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한 ‘X세대’의 아이콘 구본승(43)이 돌아왔다. 훤칠한 키와 운동으로 다진 근육질 몸매, 소년 같은 천진한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유독 세월이 그만 비껴간 듯하다. 가을의 한복판에서 만난 구본승은 그렇게 카메라 앞에서 종잡을 수 없는 매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라 어색하다”고 말하면서도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자유자재로 표정과 몸짓을 바꾸는 그를 보노라니, 187cm의 훤칠한 키에 매력적인 보컬로 여심을 녹이던 화려한 지난날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나 살아온 동안에 내가 나의 전부였어/ 세상 가운데 내가 서 있다고 느끼며 살아왔었던 거야/ 지금 나의 모습은 너 하나를 위해/예전의 내 모습은 부서져버렸어…’
1994년 MBC 예능 프로그램 〈지금은 특집 방송중〉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구본승이 그해 발표한 첫 앨범 타이틀곡 ‘너 하나만을 위해’의 노랫말 일부다. 가수로 데뷔하자마자 그는 이 곡으로 인기의 바로미터나 다름없던 KBS 가요 순위 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연기 데뷔작인 드라마 〈종합병원〉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무대에서와는 달리 다소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매력을 어필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것.
이후 가수 겸 배우로 종횡무진 활약한 그는 10여 편의 드라마와 세 장의 앨범을 필모그래피에 올리며 X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그가 걸치는 의상은 어김없이 유행이 되고, 그가 부르는 노래는 길거리 레코드 가게와 디스코텍을 연일 들썩이게 했다.
그러다 2002년 영화 〈마법의 성〉 이후부터 몇 년에 한 번씩만 드라마에 얼굴을 비쳐 아쉬움을 남기던 그가 지난 7월부터 SBS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이하 〈불청〉)에 막내로 합류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첫 출연 당시 ‘엉덩이로 이름 쓰기’로 신고식을 치른 그는 어느새 동료들이 지쳐 있을 때마다 활력을 불어넣는 〈불청〉의 재간둥이로 자리매김했다.
▼출연자 가운데 막내라서 힘들지 않나요.
잡다한 일이 많지만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모두에게 예쁨을 받을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좋아요. 데뷔 초에는 막내라는 자리가 마냥 불편했어요. 방송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다들 대하기가 어려웠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막내가 얼마나 좋은 포지션인지 아니까 그 특권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요.
▼복귀작으로 드라마가 아닌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해 의외였어요.
작년에 〈슈가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 뒤 두세 개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복귀하려다 보니 저한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싶었어요. 〈불청〉이 그런 옷으로 생각됐어요. 몇 번 시청하면서 ‘저기 나가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완선 누나도, 국진이 형도 정말 편하더라고요. 한창 활동할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 만났으면 어려운 선배들이었을 텐데, 몇 번 촬영하고 나니 그냥 동네 형, 누나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얼마 전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잔디밭에서 합동 공연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어떤 화려한 무대보다 감동적이었어요. 〈불청〉 멤버 전원이 뭉쳐 오롯이 저희 힘으로 준비한 공연이라는 점도 뜻깊었고,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015B’의 장호일 선배님과 ‘기타 전설’ 김도균 선배님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었어요. 또 만날 밥 해주던 신효범 누나가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내뿜는 걸 보니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더라고요. 그제야 새삼 깨달았죠. 이분들이 유명한 가수였지, 하고요(웃음).
▼불혹을 넘어서도 근육질 몸매여서 시청자들이 ‘눈 호강’한다는 반응이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어요. 예전에는 몸을 멋지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지만 지금은 운동을 안 하면 몸이 아파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해요. 근육이 약해지면 오는 병들이 있거든요.
▼어떤 운동을 하세요.
보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하는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제 무게를 이용한 운동을 주로 해요. 스트레칭이나 팔굽혀 펴기, 턱걸이, 철봉운동 같은 거요.
▼패션 감각도 남달라 보이는데 비결이 뭔가요.
옷을 살 땐 발품을 아끼지 않고 직접 다니며 입어봐요. 팔에 맞추면 목이 헐렁하고, 목에 맞추면 팔이 짧아서 딱 맞는 옷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신발의 경우는, 제가 고르려고 하는 자체가 사치예요. 디자인이 탐나는데 사이즈가 안 맞아서 아쉽게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하하.
▼비주얼도, 마음 씀씀이도 훈훈해서 ‘소개팅’ 제의를 많이 받는다고 들었어요.
소개팅을 싫어해서 다 거절해요. 소개팅에 나오는 분은 저한테 호감이 있는 거지만 저도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때는 소개해준 분이나 그 자리에 나온 분에게 죄송하잖아요.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서 마음에 쏙 드는, 저를 완전히 눈멀게 하는 사람을 만나야 사귈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들면 먼저 대시를 하는데 그런 일이 1년에 한 번도 없어요.
▼연애하거나 결혼하는 커플을 보면 부럽지 않나요.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는데 요즘 국진이 형과 수지 누나를 보면 좀 부러워요.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리고 예쁘거든요. 국진이 형이 되게 좋은 사람인 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수지 누나도 정말 괜찮은 사람이더라고요. 겉모습은 여성스럽고 여리지만 ‘멘탈’이 엄청 강한 게 그 누나의 매력이에요. 왜 국진이 형을 만나냐니까 수지 누나가 “국진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남자를 통해 행복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 남자가 행복하기를 바라서 만난다는 그 말도 멋지고, 인생을 주관대로 당당히 펼쳐나가는 모습도 너무 멋있어요.
▼김완선 씨는 어떤가요.
완전 웃기죠. 제가 알던 그 누나가 맞나 싶을 정도예요. 데뷔 때부터 알고 지내서 친누나 같은 느낌이 들어요. 촬영하다가도 다치지 않을까 싶어서 챙겨주게 되더라고요. 잘 웃고 방송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좋아요.
▼김완선 씨가 여자로 보일 일은 없을까요.
글쎄요. 아직까지는(웃음).
▼한동안 연예 활동을 드문드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연예계를 떠나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연예인도 멋진 직업이지만 다른 직업을 가져보면 어떨까, 다른 일을 할 때는 제 자신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어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영화 〈마법의 성〉일 수도 있어요. 그 작품을 끝내고 좀 쉬어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그 영화 때문에 연기에 대한 회의가 들었나요.
그건 아니에요. 그 영화 이후 좀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도 키우고 싶어졌죠. 스물두 살 때부터 만날 집과 방송국을 쳇바퀴 돌듯 오가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는 느낌이 들어서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여행도 종종 다녔는데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백기가 길어지니 섭외 전화도 뜸해지더라고요. 처음부터 연예계를 오래 떠나 있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데뷔 전 같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정우성 씨가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 보면서 공백기를 가진 게 후회되진 않나요.
방송 활동을 계속했으면 지금도 제가 연기를 활발하게 하고 있을지 궁금하긴 해요. 그런데 쉬는 동안 나름 재미있게 산 시간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공백기에 프로 골퍼로 활동했나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아시아PGA 골프협회를 설립하고 이사로 재직 중인 이력이 있어서요.
골프를 좋아해서 2년간 골프 아카데미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그 때문에 제가 프로로 전향한 걸로 아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냥 소문일 뿐이고요. 골프협회도 제가 아니라 아는 동생이 만들었어요. 한동안 협회 이사직을 맡은 건 맞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골프 전문 여행사의 이사로 재직한 지 몇 년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과 골프를 접목한 사업이죠.
▼제주도로 이사한 것도 사업 때문인가요.
실은 제가 아니라 부모님이 올해 제주 서귀포로 이사하셨어요. 저는 일이 있을 때는 서울 집에서 지내고, 쉴 때는 주로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요. 그곳에 가면 바다낚시를 즐겨요. 부모님이 이사하신 것도 낚시를 좋아해서예요. 부모님 꿈이 원래 노후에 제주도에서 낚시하면서 사시는 거였어요.
▼제주에서 요즘 인기 있는 여행지는 어딘가요.
요즘은 인위적으로 꾸민 곳보다 자연 그대로를 체험하는 것을 선호해요. ‘힐링’하기 좋은 사려니 숲길이라든지 오름, 억새 군락지, 동백 군락지 같은 곳이 인기죠.
▼해외여행지 가운데 좋았던 곳을 꼽는다면.
사실 여행지는 호불호를 논하기가 애매해요. 여행 가서 좋은 추억이 있으면 좋은 여행지로 기억되거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몽골이에요. 사막을 걸어보고,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 무리도 보고, ‘게르’에서 잠도 자보고, 양고기도 먹어보고. 그런 이색적인 경험이 좋았어요. 몽골은 10월만 돼도 추워져서 9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아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나요.
제 장점이자 단점이, 생각이 깊어지면 자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오래 갖고 있지 못해서 다음 날이면 잊어요. 그런 성격이다 보니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나그네처럼 사는 게 불안정한 느낌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생활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서울에서 일하다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따분해지면 제주도에서 낚시를 하며 놀다가 일할 때가 됐다 싶으면 다시 서울로 오거든요. 그런 삶이 나름 즐겁고 감사해요. 아마 연예인이 안 됐어도 매일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장 생활은 못 했을 것 같아요.
▼연예인이 안 됐으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뛰어난 재능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것도 못 되었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차치하고 갖고 싶은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제 머리로는 어렵겠지만 물리학자라고 답할래요. 학교 다닐 때는 싫어했는데 뒤늦게 과학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시간이 나면 과학 전문 서적을 즐겨 읽어요. 한 번 읽으면 30%밖에 이해가 안 되고, 두 번 읽으면 60%쯤 이해가 되는데 그래도 계속 손이 가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직업이 스티븐 호킹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인 것 같아요. 다음 생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의 두뇌를 갖고 태어나 물리학자가 되고 싶어요.
▼올해가 가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뭔가요.
사실 늘 여자친구를 꿈꿔요. 올해가 가기 전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좋겠어요. 날도 추워지고, 옆구리도 시리고. 하하하.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고 싶나요.
지금보다 더 내면이 아름답고 멋있어지면 좋겠어요. 정신이 건강하려면 몸부터 건강하게 지켜야 할 것 같아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깨달음을 얻으려면 먼저 행동하라는 주의예요. 제 자신에게도 늘 주문해요. 앉아서 입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항상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한 것을 실천하라고요. 천성이 너무 게을러서 집에 있으면 안 움직이려고 하고, 꼼지락거리기 일쑤거든요. 그런 제 자신이 싫어서 행동보다 말이 앞서지 않도록 저 스스로를 항상 경계하죠.
구본승은 앞으로 기회가 되면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연극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궁극의 목표는 흥행 보증 배우가 아닌 ‘유일한 배우’라는 말도 덧붙였다. 공백기 동안 한층 성숙하고 여유로워진 그가 리얼리티 예능이 아닌 ‘진짜’ 연기를 할 때는 그동안 경험한 다채로운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까. 스스로도 몹시 궁금하다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이 남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불청〉을 찍으러 거제도로 달려갔다.
사진 조영철 기자
헤어 임종관 부원장(아우라 02-542-0536)
스타일리스트 이서연
디자인 김영화
제품 협찬 버쉬카(02-3413-9841) 자라(02-02-752-0744) 시리즈(02-3446-7725) 킹크로치(070-8870-9930) 헤지스아이웨어(02-546-7764) H&M(1577-6347)
♬‘지금까지 나 살아온 동안에 내가 나의 전부였어/ 세상 가운데 내가 서 있다고 느끼며 살아왔었던 거야/ 지금 나의 모습은 너 하나를 위해/예전의 내 모습은 부서져버렸어…’
1994년 MBC 예능 프로그램 〈지금은 특집 방송중〉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구본승이 그해 발표한 첫 앨범 타이틀곡 ‘너 하나만을 위해’의 노랫말 일부다. 가수로 데뷔하자마자 그는 이 곡으로 인기의 바로미터나 다름없던 KBS 가요 순위 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연기 데뷔작인 드라마 〈종합병원〉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무대에서와는 달리 다소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매력을 어필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것.
이후 가수 겸 배우로 종횡무진 활약한 그는 10여 편의 드라마와 세 장의 앨범을 필모그래피에 올리며 X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혔다. 그가 걸치는 의상은 어김없이 유행이 되고, 그가 부르는 노래는 길거리 레코드 가게와 디스코텍을 연일 들썩이게 했다.
그러다 2002년 영화 〈마법의 성〉 이후부터 몇 년에 한 번씩만 드라마에 얼굴을 비쳐 아쉬움을 남기던 그가 지난 7월부터 SBS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이하 〈불청〉)에 막내로 합류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첫 출연 당시 ‘엉덩이로 이름 쓰기’로 신고식을 치른 그는 어느새 동료들이 지쳐 있을 때마다 활력을 불어넣는 〈불청〉의 재간둥이로 자리매김했다.
▼출연자 가운데 막내라서 힘들지 않나요.
잡다한 일이 많지만 그다지 힘들지 않아요. 모두에게 예쁨을 받을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좋아요. 데뷔 초에는 막내라는 자리가 마냥 불편했어요. 방송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다들 대하기가 어려웠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막내가 얼마나 좋은 포지션인지 아니까 그 특권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요.
▼복귀작으로 드라마가 아닌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해 의외였어요.
작년에 〈슈가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 뒤 두세 개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복귀하려다 보니 저한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싶었어요. 〈불청〉이 그런 옷으로 생각됐어요. 몇 번 시청하면서 ‘저기 나가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완선 누나도, 국진이 형도 정말 편하더라고요. 한창 활동할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 만났으면 어려운 선배들이었을 텐데, 몇 번 촬영하고 나니 그냥 동네 형, 누나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얼마 전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잔디밭에서 합동 공연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어떤 화려한 무대보다 감동적이었어요. 〈불청〉 멤버 전원이 뭉쳐 오롯이 저희 힘으로 준비한 공연이라는 점도 뜻깊었고,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015B’의 장호일 선배님과 ‘기타 전설’ 김도균 선배님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도 영광이었어요. 또 만날 밥 해주던 신효범 누나가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내뿜는 걸 보니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더라고요. 그제야 새삼 깨달았죠. 이분들이 유명한 가수였지, 하고요(웃음).
▼불혹을 넘어서도 근육질 몸매여서 시청자들이 ‘눈 호강’한다는 반응이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어요. 예전에는 몸을 멋지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지만 지금은 운동을 안 하면 몸이 아파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해요. 근육이 약해지면 오는 병들이 있거든요.
▼어떤 운동을 하세요.
보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하는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제 무게를 이용한 운동을 주로 해요. 스트레칭이나 팔굽혀 펴기, 턱걸이, 철봉운동 같은 거요.
▼패션 감각도 남달라 보이는데 비결이 뭔가요.
옷을 살 땐 발품을 아끼지 않고 직접 다니며 입어봐요. 팔에 맞추면 목이 헐렁하고, 목에 맞추면 팔이 짧아서 딱 맞는 옷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신발의 경우는, 제가 고르려고 하는 자체가 사치예요. 디자인이 탐나는데 사이즈가 안 맞아서 아쉽게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하하.
▼비주얼도, 마음 씀씀이도 훈훈해서 ‘소개팅’ 제의를 많이 받는다고 들었어요.
소개팅을 싫어해서 다 거절해요. 소개팅에 나오는 분은 저한테 호감이 있는 거지만 저도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때는 소개해준 분이나 그 자리에 나온 분에게 죄송하잖아요. 고집스러운 면이 있어서 마음에 쏙 드는, 저를 완전히 눈멀게 하는 사람을 만나야 사귈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들면 먼저 대시를 하는데 그런 일이 1년에 한 번도 없어요.
▼연애하거나 결혼하는 커플을 보면 부럽지 않나요.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는데 요즘 국진이 형과 수지 누나를 보면 좀 부러워요.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리고 예쁘거든요. 국진이 형이 되게 좋은 사람인 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수지 누나도 정말 괜찮은 사람이더라고요. 겉모습은 여성스럽고 여리지만 ‘멘탈’이 엄청 강한 게 그 누나의 매력이에요. 왜 국진이 형을 만나냐니까 수지 누나가 “국진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남자를 통해 행복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 남자가 행복하기를 바라서 만난다는 그 말도 멋지고, 인생을 주관대로 당당히 펼쳐나가는 모습도 너무 멋있어요.
▼김완선 씨는 어떤가요.
완전 웃기죠. 제가 알던 그 누나가 맞나 싶을 정도예요. 데뷔 때부터 알고 지내서 친누나 같은 느낌이 들어요. 촬영하다가도 다치지 않을까 싶어서 챙겨주게 되더라고요. 잘 웃고 방송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서 너무 좋아요.
▼김완선 씨가 여자로 보일 일은 없을까요.
글쎄요. 아직까지는(웃음).
▼한동안 연예 활동을 드문드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연예계를 떠나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연예인도 멋진 직업이지만 다른 직업을 가져보면 어떨까, 다른 일을 할 때는 제 자신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어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영화 〈마법의 성〉일 수도 있어요. 그 작품을 끝내고 좀 쉬어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어요.
▼그 영화 때문에 연기에 대한 회의가 들었나요.
그건 아니에요. 그 영화 이후 좀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도 키우고 싶어졌죠. 스물두 살 때부터 만날 집과 방송국을 쳇바퀴 돌듯 오가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는 느낌이 들어서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여행도 종종 다녔는데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백기가 길어지니 섭외 전화도 뜸해지더라고요. 처음부터 연예계를 오래 떠나 있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데뷔 전 같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정우성 씨가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 보면서 공백기를 가진 게 후회되진 않나요.
방송 활동을 계속했으면 지금도 제가 연기를 활발하게 하고 있을지 궁금하긴 해요. 그런데 쉬는 동안 나름 재미있게 산 시간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공백기에 프로 골퍼로 활동했나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아시아PGA 골프협회를 설립하고 이사로 재직 중인 이력이 있어서요.
골프를 좋아해서 2년간 골프 아카데미를 다닌 적이 있는데 그 때문에 제가 프로로 전향한 걸로 아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냥 소문일 뿐이고요. 골프협회도 제가 아니라 아는 동생이 만들었어요. 한동안 협회 이사직을 맡은 건 맞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골프 전문 여행사의 이사로 재직한 지 몇 년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과 골프를 접목한 사업이죠.
▼제주도로 이사한 것도 사업 때문인가요.
실은 제가 아니라 부모님이 올해 제주 서귀포로 이사하셨어요. 저는 일이 있을 때는 서울 집에서 지내고, 쉴 때는 주로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요. 그곳에 가면 바다낚시를 즐겨요. 부모님이 이사하신 것도 낚시를 좋아해서예요. 부모님 꿈이 원래 노후에 제주도에서 낚시하면서 사시는 거였어요.
▼제주에서 요즘 인기 있는 여행지는 어딘가요.
요즘은 인위적으로 꾸민 곳보다 자연 그대로를 체험하는 것을 선호해요. ‘힐링’하기 좋은 사려니 숲길이라든지 오름, 억새 군락지, 동백 군락지 같은 곳이 인기죠.
▼해외여행지 가운데 좋았던 곳을 꼽는다면.
사실 여행지는 호불호를 논하기가 애매해요. 여행 가서 좋은 추억이 있으면 좋은 여행지로 기억되거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몽골이에요. 사막을 걸어보고,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 무리도 보고, ‘게르’에서 잠도 자보고, 양고기도 먹어보고. 그런 이색적인 경험이 좋았어요. 몽골은 10월만 돼도 추워져서 9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아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나요.
제 장점이자 단점이, 생각이 깊어지면 자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오래 갖고 있지 못해서 다음 날이면 잊어요. 그런 성격이다 보니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나그네처럼 사는 게 불안정한 느낌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생활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서울에서 일하다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따분해지면 제주도에서 낚시를 하며 놀다가 일할 때가 됐다 싶으면 다시 서울로 오거든요. 그런 삶이 나름 즐겁고 감사해요. 아마 연예인이 안 됐어도 매일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장 생활은 못 했을 것 같아요.
▼연예인이 안 됐으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뛰어난 재능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것도 못 되었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차치하고 갖고 싶은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제 머리로는 어렵겠지만 물리학자라고 답할래요. 학교 다닐 때는 싫어했는데 뒤늦게 과학에 관심이 생겼거든요. 시간이 나면 과학 전문 서적을 즐겨 읽어요. 한 번 읽으면 30%밖에 이해가 안 되고, 두 번 읽으면 60%쯤 이해가 되는데 그래도 계속 손이 가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직업이 스티븐 호킹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인 것 같아요. 다음 생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의 두뇌를 갖고 태어나 물리학자가 되고 싶어요.
▼올해가 가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뭔가요.
사실 늘 여자친구를 꿈꿔요. 올해가 가기 전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좋겠어요. 날도 추워지고, 옆구리도 시리고. 하하하.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고 싶나요.
지금보다 더 내면이 아름답고 멋있어지면 좋겠어요. 정신이 건강하려면 몸부터 건강하게 지켜야 할 것 같아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깨달음을 얻으려면 먼저 행동하라는 주의예요. 제 자신에게도 늘 주문해요. 앉아서 입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항상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한 것을 실천하라고요. 천성이 너무 게을러서 집에 있으면 안 움직이려고 하고, 꼼지락거리기 일쑤거든요. 그런 제 자신이 싫어서 행동보다 말이 앞서지 않도록 저 스스로를 항상 경계하죠.
구본승은 앞으로 기회가 되면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연극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궁극의 목표는 흥행 보증 배우가 아닌 ‘유일한 배우’라는 말도 덧붙였다. 공백기 동안 한층 성숙하고 여유로워진 그가 리얼리티 예능이 아닌 ‘진짜’ 연기를 할 때는 그동안 경험한 다채로운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까. 스스로도 몹시 궁금하다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이 남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불청〉을 찍으러 거제도로 달려갔다.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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