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홍신애(40)에게 처음 인터뷰를 요청한 건 지금으로부터 딱 1년 6개월 전. 당시 그녀는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MBC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의 한 코너를 통해 ‘요리 요정’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쿡방의 열기가 정점에 이른 때이기도 했지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맛깔나게 음식 맛과 조리법을 표현하던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 무척 궁금했다. “홍신애의 진짜 집밥이 궁금하다”며 섭외 전화를 걸었는데, 그녀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이들이 내년 여름께 한국에 들어오면 함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녀가 새로운 신간을 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토록 궁금해했던 내용을 담아낸 〈홍신애의 제대로 집밥〉이라는 책이다.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신사동 레스토랑 ‘솔트’에서 두 아들과 함께 ‘맛있는’ 방학을 보내고 있는 홍신애를 만났다.
▼ 드디어 뵙네요(웃음).
찾아주셔서 감사해요(웃음). 레스토랑을 두 개 운영하면서 매주 tvN 〈수요미식회〉 촬영을 하고, 거기에 신간 준비까지 같이 하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어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왔는데도 정작 집밥 한번 해서 먹이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들어오니 기러기 엄마 생활은 당분간 접어두게 됐네요.
▼ 가족들은 다 미국 거주중으로 들었어요.
네. 큰아들 재성(16)이와 작은아들 정욱(11)이는 외무공무원인 남편과 함께 미국 오하이오에 거주 중이에요. 남편과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다 만났는데 결혼하고 둘째를 낳은 후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그러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저는 요리연구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 남았어요. 아이들이 미국에 간 지도 벌써 5년 정도 됐어요. 이렇게 방학 때 아이들이 들어오거나 제가 짬이 날 때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 오랜만에 귀국한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해주신 집밥은 뭔가요.
곤드레밥이오. 다른 엄마들은 애들이 나물을 안 먹는다고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저희 애들은 나물도 맛있게 잘 먹어요. 특히 아침은 밥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김에 싸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애들이 밥을 엄청 많이 먹는 걸 보고 ‘이렇게나 컸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꼈어요. 음, 솔직히 말하면 집에 곤드레가 너무 많아서 해준 거예요(웃음). 얼마 전에 나물 전문 식당을 갔다가 그곳 사장님이 직접 재배했다면서 말린 곤드레를 한 무더기 선물로 주셨거든요. 일부는 곤드레장아찌를 만들었고, 나머지는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뒀어요.
▼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도 떨어져 있어서 못 해주니 아쉬울 때가 많겠어요.
처음엔 이것저것 음식을 장만해서 미국에 보냈는데 전달이 잘 안 되더라고요. 중간에 잃어버리고, 터지고, 상하는 게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갈 때 직접 챙기거나, 아예 갔을 때 재성이가 좋아하는 갈비찜과 정욱이가 좋아하는 치킨가스를 잔뜩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줘요.
▼ 원래 전공은 요리가 아니라면서요.
사실 대학에선 작곡을 전공했어요. 집안 어른들이 “신애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거든요. 요리는 취미였지 이걸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시인이신데, 작업실에서 시를 쓰기보다는 밖에서 협회 활동을 더 많이 하는 사교적인 분이시고,치과 의사였던 할머니 역시 여장부 같은 분이셨죠. 어릴 적에는 집에 음식을 만들어주는 분이 계셨는데, 정말 손맛이 좋으셨어요.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실 때면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해서 옆에 서서 곁눈질로 배우며 즐거운 유년기를 보냈죠.
▼ 요리연구가라는 직업은 언제부터 갖게 된 건가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재미 커뮤니티인 미시USA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거기 게시판에 직접 만든 요리 사진을 몇 장 올렸더니 사람들이 정말 맛있어 보인다고 좋아해주신 게 계기였어요. 급기야 제 전용 게시판이 생겨서 ‘요리 일기’ 형식의 칼럼을 쓸 기회를 얻었죠. 지금으로 치면 ‘파워블로거’와 비슷한 셈인데 미국에 사는 주부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좋았어요(웃음). 그 후 국내 잡지 한 곳에 짧은 맛집 칼럼을 연재하게 됐고, 편집장님의 추천으로 방송국 푸드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할 기회가 생겼죠. tvN이 처음 개국한 2006년에 〈옥주현의 Like a Virgin〉이라는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면서 방송과 처음 인연이 닿았어요. 홈파티 형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촬영장을 세팅하는 일이었는데,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할 기회가 많았던 제겐 익숙한 것이었죠. 방송가에는 ‘소품으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있는데도 출연진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무척 맛있게 먹어줬어요. 그러면서 방송가에서 알음알음 이름을 알렸고 여러 프로그램에 제가 투입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게 된 거죠.
▼ 전업주부로 살다가 직업이 생긴 거네요.
취미로 했던 일로 돈을 벌게 되니 무척 신나더라고요. 맛있는 요리를 예쁘게 내놓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던 것 같아요. 사실 남편은 제가 밖에서 요리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제가 한국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 됐다는 것도 최근 〈수요미식회〉 때문에 알게 됐죠.
▼ 외국에서 생활하면 집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을 일이 많잖아요.
맞아요. 우리나라만큼 반조리 식품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지 않은데다, 있다 하더라도 현지식일 뿐 한식은 아니니까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그나마 뉴욕에 살 땐 괜찮았는데 나중에 뉴저지로 이사하면서부터는 한식을 만들기가 더 까다로웠어요. 뉴욕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인이 적다보니 한인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가 쓸 만한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현지 마트나 중국인 마트에 가서 우리나라 식재료와 비슷한 걸 찾아 한식을 만들곤 했어요. 식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거죠.
▼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맛있게 드신 음식은 뭔가요.
너무 많아서 딱 잡아 말할 수가 없어요. 원래 모험을 즐기는 타입이어서 처음 보는 음식도 일단은 먹어보는 편이거든요. 다만, 미국에 가서 가장 놀랐던 건 바비큐 문화였어요. 우리나라는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봐야 갈비가 전부잖아요. 처음 유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곳 사람들이 돼지를 통으로 구워서 신나게 먹는 걸 보고 ‘와, 이 나라 사람들은 진짜 잘 먹는구나’ 생각했어요. 미국 식문화에 대한 경험 때문인지 저는 평소에도 손이 크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음식을 해서 푸짐하게 내놓아야 직성이 풀려요.
▼ 홍신애가 생각하는 우리의 집밥 문화는 어떤가요.
제가 패스트푸드 업체 ‘롯데리아’의 고문을 맡은 지 3년 정도 됐어요. 나름대로 10대 아이들의 식문화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많았죠. 요즘 아이들을 만나서 “엄마가 해준 음식 중 가장 맛있는 게 뭐니?” 물으면 대부분 대답을 못 해요. 아이들 머릿속에 ‘맛있는 음식’은 대부분 ‘외식’과 연관이 지어지거든요. 이건 우리의 건강한 집밥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해요. 안타까운 일이죠. 돌이켜보면, 제가 건강한 음식과 건강한 요리를 사랑하게 된 것도 유년기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저는 365일 가족과 함께 집에서 밥을 먹었고, 할머니 댁에 가면 늘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음식을 차려주셨거든요. 집밥에는 집안의 문화와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더 소중한 거죠.
▼ 저는 요리를 못해서인지 어렵게만 느껴지던데요.
거창하고 복잡한 레시피로 화려하게 요리를 한다고 해서 훌륭한 음식이 되는 건 아니에요. 잘하는 사람일수록 최소한의 조리법을 가지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니까요. 요리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또 그걸 안다고 해도 준비하기 어려워서인 것 같아요. 김치찌개 잘 끓이는 법? 답이 하나만 정해져 있지 않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무조건 김치를 볶은 후에 육수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김치’의 상태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해요. 어떤 김치는 볶지 않고 바로 끓이는 게 맛있고, 양배추 김치나 깍두기는 오히려 기름에 태우듯이 지진 다음에 끓이는 게 더 맛있거든요. 두려움을 버리고 요리하는 재미를 찾다 보면 ‘맛있는 요리법은 이거야’ 하는 고집이 없어지는 순간이 와요. 자신의 조리법이 계속 진화하는 거죠.
▼ 홍신애가 좋은 재료를 찾는 방법은 뭔가요.
호기심이 많아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잘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국내 여행을 하면서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찾는 게 삶의 행복이죠. 재래시장에 가는 것도 좋아해요. 저는 요즘에도 경동시장에서 싱싱한 식재료를 구하곤 한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거래처만 수십 곳이에요. 무화과는 영암에서, 소금은 신안에서, 쌀은 보성에서 가져오고, 수산물이라고 해도 성게 거래처와 전복 거래처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재료에 대해 깐깐하게 따지다 보니 저희 식당에선 주문 메뉴가 제공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손님들은 그걸 감수하고 오시는 거죠.
▼ 집에서 밥을 지을 땐 어떻게 하나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는 오분도미(쌀겨를 절반만 벗겨 쌀눈이 남아 있도록 도정한 쌀)를 이용해서 압력솥에 밥을 해요. 보온밥통은 밥이 빠르게 마르고 쉽게 냄새가 나요. 그래서 전 집에 전기밥솥이 없어요. 압력솥에다 한 밥이 남으면 그걸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거나 솥에 쪄 먹거든요.
▼ 여름철 집밥 메뉴를 추천해주신다면요.
전복마늘구이나 민어를 추천합니다(웃음). 전복을 통으로 손질해서 통마늘과 함께 30초 동안 불에 익혀요. 잘 차려내면 꼭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 전복스테이크 같은 느낌이 들어요. 민어는 구이보다는 회로 먹는 게 맛있어요. 가끔 변화를 주고 싶다면 튀겨서도 먹고 탕에 넣어 끓이기도 하는 거죠. 집에서 한번 만들어보세요. 밖에서 먹으면 얼마나 비싼데요!
▼ 드디어 뵙네요(웃음).
찾아주셔서 감사해요(웃음). 레스토랑을 두 개 운영하면서 매주 tvN 〈수요미식회〉 촬영을 하고, 거기에 신간 준비까지 같이 하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어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왔는데도 정작 집밥 한번 해서 먹이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들어오니 기러기 엄마 생활은 당분간 접어두게 됐네요.
▼ 가족들은 다 미국 거주중으로 들었어요.
네. 큰아들 재성(16)이와 작은아들 정욱(11)이는 외무공무원인 남편과 함께 미국 오하이오에 거주 중이에요. 남편과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다 만났는데 결혼하고 둘째를 낳은 후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그러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저는 요리연구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 남았어요. 아이들이 미국에 간 지도 벌써 5년 정도 됐어요. 이렇게 방학 때 아이들이 들어오거나 제가 짬이 날 때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 오랜만에 귀국한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해주신 집밥은 뭔가요.
곤드레밥이오. 다른 엄마들은 애들이 나물을 안 먹는다고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저희 애들은 나물도 맛있게 잘 먹어요. 특히 아침은 밥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김에 싸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애들이 밥을 엄청 많이 먹는 걸 보고 ‘이렇게나 컸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꼈어요. 음, 솔직히 말하면 집에 곤드레가 너무 많아서 해준 거예요(웃음). 얼마 전에 나물 전문 식당을 갔다가 그곳 사장님이 직접 재배했다면서 말린 곤드레를 한 무더기 선물로 주셨거든요. 일부는 곤드레장아찌를 만들었고, 나머지는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뒀어요.
▼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도 떨어져 있어서 못 해주니 아쉬울 때가 많겠어요.
처음엔 이것저것 음식을 장만해서 미국에 보냈는데 전달이 잘 안 되더라고요. 중간에 잃어버리고, 터지고, 상하는 게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갈 때 직접 챙기거나, 아예 갔을 때 재성이가 좋아하는 갈비찜과 정욱이가 좋아하는 치킨가스를 잔뜩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줘요.
▼ 원래 전공은 요리가 아니라면서요.
사실 대학에선 작곡을 전공했어요. 집안 어른들이 “신애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거든요. 요리는 취미였지 이걸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시인이신데, 작업실에서 시를 쓰기보다는 밖에서 협회 활동을 더 많이 하는 사교적인 분이시고,치과 의사였던 할머니 역시 여장부 같은 분이셨죠. 어릴 적에는 집에 음식을 만들어주는 분이 계셨는데, 정말 손맛이 좋으셨어요.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실 때면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해서 옆에 서서 곁눈질로 배우며 즐거운 유년기를 보냈죠.
▼ 요리연구가라는 직업은 언제부터 갖게 된 건가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재미 커뮤니티인 미시USA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거기 게시판에 직접 만든 요리 사진을 몇 장 올렸더니 사람들이 정말 맛있어 보인다고 좋아해주신 게 계기였어요. 급기야 제 전용 게시판이 생겨서 ‘요리 일기’ 형식의 칼럼을 쓸 기회를 얻었죠. 지금으로 치면 ‘파워블로거’와 비슷한 셈인데 미국에 사는 주부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좋았어요(웃음). 그 후 국내 잡지 한 곳에 짧은 맛집 칼럼을 연재하게 됐고, 편집장님의 추천으로 방송국 푸드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할 기회가 생겼죠. tvN이 처음 개국한 2006년에 〈옥주현의 Like a Virgin〉이라는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면서 방송과 처음 인연이 닿았어요. 홈파티 형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촬영장을 세팅하는 일이었는데,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할 기회가 많았던 제겐 익숙한 것이었죠. 방송가에는 ‘소품으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있는데도 출연진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무척 맛있게 먹어줬어요. 그러면서 방송가에서 알음알음 이름을 알렸고 여러 프로그램에 제가 투입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게 된 거죠.
▼ 전업주부로 살다가 직업이 생긴 거네요.
취미로 했던 일로 돈을 벌게 되니 무척 신나더라고요. 맛있는 요리를 예쁘게 내놓기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던 것 같아요. 사실 남편은 제가 밖에서 요리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제가 한국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 됐다는 것도 최근 〈수요미식회〉 때문에 알게 됐죠.
▼ 외국에서 생활하면 집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을 일이 많잖아요.
맞아요. 우리나라만큼 반조리 식품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지 않은데다, 있다 하더라도 현지식일 뿐 한식은 아니니까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그나마 뉴욕에 살 땐 괜찮았는데 나중에 뉴저지로 이사하면서부터는 한식을 만들기가 더 까다로웠어요. 뉴욕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인이 적다보니 한인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가 쓸 만한 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현지 마트나 중국인 마트에 가서 우리나라 식재료와 비슷한 걸 찾아 한식을 만들곤 했어요. 식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거죠.
▼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맛있게 드신 음식은 뭔가요.
너무 많아서 딱 잡아 말할 수가 없어요. 원래 모험을 즐기는 타입이어서 처음 보는 음식도 일단은 먹어보는 편이거든요. 다만, 미국에 가서 가장 놀랐던 건 바비큐 문화였어요. 우리나라는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봐야 갈비가 전부잖아요. 처음 유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곳 사람들이 돼지를 통으로 구워서 신나게 먹는 걸 보고 ‘와, 이 나라 사람들은 진짜 잘 먹는구나’ 생각했어요. 미국 식문화에 대한 경험 때문인지 저는 평소에도 손이 크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음식을 해서 푸짐하게 내놓아야 직성이 풀려요.
▼ 홍신애가 생각하는 우리의 집밥 문화는 어떤가요.
제가 패스트푸드 업체 ‘롯데리아’의 고문을 맡은 지 3년 정도 됐어요. 나름대로 10대 아이들의 식문화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많았죠. 요즘 아이들을 만나서 “엄마가 해준 음식 중 가장 맛있는 게 뭐니?” 물으면 대부분 대답을 못 해요. 아이들 머릿속에 ‘맛있는 음식’은 대부분 ‘외식’과 연관이 지어지거든요. 이건 우리의 건강한 집밥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해요. 안타까운 일이죠. 돌이켜보면, 제가 건강한 음식과 건강한 요리를 사랑하게 된 것도 유년기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저는 365일 가족과 함께 집에서 밥을 먹었고, 할머니 댁에 가면 늘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음식을 차려주셨거든요. 집밥에는 집안의 문화와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더 소중한 거죠.
▼ 저는 요리를 못해서인지 어렵게만 느껴지던데요.
거창하고 복잡한 레시피로 화려하게 요리를 한다고 해서 훌륭한 음식이 되는 건 아니에요. 잘하는 사람일수록 최소한의 조리법을 가지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니까요. 요리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또 그걸 안다고 해도 준비하기 어려워서인 것 같아요. 김치찌개 잘 끓이는 법? 답이 하나만 정해져 있지 않아요. 저 역시 처음에는 무조건 김치를 볶은 후에 육수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김치’의 상태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해요. 어떤 김치는 볶지 않고 바로 끓이는 게 맛있고, 양배추 김치나 깍두기는 오히려 기름에 태우듯이 지진 다음에 끓이는 게 더 맛있거든요. 두려움을 버리고 요리하는 재미를 찾다 보면 ‘맛있는 요리법은 이거야’ 하는 고집이 없어지는 순간이 와요. 자신의 조리법이 계속 진화하는 거죠.
▼ 홍신애가 좋은 재료를 찾는 방법은 뭔가요.
호기심이 많아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잘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국내 여행을 하면서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찾는 게 삶의 행복이죠. 재래시장에 가는 것도 좋아해요. 저는 요즘에도 경동시장에서 싱싱한 식재료를 구하곤 한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거래처만 수십 곳이에요. 무화과는 영암에서, 소금은 신안에서, 쌀은 보성에서 가져오고, 수산물이라고 해도 성게 거래처와 전복 거래처가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재료에 대해 깐깐하게 따지다 보니 저희 식당에선 주문 메뉴가 제공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손님들은 그걸 감수하고 오시는 거죠.
▼ 집에서 밥을 지을 땐 어떻게 하나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는 오분도미(쌀겨를 절반만 벗겨 쌀눈이 남아 있도록 도정한 쌀)를 이용해서 압력솥에 밥을 해요. 보온밥통은 밥이 빠르게 마르고 쉽게 냄새가 나요. 그래서 전 집에 전기밥솥이 없어요. 압력솥에다 한 밥이 남으면 그걸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거나 솥에 쪄 먹거든요.
▼ 여름철 집밥 메뉴를 추천해주신다면요.
전복마늘구이나 민어를 추천합니다(웃음). 전복을 통으로 손질해서 통마늘과 함께 30초 동안 불에 익혀요. 잘 차려내면 꼭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 전복스테이크 같은 느낌이 들어요. 민어는 구이보다는 회로 먹는 게 맛있어요. 가끔 변화를 주고 싶다면 튀겨서도 먹고 탕에 넣어 끓이기도 하는 거죠. 집에서 한번 만들어보세요. 밖에서 먹으면 얼마나 비싼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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