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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fashion

Fashion Film made by Luxury House

글 정세영 기자

2021. 03. 09

룩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시대의 고민과 그에 대한 해답을 심도 있게 담아낸 하우스 브랜드의 패션 필름을 소개한다.

알렉산더맥퀸 ‘FIRST LIGHT’

알렉산더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라 버튼은 옷의 본질로부터 얻은 영감을 뉴 시즌 컬렉션에서 풀어내기 위해 오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자미로콰이, 라디오헤드 등 수많은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영화 ‘언더 더 스킨’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감독 조나단 글레이저와 함께 ‘여명(First Light)’이라는 패션 필름을 통해 풀어냈다. 패션 필름 속 분위기는 숨죽일 정도로 지극히 감정적이다. 스토리나 배경보다는 오로지 룩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라도 하듯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모델들은 느리게 움직인다. ‘다시 런던으로, 집으로 돌아오다’라는 테마로 전개된 이번 컬렉션의 요소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테일러링과 드레스, 부풀린 소매. 장식은 최대한 덜어내고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옷의 형태에 집중한 의상들이 주를 이룬다. 알렉산더맥퀸의 시그니처 디테일인 볼륨감 있는 소매, 딱 떨어지는 라인은 물론 스커트 품을 부풀린 튜브 톱 드레스, 패치워크 코트, 하이브리드 트렌치코트 등 현시대가 열광하는 트렌디한 요소를 녹인 디자인으로 패피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알렉산더맥퀸의 이번 컬렉션은 그저 런웨이를 대체한 패션 필름이 아니다. 브랜드의 본질과 현시대가 추구하는 트렌드를 얼마나 감각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패션 역사상 가장 멋진 예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생로랑 ‘I WISH YOU WERE HERE’

모두가 힘든 상황임은 확실하지만 새로운 환경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기도 한다. 생로랑은 패션 하우스 중에서도 가장 먼저 기존 런웨이 형태의 쇼를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는 청명한 하늘과 모래 언덕이 경이롭게 펼쳐지는 광활한 사막으로 전 세계의 패션 피플들을 초대했다. 모델들은 느리게 흘러가는 삶을 찬양이라도 하듯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워킹으로 사막을 횡단한다. 그는 컬렉션을 준비하기에 앞서 패션 역사상 가장 격동의 시대라고 불리는 1960년대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살피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바지 착용이 금기시됐음에도 턱시도를 변형시킨 여성 팬츠 룩으로 패션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 컬렉션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의 이번 컬렉션은 편안한 팬츠, 가볍고 얇은 실크 블라우스, 점프슈트 등이 주를 이룬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몸을 구속하지 않는 패션”이라고 외치듯 가볍고 편안한 룩들로 가득하다. 몇몇 아이템에는 깃털, 레이스 등의 디테일을 더해 생로랑만의 특별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마비되었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법. 잠시 화려한 룩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니까!

프라다 ‘THE SHOW THAT NEVER HAPPENED’’

프라다는 이번 시즌 ‘결코 일어나지 않은 쇼(The Show That Never Happened)’라는 패션 필름을 통해 ‘프라다의 정수’라는 테마의 컬렉션을 발표했다. 챕터 1부터 5까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는 작품으로 포토그래퍼 유르겐 텔러·윌리 반데페르·조아나 피오트로프스카와 아티스트 마틴 심스, 감독이자 영화배우인 터렌스 낸시가 제작에 참여했다. 그들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프라다의 가장 순수한 본질을 포착한다. 영상 속 모델들은 차갑게 느껴지는 기계실에 서 있거나 텅 빈 영화관에서 몸을 움직이며 현시대를 반영하는 짧지만 강력한 스토리를 풀어낸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룩은 심플해야 한다고 외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번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룩은 그 어느 시즌보다 간결하다. 대부분을 그녀의 시그니처인 삼각 로고와 스포티즘, 그리고 블랙 & 화이트 컬러 조합으로 완성했기 때문. 미우치아는 이번 컬렉션을 오래도록 가치 있고 실용적인 아름다운 옷이라는 신념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고 한다. 복잡하지 않고 직설적인 동시에 생활을 위한 도구로서의 패션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왜 입혀지고, 자신의 옷이 삶과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을 컬렉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프레임을 통해 신선한 자극을 선보인 이번 컬렉션은 미우치아 프라다의 마지막 단독 쇼라는 점에도 의미가 깊다.

구찌 ‘OUVERTURE OF SOMETHING THAT NEVER ENDED’

구찌는 이번 시즌 컬렉션의 테마인 ‘끝나지 않는 무언가의 서막(Ouverture of Something That Never Ended)’을 미니시리즈 7부작 영상을 통해 선보이며 패션 필름을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았다.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손잡고 이탈리아의 배우 겸 행위예술가 실비아 칼데로니가 구찌의 뉴 시즌 룩들을 입고 20여 일 동안 로마에서 경험한 무수한 순간들을 담은 뷰 파인더를 패션 필름으로 활용한 것. 영상의 플롯은 펜데믹 전까지 지극히 평범하게 여겼던 사소한 에피소드다. 말 그대로 끝나지 않는 무언가의 서막으로, 그 무엇도 강조하지 않으며 궁극적인 의미도 없다. 그저 감상하는 이들에게 무한한 해석의 가능성만 열어줄 뿐. 영상 속 스페셜 게스트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수 빌리 아일리시, 해리 스타일스를 비롯해 스페인 출신의 현대 철학자이자 큐레이터인 폴 B. 프레시아도 등이 출연해 작품의 퀄리티와 화제성을 높였기 때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번 컬렉션은 예측할 수 없는 현재를 살면서 패션이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어떤 세상이 열릴지, 패션쇼가 사라지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에 대한 대답”이라고 말하며 “무모하지만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해답”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구찌 생로랑 알렉산더맥퀸 프라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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