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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다이아몬드의 몇 번째 주인입니까?”

글·진혜린|사진·지호영 기자, REX·CNK Mining 제공

2014. 01. 16

화려하면서 블링블링 빛나는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로망이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이 보석이 당신 손가락 위에서 빛날 때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아는 이는 드물다. 다이아몬드가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데도 말이다.

“당신은 이 다이아몬드의 몇 번째 주인입니까?”
옛날 옛날 오스트리아의 한 왕자가 은제 투구와 갑옷을 입고 백마에 올라타 예비 신부인 공주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향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맺어진 정략결혼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됐고, 왕자는 공주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의미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건넸다. 그 후 두 사람은 1남 1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화 같은 이 스토리는 1477년 오스트리아 막시밀리안 대공과 프랑스 버건디 왕국 마리아 공주의 실제 이야기다. 역사 속에서 다이아몬드가 사랑의 징표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다.

다이아몬드가 처음 발견된 것은 기원전 7~8세기경 인도에서였다. 15세기까지는 연마조차 불가능했던 다이아몬드의 강한 성질 때문에 신에게 봉헌되거나 왕 또는 권력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이아몬드는 사랑보다 승리와 권력의 상징물이었다. 인도에서만 발견되던 다이아몬드가 18세기 초 브라질 아마존 강 유역에서 다량으로 발견되면서 귀족이나 부자들도 소유할 수 있는 보석이 됐다. 다이아몬드의 대중화에 불이 붙은 것은 19세기 중엽, 남아프리카에서 대량으로 채광되면서부터. 지금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호주 등에서도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다이아몬드는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보석이 아니다. 고온, 고압의 지하 120~240km의 깊은 맨틀층에서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는 화산 활동으로 지표면에 표출되는데, 이를 발견하고 채광해서 연마하는 과정은 두더지 땅 파듯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정복할 수 없는, 그래서 귀한 몸



다이아몬드의 어원이 ‘정복할 수 없는’을 뜻하는 그리스어 ‘adamas’인 것을 보더라도 이 보석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쏟아야 하는 노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드넓은 지구 땅덩어리에서 다이아몬드가 있을 법한 곳을 찾는 것. 다이아몬드가 맨바닥에 ‘나 가져가라’며 떡하니 자리해도 찾기 힘든 노릇(노천 채광)인데 대부분 땅 깊은 곳이나 하천(충적광상 혹은 표사광상), 심지어 바다(해양광상) 밑에 잠겨 있기 때문에 다이아몬드가 있을 법한 곳을 찾는 것부터가 어마어마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 각고의 노력 끝에 다이아몬드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 해서 섣불리 삽을 들고 달려들 수도 없다. 1톤 트럭 한 대에 가득 실릴 만큼 암석을 캐야 겨우 콩 반쪽보다 더 작은 5부 다이아몬드를 건질까 말까라고 한다. 50톤을 파야 1캐럿이 나오는 곳도 있고, 250톤을 파야 1캐럿이 발견되는 등 분포도와 채광량은 광산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가 나왔다고 해서 다 운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후 폐쇄되는 광산도 적지 않다. 광산 개발을 확정한 후 도로도 없는 오지에 대형 장비와 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렇게 채광된 다이아몬드 원석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다이아몬드와는 조금 다르다. 가공 전 다이아몬드는 여러 가지 형태이나 일반적으로 8면체에 가깝다. 비전문가의 눈에는 그냥 조금 큰 모래알 정도로 보인다.

이것이 가공 과정을 거쳐 58면의 나석으로 거듭나면 그때 비로소 우리가 흔히 보는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연마 센터에서 진행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90%의 다이아몬드는 인도에서 연마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벨기에의 앤트워프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미국 뉴욕과 중국 일부 지역에서도 연마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연마 센터에서 나석으로 탈바꿈한 다이아몬드는 거래 센터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세계적으로 약 20개의 거래소가 존재하는데, 엄격한 회원 심사를 통해 선별된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다이아몬드 컬렉터나 다이아몬드 딜러라 불리는 이들이 생산자에게 다이아몬드를 구입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이 다이아몬드의 몇 번째 주인입니까?”

국내 업체가 처음 생산한 다이아몬드. 가장 왼쪽이 원석 형태의 11.81캐럿이다. 연마와 가공을 거치며 적게는 20%, 많게는 50%까지만 남는다.



당신의 다이아몬드 반지, 알고 보니 재활용이었다?

“당신은 이 다이아몬드의 몇 번째 주인입니까?”
다이아몬드가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유통·판매되고 있는 다이아몬드는 모두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이다. 채광 당시의 모습 그대로인 원석으로 수입되기도 하고, 연마 과정을 거쳐 세팅 직전의 나석으로도 수입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보석상의 진열대에 놓인 모든 다이아몬드가 원석을 나석으로 연마해 최초로 세팅한 반지일까? 애석하게도 모든 다이아몬드 제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국내 다이아몬드 유통업체들이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때 원석이나 나석을 수입하는 방법 외에 도매업체를 통하는 경우가 있다. 즉, 소비자가 소유하고 있던 다이아몬드를 도매업체가 구매하고 이를 유통업체가 다시 사들여 도·소매 매장에 유통시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재활용된 다이아몬드인 셈이다.

2013년에 진행된 DSC(Diamond Channel Survey)에 따르면 국내 주요 95개 다이아몬드 유통 회사 중 서울 종로 지역 도매상을 통해 다이아몬드를 확보하는 유통업체는 총 76%로, 많게는 100%의 물량을, 적게는 10%의 물량을 조달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59.8%의 유통업체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전 물량을 도매업체에서 구입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 다이아몬드의 몇 번째 주인입니까?”

카메룬 광산 첫 채굴을 기념해 원석 형태의 다이아몬드로 제작한 목걸이, 메이듀.

물론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세월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누군가가 사용했다고 보석의 가치가 변한다면 그건 불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아닐 테니까. 이 때문에 지금까지 재활용된 나석이든, 최초로 다듬어진 나석이든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고 유통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때 감정서를 받지만 감정서 어디에도 그것이 재활용 다이아몬드인지, 최초로 다듬어진 다이아몬드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최초 세팅된 처녀 다이아몬드

서울 성북구 오보코갤러리(2013년 12월 5~7일)와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12월 20~22일)에서 ‘카메룬 다이아몬드 원석 전시회’가 열렸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을 가지고 있는 CNK Mining이 아프리카 카메룬 공화국에 위치한 모빌롱(Mobilong)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직접 채굴한 원석 2000여 캐럿을 반입해 전시했다. 2013년 1월 1차로 수입된 617.32캐럿, 10월 2차로 수입된 1523.44캐럿이다.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원석부터 보석용 다이아몬드 원석 11캐럿까지 크기와 색깔, 용도가 다양하다.

카메룬 공화국은 석유, 니켈, 코발트, 철광석, 보크사이트, 금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다이아몬드 광산도 두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카메룬 공화국이 국제적으로 다이아몬드 수출 및 생산국 지위를 획득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카메룬 공화국 정부와 한국 기업 CNK Mining의 합작 법인으로 설립된 ‘C·K Mining Inc.’이 모빌롱에서 탐사를 시작한 것은 2006년. 4년간의 탐사와 개발권 신청 기간을 거쳐 2010년 카메룬 공화국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획득했다. 이후 2012년 8월, 카메룬 공화국이 국제기구인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로부터 다이아몬드 생산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아 수출이 가능해졌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다이아몬드 공정 거래를 위해 제정한 것으로, 다이아몬드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킴벌리 프로세스 증명서가 없으면 다이아몬드 수출과 수입이 불가능하다.

“당신은 이 다이아몬드의 몇 번째 주인입니까?”
‘카메룬 다이아몬드 원석 전시회’는 탐사를 시작한 2006년부터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원석을 가공해 58면체 다이아몬드 나석으로 만드는 가공 시연을 선보이고, 지난 8년간 아프리카 밀림 탐사와 생산 과정을 담은 사진도 보여줬다.

C·K Mining Inc.이 채굴한 다이아몬드의 가공 및 유통을 맡고 있는 CNK Mining의 김락구 본부장은 “국내 업체인 CNK Mining에서 채광·가공·유통을 모두 진행하고 있다”며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처녀 다이아몬드의 희소성과 가치를 보여드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CNK International’ 전략기획실 김진식 전무

아프리카 밀림 속 다이아몬드 은하수를 정복한 8년의 시간

“당신은 이 다이아몬드의 몇 번째 주인입니까?”
▼ 처음 카메룬 공화국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것은 언제인가요?

2007년 한국-카메룬 합동지질조사팀이 카메룬 요카도마 동남쪽 70km 지점, 모빌롱 지역의 다이아몬드 퇴적층을 발견했죠. 중앙아프리카와 콩고 등 인근 국가들이 다이아몬드 주요 생산국이란 점에 착안해 접경 지역 위주로 탐사한 결과입니다. 거의 1년을 탐사한 끝에 모빌롱 부근 강 하류 충적층에서 여의도 7배 면적에 달하는 지역에 다이아몬드가 분포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죠.

▼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렸다는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매장량을 측정하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매장량을 측정하면 50년이 걸립니다.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고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지만 현재 예측했던 매장량의 70% 비율로 채광되고 있습니다.

▼ 논란으로 국내 투자가 중단됐죠.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2013년 6월 중국의 대기업인 Tech Full Electric사의 양텐푸 회장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면서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광산 개발 자금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합작 법인은 한국과 중국 측이 공동 경영하며, 합작사가 중국과 홍콩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향후 다이아몬드를 가공해 중국이나 홍콩 등으로 수출하는 활로가 되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의 채광권을 국내 업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일단 국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죠. 다이아몬드 원석과 나석이 수입되는 과정은 복잡합니다. 그런 만큼 가격이 더 비싸지고요.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다이아몬드의 재활용 비율이 아주 높습니다.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를 다이아몬드라는 거죠. 국내 업체가 다이아몬드를 직접 채광해서 국내에 들여온다면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처녀 다이아몬드의 첫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질 좋은 다이아몬드를 믿고 구매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해외 수출은 물론이고요.

▼ 광산을 개발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모빌롱 광산이 아프리카 밀림에 있어 46km 이상의 도로부터 정비해야 했습니다. 중장비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넓은 도로가 필요했죠. 그 일에 4년이나 걸렸어요. 또 그곳에서 근무 중인 80명의 한국인과 현지 직원들이 비포장도로로 출퇴근하는 게 불가능해 그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해야 했고요. 대량 생산을 위해 논페다에 DMS 플랜트(역암층 생산용)를, 모빌롱에는 PAN 플랜트(자갈층 생산용)를 설치했습니다.

▼ 채광된 다이아몬드를 직접 가공해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 채광도 중요하지만 다이아몬드 반지·목걸이 등의 세팅 디자인도 아주 중요합니다. 유명 브랜드의 점유율이 높은 편인데, 어떻게 해결해나갈 생각인가요?

프랑스의 마샥(Marchak)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디자인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얼리 브랜드 오보코(Ovoco) 매장을 서울 성북구 본점과 현대백화점 4개점에 열어 카메룬 다이아몬드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CNK Mining은 카메룬의 금광과 사파이어 광산의 채광권도 가지고 있어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금 또한 ‘버진(virgin)’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보코가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되는 다이아몬드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당신은 이 다이아몬드의 몇 번째 주인입니까?”

1 지면에서 깊이 50cm까지, 자갈층에 매장돼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굴하는 자갈층 생산용 장비(PAN 플랜트)는 하루에 100톤의 자갈을 처리할 수 있다. 지하 100m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역암층 생산용 장비(DMS 플랜트)는 하루 1000톤 이상을 처리할 수 있다. 사진은 논페다에 설치된 DMS 플랜트 전경. 2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 있는 C&K Mining Inc. 본사와 모빌롱 다이아몬드 광산, 역암층 생산 장비가 설치돼 있는 논페다까지 오고 갈 때 비포장의 황톳길을 지나거나 밀림을 뚫고 가야 한다. 채광을 위해 4년에 걸쳐 46km 이상의 도로를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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