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패션을 즐기는 친구가 얼마 전 H&M 매장 앞을 지나다 쇼윈도의 마네킹이 착용한 난해한 프린트의 레깅스를 보고는, 한국에서는 팔리기 어렵겠다 싶어서 ‘그렇다면 내가 소화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매장에 들어갔단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 레깅스가 없어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어머 한발 늦으셨네요. 이미 완판됐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언제부터 이렇게 대담하게 바뀌었을까, 궁금했던 친구가 “저 과감한 프린트가 완판됐다고요?”라고 되묻자 직원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 레깅스를 사려고 했던 거야?’라는 표정을 짓더란다.
알고 보니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H&M 매장 털기’ 편을 방영했는데 거기서 한씨가 “베이비들, 이번 시즌에는 이런 과감한 프린트들 입어줘야 해~”라며 해당 프린트를 집중 소개했고, 이후 전 매장에서 완판됐다는 것이다. 한혜연이 ‘픽’한 프린트는 H&M과 영국의 스카프 디자이너 리차드 알란이 콜래보레이션 한 라인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사례는 요즘 뜨는 두 존재, 유튜브 채널과 스타일리스트의 막강한 파워를 실감케 한다. 특히 한혜연 씨는 그녀 자체가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명성이나 인기가 아닌 직업적 능력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은 스타일리스트로서 분명 기분 좋은 피드백일 것이다.
패션 산업을 구성하는 여러 직업 가운데 디자이너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존재가 스타일리스트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일리스트는 ‘코디’라는 이름으로 연예인들의 의상을 제작하거나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아 현장에서 세팅해주는 역할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연예인들의 패션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스타가 트렌드를 주도하게 되면서 패션에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스타일리스트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예인의 패션에서 시작된 관심이 어느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를 이렇게 멋지게 연출한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그가 제안하는 스타일링 팁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유명 브랜드의 아름다운 드레스도 ‘패션’이지만, 드레스 하나가 아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해내는 것이 패션의 정수(精髓)로 대중에게도 인지되기 시작한 것은 패션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패션 아이템 하나하나 보다 그것을 조화롭게 코디네이팅하는, 이른바 ‘스타일링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패션을 창조하는 사람(Creator)’이라면, 스타일리스트는 디자이너에 의해 창조된 패션을 그들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더 나아가 그 창조된 패션으로부터 또 다른 의미의 패션으로 ‘재창조(Re-creator)’하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라면, 그 시즌의 트렌드를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동시에 패션의 역사나 유행의 주기에도 능통해야 한다. 또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스타일리스트에게 필수 불가결한 부분은 바로 ‘편집력’이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용한 것을 취합해내는 것이 편집력이다. 특히 패션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에 관한 정확한 이해와 트렌드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최상의 스타일링을 완성(물론 가성비도 갖춰야 한다!)하는 편집력이 스타일리스트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다. 아무리 유니크한 감성을 지닌 스타일리스트라고 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아이템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을 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어떤 것이 시즌의 트렌드로 적절한 지를 분석해 최상의 편집본을 제안하지 못한다면 자질을 의심받게 된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의 유튜브 채널이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는 큰 이유도 편집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명품 브랜드 일색이 아닌 H&M과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부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력이 엿보이는 ‘길트프리’ 같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매장까지. 한혜연 스타일리스트가 가진 스타일링 노하우와 감각에 그녀만의 편집력이 더해졌기에 이렇듯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의 미덕 중 하나는 대중이 각 분야 전문가들을 ‘랜선 코치’로 모실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가 알려주는 스타일링 팁을 우리는 그저 즐겁게 누리기만 하면 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한혜연 인스타그램 H&M 홈페이지 디자인 최정미
알고 보니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H&M 매장 털기’ 편을 방영했는데 거기서 한씨가 “베이비들, 이번 시즌에는 이런 과감한 프린트들 입어줘야 해~”라며 해당 프린트를 집중 소개했고, 이후 전 매장에서 완판됐다는 것이다. 한혜연이 ‘픽’한 프린트는 H&M과 영국의 스카프 디자이너 리차드 알란이 콜래보레이션 한 라인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사례는 요즘 뜨는 두 존재, 유튜브 채널과 스타일리스트의 막강한 파워를 실감케 한다. 특히 한혜연 씨는 그녀 자체가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명성이나 인기가 아닌 직업적 능력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은 스타일리스트로서 분명 기분 좋은 피드백일 것이다.
패션 산업을 구성하는 여러 직업 가운데 디자이너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존재가 스타일리스트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스타일리스트는 ‘코디’라는 이름으로 연예인들의 의상을 제작하거나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아 현장에서 세팅해주는 역할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연예인들의 패션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스타가 트렌드를 주도하게 되면서 패션에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스타일리스트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예인의 패션에서 시작된 관심이 어느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를 이렇게 멋지게 연출한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그가 제안하는 스타일링 팁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유명 브랜드의 아름다운 드레스도 ‘패션’이지만, 드레스 하나가 아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해내는 것이 패션의 정수(精髓)로 대중에게도 인지되기 시작한 것은 패션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패션 아이템 하나하나 보다 그것을 조화롭게 코디네이팅하는, 이른바 ‘스타일링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편집력을 바탕으로 패션을 재창조하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유튜브 채널 ‘H&M 매장 털기’ 편에서 선택한 프린트의 레깅스. 한씨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랜선 스타일리스트’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일리스트라면, 그 시즌의 트렌드를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동시에 패션의 역사나 유행의 주기에도 능통해야 한다. 또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시대의 스타일리스트에게 필수 불가결한 부분은 바로 ‘편집력’이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용한 것을 취합해내는 것이 편집력이다. 특히 패션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에 관한 정확한 이해와 트렌드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최상의 스타일링을 완성(물론 가성비도 갖춰야 한다!)하는 편집력이 스타일리스트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다. 아무리 유니크한 감성을 지닌 스타일리스트라고 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아이템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을 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어떤 것이 시즌의 트렌드로 적절한 지를 분석해 최상의 편집본을 제안하지 못한다면 자질을 의심받게 된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의 유튜브 채널이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는 큰 이유도 편집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가격의 명품 브랜드 일색이 아닌 H&M과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부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력이 엿보이는 ‘길트프리’ 같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매장까지. 한혜연 스타일리스트가 가진 스타일링 노하우와 감각에 그녀만의 편집력이 더해졌기에 이렇듯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의 미덕 중 하나는 대중이 각 분야 전문가들을 ‘랜선 코치’로 모실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슈퍼스타 스타일리스트가 알려주는 스타일링 팁을 우리는 그저 즐겁게 누리기만 하면 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한혜연 인스타그램 H&M 홈페이지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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