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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파마’ VS 50만원 ‘펌’

체험 ‘극과 극’!

기획 우매화 기자 | 사진 문형일 기자 || ■ 의상협찬 헤지스레이디 데코(02-546-7764) 더슈(02-511-8158) ■ 헤어&메이크업 슈어by정민(02-545-0700) ■ 모델 최영지 남유진 ■ 코디네이터 권소엽

2009. 08. 03

5만원 ‘파마’ VS  50만원 ‘펌’


공교롭게도 현재 저희 ‘여성동아’ 생활파트 기자 6명 모두 펌을 하고 있답니다. 물론 물결 펌부터 셋팅 펌, 디지털 펌까지 종류도, 머리 길이도 모두 가지각색이지만 말이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스타일만큼이나 가격도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처지가 어렵다는 미용사에게서 3만원 펌을 시술받은 K기자, 단골인 이대앞 미용실에서 6만원을 주고 시술받은 S기자, “난 머리카락이 약해서…”라며 고가로 추정되는 펌 값을 끝내 밝히지 않은 H기자 등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랍니다. 저 또한 지난 마감을 끝내자마자 한동안 고수하던 생머리와 이별하고 펌 헤어 대열에 합류했어요. 어깨를 10cm 이상 넘는 긴 머리였지만 5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동네 미용실에서 펌을 했답니다. ‘왠지 트렌디하지 못할 것 같아서’ ‘저렴한 약을 사용해 머릿결이 상할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고등학교 졸업 이후론 동네 미용실을 거의 찾지 않던 제게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요? 그 이유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촉박하게 잡힌 결혼 날짜로 인해 마감하랴, 결혼 준비하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우연히 청담동에서 딱 다섯시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답니다. 뭘 할까 고민하다 머리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물론 비쌀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결혼하기 한두 달 전에 펌을 해두는 것이 좋다는 주위의 충고에다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잘나가는 미용실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끝에 TV와 잡지, 광고계를 주름잡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차린 미용실로 갔지요. 그야말로 럭~셔리하게 꾸며진 실내에는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마주치는 스태프들마다 생글생글 밝게 인사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리에 앉아 디자이너와 상담을 하는 동안에는 원두커피와 정성껏 구워진 토스트까지 서비스를 받았고요. 먼저 저는 다소 밝은 갈색인 머리를 신부 화장에 어울리는 톤다운된 컬러로 염색하고, 결혼식 업스타일 헤어를 연출하기 쉬운 웨이브 펌을 하고 싶은데 현재 머릿결이 상해 두 가지를 같이 할 수 없다면 염색만 하고 싶다며 의견을 말했지요. 이에 디자이너는 머릿결이 상하지 않도록 충분히 영양을 공급하고 좋은 약을 사용해 약하게 웨이브를 넣으면 머릿결이 상하지 않을 것이라 조언하면서 동시에 시술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나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 디자이너가 믿음직스러워 그 말을 믿고 펌과 염색을 동시에 하기로 결정했지요. 시술에 들어가니 ‘꽃미남’ 스태프들이 염색약을 발라주고 머리를 감겨주더군요. 키가 180cm는 되는, TV속 연예인보다 더 잘생긴 남자 스태프들이 머리를 해주니 쑥스럽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그들의 외모와 머리카락 다루는 솜씨는 반비례였습니다. 가늘고 잘 끊어져 조심스럽게 빗어야 하는 제 머리카락을 가는 빗으로 빗다 뜯기 일쑤였고 염색약이 얼굴에 튀기까지 했으니까요. 캣워크에서 워킹하던 모델을 데려다 곧바로 가운만 입혀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스태프들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통때는 ‘괜찮다’ 이야기 하는데, 넘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머리하다가 스태프에게 눈을 흘기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어요. 머릿결 상하지 않게 신경 써준다던 디자이너는 펌이 끝날 무렵, 스태프들에게 지시만 하고 염색이 끝날 때 와서는 계속 펌과 염색이 잘 나왔다는 이야기하는 게 다였어요. 드라이까지 마치고 보니 컬러도 생각했던 것보다 밝고, 웨이브도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디자이너에게 묻자, 원래 제 머릿결이 상해서 그렇다, 집에서 트리트먼트를 꾸준히 하라는 이야기만 하더군요. 그러면서 컬러가 예쁘게 나왔다는 말만 반복하지 않겠어요? 워낙에 조명발, 거울발 좋은 미용실에선 어떤 머리도 예쁘게 보이는지라 그럭저럭 괜찮은 것도 같고, 워낙에 화내는 템포가 한 박자 늦은 저인지라 우선은 카운터로 갔습니다. 비쌀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세상에나! 50만원이 넘는 돈이 청구됐지 뭡니까. 펌 25만원, 염색 15만원, 트리트먼트 10만원에 택스까지…. 당황했지만 계산을 마치고 친구와 영화 보러 극장에 갔어요. 하지만 그곳 쇼윈도에 비친 제 모습에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제 뒤통수에 달린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빗자루라고 하는 것이 맞겠더라고요. 친구에게 내 머리 어떠냐고 묻자 “아니, 머리를 왜 이렇게 만들어놓은 거야?” 하는 겁니다. 미용실부터 계속 찜찜하고 스멀스멀 뭔가가 올라오고 있다가 친구의 말에 갑자기 화가 치밀더군요. 미용실에 전화해 디자이너에게 이야기하니, 일주일 후에 다시 나오라고 하더군요. 머리카락이 이렇게 상했는데 일주일 후에 또 펌을 해도 괜찮냐고 묻자, 우선 나오라더군요. 일주일 후 시간을 쪼개 청담동까지 다시 갔습니다. 디자이너의 말이, 제 머리카락이 약한데 펌과 염색을 동시에 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제가 언제 둘 다 해달라고 했습니까? 동시에 해도 자신 있다고 했으니 머리를 맡긴 거죠. 어이가 없었지만 싸우기도 싫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죠. 다시 해주겠답니다. 이번엔 숍에서 가장~ 비싼 펌인데 특!별!히! 해드린다며 머리 손상이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정말 믿고 싶었습니다. 컬러도 맘에 들지 않았던데다, 머리카락이 상한 상태로 웨이브까지 없으니 그야말로 마당쇠 손에 들린 빗자루가 따로 없었으니까요. 다시 시술을 했고,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했습니다. 쭉 뻗은 머리카락이 ‘나 너무 힘들어요~’라며 하얗게 질려 기절해 있는 것처럼 보였죠. 디자이너에게 따지자 ‘이럴 줄 몰랐어요’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만 돌아왔죠. 뒷일이 많지만 모두 생략하고 결과만 말씀드리자면 결국 전액 환불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허리 근처까지 오던 머리를 20cm 이상 잘라야 했고 머리에 펌이나 염색은 전혀 손도 댈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답니다. 지난 1년 동안 쓴 트리트먼트만 해도 몇십만원은 될 거예요. 정말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그렇게 1년간 미용실을 끊고 지내다가 이
5만원 ‘파마’ VS  50만원 ‘펌’

젠 얼굴살 빠진 것이 도드라지고, 뻗치는 머리도 신경 쓰여 펌을 하고 싶었습니다. 상한 머리카락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펌을 하기로 결정했죠. 제가 사는 동네 주택가의 의자 3개가 있는 작은 미용실로 갔습니다. 청담동의 미용실과는 다르게, 클래식이 아닌 FM라디오 소리가 들려오는 숍 안엔 저렴한 가격을 자랑이라도 하듯 펌 가격표가 벽면에 붙어 있고, 서비스해주는 커피는 인스턴트였죠. 시술부터 머리 감기는 것까지 모두 원장님이 직접 하고요. 머릿결이 많이 상했다고 하자 그동안 머리가 많이 자랐고, 트리트먼트도 열심히 해서 펌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20년 가까이 머리를 해오신 분답게 머리 한번 뜯기는 일 없이 매끄럽게 시술을 해주더군요. 결과는 대만족. 컬이 탱탱하게 살아 있고 집에서 손질하기도 쉬워 보였습니다. 지금 있는 머리가 다 자라 잘라내기 전까지 염색은 안된다는 충고까지 해주더군요. 펌과 트리트먼트를 합친 비용은 총 5만원. 여기에 제 손상된 머리를 촉촉하게 관리해줄 수분에센스까지 덤으로 받았답니다. 이번에 제가 얻은 결론은 비싼 미용실이 예쁜 스타일과 좋은 머릿결을 100% 보장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아는 능숙한 헤어디자이너만 있다면, 어떤 때는 오히려 소박한 동네 미용실이 더 낫다는 거죠. 물론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지만요. 그렇다고 크고 비싼 미용실이 다 근거 없는 폭리를 취한다거나, 겉만 화려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즌 때마다 해외로 나가 세계적인 트렌드를 배워오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유행인 ‘핫한’ 헤어 스타일을 만들어주고, 쾌적한 환경에서 최고가 된 듯 느끼게 해주는 등 장점도 많아요. 정도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5만원짜리 펌보다는 고급 재료를 사용하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좋은 미용실은 자신에게 맞는 디자이너가 있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1년 전 제가 실패한 원인도 이 때문일 수 있고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없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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