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템은 구입비가 많이 들지만 본전 뽑기는 힘들다. ‘진짜 잘 샀다’ 싶어도 한 해가 지나면 ‘유행이 지났다’ ‘몸에 맞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애물단지가 돼버리기 일쑤. 게다가 철마다 안 입는 옷을 보관·관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요즘 인기 있는 tvN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서 신애라는 “멀쩡해도 설레지 않는 것은 돈 빼고 버리라”고 가이드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문제에 착안한 서비스가 주목을 끌고 있다.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Closet Share)’가 그 주인공이다. 옷장(클로젯)을 공유(셰어)한다는 뜻의 이름처럼, 옷을 빌릴 수 있고 입지 않는 멀쩡한 옷은 남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그동안 온·오프라인에서 옷이나 명품 가방을 빌려주는 업체는 있었으나, 회원들이 서로의 패션을 공유하는 서비스(P2P)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더구나 월간 구독 서비스를 선택하면, 매달 새로운 옷과 가방을 정해진 개수만큼 골라 받을 수 있으며 세탁·수선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또 내 옷장속 안 입는 옷과 가방을 남들에게 플랫폼을 통해 빌려주고 매달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시스템을 고안한 더클로젯컴퍼니 성주희(34) 대표는 옷장을 서로 공유한다는 내용의 ‘패션 셰어링 비즈니스 모델’로 특허를 받았다.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로 특허를 받는 건 무척 드문 일. 그가 제안하는 ‘셰어링 시스템’은 흔히 알고 있는 중고 거래 플랫폼과는 결이 다르다. 셰어링을 원하는 고객이 의상을 보내오면 꼼꼼히 검수를 거쳐 당락을 결정하고, 합격품은 세탁 후 사진 촬영을 한 뒤 플랫폼에 선보인다. 물류 센터에 보관된 물품은 또 다른 고객이 렌털을 요청하면 패키징을 해서 배달한 뒤, 렌털 기간이 끝나면 수거해 세탁을 한 뒤 다시 물류 센터에 보관한다. 이 모든 과정은 놀랍게도 대부분 사람 손이 아닌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인 것. 이렇듯 뛰어난 사업 모델 덕분에 2018년 카카오벤처스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D3쥬빌리파트너스(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올리는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등에서 44억원 규모의 시리즈A(최적화 단계의 투자)를 유치했다.
성 대표가 처음부터 패션 사업을 한 건 아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때 영어 학원을 차린 그는 학원을 운영하며 투잡으로 시작한 쇼핑몰에 흥미를 느껴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후 명품 대여 서비스, 친환경 에코백 사업 등을 거쳐 2016년 더클로젯컴퍼니를 설립하여 패션 공유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아이템을 공유한다는 아이디어가 독특해요.
친구들이 모이면 “옷장에 옷은 가득한데 입을 게 없다. 아이러니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어요. 그러다 옷을 빌려주는 서비스는 어떨까 싶어 시장 조사를 해보니, 패션을 공유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업체가 국내에는 없더라고요. 명품 가방 렌털 서비스는 있었지만, 구독형 월정액 서비스는 없었고요. 해외에서는 그 시장이 잘되고 있었고, 고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을 때 반응이 좋았어요. 처음에는 가볍게 베타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첫 달부터 대기자가 나왔고, 갖고 있던 물량이 부족해 고객들에게 물건을 받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됐답니다.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 것 같아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월정액 구독 서비스로, 한 달 7만9천원의 비용으로 2회까지 8피스의 옷을 주문할 수 있어요. 명품 아이템들이 인기가 많고요. 입은 옷은 세탁하지 않은 상태로 수거해가고, 세탁과 배송 모두 무료예요. 제품에 따라 마음에 들면 구입도 가능합니다.
구독 서비스의 주 고객층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직장인들이 많아요. 특히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 종사가가 대부분이에요. 25세~40대가 주를 이루는데, 요즘은 50대도 유입되고 있어요. 그들 중 70~80%는 일상에서 입을 수 있고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옷들을 선호해요. 나머지 20~30%는 특별한 날 신경 써서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찾아요. 아무래도 새로운 것에 익숙한 얼리어답터들이 많죠. 주 고객층에 맞춰 오피스 룩을 중심으로 한 데일리 웨어를 많이 선보이고 있어요.
구독서비스를 똑똑하게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자신이 갖고 있는 옷과 매치해서 입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골라 렌털하면 효율적이에요. 한 달에 8피스로는 부족하다면 추가금을 내고 개별 아이템을 더 빌릴 수도 있어요. 고객들 말로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옷을 구입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중고로도 사게 됐다고 해요. 새 옷을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된 거죠.
코로나19 시대에 살다 보니 위생에 특히 신경 쓰게 되는데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모든 시설을 3단계로 방역해요. 일단 제품이 입고되면 내부에서 세탁하고 스팀 처리와 물품 상태 체크를 마친 뒤 재고로 넘어가요. 모든 의류는 100% 드라이클리닝을 해 각종 유해 요소를 99% 살균하고 있고요. 가방은 팀원들이 소독, 정리 작업을 하고 보관해요.
내 옷이나 가방을 셰어링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홈페이지 ‘내 옷장 수익내기’ 페이지에서 셰어링 가능한 브랜드를 검색한 뒤 ‘신청하기’를 누르면 집으로 의류를 넣을 수 있는 패키지가 가요. 그 안에 안 입는 옷이나 가방을 담은 뒤, 픽업 요청을 하면 무료로 수거해 갑니다. 아이템들을 검수하고 보상 가격을 책정한 뒤 고객에게 판매 의향을 묻고 렌털이 시작되면 수익이 쌓이는 구조죠. 탈락된 아이템들은 집으로 되돌려 보내는 과정을 밟고요.
10벌 정도 맡긴 경우 보통 한 달에 4만~5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요. 물론 렌털이 이뤄져야 하니 딱 얼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요. 매달 2백만원가량 벌어가는 분들도 있어요.
셰어링으로 수익을 잘 올리는 노하우는요.
일단 검수할 때 통과 기준이 브랜드 의류예요. SPA나 저가 브랜드, 보세, 쇼핑몰 브랜드는 안 돼요. 또 브랜드라 할지라도 트렌드 변화에 따라서 가능 유무가 바뀔 수 있고요. 홈페이지에 ‘셰어링이 가능한 브랜드’와 ‘셰어링 통과 꿀팁’ 등의 정보가 있으니 미리 살펴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의류는 구입한 지 4년 이내, 가방은 구입 후 7년 이내 아이템이면 됩니다. 여성용뿐 아니라 남성용도 가능해요. 처음부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옷장 정리 차원에서 안 입고 안 쓰는 제품을 맡기는 것이 좋죠.
고객에게 물건을 받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검수 과정에 손이 많이 갈 것 같아요.
보통 고객들이 보내오는 옷 중 탈락률이 70% 정도 돼요. 초반에는 그걸 수작업으로 골라냈어요. 30%라도 믿을 만한 물건을 골라내는 게 아주 중요하거든요. 손이 많이 가는 과정 때문에 창업 후 6개월 정도는 성장을 못 했고,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가 시기상조인가’ 싶어 포기할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한번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이 계속 사용하고, 주변에 소개까지 하더라고요. 마케팅비를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서비스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맡기는 옷과 가방도 늘어났어요. 이 과정에서 ‘자동화’를 생각하게 됐는데, 투자를 받고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졌어요. 투자자들은 여지껏 존재하지 않았던 생소한 사업이라는 점과 제 문제 해결 능력을 높게 평가하셨어요. 덕분에 4620㎡(1천4백 평) 규모의 스마트 물류 센터가 세워졌는데,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제품이 들어와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예요. 검수와 촬영 등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탁 시설도 내부에 구축했습니다. 특히 세탁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세탁에 드는 비용이 1/3로 줄어들어서 단가가 낮아지죠. 기술과 설비 투자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에요.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공유’ 개념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어요. 시대의 흐름이 사업에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시장을 테스트할 마음으로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을 때 ‘밀레니얼 세대들이 공유 경제에 오픈돼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속도감이 달라요. 아마 점점 더 빨리질 듯 보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소유 경제에서 벗어나 환경 이슈를 공유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패션 셰어링 비즈니스 모델’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허를 갖고 있다고 들었어요.
컨시어지(생활 편의) 렌털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건 저희가 처음이에요. ‘보호할 수 있는 건 보호하자’는 생각에서 2017년 2월 특허 등록을 했어요. 고객이 보내온 옷을 자동으로 검수하는 ‘셰어링 봉투’, 렌털률에 따라 가격이 자동으로 매겨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등은 저희가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취직 시험에 매진할 때 저는 창업을 준비했어요. 제가 주도해 일을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전공이 영어영문학이라 영어 학원을 시작했는데, 입시 영어가 아닌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사업가로서의 기질이 있었군요.
학원을 열었을 때 친구들이 “너랑 잘 어울려” 했으니, 남들이 보기에도 그랬겠죠. 그런데 사업이 커가면서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생기더군요. 직원이 10명 정도 있을 때는 앞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규모가 커지면 혼자 고민하고 발견하고 조직화하는 내향적 작업이 필요해요.
영어 학원을 접고 패션업에 뛰어든 계기는요.
영어 학원은 잘됐고 수익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미션과 방향이 달리지면서 재미가 없어졌죠. 학부모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원했거든요. 창업 3~4년 즈음에 ‘어떤 것을 해야 재미있을까’ 생각하다가, 투잡으로 쇼핑몰을 시작했어요. 당시 관심사가 몇 가지 있었는데, 가장 먼저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게 쇼핑몰이었어요. 시장조사를 해보니 원피스만 파는 곳은 없어서 원피스만 판매했어요. 광고도 안 하고 하루 한두 시간만 투자했는데, 수익이 생기니 흥미롭더라고요. 또 고객 반응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요. 제가 큐레이션해 올린 제품을 고객들이 만족하며 구입하면 기분이 너무 좋고, 실망하면 슬프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최선을 다해 CS(고객 서비스)를 했어요.
패션 사업을 위해 따로 공부를 했나요.
의식주에 관심이 많아서 패션업을 시작했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패션에 관심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정도였고, 패션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어요. 다만 제가 아는 선에서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로 사업 구상을 해요.
‘공유 패션업’은 일반적인 패션 사업과는 차이가 있지 않나요.
패션은 트렌드를 리드해야 하는 업종인데, 저희는 3년 정도 된 옷들이 많아요. 그래서 클로젯셰어는 트렌드가 메인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나가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이미 유행이 지난 옷이라도 또 다른 매력을 찾아 본인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친환경’도 중요한 사업 키워드로 보여요.
친환경 에코백 사업을 할 때부터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업을 하고 싶어서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SK그룹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이 협력해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공부했어요. 그곳에서 지원을 받아 가방 공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난관은 없었나요.
솔직히 매일매일 더 어려워지는데, 그동안 몇 차례 힘든 순간들이 있었어요. 처음 6개월 정도 플랫폼이 성장하지 않았을 땐 포기할 생각이었죠. 그러다 집중해서 고객 데이터를 봤는데 만족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죠. 언제나 답은 고객에게 있어요. 위기가 올 때마다 고객을 보면 해답이 나와요. 또 재작년에는 자금난이 있었는데, 팀원들이 자신의 월급마저 깎으면서 똘똘 뭉쳐서 극복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화장품이나 패션 업계가 힘든 상황이에요.
코로나19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거나 매출이 떨어지지는 않았어요. 다행히도 무난하게 넘기는 중이에요. 하반기에는 채용도 늘릴 예정입니다.
앞으로 클로젯셰어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중고 판매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 여성복 중고 시장까지 선점해나가고, 내년에는 카테고리를 확장해 옷을 넘어서는 렌털 서비스를 구축하고 싶어요. 최종 목표는 옷장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여행할 때 옷을 담는 캐리어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고요. 옷을 주문하면 세계 어디든 머무는 호텔에서 받고 반납까지 할 수 있도록요!
사진 김도균
이런 문제에 착안한 서비스가 주목을 끌고 있다.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Closet Share)’가 그 주인공이다. 옷장(클로젯)을 공유(셰어)한다는 뜻의 이름처럼, 옷을 빌릴 수 있고 입지 않는 멀쩡한 옷은 남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그동안 온·오프라인에서 옷이나 명품 가방을 빌려주는 업체는 있었으나, 회원들이 서로의 패션을 공유하는 서비스(P2P)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더구나 월간 구독 서비스를 선택하면, 매달 새로운 옷과 가방을 정해진 개수만큼 골라 받을 수 있으며 세탁·수선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또 내 옷장속 안 입는 옷과 가방을 남들에게 플랫폼을 통해 빌려주고 매달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배당받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시스템을 고안한 더클로젯컴퍼니 성주희(34) 대표는 옷장을 서로 공유한다는 내용의 ‘패션 셰어링 비즈니스 모델’로 특허를 받았다.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로 특허를 받는 건 무척 드문 일. 그가 제안하는 ‘셰어링 시스템’은 흔히 알고 있는 중고 거래 플랫폼과는 결이 다르다. 셰어링을 원하는 고객이 의상을 보내오면 꼼꼼히 검수를 거쳐 당락을 결정하고, 합격품은 세탁 후 사진 촬영을 한 뒤 플랫폼에 선보인다. 물류 센터에 보관된 물품은 또 다른 고객이 렌털을 요청하면 패키징을 해서 배달한 뒤, 렌털 기간이 끝나면 수거해 세탁을 한 뒤 다시 물류 센터에 보관한다. 이 모든 과정은 놀랍게도 대부분 사람 손이 아닌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인 것. 이렇듯 뛰어난 사업 모델 덕분에 2018년 카카오벤처스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D3쥬빌리파트너스(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수익을 올리는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등에서 44억원 규모의 시리즈A(최적화 단계의 투자)를 유치했다.
성 대표가 처음부터 패션 사업을 한 건 아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때 영어 학원을 차린 그는 학원을 운영하며 투잡으로 시작한 쇼핑몰에 흥미를 느껴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후 명품 대여 서비스, 친환경 에코백 사업 등을 거쳐 2016년 더클로젯컴퍼니를 설립하여 패션 공유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아이템을 공유한다는 아이디어가 독특해요.
친구들이 모이면 “옷장에 옷은 가득한데 입을 게 없다. 아이러니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어요. 그러다 옷을 빌려주는 서비스는 어떨까 싶어 시장 조사를 해보니, 패션을 공유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업체가 국내에는 없더라고요. 명품 가방 렌털 서비스는 있었지만, 구독형 월정액 서비스는 없었고요. 해외에서는 그 시장이 잘되고 있었고, 고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을 때 반응이 좋았어요. 처음에는 가볍게 베타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첫 달부터 대기자가 나왔고, 갖고 있던 물량이 부족해 고객들에게 물건을 받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됐답니다.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 것 같아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월정액 구독 서비스로, 한 달 7만9천원의 비용으로 2회까지 8피스의 옷을 주문할 수 있어요. 명품 아이템들이 인기가 많고요. 입은 옷은 세탁하지 않은 상태로 수거해가고, 세탁과 배송 모두 무료예요. 제품에 따라 마음에 들면 구입도 가능합니다.
구독 서비스의 주 고객층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직장인들이 많아요. 특히 대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 종사가가 대부분이에요. 25세~40대가 주를 이루는데, 요즘은 50대도 유입되고 있어요. 그들 중 70~80%는 일상에서 입을 수 있고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옷들을 선호해요. 나머지 20~30%는 특별한 날 신경 써서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찾아요. 아무래도 새로운 것에 익숙한 얼리어답터들이 많죠. 주 고객층에 맞춰 오피스 룩을 중심으로 한 데일리 웨어를 많이 선보이고 있어요.
구독서비스를 똑똑하게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자신이 갖고 있는 옷과 매치해서 입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골라 렌털하면 효율적이에요. 한 달에 8피스로는 부족하다면 추가금을 내고 개별 아이템을 더 빌릴 수도 있어요. 고객들 말로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옷을 구입하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중고로도 사게 됐다고 해요. 새 옷을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된 거죠.
코로나19 시대에 살다 보니 위생에 특히 신경 쓰게 되는데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모든 시설을 3단계로 방역해요. 일단 제품이 입고되면 내부에서 세탁하고 스팀 처리와 물품 상태 체크를 마친 뒤 재고로 넘어가요. 모든 의류는 100% 드라이클리닝을 해 각종 유해 요소를 99% 살균하고 있고요. 가방은 팀원들이 소독, 정리 작업을 하고 보관해요.
내 옷이나 가방을 셰어링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홈페이지 ‘내 옷장 수익내기’ 페이지에서 셰어링 가능한 브랜드를 검색한 뒤 ‘신청하기’를 누르면 집으로 의류를 넣을 수 있는 패키지가 가요. 그 안에 안 입는 옷이나 가방을 담은 뒤, 픽업 요청을 하면 무료로 수거해 갑니다. 아이템들을 검수하고 보상 가격을 책정한 뒤 고객에게 판매 의향을 묻고 렌털이 시작되면 수익이 쌓이는 구조죠. 탈락된 아이템들은 집으로 되돌려 보내는 과정을 밟고요.
10벌 정도 맡긴 경우 보통 한 달에 4만~5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요. 물론 렌털이 이뤄져야 하니 딱 얼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요. 매달 2백만원가량 벌어가는 분들도 있어요.
셰어링으로 수익을 잘 올리는 노하우는요.
일단 검수할 때 통과 기준이 브랜드 의류예요. SPA나 저가 브랜드, 보세, 쇼핑몰 브랜드는 안 돼요. 또 브랜드라 할지라도 트렌드 변화에 따라서 가능 유무가 바뀔 수 있고요. 홈페이지에 ‘셰어링이 가능한 브랜드’와 ‘셰어링 통과 꿀팁’ 등의 정보가 있으니 미리 살펴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의류는 구입한 지 4년 이내, 가방은 구입 후 7년 이내 아이템이면 됩니다. 여성용뿐 아니라 남성용도 가능해요. 처음부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옷장 정리 차원에서 안 입고 안 쓰는 제품을 맡기는 것이 좋죠.
고객에게 물건을 받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검수 과정에 손이 많이 갈 것 같아요.
보통 고객들이 보내오는 옷 중 탈락률이 70% 정도 돼요. 초반에는 그걸 수작업으로 골라냈어요. 30%라도 믿을 만한 물건을 골라내는 게 아주 중요하거든요. 손이 많이 가는 과정 때문에 창업 후 6개월 정도는 성장을 못 했고,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가 시기상조인가’ 싶어 포기할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한번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이 계속 사용하고, 주변에 소개까지 하더라고요. 마케팅비를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서비스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맡기는 옷과 가방도 늘어났어요. 이 과정에서 ‘자동화’를 생각하게 됐는데, 투자를 받고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졌어요. 투자자들은 여지껏 존재하지 않았던 생소한 사업이라는 점과 제 문제 해결 능력을 높게 평가하셨어요. 덕분에 4620㎡(1천4백 평) 규모의 스마트 물류 센터가 세워졌는데,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제품이 들어와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예요. 검수와 촬영 등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탁 시설도 내부에 구축했습니다. 특히 세탁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세탁에 드는 비용이 1/3로 줄어들어서 단가가 낮아지죠. 기술과 설비 투자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에요.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공유’ 개념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어요. 시대의 흐름이 사업에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시장을 테스트할 마음으로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을 때 ‘밀레니얼 세대들이 공유 경제에 오픈돼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속도감이 달라요. 아마 점점 더 빨리질 듯 보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소유 경제에서 벗어나 환경 이슈를 공유하고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패션 셰어링 비즈니스 모델’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허를 갖고 있다고 들었어요.
컨시어지(생활 편의) 렌털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건 저희가 처음이에요. ‘보호할 수 있는 건 보호하자’는 생각에서 2017년 2월 특허 등록을 했어요. 고객이 보내온 옷을 자동으로 검수하는 ‘셰어링 봉투’, 렌털률에 따라 가격이 자동으로 매겨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등은 저희가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친구들 취직 공부할 때 창업을 준비하다!
대학 시절에 사업을 시작했더라고요.친구들이 취직 시험에 매진할 때 저는 창업을 준비했어요. 제가 주도해 일을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전공이 영어영문학이라 영어 학원을 시작했는데, 입시 영어가 아닌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사업가로서의 기질이 있었군요.
학원을 열었을 때 친구들이 “너랑 잘 어울려” 했으니, 남들이 보기에도 그랬겠죠. 그런데 사업이 커가면서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생기더군요. 직원이 10명 정도 있을 때는 앞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규모가 커지면 혼자 고민하고 발견하고 조직화하는 내향적 작업이 필요해요.
영어 학원을 접고 패션업에 뛰어든 계기는요.
영어 학원은 잘됐고 수익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미션과 방향이 달리지면서 재미가 없어졌죠. 학부모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원했거든요. 창업 3~4년 즈음에 ‘어떤 것을 해야 재미있을까’ 생각하다가, 투잡으로 쇼핑몰을 시작했어요. 당시 관심사가 몇 가지 있었는데, 가장 먼저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게 쇼핑몰이었어요. 시장조사를 해보니 원피스만 파는 곳은 없어서 원피스만 판매했어요. 광고도 안 하고 하루 한두 시간만 투자했는데, 수익이 생기니 흥미롭더라고요. 또 고객 반응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요. 제가 큐레이션해 올린 제품을 고객들이 만족하며 구입하면 기분이 너무 좋고, 실망하면 슬프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최선을 다해 CS(고객 서비스)를 했어요.
패션 사업을 위해 따로 공부를 했나요.
의식주에 관심이 많아서 패션업을 시작했어요. 여자라면 누구나 패션에 관심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정도였고, 패션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어요. 다만 제가 아는 선에서는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로 사업 구상을 해요.
‘공유 패션업’은 일반적인 패션 사업과는 차이가 있지 않나요.
패션은 트렌드를 리드해야 하는 업종인데, 저희는 3년 정도 된 옷들이 많아요. 그래서 클로젯셰어는 트렌드가 메인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나가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이미 유행이 지난 옷이라도 또 다른 매력을 찾아 본인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친환경’도 중요한 사업 키워드로 보여요.
친환경 에코백 사업을 할 때부터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업을 하고 싶어서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SK그룹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이 협력해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공부했어요. 그곳에서 지원을 받아 가방 공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난관은 없었나요.
솔직히 매일매일 더 어려워지는데, 그동안 몇 차례 힘든 순간들이 있었어요. 처음 6개월 정도 플랫폼이 성장하지 않았을 땐 포기할 생각이었죠. 그러다 집중해서 고객 데이터를 봤는데 만족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죠. 언제나 답은 고객에게 있어요. 위기가 올 때마다 고객을 보면 해답이 나와요. 또 재작년에는 자금난이 있었는데, 팀원들이 자신의 월급마저 깎으면서 똘똘 뭉쳐서 극복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화장품이나 패션 업계가 힘든 상황이에요.
코로나19 영향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거나 매출이 떨어지지는 않았어요. 다행히도 무난하게 넘기는 중이에요. 하반기에는 채용도 늘릴 예정입니다.
앞으로 클로젯셰어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중고 판매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 여성복 중고 시장까지 선점해나가고, 내년에는 카테고리를 확장해 옷을 넘어서는 렌털 서비스를 구축하고 싶어요. 최종 목표는 옷장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여행할 때 옷을 담는 캐리어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고요. 옷을 주문하면 세계 어디든 머무는 호텔에서 받고 반납까지 할 수 있도록요!
사진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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