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물려준 트위드 재킷

패션 편집숍 디누에 대표이사 유한나

“의상 디자이너(안윤정)이신 엄마의 영향이었는지 어릴 때부터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많이 입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시는 것들도 있었고, 출장 다녀오시면서 사다 주신 옷들도 있었죠. 예쁘게 차려입고 엄마와 함께 외출하면 ‘이런 옷은 어디서 사요?’라며 사람들이 물어본 기억이 나요. 어린 제가 느끼기에도 기분이 좋았어요. 그때부터 옷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기 시작했던 것 같고요. 남들과는 다른, 평범하지 않은 것들의 조합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도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크면서 엄마를 따라 해외는 물론, 영감을 얻으시곤 하는 다양한 곳들을 따라다녔어요. 자연히 엄마의 뮤즈들, 엄마가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을 만나보게 되고 패션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죠. 그때 나눴던 이야기들,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봤던 옷들이 아직까지도 제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요즘은 재킷에 마음이 꽂혀 있는데, 최근 구입한 제품도 그렇고 쇼핑 리스트에 올려둔 제품도 그렇고 정말 재킷이 많아요. 엄마가 물려주신 클래식한 재킷부터 구조적인 라인으로 테일러링된 독특한 재킷까지, 재킷은 어떤 디자인이든 정말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트위드 재킷은 어떤 룩에 매치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이 나서 시즌에 상관없이 항상 손이 가는 아이템이에요.”

Inherited goods

1 매끄러운 광택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크로커다일 미니 숄더백은 에르메스 제품.



2 약간 빛바랜 듯한 느낌이 멋스러운 골드 체인 스트랩 워치는 샤넬 제품.

3 자연스럽게 태닝돼 클래식한 멋을 내는 엔벌로프 플랫 백은 구찌 제품.

4 큼직한 골드 스캘럽 장식이 달린 빈티지 펌프스는 칼라거펠트 제품.

창조의 영감이 된 엄마의 주얼리

타넬로 주얼리 디자이너 정수연

“트렌치코트를 원피스처럼 입고 버건디 컬러 클러치 백을 들고 있는 엄마의 오래된 사진이 있어요. 그 옆에 청록색 벨벳 점프슈트를 입은 제가 엄마 손을 꼭 잡고 서 있고요. 어린 시절, 이 사진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어 한참씩 들여다보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 속 엄마의 모습이 제 첫 번째 패션 롤모델이었던 듯해요. 어렸을 땐 내가 ‘무엇을 입고 싶은지’에만 충실했어요. 참 민망한 실루엣, 요란한 컬러도 두려워하지 않고 입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옷을 고르기 전 가장 먼저 TPO를 생각하고, 사진 속의 엄마가 그랬듯 클래식하고 기본적이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찾게 되더군요. 그 때문인지 제 옷장 속엔 수많은 화이트 셔츠가 있어요.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의 옷을 구입해 입어보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부지런히 찾아온 셔츠들이죠. 좋아하는 의상들이 심플하다 보니 포인트를 줄 만한 빅 사이즈의 유색 스톤 링을 즐겨 착용하게 돼요. 스니커즈나 데님 팬츠를 매치하는 캐주얼 룩에는 여러 개의 링을 리듬감 있게 겹쳐 끼기도 하고요. 얼마 전 엄마가 물려주신 다이아몬드 반지를 리디자인했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유색 스톤 링, 너클 링들과 레이어링하니 마치 새것으로 보이더군요. 포멀한 의상을 입을 땐 주얼리를 생략해야 한다거나, 캐주얼한 의상에 파인 주얼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버려보세요. 오히려 그 반대가 훨씬 시크하고 스타일리시해 보이니까요.”

Inherited goods

1 물려받은 진주 네크리스 중간에 타넬로의 유색석 브레이슬릿을 연결해 포인트를 주니 더욱 화사하다.

2 엄마가 물려주신 투어멀린 스톤을 이용해 만든 나뭇잎 브로치는 즐겨 찾는 디자이너 빈경아의 브랜드 빈모디스트의 보터 햇에 달아 특별한 날 착용한다.

3 엄마의 오래된 옐로 진주 비드에 직접 디자인한 앰버·그린 사파이어 브로치를 매치한 네크리스.

4 맨 왼쪽 반지가 엄마의 다이아몬드 링을 리세팅한 것. 타넬로의 골드 칵테일 링, 스키니 링과 레이어드해 착용한다.

엄마의 추억을 간직한 블랙 스웨이드 샌들

보스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정은

“옷을 구입할 때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제가 즐길 수 있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의상을 고르는 데 중점을 둬요. 옷 저마다의 소재나 디자인에 얼마나 정성이 들어가 있고 특별한가가 기준이 되죠. 그렇다고 해서 단 한 가지 분위기의 의상에만 국한시켜 스타일을 제한하는 편은 아니에요. 굉장히 대담한 패션 DNA를 가지고 계신 엄마의 영향을 받은 덕분인지, 과감한 의상에도 거부감은 전혀 없답니다. 스타일에 강약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과감한 포인트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前) 우크라이나 총리 율리아 티모셴코는 엄마 다음으로 제가 추구하는 여성의 스타일을 가장 흡사하게 소화하는 워너비 아이콘이라 할 수 있어요. 기품 있고 당당한 모습, 여성미와 지성미를 빛내는 데는 본인의 창조적인 패션 감각도 한몫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장에 나가거나 업무를 볼 때는 심플＆시크 무드의 블랙 룩을 즐겨 입어요. 대신 같은 블랙이라도 실루엣이 독특하거나 소재감이 다른 것들끼리 매치해, 각기 다른 블랙이 모여 발산하는 섹시한 매력을 즐기죠. 빈번한 출장 덕분에 다양한 국가에서 블랙 아이템을 구입하게 되는데, 이 아이템들이 저만의 블랙 스타일링을 완성한답니다. 저와 체형과 사이즈가 같은 엄마가 물려주신 블랙 아이템도 물론 큰 역할을 하고 있고요.”

Inherited goods

1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물려주신 진주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 세트는 미니드레스나 스커트 슈트 등에 주로 매치한다.

2 외할머니, 엄마를 거쳐 내 손목으로. 나중엔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픈 메탈 워치는 롤렉스 제품.

3 미니멀한 올 블랙 룩을 입을 때 포인트 액세서리로 매치하곤 하는 앤티크 주얼리는 엄마가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제품.

4 크리스털 브랜드 로고 장식으로 포인트 준 스웨이드 스트랩 샌들은 지방시 제품.

나보다 나이 많은 엄마의 첫 시계

수아프리즘 아티스트 하수아

“엄마가 제게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네 자신이 명품이 되면 무엇을 입어도 그 자체로 명품이 된다’. 이런 마음가짐은 제 패션 스타일은 물론 삶에까지 영향을 끼쳤어요. 제가 봐도 무척 패셔너블하신 엄마는, 제가 지금 엄마를 따르듯이 외할머니의 감각을 고스란히 이어받으신 것 같아요. 제게 해주신 말씀도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항상 강조하셨던 이야기라고 했거든요.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올드 클래식 영화들을 즐겨 보는데, ‘티파니에서 아침을’ ‘퍼니 페이스’ ‘사브리나’ 등에서 보여준 그녀의 깔끔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스타일이 제가 지향하는 모습이에요. ‘심플, 클래식’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편안함’이 깃든 스타일을 사랑해요. 여기에 레이어드는 최소화하면서 상체 쪽으로만 포인트를 줘 작은 키를 보완한다거나, 동일한 컬러를 다른 톤으로 믹스해 모던하게 연출하는 톤온톤 스타일링을 즐겨요. 너무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면 엄마에게 물려받은 링들을 포인트로 착용해 변화를 주고요. 의상에 도드라지는 디테일이 없어도 톤 차이만으로 세련된 룩이 연출된답니다. 촬영을 위해 준비한 네이비 크루 넥 니트는 제가 즐겨 입는 아크네스튜디오 제품이에요. 디자인 자체는 베이식하지만 한 겹 덧댄 시폰으로 매력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이죠. 지금 유행하는 ‘잇(it)’ 아이템들을 여러 벌 구입하는 것보다, 유행에 상관없이 어떤 옷에나 매치할 수 있는 ‘더(the)’ 아이템들을 구입하려고 노력해요.”

Inherited goods

1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물려준 에메랄드 실버 링은 컬러가 매우 마음에 들어 엄마에게 졸라서 강제로(?) 물려받았다.

2 엄마가 외할아버지께 생일선물로 받았던 레더 워치는 이제 내가 즐겨 착용한다. 오메가 제품.

3 블루 사파이어가 빛나는 실버 링·펜던트는 외할머니께서 엄마에게 물려주신 세트.

4 엄마가 외할아버지께 선물받았던 오팔 장식 골드 링과 진주 장식 골드 링은 요즘 나오는 링들과 레이어드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