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ling Glitter
오트쿠튀르 정신을 계승한 우아한 하이엔드 데님 신이 런웨이에 펼쳐졌다. 첫 테이프는 폴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피오트레크 판슈치크가 이끄는 에어리어가 끊었다. 1920년대 유행한 눈 벡터 일러스트를 모티프로 한 실험적인 데님 피스들로 쟁쟁한 패션 하우스 사이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동그랗게 오린 컷아웃 디테일에 얹은 크리스털 장식은 두 눈을 번뜩이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안겼다. 아크네스튜디오와 루이비통도 이를 이어받았다. 원석과 스터드를 터프하게 채운 와이드 핏의 데님 피스들은 데님 특유의 반항적인 무드를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걸을 때마다 찰랑이는 실버 체인 장식으로 입체감을 살린 스텔라맥카트니도 데님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트렌드 선봉에 섰다. 데님 소재에 대한 탐구도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 미국의 조각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린다 벵글리스의 거대한 분수 모양 작품을 배경으로 진행된 로에베 쇼는 컬렉션 전반에 반짝이는 크리스털로 표면을 가득 채운 피스들을 선보이며 포말이 일듯 역동적인 실루엣을 창조했다. 가니와 블루마린 역시 글리터를 흩뿌린 듯한 라인스톤 장식의 데님들로 더욱 볼드한 룩을 만들어냈다.Grungecore
아무렇게나 찢어진 청바지와 낡고 해진 스웨터, 물 빠진 티셔츠를 누더기처럼 겹쳐 입은 모델들. 1990년대 물질만능주의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을 대변하던 커트 코베인식 그런지 패션이 ‘그런지코어 룩’이라는 이름을 달고 트렌드로 돌아왔다. 찢고 깁고 덧대는 등 해체주의적 방식으로 표현된 다채로운 데님 피스들이 덩달아 봇물처럼 쏟아지며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중국 상하이에 기반을 둔 씨플러스시리즈는 일부러 흠을 내고 물을 뺀 날것 그대로의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를 컬렉션 전면에 내세웠다. 시어 소재 블라우스나 드레이프 장식 톱을 조화롭게 매치한 스타일링도 눈여겨볼 포인트. 마크공은 뉴욕패션위크 역사상 최연소 디자이너답게 올을 풀거나 찢어서 완성한 디스트로이드 데님 슈트로 분방한 매력을 드러냈다. 그래픽 티셔츠에 체인 장식을 두른 연녹색 데님 팬츠로 재치를 더한 스탐과 데님 올을 풀어 풍성한 실루엣을 연출한 오디도 스타일의 선택지를 넓혔다. 반면 안드레아스크론탈러포비비안웨스트우드와 마샤포포바는 데님을 단순히 찢는 게 아닌 물 뺀 데님에 패턴을 입히거나 덧대는 식으로 한층 수준 높은 그런지 룩을 완성해 찬사를 받았다.New Romance
미우미우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발레코어 트렌드는 이번 시즌에도 유효하다. 발레리나의 상징과 같은 리본과 러플 장식의 발레 피스들이 무대를 로맨틱하게 물들였으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시즌엔 힘 있는 데님 소재와 찰떡궁합을 이루며 파워풀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나섰다는 것. 코쿤 슬리브 재킷, 마이크로미니 러플 스커트, 셔링 장식 슬립 드레스 등 단단한 데님 소재와 곡선적인 실루엣을 융합한 진화된 데님 룩을 선보인 데이비드코마가 대표적. 하비클럽 역시 데님 셋업에 시어 소재의 러플 스커트를 레이어드해 뻔하지 않게 스타일링했다. 슈트 재킷에 물결치는 페플럼 장식 데님 팬츠를 포인트로 매치한 코페르니도 시선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리본 디테일로 로맨티시즘을 이끈 패션 하우스들도 적잖다. 집도에 가까운 정교한 커팅과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가죽 리본 장식으로 완벽주의자적인 면모를 드러낸 알렉산더맥퀸과 도미니코의 데님 셋업, 스트라이프 폴로 셔츠에 과감한 스트랩 디테일의 로 데님 팬츠를 믹스 매치한 디스퀘어드2, 데님 톱과 팬츠에 리본 디테일로 한층 더 느슨하게 스타일링을 완성한 바움운드페르드가르텐 등 발레코어 트렌드는 고매한 데님 룩을 즐기기 위한 속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Denim Drawing
데님을 캔버스 삼은 아티스틱한 디자인도 눈에 띈다. 푸르고 질긴 데님 소재에 활짝 핀 플라워 프린트는 분명 새롭지만 요란하거나 낯설지 않았다. 특히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겐조가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셔츠와 팬츠, 스커트, 재킷 등 데님과 빅 플라워 프린트로 점철된 피스들은 간결하지만 눈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격자 패턴 데님에 레이저로 플라워 프린트를 인쇄한 화려한 라인업으로 프런트 로를 채운 알루왈리아 역시 패션 신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업사이클링 소재를 중심으로 진행된 파올리나루소의 컬렉션은 낮은 채도의 그래픽, 과감한 실루엣, 자유로운 컬러 배치가 주를 이루며 아방가르드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신예 디자이너 브랜드로 주목받는 슈웁과 에미카스빗 역시 각자의 스타일대로 변형한 섬세한 그래픽으로 데님 행렬에 동참했다.#데님트렌드 #글리터데님 #프린트데님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마크공 슈웁 에미카스빗 에어리아 파올리나루소 씨플러스시리즈 하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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