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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ok | 일본 극우 작가의 사랑 이야기

문영훈 기자

2024. 09. 20

사랑의 갈증
미시마 유키오 지음 / 이수미 옮김 / 빛소굴 / 1만6800원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처럼 묘사되기도 하는 미시마 유키오. 하지만 그의 본질은 일본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소설가다. ‘금각사’ ‘금색’ 등 아름다운 문장과 미에 대한 탐닉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남았다. ‘사랑의 갈증’은 비교적 덜 알려진 그의 초기작이다. 도쿄에 살다 오사카 근교 시골 마을로 와 살게 된 에쓰코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남편의 죽음 이후 시댁에 거주하게 된 그는 자신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기를 좋아한다. 에쓰코가 장티푸스를 앓던 남편을 극진히 보살핀 이유에는 음험한 구석이 있고, 현재 시아버지와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그러면서 함께 사는 시댁 식구를 포함한 이들을 관음적인 시선으로 묘사한다. 고통 속에서 모든 관계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보이는 에쓰코 위에 서 있는 이는 작가 미시마 유키오다.

우리에게 없는 밤
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만7000원

위수정의 소설은 중산층을 겨냥한다. 어느 정도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은 욕망이 만든 파도에 이지러진다. 작가는 이에 대해 “돈이나 교양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들이 삶에는 분명히 있고 그러한 정말과 좌절의 경험이 동일하게, 그러나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소설은 그런 순간들의 포착이다. 허우대 멀쩡하고 사려 깊은 남편 대신 “아내와 가족을 사랑하는” 다른 남자에게 이끌려 집을 나오고(‘아무도’), 매년 가족들과 휴가를 떠나는 단란한 가족의 아내는 바카라에 매료돼 카지노가 있는 도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9’). 중산층에 대한 환상 속에서 돈이면 모든 게 극복될 것만 같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잔잔한 파장이다. 그 파장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지겠지만 손톱 거스러미처럼 남아 불편한 순간을 맞이할 수도.

어쩌다 예술을 해서
김태희 지음 / 착한책가게 / 1만8000원

K-컬처의 시대라고 말한다.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면 누구나 예술로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2021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예술인 개인의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연 수입은 694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선배 예술가가 젊은 예술가들,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뼈가 담긴 조언이 실렸다. “꿈을 좇으라”는 이상적인 말 대신 “세속적 성공과 부를 거두기 위해 예술계에 투신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으며 폐부를 찌른다. 물론 예술가들이 궁핍한 경제생활을 견뎌야 하는 상황은 오늘날만의 일은 아니다. 예술가들의 처연한 일상과 그러면서도 빛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수많은 인용구는 책의 깊이를 더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조차 식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걸 알게 되면 위로가 될까.

행복한 강아지로 키우는 법
소피 콜린스 지음 /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1만9800원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반려인이 말 못 하는 강아지를 보며 자주 하는 생각이다. 작가는 개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온몸은 털로 덮여 있고, 주둥이에는 공간의 기온까지 감지할 수 있는 수염이 나 있으며, 눈으로는 거의 뒤통수까지 볼 수 있는 데다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강아지의 세계는 사람보다 더 예민하게 구성될지 모른다. 개의 입장으로 생각하기에서 시작해 개들의 운동과 식사, 놀이와 휴식 등 일상 전반에 대한 모든 주제를 다룬다. 사료와 가정식, 생식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개춘기’라 불리는 사춘기 시절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는지 등 그야말로 강아지 101 수업이다. 귀여운 삽화까지 넣어 읽을 맛을 더한다. 자신의 반려견과 더 잘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책이다.

#9월신간 #가을 #독서의계절 #여성동아

사진제공 문학과지성사 착한책가게 바람북스 빛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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