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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신입은 프라다를 못! 입는다

'레이어드룩' 잘하는 엔조블루스 2022 F/W 탐방기

이진수 기자

2022. 09. 05

이렇게 편한데 예쁘기까지. 서로 안 어울릴 것 같은 다양한 패턴 프린트가 모여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낸다. 대충 입어도 멋스러운 엔조블루스 옷이 딱 그렇다. 톤 다운된 컬러들이 반기는 새 컬렉션을 만나러 한남동 쇼룸에 다녀왔다.



2021년 5월 30일, 엔조블루스 옷을 처음 구매한 날이다. 부츠컷 실루엣의 밴딩 팬츠였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패션 회사에 다니는 친한 지인과 옷 이야기를 나누다가 추천받은 브랜드다.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패턴 디자인이 주력 상품인 듯했다. 기자가 산 건 베이지와 그레이 컬러 빛줄기가 한 방향으로 쏟아지는 프린트였다. ‘퓨처리즘(현대인의 생활과 감성을 첨단의 미래 기술력으로 풀어가려는 콘셉트)을 데일리 룩화’ 했을 때 이런 느낌일까 상상했다. 그동안 ‘신프못’ 코너를 연재하면서 패턴을 반기지 않는다고 누누이 이야기해왔다. 잘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촌스러워 보여서다. 모순적이게도 이번에 소개할 엔조블루스는 패턴 맛집. ‘내돈내산’ 했다가 입고 반해 다시 찾은 사심 가득한 리뷰에 주목해주시길.

옷 잘 입는다는 소리 한 번쯤 들으려면

엔조블루스 한남동 쇼룸

엔조블루스 한남동 쇼룸

엔조블루스는 2015년 5월 김석모(35), 서지원(35), 최도빈(33) 3명의 대표가 론칭한 디자이너 브랜드다. 이들 대표는 각각 미국 파슨스대, 한양대, 뉴욕 FIT에서 패션을 전공했으며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 ‘도나카란’,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 패션 브랜드 ‘Sik Im’ 등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심플하지만 멋스러운 남성복의 포인트를 접목한 듯 엔조블루스 의상을 대체로 편하면서 예쁘게 만든다. 긍정적인 에너지(positive energy), 일상(daily life), 새로운 시선(unexpected thinking)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옷을 제작한다. 처음 바지를 입었을 때 너무 타이트하지도, 헐렁하지도 않은 루스 핏에 놀라 이후로 수영복, 티셔츠 등을 지속적으로 사 모았다. 가수 태연, 패션 인플루언서이자 유튜버 수샤사 등도 엔조블루스 옷을 입는다.

기자가 먼저 만난 2022 F/W 컬렉션은 어느 날 찾은 낡은 박스 안에서 좋아하는 옛날 옷을 발견했을 때의 그 행복을 담았다. ‘와, 나한테 이런 옷이 있었나?’ ‘예쁜데?’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기분. 귀여운 디자인에 빈티지한 무드가 가득하다. 옷을 사다 보면 저렴하긴 해도 오래 입을 만한 퀄리티가 아닐 때가 있다. 탄탄한 질감이 맘에 든다 싶으면 가격이 사악한 경우도 많다. 짱짱한 퀄리티와 착한 가격 모두 잡고 싶다면, 기자의 최애 아이템 후기에 귀 기울여주길.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쇼룸 밑층에는 줄 서서 마신다는 유명 카페 ‘마일스톤 커피’가 있다. 달콤한 아몬드 라테를 사서 올라가니 잠시나마 가을에 머물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라테가 정답. 설레는 기분으로 총 6가지 레이어드 룩을 입어봤다. 평소 간단하게 입는 걸 좋아해 레이어드 코디를 늘 어렵게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 제품은 어떤 것과 매치해도 그럴듯해 보인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올가을에는 ‘겹쳐 입기’다

특히 마음에 든 건 3가지. 첫 번째 스트라이프 룩이다. 오렌지 포인트의 멀티스트라이프 롱 슬리브리스 톱(블루·5만3000원)과 밴딩 니트 스커트(퍼플·6만9000원), 러플 머플러(라일락·4만5000원)를 매치했다. 일단 이번 시즌 머플러는 꼭 구매해야 할 필수 아이템. 살짝 둘렀을 뿐인데 스타일이 최소 3배는 사는 기분이다. 오렌지와 퍼플 컬러도 어색할 것 같았는데 은은하게 조화를 이뤘다.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대학가를 거닐고 싶어지는 룩. 긴팔 티셔츠에 밴딩 스커트라, 불편함 하나 없는 초간단 매치가 아닌가. 왠지 차분해지고 싶은 귀여운 스타일이다.



두 번째 룩은 레이어드 입문용이라 할 수 있겠다. 원피스와 팬츠를 매치한 스타일이다. 텐션 터틀넥 롱 슬리브리스 톱(올리브·5만9000원)과 헤링본 밴딩 부츠컷 팬츠(차콜·10만9000원), 스웨이드 라운드 드레스(그리니시 옐로·12만9000원), 러플 머플러(카키 브라운·4만5000원)를 착용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내추럴한 색을 담아서인지 찐득한 말차초콜릿에 위스키 두 방울을 떨어뜨린 무드를 자아낸다. 크롭트 톱이 하체를 길어 보이게 한다면, 이 룩은 전체적으로 위아래를 늘이는 룩이다.


터틀넥은 아웃도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폴리에스터와 스판 소재에 텐션감이 좋은 아이템이다. 원피스는 스웨이드인데 스판기가 짱짱하다. 쭉쭉 늘어나 활동성까지 갖췄다. 그리고 말하면 입 아픈 밴딩 부츠컷 팬츠. 바닥에 곧 끌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맛에 입는 바지다. 허벅지는 슬림하고 무릎부터 퍼지는 디자인으로 체형 보완에는 부츠컷 만한 게 없다. 한번 사면 다른 컬러들도 사게 된다는 마성의 팬츠다.

마지막으로 데님 팬츠. 팬츠 맛집에서 바지를 사야 하지 않겠나. 색이 굉장히 독특한 스탠더드 핏 데님 팬츠(카키 베이지·13만9000원)다. 베이지는 베이지인데 완전한 베이지가 아니다. 워싱 같기도 하고 특이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포인트 아이템으로만 활용해야 할까 싶지만 일단 톤 다운된 카키 베이지 컬러라 블랙, 블루, 화이트 등에 두루 잘 어울릴 것 같다. 여기에 러플 머플러(플라워·4만5000원)를 곁들이자. 사랑스러운 잔꽃 패턴이 특징. 이 머플러를 룩북 속 모델이 머리에 두른 걸 보고 그대로 착용했다. 함박눈이 막 쏟아지는 겨울, 블랙 코트 안에 데님 팬츠를 입고, 러플 머플러를 머리에 두른다면 시크와 사랑스러움을 둘 다 잡을 수 있겠다.

옷 예쁜 건 당연하고 엔조블루스의 큰 매력은 가격이다. 일단 원단과 옷의 마감은 두말할 것 없이 튼튼하다. 그에 비하면 제품 가격대가 합리적. 요즘 웬만한 다자이너 브랜드 가격대가 톱과 팬츠 등 기본 아이템만 10만~20만원을 훌쩍 넘지 않는가. 3만~4만원 주고 샀다가 한 철 입고 버릴 거라면 팬츠 하나에 7만~8만원 주고 오래 입을 수 있는 브랜드 제품이 낫다. 이번 컬렉션은 다가오는 8월 29일에 출시된다. 제품은 엔조블루스 공식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쇼룸, 온라인 플랫폼 29CM, 무신사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10월 말 북유럽 마을 콘셉트의 두 번째 컬렉션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시길! 쿨한 가을을 맞고 싶다면 엔조블루스가 그 욕구를 해결해줄 테다.

#엔조블루스 #여성동아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27가길 26 3층


사진제공 엔조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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