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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텍사스 그늘 벗어나 전고 회복한 길음뉴타운 

김명희 기자

2026. 02. 10

[빠숑과 함께하는 부동산 임장기]
서울 강북권의 대장이었으나 오랫동안 가격이 정체됐던
길음뉴타운이 미아리 텍사스 철거와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3번 출구를 나서면 시야를 압도하는 초고층 주상복합, 롯데캐슬 트윈골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초역세권 입지를 등에 업고 대형 상가와 프랜차이즈 매장이 밀집해 있으며, 최근에는 학원 간판도 하나둘 늘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몇 걸음만 옆으로 이동하면 영업을 멈춘 채 방치된 건물들 사이로 쓰레기가 나뒹구는 기묘한 공간을 만난다. 수십 년간 서울 동북권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로 명맥을 이어온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다.  

조선시대 이 일대에는 계곡으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여 ‘길음(吉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 확장 과정에서 상황은 급변했다. 무분별한 개발 속에 저층 주택과 판자촌이 뒤섞였고, 1950~60년대 종로 세운상가 일대가 정비되면서 그곳에서 밀려난 유흥업소들이 이 일대로 옮겨와 미아리 텍사스가 형성됐다.

이렇게 오랫동안 서울의 그늘에 머물렀던 길음동은 2002년 왕십리·은평과 함께 서울시 1호 뉴타운으로 지정되며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상권 이해관계가 복잡했던 왕십리, 신도시급 택지 조성이 필요했던 은평과 달리 길음은 무허가 판자촌 비중이 높아 사업 추진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개발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 2005년 첫 입주를 시작으로 2010년 래미안 9단지까지 뉴타운 지정 불과 8년 만에 약 1만5000가구 규모의 대형 주거 타운이 완성됐다.

길음뉴타운의 최대 강점은 강북 도심 접근성이다.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면 광화문·종로·서울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버스 노선도 촘촘한 편이다. 하지만 강남 이동은 4호선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고, 정릉로·동소문로·도봉로·내부순환로 등 인근 도로 정체도 심하다. 학군 및 교육 환경은 노원구를 제외하면 동북권에서 가장 좋은 편이다. 서울 길음초·길원초·미아초와 아울러 명문 사립인 영훈 초중고가 인접해 있으며, 특히 길음초 배정 여부는 아파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다. 여기에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등 풍부한 생활 인프라까지 갖춰 실거주 만족도가 높다. 

길음역 주상복합 롯데캐슬 트윈골드.

길음역 주상복합 롯데캐슬 트윈골드.

신축 ‘대장’으로 꼽히는 래미안 센터피스.

신축 ‘대장’으로 꼽히는 래미안 센터피스.

길음래미안 6단지 신고가, 신축은 20억 클럽 전망 

“이렇게 살기 좋은데 왜 집값이 안 오를까.” 길음뉴타운 입주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입지나 개발 완성도에 비해 시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기준, 길음래미안 8단지(2010년 입주·1497세대) 전용면적 84㎡ 실거래가는 12억5000만 원으로 분양가(약 4억5000만 원) 대비 약 2.5배 상승에 그쳤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약 10억 원→55억 원), 마포 공덕 래미안5차(6억6000만 원→22억7000만 원)와 비교하면, 입지의 체급이 다른 점을 고려하더라도 정체가 두드러진다. 김학렬 소장은 길음뉴타운 시세 정체의 요인으로 지하철 4호선 단일 노선 의존 구조, 장위·이문휘경 뉴타운 등장으로 성북구 내 대장 지위를 내준 점, 그리고 무엇보다 미아리 텍사스라는 이미지 장벽을 꼽았다.



그러나 최근 미아리 텍사스 부지를 포함한 신월곡1구역 재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며 흐름이 바뀌고 있다. 해당 지역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하월곡동 일대 5만6000㎡ 부지가 지하 6층~지상 46층, 2201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단지로 거듭난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아 길음역과 단지를 지하 스트리트몰로 연결하며 상업·업무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학원가도 조성될 예정이다. 인접한 미아4구역 정비사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아4구역은 현재 철거를 앞두고 곳곳에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철거를 앞둔 미아리 텍사스. 해당 부지는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철거를 앞둔 미아리 텍사스. 해당 부지는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정비사업이 가속화되면서 신월곡1구역과 맞닿은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움직이고 있다. 길음래미안 6단지(2007년 입주·977세대)는 2025년 10월 13억500만 원에 거래되며 전 고점(2021년 10월·12억9000만 원)을 돌파했다. 김학렬 소장은 “길음래미안 6단지는 평지에 길음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미아사거리역 접근성도 좋다. 한때 상대적으로 신축인 길음뉴타운 8·9단지에 밀린 적도 있지만 입지 강점이 다시 부각하면서 대장 자리를 되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호가는 13억5000만~14억 원 선이다. 

구축이 가격 하방을 지지하며 밀어 올리자 신축 대장주들의 시세도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2022년 입주한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면적 84㎡는 16억3600만 원(2025년 12월)에 거래됐고, 래미안 센터피스 역시 16억3000만 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월곡1구역 아파트 완공과 2026년 말 개통 예정인 동북선 경전철 효과가 가시화되면 이들 신축 단지가 무난하게 20억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렬 소장은 “길음뉴타운은 오랜 시간 누적된 이미지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국면에 진입했다. 신월곡1구역의 스카이라인과 동북선 환승 체계가 맞물리면, 서울 동북권을 대표하는 완성형 주거 벨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음뉴타운 #동북선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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