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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who wear what

53년 기다린 인생작, 카밀라 왕비의 대관식 스타일

김명희 기자

2023. 05. 22

지난 5월 6일 영국 찰스 3세의 대관식이 거행됐다. 오랫동안 ‘불륜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카밀라 파커 볼스도 왕비라는 공식 칭호를 갖게 됐다. 
그녀의 대관식 스타일을 살펴봤다. 

찰스 3세 대관식 드레스에 자신의 자녀 이름과 반려견을 수놓은 카밀라 왕비.

찰스 3세 대관식 드레스에 자신의 자녀 이름과 반려견을 수놓은 카밀라 왕비.

“여보, 이겼어!(Darling, It was a triumph!)”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찰스 3세(75)가 지난 5월 6일 대관식 직후 아내인 카밀라 파커 볼스(76)와 마주 보는 사진을 게재하며 이 같은 헤드라인을 달았다. 찰스 3세가 공식으로 영국 왕위에 오르면서 어쨌든 카밀라는 사랑의 승자가 됐고 ‘콘월 공작부인’ 혹은 ‘왕의 배우자’라는 호칭 대신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카밀라 왕비(Queen Camilla)’ 칭호도 얻게 됐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지 53년, 재혼한 지 18년 만이다. 대관식에서 찰스 3세 이상으로 카밀라 왕비가 주목받은 이유다.

성 에드워드 왕관과 퀸 메리의 왕관을 쓴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 부부.

성 에드워드 왕관과 퀸 메리의 왕관을 쓴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 부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이후 70년 만에 열린 이번 대관식은 국왕 부부가 버킹엄궁에서 황금 마차(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 식을 거행한 후 다시 버킹엄궁으로 돌아와 발코니에서 환영 인파를 향해 인사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 세계 100개국에서 2200여 명의 내빈이 참가했으며, 전 과정이 BBC와 스카이뉴스 등 영국 11개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방영돼 평균 1800만 명이 시청했다.

카밀라의 대관식 드레스를 디자인한 브루스 올드필드는 생전의 다이애나를 패션 아이콘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카밀라의 대관식 드레스를 디자인한 브루스 올드필드는 생전의 다이애나를 패션 아이콘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대관식 드레스에 자녀와 손주들 이름 새기고, 반려견 자수 넣어

대관식 후 버킹엄 궁에서 환영 인파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있는 영국 로열패밀리

대관식 후 버킹엄 궁에서 환영 인파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있는 영국 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그들의 패션 스타일. 카밀라 왕비는 이번 대관식을 위해 몇 달 전부터 드레스와 소품들을 정성 들여 준비해왔다. 특히 디자이너 브루스 올드필드가 제작한 대관식 드레스는 그녀 인생에서 소중한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섬세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브루스 올드필드는 오랫동안 영국 로열패밀리의 의상을 담당해온 관록 있는 디자이너로, 고 다이애나빈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그녀를 당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올려놓은 1985년 호주 방문 당시 블랙 & 화이트 투피스, 한 영화 행사에서의 실버 메탈릭 드레스, 1986년 도쿄 방문 당시 핑크색 투피스 등이 그의 작품이다. 10여 년 전부터 카밀라의 의상도 제작하고 있는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다이애나에게는 화려한 매력을, 카밀라에게는 자신감을 주었다(I gave Diana her glamour and Camilla her confidence)”고 말한 바 있다.

카밀라는 대관식에서 화이트 컬러 바탕에 금색과 은색 자수 장식이 들어간 코트 스타일 드레스와 언더스커트, 소박한 트레인 의상을 입었다. 드레스 소맷단과 언더스커트에는 장미, 엉겅퀴, 수선화, 토끼풀이 수놓아져 있는데 이는 각각 영국의 영토인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상징한다. 브루스 올드필드는 자연을 사랑하는 왕과 왕비를 위해 물망초, 애기똥풀, 별봄맞이꽃 등 영국의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도 장식으로 넣었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자수학교의 학생들이 대관식에 사용될 가운에 수를 놓고 있다.

영국 왕립자수학교의 학생들이 대관식에 사용될 가운에 수를 놓고 있다.

언더스커트 아랫단 한가운데는 카밀라 왕비를 상징하는 공식 문장이 수놓아져 있다. C는 카밀라의 첫 글자, R은 라틴어로 여왕을 의미하는 ‘Regina’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해 채택된 이 문장은 카밀라 왕비의 모든 개인 편지와 카드, 기념품 등에 사용되고 있다. 치맛단 좌우에는 황금색 강아지 모양의 자수도 보인다. 카밀라 왕비가 2017년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잭 러셀 테리어종의 반려견, 베스와 블루벨이다.

카밀라의 대관식 드레스에 등장한 반려견들

카밀라의 대관식 드레스에 등장한 반려견들

드레스 곳곳에는 톰(Tom)과 로라(Laura), 거스(Gus), 프레디(Freddy), 루이스(Louis), 엘리자(Eliza), 롤라(Lola) 등의 이름이 보이는데, 그녀의 아들인 톰 파커 볼스와 로라 로페스, 그리고 손주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것이 영국 왕실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찰스와 카밀라는 1970년 한 폴로 경기에서 처음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으나, 1973년 찰스의 군 입대를 계기로 헤어졌다. 찰스와 결별 직후 카밀라는 왕실 기병대 장교였던 앤드루 파커 볼스와 결혼해 톰과 로라, 1남 1녀를 낳았으나 결혼 생활 내내 불화를 겪다가 1995년 이혼했다. 찰스와 카밀라는 각자 결혼 생활 중에도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1992년 다이애나의 자서전을 통해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카밀라의 손자들인 거스와 프레디, 루이스는 이번 대관식에서 윌리엄 왕자의 아들인 루이 왕세손과 함께 국왕 부부의 옷자락을 들어주는 ‘페이지 오브 아너(Page of Honour)’ 역할을 수행했다.

식민 지배 논란 재소환한 왕관과 보석들

대관식에선 영국 왕실의 진귀한 보석들도 대거 등장했다. 찰스 3세는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식에서 썼던 것과 같은 ‘성 에드워드 왕관’을 머리에 얹었다. 높이 30cm, 무게 2.23kg에 달하는 이 왕관은 다이아몬드와 로즈컷 아콰마린, 사파이어, 루비, 화이트 토파즈, 자수정, 금 등 444개의 보석으로 장식됐다. 카밀라는 ‘퀸 메리의 왕관’을 썼는데, 여기에는 19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채굴된 컬리넌 3번, 4번, 5번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2200개의 다이아몬드가 사용됐다. ‘아프리카의 큰 별’이라고 불리는 컬리넌 1번(530캐럿)은 찰스 3세가 들었던 지팡이 모양의 홀에 장식돼 있다. 영국 왕실 재단인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에 따르면, 컬리넌은 남아공 정부가 1907년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의 66세 생일에 맞춰 선물하면서 왕실 소유가 됐다. 채굴 당시 3106캐럿의 원석이었던 컬리넌은 이후 9개의 커다란 다이아몬드와 96개의 작은 다이아몬드로 연마돼 왕관과 홀을 비롯한 영국 왕실 장신구에 사용되고 있는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망 이후 남아공에서 반환 요구가 일고 있다.

이 외에도 카밀라는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관식에서 착용했던 것과 같은 목걸이를 착용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호르 지역에서 채굴된 22.4캐럿의 펜던트를 포함, 총 26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이 목걸이는 영국의 유서 깊은 보석 브랜드 가라드가 세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대관식 #카밀라드레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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