아낸다. 소설가 제이 매클러니가 시사 주간지 ‘더 뉴요커’에 “세상에서 가장 쿨한 여성”이라고 묘사했을 당시, 클로에 세비니는 겨우 10대에 불과했다. 그 후 수십 년이 지났어도 그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쿨한 여성’이라는 자리를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연기와 패션 모두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히 한, 시대를 대표하는 ‘쿨한 여성’임에 틀림없다. 클로에 세비니는 앞으로 수십 년이 또 흐르더라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클로에세비니 #패션 아이콘 #피비파일로 #여성동아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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